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335

김선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7년 7월 6일 | ISBN 9788932017907

사양 · 172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잉태하고, 포옹하고, 사랑하면서,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서로의 기원을 이루는 삶을 담아내는
여리지만, 그래서 더욱 힘 있는 언어!

2000년, 한 권의 시집이 시단을 들썩이게 했다. 한 여성 시인의 첫 시집이었다. ‘도발’ ‘관능’ ‘독특한 상상력’이라는 수식어로 장식된 기사가 앞 다퉈 나왔다. ‘여성의 몸,’ 그리고 자궁의 상징으로서의 ‘어머니’ 등 ‘여성성’을 드러내는 이미지가 두드러진 그녀의 시를 평단에서는 에코페미니즘으로 분류했다. 그녀는 자신의 시가 생태학적인 상상력과 생명력을 잠재한 여성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씌어졌음을 인정했다.
한편 그녀의 시는 종종 최영미의 도발적이고 솔직한 면과 허수경의 농익은 감수성이 절묘하게 녹아 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관심 어린 평가에 흔들리지 않았다. 하여 더욱 목소리를 높이지도 좀더 목소리를 낮추지도 않았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일도 물론 없었다. 자신의 자리에서 당당한 제 목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렇게 시인은 이 후로 두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산문집을 더 내었다. 그 두 권의 시집에서 시인은 여성의 몸이 지닌 비의적이면서도 포괄적인 징표를 철저한 분석과 따뜻한 의미로 드러(박수연)냈었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오직 그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언어들을 내부에서 길어올리고 있다.
이것은 김선우 시인에 대한 얘기다. 그녀가 2003년 『도화 아래 잠들다』(창비) 이후 4년 만에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를 들고 독자들을 찾았다. 어느 때보다 반가움과 기대가 큰, 그녀의 세번째 시집이다.

김선우 시인의 시에서 “여성성의 매력과 위력”을 발견하고 그것이 “결핍이 아닌 충만, 타자(남성)의 시선을 바라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족하는 아름다움, 원한의 여성주의가 아니라 긍정의 여성주의”라고 평한 바 있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씨는 그녀의 첫 시집에 실린 「얼레지」와 2004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피어라, 석유」를 인용하며 “애틋한 긍정에서 애절한 부정까지의 이 거리가 김선우 시의 넒이”라고 하였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시뿐만 아니라 “모 일간지에 띄엄띄엄 실린 그녀 세설(世說)” 속에 “세상의 낮은 곳으로 퍼져 흐르는 연대(連帶)의 향기가” 어려 있음을 설파하며, 그녀의 시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결코 “많이 배운 여자의 우아한 성정 탓”이 아님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그 글에서 그는 다음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내처 기다려보라. 곧 나올 그녀의 세번째 시집은 아마도 자신이 꽃임을 잊어버린 이 시대의 슬픈 여성들에게 바쳐질 것이다. 피어라, 꽃”

2007년 7월, 짙어질 녹음을 준비하기 위한 장맛비가 내리는 초여름에 마치 예언이 이루어지기라도 한 듯 그녀의 세번째 시집이 나왔다. 이 장마가 끝나면 곧 다가올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처럼 당신에게 바쳐질 뜨거운 시집이다. 그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 피어라, 꽃!

연대적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힘 있는 언어
문학평론가 박수연씨는 해설에서 “그 언어적 긴장의 율동적 이행으로써 삶의 사랑이 연대적 사랑일 수 있음을 확인해준 시집”으로 『내 몸속의 잠든 이 누구신가』를 평하고 있다. 앞서 신형철씨가 말한 “세상의 낮은 곳으로 퍼져 흐르는 연대(連帶)의 향기”가 ‘사랑’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김선우 시인의 전작들에서 여성의 몸으로 환기했던 세계들을 돌이켜볼 때, 이번 시집이 사랑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그다지 특이한 점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시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녀의 시적 사유가 타자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전 시집들이 ‘점’과 ‘공간’의 자기 집중적 ‘형태’였다면 이번 『내 몸속의 잠든 이 누구신가』는 “쓰러진 것들이 쓰러진 것들을 위해”(「잠자리, 천수관음에게 손을 주다 우는」) 우는 것처럼 대상을 향해 무엇인가를 해주지 못해 안타까운 존재의 온몸을 던지는 행위를 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등을 타자에게 내어주는 “새”(「등」)와 “사랑이 아니라면 오늘이 어떻게 목숨의 벽을 넘겠나”(「아욱국」)라는 구절에서 삶의 비극과 그 비극을 초월하는 목숨의 사랑으로 이번 시집이 정향되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박수연씨가 이번 시집에서 별도로 살펴본 「봄잠」 「제비꽃밥」 「열네 살 舞子」 등은 사회적 연대의 표현으로 언어 확장을 한 예라 할 수 있다. 김선우의 시는 의미를 적절히 견제하면서 심미적 차원을 달성하는데, 이로써 삶과 언어와 사회의 이행을 언어의 긴장으로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시집 소개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김선우 시인의 언어는 “여리고 물기 많은” 여성성을 가진 언어이다. 김선우 시인은 이러한 언어로 “잉태하고 포옹하고 사랑하면서 세상 모든 사물들이 넘나들며 서로의 기원을 이루는 삶을 보여준다.” 그녀가 보여주는 삶에는 “리듬과 색깔과 촉감의 관능과 생명이 자연스럽게 넘쳐흐른다.” 그 속에서 우리는 시적 자아가 “우주의 온갖 사물 속으로 확산되고” 또 거꾸로 우주의 만물이 “시적 자아 속으로 수렴”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녀의 시가 “한편으로는 자아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으로, 또 한편으로는 한 삶의 다른 삶 살아내기로, 다른 한편으로는 지극한 연애시로, 다채롭게 읽”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김선우의 시는 힘이 세다. 우주의 기원을 몸속에 담고 있는 여성들처럼 말이다.

김선우 시인에 대한 일본의 관심
2006년 7월 5일 아사히신문(朝日新聞) 16면 문화면에는 「자립과 속박, 기이한 상상력」이라는 제목으로 김선우 시인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해외문화 란 한국 편에 ‘사가와 아키(佐川亞紀)’라는 일본 시인이 ‘활약이 눈부신 여성 시인’으로 김선우 시인을 소개한 것이다. 그는 특히 김선우 시인의 ‘현대문학상’ 수상과 ‘소월시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론하며, 그녀가 한국 시단에서 그 재능을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더불어 한국 시단의 큰 기대를 안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사가와 아키는 김선우 시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주제 중 하나로 페미니즘을 꼽으며, “한국에서 옛날 여성의 삶 그대로를 참고 견디기만 하는 여성상이 일소되어가고 있는데, 자신 있게 자신의 감정과 지성을 표현하는 여성의 모습에서 새로운 시대가 느껴진다”는 말로 한국의 일면을 시사하였다 . 또한 김선우 작품의 매력으로 “넒은 시야, 예리한 지성, 정념에 찬 크로테스크한 환상”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김선우 시인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올해에도 일본의 문학지 가나자와분가쿠(金澤文學) 봄호와 Something5 3월호에 그녀의 시와 에세이가 소개된 것이다. 그중 가나자와분가쿠에는 이번 시집에 실린 작품이기도 한 「자운영 꽃밭에서 검은 염소와 놀다」 「어떤 포틀래치」 「그 많은 밥의 비유」가 소개되어 일본 시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고향이자 타향인 시를 향해 길을 떠나다
김선우 시인은 이번 시집의 시인의 말에서 “어쩌면 나는 당분간 시를 떠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깜짝 놀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바로 다음 문장에서 그녀는 그 말을 정정한다. “정확하게는, 시를 청탁받고 발표하는 관행으로부터 떠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시인으로서 그녀의 오랜 고민에 대한 해답일지도 모른다. 청탁을 받고 그때부터 의식적으로 시간에 쫓겨 급하게 뚝딱 만들어지는 시는 그녀를 괴롭게 했을 것이다. 시인으로 산 지 십 년. 시인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시를 떠나 잠시 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한다. 첫 시집을 내고 여러 신문에서 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역마살에 대해 이야기했던 시인이기에, 떠날 것을 준비하는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여행길에서 만난 자연과 사물 그리고 사람들이 오롯이 그녀의 언어를 입고 시로 담길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의 여행길이 사뭇 미덥다. 당분간 문예지를 통해 지금처럼 자주 그녀의 작품을 보기는 힘들어질지도 모르지만, 김선우 시인에게 시는 “언제든 돌아올 수밖에 없는 고향”이자 “어디서든 몸의 일부를 이루는 타향”이므로 돌아갈 고향을 두고 타향을 향해 떠나는 시인의 모습은 이 한 권의 새 시집만큼이나 아름답게 보인다.

■ 작품 속으로

아이 업은 사람이
등 뒤에 두 손을 포개 잡듯이
등 뒤에 두 날개를 포개 얹고
죽은 새

머리와 꽁지는 벌써 돌아갔는지
검은 등만 오롯하다

왜 등만 가장 나중까지 남았을까,
묻지 못한다

안 보이는 부리를 오물거리며
흙 속의 누군가에게
무언가 먹이고 있는 듯한
그때마다 작은 등이 움A거리는 듯한

죽은 새의 등에
업혀 있는 것 아직 많다 _「등」 전문

귀가 하나 둘 넷 여덟
나는 심지어 백 개도 넘는 귀를 가진 돌도 보았네
귀가 많은데 손이 없다는 게 허물될 것 없지만
길 위에서 귀 가릴 손이 없으면 어쩌나
나도 손을 버리고 손 없는 돌을 혀로 만지네
이 돌은 짜고 이 돌은 시네
달고 맵고 쓴 돌 칼칼한 돌 우는 돌
단 듯한데 실은 짜거나
쓴 듯한데 실은 시거나
혀끝을 골고루 대어보아야
돌이 자기 손을 어떻게 자기 몸속에 넣었는지
알 수 있네 무미 무취라니!
무취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귀가 많으니 돌이야말로 맛의 궁전이지
당신이 가슴속에서 꺼내 보여준
막 쪼갠 수박처럼 핏물 흥건한 돌덩이
맵고 짜고 쓴데 귀 가릴 손이 없으니
내 입술로 귀를 덮네
입술 온통 붉은 물이 들어
어떻게 자기 귀를 몸속에 가두는지 보라 하네
_「돌에게는 귀가 많아」 전문

비 그친 후 세상은 쓰러진 것들의 냄새 가득해요

간밤 바람 소리 솎으며 내 날개를 빗기던 이 누구? 큰 파도 닥칠까 봐 뜬눈으로 내 옆을 지킨 언덕 있었죠 날이 밝자 언덕은 우렁 각시처럼 사라졌죠, 아니죠, 쓰러졌죠

쓰러진 것들의 냄새 가득해요 비 그친 후 세상은
하루의 반성은 덧없고 속죄의 포즈 세련되지만
찰기가 사라졌어요 그러니 안녕, 나는 반성하지 않고 갈 거예요 뾰족한 것들 위에서 악착같이 손 내밀래요 접붙이듯 날개를 납작 내려놓을래요

수 세기의 겨울이 쌓여 이룬 가을 봄 여름이에요 비 그친 후 쓰러진 것들의 냄새 가득한

사랑이여 쓰러진 것들이 쓰러진 것들을 위해 울어요

이 빛으로 감옥을 짤래요 쓰러진 당신 위에 은빛 감옥을 덮을래요

나는 울어줄 손이 없으니
당신의 감옥으로 이감 가듯 온몸의 감옥을 접붙일래요
_「잠자리, 천수관음에게 손을 주다 우는」

아욱을 치대어 빨다가 문득 내가 묻는다
몸속에 이처럼 챙챙한 거품의 씨앗을 가진
시푸른 아욱의 육즙 때문에

-엄마, 오르가슴 느껴본 적 있어?
-오, 가슴이 뭐냐?
아욱을 빨다가 내 가슴이 활짝 벌어진다
언제부터 아욱을 씨 뿌려 길러 먹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으응, 그거! 그, 오, 가슴!
자글자글한 늙은 여자 아욱꽃빛 스민 연분홍으로 웃으시고

나는 아욱을 빠네
시푸르게 넓적한 풀밭 같은 풀잎을
생으로나 그저 데쳐 먹는 게 아니라
이남박에 퍽퍽 치대어 빨아
국 끓여 먹을 줄 안 최초의 손을 생각하네
그 손이 짚어준 저녁의 이마에
가난과 슬픔의 신열이 있었다면
그보다 더 멀리 간 뻘밭까지를 들쳐 업고
저벅저벅 걸어가는 푸르른 관능의 힘,
사랑이 아니라면 오늘이 어떻게 목숨의 벽을 넘겠나
치대지는 아욱 풀잎 온몸으로 푸른 거품
끓이는 걸 바라보네

치댈수록 깊어지는
이글거리는 풀잎의 뼈
오르가슴의 힘으로 한 상 그득한 풀밭을 차리고
슬픔이 커서 등이 넓어진 내 연인과
어린것들 불러 모아 살진 살점 떠먹이는
아욱국 끓는 저녁이네 오, 가슴 환한. _「아욱국」

■ 시집 소개 글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는 우주적 아날로지의 세계를 그려 보인다. 여성성의 여리고 물기 많은 언어는 잉태하고 포옹하고 사랑하면서 세상 모든 사물들이 넘나들며 서로의 기원을 이루는 삶을 보여준다. 시 속의 그 삶에는 리듬과 색깔과 촉감의 관능과 생명이 자연스럽게 넘쳐흐른다. 시적 자아는 우주의 온갖 사물 속으로 확산되고 우주의 만물은 거꾸로 시적 자아 속으로 수렴된다. 그래서 시집 속의 시들은, 한편으로는 자아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으로, 또 한편으로는 한 삶의 다른 삶 살아내기로, 다른 한편으로는 지극한 연애시로, 다채롭게 읽힌다.

■ 시인이 쓰는 산문(뒤표지 글)

시를 짓는다, 시를 받는다고도 말한다. 시와 논다고도 하고, 시에게 나를 빌려준다고도 한다. 나는 그냥 시를 쓴다고 말한다. ‘쓴다’고 말할 때, 시 쓰는 나와 세계 사이의 거리는 아득히 넓고 거친 격랑 속이다. ‘쓴다’의 거리감 속에는 섣부른 신비가 개입하지 않아서 좋다. 쓰는 주체로서의 나는 나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 모든 주체들의 말을 잘 듣기 위해 눈코귀가 해지도록 안테나를 세우고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 아무리 애써도 못 듣는 때가 더 많고 아무리 몸을 납작 엎드려도 주정하듯 내 말만 하는 때가 더 많다. 그러므로 ‘쓴다’는 노동을 환기한다. 정신의 노동, 영혼의 노동 같은 말들이 동시에 떠오르지만, 어떤 수식어로 몸을 나누든 ‘쓴다’는 노동이라는 점에서 인간적이다. 몸과 마음의 노동인 시쓰기는 피안을 그리워하면서도 기필코 차안에 남는 자의 것이다. 그리워하면서 나는 쓴다. ‘쓴다’의 거리감 속에서 세계는 서둘러 혼연일체 되지 않는다. 저마다의 싸움으로 쟁쟁한 존재의 고투 속으로 몸과 마음의 오감을 들이민다. 들이밀면서 때로 내가 먼저 지치기도 하고 나의 감각이 너의 감각 속으로 스미는 환희를 드물게 맛보기도 한다. 나는 나이고 나 아니기도 하다. 나와 다른 너와, 나이기도 한 너를 우리라고 할 수 있다면, 시쓰기는 우리의 쓸쓸함과 슬픔과 아름다움에 몸을 바싹 붙이는 일. 몸과 몸의 경계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경계를 지우거나 넘어서는 일. ‘지금 여기’의 이 아득한 거리감 속에서 오늘도 나는 쓴다.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세상의 하루해를 지지고 볶으며 그리워한다. 떠도는 몸들이 벌이는 쟁투의 고단한 흔적들. 그 속에 무언가 ‘쓰는’ 자로 기꺼이 남고자 하는 내 모든 행/불행의 뿌리와 꽃들에 입 맞춘다. 오, 자유!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낙화, 첫사랑
돌에게는 귀가 많아
사릿날
그 많은 밥의 비유
깨끗한 식사
킬링필드, 연밥 따는 아씨의 노래
어떤 출산
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
자운영 꽃밭에서 검은 염소와 놀다
내가 기르는 천사 볼래?
월식 파티
홍수아이
봄잠
공화국의 모든 길은
폐소 공포
뻘에 울다

제2부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다디단 진물
잠자리, 천수관음에게 손을 주다 우는
여러 겹의 허기 속에 죽은 달이 나를 깨워
어욱국
화염 도시
어떤 포틀래치
보름밤 종려나무 그림자에 실려
제비꽃밥
꽃나무
열네 살 舞子
빙하 아래
칠월의 일곱번째 밤
주홍 글씨
바라본다, 꽃 피는
퉁소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어미木의 자살5

제3부
그러니 애인아
거미
성선설을 웃다
水桶
비바리, 잃어버린 구멍 속
그 나무가 삼킨 종 이야기
어미木의 자살3
生理
얼음 우물 고아원
메나리토리-몸-뚱아리
유성 폭우 오시는 날
무서운 들녘
분화구
이를 갈다
석양에 들다
세한
에밀레종 소리 듣다, 일식을 보다

제4부
눈 속에
오브-라-디 오브-라-다
사골국 끓이는 저녁
얼룩 서사(敍事)
내 쉰두번째 결혼식의 패랭이꽃
내 손이 네 목 위에서
문지르다
카르마, 동물의 왕국
당신의 옹이
폭포탕 속의 구름들
깊은 산속 옹달샘
어미木의 자살4
뒤쪽에 있는 것들이 눈부시다
다른 손에 관하여
그날, 늙은 복숭아나무 아래서
Everybody Shall we love?
대천바다 물 밀리듯 큰물이야 거꾸로 타는 은행나무야
거기쯤에서 봄이 자글자글 끓는다
부쳐 먹다
대포항

해설|사랑의 형(形)과 율(律)·박수연

작가 소개

김선우 지음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의 사물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부상당한 천사에게』,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 『캔들 플라워』 『물의 연인들』 『발원: 요석 그리고 원효』, 그 외에 다수의 시 해설서를 출간했다. 현대문학상과 천상병시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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