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과학기술인력의 출현

김근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5년 5월 13일 | ISBN 9788932015996

사양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558쪽 | 가격 32,000원

책소개

일제강점기에도 멈출 수 없었던 조선 과학기술의 도도한 흐름

서른번째 ‘서남 동양학술총서’,
세계사적 모순의 가장 난해한 결절점(結節點)의 하나인 동아시아와 그 모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한반도에 대한 이해 및 학문적 축적을 위해 1995년부터 발간을 시작한 ‘서남 동양학술총서’가 10년 만에 서른번째 책을 발행하게 되었다. 『동아시아, 문제와 시각』『동아시아의 전통과 변용』 등의 책을 필두로 한국·중국·일본을 비롯해 동아시아 및 이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구미 열강에 대한 심층 연구 총서인 ‘서남 동양학술총서’는 동아시아 관련 학술서 중 가장 중요한 총서로 자리매김해왔다. 그 서른번째 책으로 김근배 교수의 『한국 근대 과학기술인력의 출현』을 발행하는 것은 여러 관점에서 뜻 깊다. 조선이 일제에 강점당한 것은 정치·외교사적 요인 이전에 부국강병의 근간을 이루는 실용학문이 일본에 비해 뒤떨어졌기 때문인 바, 그 혼란기에도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해 주권을 되찾고자 했던 조선 민중의 끊임없는 노력을 기록하는 것은 우리 근대사의 필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간 한반도의 근대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언급되었던 과학사를 오롯이 복원해낸 김근배 교수의 『한국 근대 과학기술인력의 출현』은 한국학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닐 터이다.

■ 책 소개

조선의 과학기술인력은 일제의 민족하층화정책에 기반한 각종 억압 및 차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갔다. 조선인의 광범위한 참여와 민족의식 속에 일어난 1919년의 3?운동과 1935년경의 민족운동을 기점으로 조선인은 민족 발전에 기여할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인 본위(本位)’의 활동들이 많은 사람의 참여 및 격려 속에 활발히 전개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일제 식민지 시기 ‘조선민족에 의해 육성된 조선인 과학기술자와 그들의 과학기술활동’에 대한 세밀한 기록과 분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 책 속으로

일제는 침탈과정에서 일찍이 조선과 조선인의 근대적 개화, 개명 등을 앞세웠다. 유력 인사 일본 시찰, 유학생 파견, 정부직제 개편은 물론 철도 부설, 전신사업, 토지조사사업 등을 권유, 조언하거나 나중에는 직접 개입하여 추진하였다. 이 같은 일은 열등민족을 일깨워주어야 할 시대적 사명을 지닌 아시아의 근대적 선각자 일본이 맡아야 할 중차대한 과업이라고 역설하였다.
[……]
이때 조선 문명화를 위한 주된 수단의 일부로 채택된 것이 기술적 개발과 과학기술교육이었다. 기술을 통한 산업개발은 일본의 정치경제적 이해와도 직결되어 있어 매우 중요한 관심거리였다. 특히 ‘한국 경영의 골자’로 불린 철도를 비롯한 통신, 항해, 측량, 농업, 광업 등은 항상 우선 대상으로 거론되었다. 예컨대, 철도는 일본과 조선, 그리고 조선 내 지역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가장 원활하게 연결할 수 있는 통로인 동시에 장치였고, 그 위를 힘차게 달리는 육중한 기차는 일제의 지배로 새롭게 달라진 조선의 변화상을 한눈에 잴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근대 교육은 미개하고 불량한 조선인을 개명, 교화시킬 수 있는 아주 유효한 방안이라 여기며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중에서도 과학과 기술을 포함한 전문교육은 교양 중심의 전근대적 전통교육과의 차별을 부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족을 초월한 부국강병의 원천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 이처럼 과학과 기술은 일제의 문화적 우월성을 뚜렷이 드러내주는 보편적 매개물로 여겨지며 그들이 조선으로 침투해 들어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다.
이 같은 근대사업은 사실 당시 조선에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추진하려 했던 것들이다. 한말 조선 정부는 근대적 교육기관을 세우는 일에 열의를 보였고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외유학을 추진하였다. 특히 관비유학을 통해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매년 여러 명씩 배출되었다. 철도, 농업, 광업, 공업, 측량 등도 진흥 방안을 모색하여 그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양성하면서 관련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였다. 철도원, 통신사, 농사시험장, 광무학교, 상공학교, 양지아문(量地衙門) 등의 설치 및 운영은 그 단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는 이것들을 근거로 하고 때로는 활용하면서 자신들이 내세운 문명화를 비교적 수월하게 추진해나갈 수 있었다.
이후 일제는 1910년 조선을 이내 식민지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아주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직접통치 방식을 취하였다. 국가 주권은 물론 심지어 회사 창업, 학교 설립, 해외유학, 개인의 사회 진출까지도 철저히 장악하였다. 예컨대, 일본 유학을 갈 경우 국내에서의 준비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그곳에 가서도 끊임없이 통제와 감시를 받았다. 결국 일제 지배로 말미암아 조선인들은 약간의 자율성도 허용되지 않을 만큼 자기 발전의 기회를 잃게 되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본문 중에서)

목차

서 론
제1부 대한제국 시기 과학기술 정착과 시련, 1897~1910
제1장 근대 기술학교와 관립공업전습소
제2장 관비유학 과학기술자의 등장
제3장 하급 측량기술인력의 양성
제4장 선교사들의 수공기술 교육

제2부 식민지화와 과학기술인력 양성체제의 변질, 1910~1919
제5장 일본인 위주의 공업전문학교
제6장 조선인 하급 수공인력의 양성
제7장 기술관리의 차별 선발
제8장 선교사들의 전문학교 설립

제3부 조선인의 과학기술계 진출과 일제의 억제, 1919~1935
제9장 사비유학 과학기술자의 확대
제10장 교육열과 사립 공업학교의 성장
제11장 조선인 광업가들의 기능인력 육성

제4부 조선인 과학기술인력의 증가와 전쟁동원, 1935~1945
제12장 공업학교의 확장과 학생 근로동원
제13장 조선인 공업전문학교의 출현
제14장 공장·광산 기능인력의 양성과 손실
제15장 대학 이공학부와 과학기술 연구

결 론
보 론: 식민지 조선의 과학과 기술─개발의 씨앗?

작가 소개

김근배 지음

김근배는 1960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현재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식민지시기 과학기술자의 성장과 제약―인도·중국·일본과 비교해서」 「우장춘의 한국 귀환과 과학연구」 「월북 과학기술자와 흥남공업대학의 설립」 「‘리승기의 과학’과 북한사회」 「과학과 이데올로기의 사이에서―북한 봉한학설의 부침」 「남북의 두 화학자 이태규와 리승기」 등이 있고, 저서로는 「근현대 한국사회의 과학」(편저)과 「과학학개론」(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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