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공포

원제 Le sexe et l'effrot

파스칼 키냐르 지음 | 송의경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7년 2월 2일 | ISBN 9788932017549

사양 · 353쪽 | 가격 10,000원

분야 외국소설

책소개

생존하는 현대 프랑스 문학사의 거목 키냐르가 “일생을 두고 꼭 쓰고 싶었던 책”
2천 년에 걸친 에로티시즘의 역사, 『섹스와 공포』

우리에게 『은밀한 생』(2001)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대표작 『섹스와 공포』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섹스와 공포』는 회화(繪畵)를 통해 ‘성(性)의 관점에서 씌어진 인류 문명사’의 제1부(고대에서 중세까지)격에 해당한다. 제2부(중세에서 현대까지)는 앞서 소개된 『은밀한 생』이라고 옮긴이 송의경과의 인터뷰에서 키냐르는 밝히고 있다.

프랑스에서 그의 책이라면 어느 것이나 출간될 때마다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는 키냐르답게, 『섹스와 공포』에서 제기된 키냐르의 이론은 발표 당시 로마 시대 에로티시즘의 본질을 가려왔던 선입견을 제거하고 획기적인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고대 문명사 해석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은 딱딱하거나 고답적인 성격의 이론서라기보다는 서양 고대 미술사와 문학사, 사상사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철학적 에세이에 가깝다. 논증으로 제시된 이야기들(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스 철학, 성서), 고대 희랍어와 라틴어의 변형을 짚어가는 언어의 향연, 그리고 유물과 벽화(본문에 수록된 삽화는 거의 다 폼페이에서 발굴된 벽화들이다)에 대한 섬세한 세공 같은 그의 묘사는 독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출간 당시 한 프랑스 언론은 이 책에 “폐허가 된 유적들에 바쳐진 꿈들의 모음집”이란 타이틀을 선사했다. 특히, 그리스 헤르쿨라네움과 스타비아이를 중심으로 발굴된 폼페이의 벽화들에 대한 묘사에 이르면, 어둠 속으로 사라졌던 벽화들 하나하나에 던지는 시선 위로 ‘죽는 것은 언제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키냐르의 묘한 경구가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 키냐르가 고대 로마 시대의 화집인 동시에 성에 관한 탐구서인 이 책을 쓰게 된 데는, 바로 그리스 화가 파라시오스의 이야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원전 5세기 말,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인으로서 ‘포르노 화가’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파라시오스는 유곽에서 매춘부들을 그린 최초의 화가로 문헌에 기록돼 있다. 일설에 의하면 티베리우스 황제가 파라시오스의 음란한 그림들을 너무 아낀 나머지 병에 걸리고 마는데(그의 그림에 대한 탐닉이 지나쳐 눈에 병이 났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성녀 베로니카가 예수의 초상이 찍힌 화폭으로 그를 치료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 매료된 키냐르는 이후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성에 관한 기록들을 찾아보며 두 시대의 성에 대한 모럴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후 키냐르는 일생을 걸고 꼭 한 번, “성(性)에 관한 진지한 탐구서”를 써보고자 다짐한다. 이러한 키냐르의 의지에 불을 지핀 것은 바로, 1980년대 말 에이즈로 상징되는 섹스에 대한 공포였다. 성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려면(그의 표현을 빌려, “공포로 변질된 성을 복권”시키려면) 무엇보다도 왜곡된 인식의 뿌리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 키냐르의 생각이었다. 언어와 음악을 통해 삶의 비밀을 캐묻는 키냐르의 오랜 작업이 또 하나의 걸작을 예고하는 시점이었다.

키냐르에 따르면, 성의 관점에서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서구 문명사는 성이 공포와 저주로 변질된 역사이며, 그 뿌리는 고대 로마 시대, 더 정확히 말해서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제국의 형태로 로마세계를 재정비하던 시기(B.C 18년~A.D 14년)에 있다. 그 시기에 그려진 벽화들(주로 폼페이에서 이뤄진)에 대한 탁월한 해석을 통해 키냐르는, 그리스인들의 태양빛으로 가득한 에로티시즘이 로마시대에 불안과 공포에 질린 우수(멜랑콜리)로 변화되었음을 논증한다. 성을 억압하는 청교도주의는, 지금껏 알려진 정설과는 달리, 그리스도교에 앞서 로마시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엄격한 법에 의해 억압된 로마인들의 성(性)은 ‘규정상의 공포’가 되었고, 공포가 ‘적대감’으로 변하면서 그리스도교인들의 죄의식과 원죄의 길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어서 중세는 성(性)을 지옥으로 보내버렸고, 성(性)에 관한 한 현대는 여전히 중세에 매어 있다는 것이다. 고작 3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로마제국은 태양빛이 가득한 고대의 종말을 앞당기고 침울한 근대를 도래하게 만들었다. 로마인들이 느끼던 ‘삶의 권태(taedium vitae)’는 1세기까지 퍼졌고, 3세기에는 그리스도교인들에 의해 ‘나태(acedia)’로 나타났다가, 15세기에 이르러 다시 우수(melancolie)의 형태로 등장했다. 19세기에는 우울(spleen)이란 이름으로, 20세기에는 우울증(depression)이란 이름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성의 역사는 공포와 저주로 변질된 역사”이며, 그 뿌리는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냐르는 이 시기를 서양 문화의 큰 분기점으로 간주한다.

“십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삶과 죽음에 가까이 살고 있다. 우리는 섹스의 저주의 몫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처음에는 70쪽 정도의 분량을 예상했으나 결국 300쪽 이상으로 늘어났다. [……] 로마 세계와 그리스 세계가 (성에 대해) 정반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로마의 에로티시즘은 매우 청교도적이고, 매우 경직되고, 하지만 언어만은 이상할 정도로 자유분방했다. 로마인들의 섹스에 관한 언어가 노골적이고 상스러운 까닭은 점잖은 언어를 사용하면 그들의 남성성이 약화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의례적으로 외설적인 언어를 쓰지만 일단 토가를 입으면 키케로처럼 점잖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들이다. [……] 나는 폼페이의 에로틱한 벽화들에 그려진 인물들이 하나같이 수줍어하고 심각하다는 데 놀랐다. 바라보아야 할 것을 바라보지 않은 시선―사각지대를 향한 여자들의 비낀 시선에는 수줍음과 공포가 서려 있다. 주제를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화법. 나는 훨씬 더 즐겁고, 훨씬 더 디오니소스적인 무엇, 그리스의 꽃병에 훨씬 더 가까운 표현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쾌락의 혐오에 관한 텍스트를 읽고서 비로소 곁눈질하는 그(그녀)들의 시선에서 불안을 읽을 수 있었다.” _파스칼 키냐르, 프랑스 르 레퓌블리캥 로랭과의 인터뷰 中

‘성의 변모의 계보학’으로 읽힐 수 있는 이 책은 그리스-라틴문화, 성에 대한 인식의 비극적 변화와 그리스도교, 현대 프랑스어와 문화에 남아 있는 로마 세계의 흔적들을 살피는 동시에 이제까지의 수많은 선입견들을 교정하는 정보들의 광산이 될 것이다.

■ 본문 속으로
섹스는 공포와 관련이 있다. 다음은 아풀레이우스의 『변신』에 나오는 프시케의 질문이다. “어떤 어둠 속에 몸을 감춰야 위대한 베누스의 피할 길 없는 눈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루크레티우스는 ‘걱정스러운 욕망’ 즉 두려운 욕망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런 욕망을 남자들의 ‘은밀한 상처’로 규정 짓는다. 베르길리우스는 사랑 자체를 ‘맹목적이거나 은밀한 불길로 타오르는 오래된 깊은 상처’라고 정의한다. [……]
인간의 육체가 죽음 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남성성은 동물적 쾌락 속에서 침몰한다. 그 이유는 남성의 가장 내밀한 자아가 결코 머릿속이나 얼굴 모습에 있지 않고, 육체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 남자의 손이 가는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87~89)

의지와 무관하게 우뚝 서는 것, 언제나 장소 밖으로 보이는 것, 밖으로 솟아나오는 것, 그것은 신이다. 조각술이 언제나 서 있는 것과 관련 있음은 명백하다. 또한 회화는 나타나지 못하는 것의 폭로,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에 열중한다. 그것이 바로 회화의 욕망이다. 조각과 회화는 타락과 죽음을 뛰어넘어 발기와 영원한 생명을 향해 가고자 한다. 화가 파라시오스가 죽기 직전의 올린토스의 늙은 노예를 그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조각과 회화는 죽음 속으로 다이빙하기 직전의 도약의 순간이다. (108)

정면의 파괴적인 시선과 대응되는 것은 로마 여인들의 곁눈질이다. 겁을 내며 수줍게 바라보는 여자의 비스듬한 시선은 페르세우스의 계략에 활기를 불어넣을 뿐 아니라, 정면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금기(메두사)와 마찬가지로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금기(오르페우스)에도 부합된다.
여신을 훔쳐보는 자는 모두가 ‘어둠 속의 남자(장님이거나 죽은 사람이거나 동물)’이다. 욕망의, 꿈의, 죽음의 어둠 속으로 데려가는 유괴의 원인이 성기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라면, 자신의 시선을 우회적 수단에 맡길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름 없는 것과의 아연실색케하는 치명적인 마주 봄을 피해야 한다. 방패에, 거울에, 회화에, 강물에 비친 나르키소스의 반영이 필요하다. 그것이 로마 여인들의 곁눈질이 지닌 이중의 비밀일 것이다. (119)

박물학자들은 교미기에 이른 동물 특유의 춤이 공포심을 나타내는 몸동작에서 기인된다고 말한다. 서 있는 갈매기의 위협적인 동작은 갈매기 자신이 정지된 의식으로 만들어버린 극단적 공포심의 발로이다. 위협에 대한 공포는 적의에 찬 시퀀스들의 밑그림을 추출한 다음에 극도의 과장법으로 그것을 부풀려서 성의 전투에 도움을 준다. 공격적 행위와 사랑의 행위는 결코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유혹이란 과장되게 의식화된 공포의 행위이다. (127)

로마에서 ‘혐오’라는 단어는 단순히 ‘시선을 돌리다’라는 의미이다. 남아 있는 로마 시대의 회화에 빈번히 등장하는 이미지인 뒤돌아보는 여자의 모습이 교태와 관련 있는지, 파괴와 관련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풀레이우스는 여자가 뒤를 돌아보느라 여러 번 멈춰 서서 교태를 부리며 훔쳐보는 시선, 고개를 숙이고 눈을 깜빡이며 힐끔거리는 곁눈질과 죽음을 바라보는 의기소침한 시선, 즉 눈을 땅으로, 지옥을 향해 내리깔고도 여전히 힐끔거리며 흘겨보는 시선을 동일하게 다루고 있다. 어떤 대상을 획득하려면 노력과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은 그 대상의 매력을 증가시킨다. (130)

소 세네카의 말이다. “인간은 태어났다.” 그는 곧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죽음을 위해 태어났다.” 출생은 성교의 결말이다. 태어나는 것은 소멸해가는 쾌락이다. (194)

출생 직후에 거의 지속되는 잠은 자궁 내의 삶을 ‘연장하는’ 것이다. 현실은 ‘잠에서 깨어’과 마찬가지로 배고픔과 추위, 고통스러운 욕망의 순간일 뿐이다. 노화로 인해 육체는 점차 잠에서 멀어지고, 죽음(꿈이 없는 잠) 속에서 음문과도 분리된다. (220)

밤은 하나의 세계이다.
행복에 속했던 무엇이 성교 중에 사라진다. 가장 완벽한 사랑, 행복 자체에도 갑자기 모든 것을 죽음 속으로 전복시키는 욕망이 들어 있다. 쾌락의 와중에 난폭하게 범람하는 무엇은 심리적이지 않은 슬픔으로, 그리고 두려움을 주는 무기력으로 극복된다. 물기 없는 눈물들이 서로 뒤섞인다. 쾌락에는 궤멸하는 무엇이 존재한다. 그것은 가슴을 저미는 타인에 대한 연민이다. 우리에게 불가능한 순간에 대한 느낌이다. 과거에 느꼈으나 무엇에 대해서인지 모르며 다시 불러들일 수도 없는 질투이다. 기쁨으로 충만했던 음경의 수축은 갱신 불가능의 느낌과 겹쳐지면서 울고 싶은 욕망과 비슷해진다. 우리는 많은 동물이 산란을 하거나 짝짓기를 하는 순간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무엇이 끝난 것이다. 가장 강렬하게 사랑할 때 무엇이 끝난다. (225)

쾌락과 죽음은 몸을 마비시키는 동일한 방식으로 먹잇감을 ‘매혹한다.’ 매의 위협을 받은 참새는 포식자의 부리 속으로 황급히 날아든다. 결국 죽음 속으로 날아드는 것이다. 매혹이란 그런 것이다. 매혹이 야기하는 고통을 피해 서둘러 죽음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욕망은 공포이다.
무슨 이유로 나는 몇 년을 바쳐가며 이 책을 썼던 것일까? 청교도적인 것이 바로 쾌락이라는 미스터리를 파헤쳐보고 싶어서였다. (240)

엄격한 염세주의는 로마가 한결같이 견지하던 태도였다. 엄숙할 정도로 진지해야 했고, 음란하고 풍자적인 욕망에서조차 점잔을 빼야 했고, 굼뜰 정도로 침착해야 했고, 슬플 정도로 심각해야 했다. 속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즉 이성에 대한 전적인 불신이 로마인들의 특성이 되었고, 잔인성과 현실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그들은 ‘부정적 진보’를 믿었다. 전제정치가 잔인성을 발전시킨다고 믿었다. 시대가 진보한 나머지 늙어가면서 지상의 추함을 증가시키고 마음속의 두려움을 심화시킨다고 믿었다. 만사가 끔찍하게 악화된다는 믿음, 그리고 화원에서의 은거 혹은 빌라, 섬, 벽지에서의 자급자족을 통해 그러한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과제, 이 두 가지가 그들의 보수주의를 이루는 핵심이었다. 모든 변화는 악화였다. 지극히 불길한 가정조차 언제나 부인되었다. (291~292)

반감, 적대감으로 변해버린 로마인의 공포,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교이다. 그리스도교는 냉소적으로 십자가에 못 박힌 신의 죽은 육체에 대한 숭배이다. 더 이상 벌거벗은(fascinus) 신이 아니다. 옷을 입은 신인 동시에 보이지 않게 된 인성(人性)의 재생이다. (325)

그리스도교는 이교도 관리들의 것인 제국의 윤리를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그 윤리는 복종적이고, 규약을 따르고, 일부일처이고, 평등하고, 자기 억압적이고, 은밀하고, 개인적이고, 충실하고, 정숙하고, 금욕적이다. 다시 말해서 사랑을 중시하고, 여성에게 호의적이고, 반(反)동성애적이고ㅡ 감상적이고ㅡ 베일에 싸인 윤리이다. (327)

나는 성의 세계에 관한 로마인들의 인식에 고유한 여덟 가지 특성을 고찰해보았다. 파스키누스(Fascinus) 신의 음경(fascinus), 로마의 볼거리와 풍자시(satura)에 관한 책들의 특성인 조롱(ludibrium), 짐승으로 변모한 인간들과 그 반대(인간으로 변한 짐승들에 관한 소설들), 에피쿠로스적이고 스토아적이고 그리스도교적인 삼중의 은둔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악마와 신들의 증식, 곁눈질을 하다가 허탈해진 시선, 오럴 섹스와 수동성의 금지, 나태로 바뀌는 삶의 권태, 마지막으로 공화국 시대 귀부인의 속성이던 정숙함이 그리스도교 남성 수도사들의 금욕으로 변모된 것이 그것이다. 모호한 이 모든 말이 공포 속에서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332~333)

로마인들은 국가의 전통과 호전적 가치관, 역사와 신들을 버리고 인간의 모습을 한 침울한 유일신을 숭배했다. 암늑대 토템을 십자가 위의 노예로 대체했으므로 그들이 노례로 전락한 것은 당연했다. 육체와 나체를, 아니마와 동물을, 예속의 영원한 안락함과 음란한 개인의 자존심을 분리해놓았기 때문에, 그 시대의 재앙은 밀과 짚을 가르듯이 공포와 쾌락을, 삶과 죽음을 갈라놓았다. (334)

■ 해외 언론 보도
겨우 30여 년에 걸쳐 일어난 에로티시즘의 변모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억압의 시대’의 시초가 된다. 키냐르는 말한다. “행복에 속하는 무엇이 포옹 속에서 사라진다. 쾌락에는 궤멸하는 무엇이 있다. 그리고 고대 회화의 뒤편에는 언제나 한 권의 책 혹은 적어도 윤리의 순간에 응축된 이야기가 있다.”_르 몽드

이 책은 즐거운 섹스에서 침울한 섹스로, 그리스인들의 태양빛 가득한 에로티시즘에서 그리스도교인들의 죄에 물든 육신으로 바뀌는 변모의 계보학으로 읽힐 수 있다. 고고학서와도 같은 『섹스와 공포』는 에로티시즘의 변화가 역사 속에서 단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_르 푸앵

고대의 벽화들, 시, 산문, 회화에 그려진 인물들에 대한 분석적·어원학적 연구서인 『섹스와 공포』는 우리의 수많은 선입견을 교정하는 정보들의 광산이다. _아르 프레스

『섹스와 공포』는 그동안 로마 시대의 에로티시즘의 본질을 가려왔던 선입견을 제거하고 파격적인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고대 문명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1994년 발간 즉시 ‘절대 걸작(chef-d’oeuvre absolu)’라는 꼬리표를 단 『섹스와 공포』는 필경 걸작 중의 걸작, 걸작의 지존이다. _조이스

『섹스와 공포』는 대합실에서 부담 없이 뒤적여보는 잡지처럼 단순하고 쉬운 책이 아니다. 참을성 있게 판독하면서 읽고 또 읽어야 할 어딘가 수수께끼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_레벤망 뒤 죄디

키냐르의 책은 어느 것이나 우리의 기대와 예측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에 출간될 때마다 하나의 사건이 된다. 키냐르는 고대의 미술사와 문학사와 신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우리에게 “청교도적인 것은 바로 쾌락”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보인다. _악시옹 프랑세즈 에브도

■ 본문 속 삽화 소개
1 스타비아이. 카르미아노 빌라의 벽화.

2 폼페이. 포도밭 빌라의 벽화.

3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폼페이에서 옮겨온 모자이크 벽화.
뾰족한 귀를 가진 사티로스의 발기한 음경(fascinus) 위로
몸을 굽히는 여제관.

4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폼페이의 에피그람관(maison des Epigrammes)에서 옮겨온 벽화.
베일을 움켜 쥔 여제관에게 달려드는 사티로스.

5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6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페디에오스의 화가가 아티카 컵에 그린 그림의 일부.

7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젖가슴을 동여 맨 여자의 성기를 가린 베일을 벗기는 남자.

8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폼페이의 백주년 기념관(maison du Centenaire)에서 옮겨온 벽화.

9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헤르쿨라네움의 바실리카 회당에서 옮겨온 벽화.
파르테니온 산에서 암사슴의 성기를 빨고 있는 텔레포스(헤라클레스의 아들).

10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암염소와 교미하는 목신.

11 폼페이 베티 가문 집의 벽화. 펜테우스 왕의 사지를 찢어 날고기를 뜯어 먹으려는, 여제관이 된 테베의 여자들.

12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
폼페이의 디오스쿠레스 가문 집에서 옮겨온 벽화.
자식들을 죽이기에 앞서, 가정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오슬레 놀이에 열중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메데이아.

■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내는 파스칼 키냐르 문학 세계

키냐르 문학의 봉인(封印)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동화와 에세이의 형식을 빌려 쓴 책. 도저한 사유를 타고
흐르는 소설가의 고독한 운명과 글쓰기에 내재된 에로틱한 욕망을 엿본다.
송의경 옮김 | 값 8,000원

삶의 비밀을 찾아 근원에 이르는 사랑과 고독의 신비로운 퍼즐
은밀한 생

스탕달 이후 사랑에 관한 가장 독창적인 담론이란 평가를 들으며,
출간 즉시 ‘키냐르 열풍’을 일으킨 작품.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철저하게 반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은밀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고백한다.
송의경 옮김 | 값 9,500원

육체에·새긴·첫사랑의·그림자
로마의 테라스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2000) 수상작.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배경으로 자신의 육체와 연인의 사랑을
동시에 잃은 어느 판화가의 떠도는 삶을 태피스트리로 장식한다.
송의경 옮김 | 값 8,000원

2002년 프랑스 공쿠르 상 수상작
떠도는 그림자들

시공간을 꿰뚫는 사유의 잔치이자 인간과 우주의 기원을 추적하는
백과사전식 소설로 『마지막 왕국』 시리즈의 제1권.
송의경 옮김 | 값 8,000원

■ 근간
마지막 왕국시리즈
제2권 옛날에 대하여 Sur le Jadis
제3권 심연 Abies

목차

일러두기
서문

제1장 파라시오스와 티베리우스
제2장 로마의 회화
제3장 파스키누스
제4장 페르세우스와 메두사
제5장 로마의 에로티시즘
제6장 패트로니우스와 아우소니우스
제7장 도무스와 빌라
제8장 메데이아
제9장 파시파에와 아풀레이우스
제10장 황소와 다이버
제11장 로마의 우수
제12장 리베르
제13장 나르키소스
제14장 술피키우스와 폼페이의 유적
제15장 신비의 빌라
제16장 권태에서 나태로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작품 목록

작가 소개

파스칼 키냐르 지음

1948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베르뇌유쉬르아브르(외르)에서 태어나 1969년에 첫 작품 『말 더듬는 존재』를 출간했다. 어린 시절 심하게 앓았던 두 차례의 자폐증과 68혁명의 열기, 실존주의 · 구조주의의 물결 속에서 에마뉘엘 레비나스 · 폴 리쾨르와 함께한 철학 공부, 뱅센 대학과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의 강의 활동, 그리고 20여 년 가까이 계속된 갈리마르 출판사와의 인연 등이 그의 작품 곳곳의 독특하고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귀환한 뒤 글쓰기 방식에 큰 변화를 겪고 쓴 첫 작품 『은밀한 생』으로 1998년 ‘문인 협회 춘계대상’을 받았으며, 『떠도는 그림자들』로 2002년 공쿠르 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표작으로 『로마의 테라스』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섹스와 공포』 『옛날에 대하여』 『심연들』 『빌라 아말리아』 『세상의 모든 아침』 『신비한 결속』 『뷔르템베르크의 살롱』 『음악 혐오』 『소론집』 등이 있다.

송의경 옮김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 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화여대와 덕성여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강의했다. 『은밀한 생』『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로마의 테라스』『혀끝에서 맴도는 이름』『떠도는 그림자들』『섹스와 공포』『사랑, 소설 같은 이야기』『달을 따는 이야기』『슬픈 아이의 딸』『당신도 나도 아닌』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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