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하고도 재치 넘치는 동화의 세계가 열리다!
『카알손은 반에서 최고!』는 2002년 출간된 『지붕 위의 카알손』, 2003년 출간된 『돌아온 카알손』의 연작 마지막 작품이다. 이 세 작품은 나이를 알 수 없는 특별한 존재 카알손과 집안의 막내둥이 릴레브로르의 첫 만남에서부터 시간이 흐르면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모험담, 그 안에 담긴 아이들과 어른들의 성숙을 재미있고도 가슴 뭉클하게 담고 있다.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 카알손!
릴레브로르가 심심할 때마다 창문으로 쌩 하고 날아 들어오는 카알손은 세상에서 무서운 게 하나도 없고 모든 일에 자신만만한 자칭 한창 나이의 남자다. 그런 카알손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신문 1면에 이런 기사가 난 것이다. “이 곳 스톡홀름 시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 물체는 참으로 기묘하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이다. 〔……〕 이것은 반드시 조사해야 할 일이고, 날아다니는 이 물체를 잡아야 한다. 바자 지역의 수수께끼를 누가 풀 것인가? 이 부릉거리는 물체를 잡는 사람에게는 만 크로네가 상금으로 주어진다. 신문사 편집부에 이 물체를 인계하기만 하면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기사를 둘러싸고 카알손과 릴레브로르 가족, 집안일을 도와 주는 염소 아줌마, 먼 친척인 율리우스 아저씨가 벌이는 갖가지 소동이 웃음을 자아낸다. 카알손을 언제까지나 지켜 주고 싶은 소심한 릴레브로르
는 행여나 카알손이 돈에 눈이 먼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신문사에 인계될까 봐 늘 마음을 졸인다. 카알손을 지키기 위해 엄마 아빠와 함께 떠나기로 했던 유람선 여행도 마다할 정도로 말이다.
엄마 아빠는 혼자 집에 남겠다고 한 릴레브로르를 위해 집염소 아줌마를 부르고, 때마침 무엇이든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 잔소리꾼 율리우스 아저씨까지 릴레브로르네 집을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온다. 릴레브로르네 집은 순식간에 위험천만한 인물들로 가득 차게 된 것이다. 결코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네 사람이 과연 한집에서 무사히 지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물론 천방지축 카알손이다. 틈만 나면 사고를 치고 잘난 척을 하느라 남 눈치 같은 건 절대 안 보는 카알손이니까! 카알손을 잡아 한 몫 챙기려는 도둑들과 이를 물리치기 위한 카알손과 릴레브로르의 기발한 작전들이 엎치락뒤치락 펼쳐지는데 배꼽을 쥐게도 하고 손에 땀을 쥐게도 한다.
아이들의 세계는 아이들의 눈으로!
재미있는 건 늘 말썽만 일으키는 카알손을 못마땅해하는 집염소 아줌마가 카알손이 날아다는 것을 단순히 아무도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의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까다로운 율리우스 아저씨는 카알손이 부리는 온갖 장난에 골탕을 먹으면서도 자신에게 동화의 세계가 열렸다며 매우 황홀해한다는 것이다. 릴레브로르는 그게 너무 감사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카알손의 존재를 가장 의심할 만한 사람들이 오히려 카알손을 그저 장난꾸러기로 생각하니 말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상금이 걸린 일은, 카알손이 자신에게 걸린 상금을 받고도 당당하게 신문사를 걸어 나올 정도로 너무도 멋지고 산뜻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그 일을 통해 릴레브로르는 더욱 깊어진 카알손과의 우정을 느끼게 된다.
카알손이 등장하는 책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속이 시원해지는 걸 느낀다. 카알손의 장난이 도가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건 순전히 우리 생각이다. 카알손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니까. 린드그렌은 그런 카알손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나 고정관념을 꼬집는다. 생각을 조금만 뒤집으면 세상에 이해 못할 일은 없는 것이다. 아이들의 세계를 아이들의 눈으로 그릴 줄 아는 린드그렌은 카알손 같은 엉뚱하고도 재미난 인물을 통해 아이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동화 속에 잘 녹여 놓는다. 린드그렌의 작품 속에는 모든 얽매이고 자유롭지 못한 것에서부터 아이들을 자유롭게 뛰어놀게 만들어 주는 힘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