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 바우덕이

김윤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4년 9월 17일 | ISBN 9788932015378

사양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198쪽 | 가격 9,000원

분야 장시집

책소개

탁월한 소리꾼 바우덕이의 일대기를 다룬 한 편의 장시
한 시인의 고된 노역을 통해 유랑 예인의 삶이 되살아나고
민중 연희의 현장이 재현된다.

이 시집은 조선 후기의 이름난 사당 바우덕이의 일생을 다룬 한 편의 장시이다. 「바우덕이」는 「국경의 밤」과 「금강」을 잇는 장형의 민중 서사시로서, 이 시들은 모두 민족의 수난기에 고난을 감내했던 민중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국경의 밤」은 국권 상실기에 연인과 남편을 잃고 떠돌던 유랑민의 비애를, 「금강」은 동학혁명과 관련된 민중의 활약상을,「바우덕이」는 동학혁명과 관련된 가족사와 구한말 유랑 광대의 생애를 다룸으로써 민족적 격변기를 헤쳐간 민중 연희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바우덕이」는 민중 서사시의 역사의식과 공동체적 정서를 충실히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다. 우선 이 시에서는 주인공의 입지가 상당히 독특하다. 주인공인 바우덕이는 전형적인 기층 민중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존 민중 서사시의 주인공들과 유사하지만 춤과 노래와 줄타기에 뛰어난 예인이었다는 사실이 두드러진다. 당연히 이 시에서는 평범한 민중의 삶을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예술적 성취의 과정을 드러내는 데 비중을 둔다. 따라서 기존의 민중 서사시에서 기층 민중의 보편적 삶의 양상과 전반적인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이 시에서는 주인공이 활약한 민중 연희의 세계를 매우 구체적으로 재현해낸다.

바우덕이는 또한 기존의 민중 서사시에서는 보기 힘든 여성 주인공이다. 「국경의 밤」의 순이도 여성 주인공이긴 하지만 비극적 운명과 수난을 강조하기 위한 소극적 인물인 것에 비하면, 바우덕이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인물이다. 바우덕이는 예인으로서도 일가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여자로서 사당패를 이끄는 꼭두쇠가 될 만큼 탁월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를 통해, 신분 질서뿐 아니라 남녀 차별로 인해 여성들이 이중의 질곡을 겪었던 시대에 남다르게 운명을 개척해갔던 선구적 여성상을 만날 수 있다.

이 시는 또한 서사 구조에 있어 기존의 민중 서사시와 변별된다. 기존의 시들이 서술의 일관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미흡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에 비해 개성적이고 일관성 있는 서사 구조를 도입하여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시는 전체 아홉째 마당으로 구성된 마당극 형식을 채용하였고, 각각의 마당은 세 개씩의 장으로 정연하게 짜여 있다. 독특한 마당극 구성은 유랑 예인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데 썩 잘 어울리는 방식이다.

시 전체가 리듬감이 강한 율문으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대개 서술적인 산문과 서정적인 운문이 교직되어 있는 다른 서사시들에 비해 이 시는 전체가 한 편의 노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리듬감이 강하다. 리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사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시킬 정도로 리듬에 대한 시인의 배려는 각별하다. 탁월한 소리꾼인 바우덕이의 일대기를 그리기 위해 한 편의 노래보다 더 좋은 형식은 없을 것이다. 노래를 위해 노래와 더불어 살다 간 예인의 삶은 한 편의 노래를 통해 부활한다.

시인은 쇄말성과 개인주의에 빠져들고 있는 요즘의 시적 경향에 역행하여 노래로서의 시의 본래적 기능과 공감의 정서를 회복하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백 년도 넘는 과거를 배경으로 이제는 사라져가는 민중적 연희의 양태와 그 정신을 되살리려 한다. 바우덕이라는 문제적 인물에 대한 열렬한 경도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한 시인의 고된 노역을 통해 한갓 유랑 예인의 삶이 되살아나고 민중 연희의 현장이 재현된다. 역사와 전통에 대한 경외심과 삶에 대한 열정이, 빈약하기 그지없는 우리 서사시의 전통에 이 힘차고 아름다운 긴 노래를 추가할 수 있었다.

서정시가 주류를 이뤄온 우리 현대시사에서 한 권 분량의 장시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시의 다양하고 발전적인 분화를 위해 이러한 시도들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목차

첫째 마당 돌무덤에 핀 이끼꽃

늦은 만가
피거품 물거품
꽃가슴 흙가슴

둘째 마당 하님 하님 족두리 하님

돌개바람
임술년 오월 열나흘
덩기덩기 바우덕이

셋째 마당 검은 땅 검은 돌

푸른 꿈 붉은 꿈
보아라 저 솟구치는 민심을
장대 끝 바람 소리

넷째 마당 하염없는 물길 몸길

저승패의 노래
살꽃 눈물꽃
피반령 뜬구름

다섯째 마당 엽전재 뜬구름아

춘삼원 먼 산 그리메
불당골 살 깊은 솔바람 소리
얼름사니 땅줄 핏줄

여섯째 마당 애사당 새파란 불꽃 가슴

바람 같은 꽃잎 같은 나비 같은
은전 한 닢
갈대 속울음

일곱째 마당 상쇠 가락 깊은 혼

저승 꽃길
사당 가슴 흐르는 유등
개다리패의 상공운님

여덟째 마당 뜬쇠 상쇠 불타는 쇳가락

꼭두쇠의 노래
가락이여! 민초여! 마음날이여!
가슴길 떠돌이 길

아홉째 마당 이 땅의 영원한 울림

서러운 메아리
비천한 재주놀음 넘어
은전 위에 부서지는 달빛

▧해설 노래의 꿈, 노래의 힘 ㅣ 이혜원

작가 소개

김윤배 지음

194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수학하고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세계의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겨울 숲에서』『강 깊은 당신 편지』『굴욕은 아름답다』『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슬프도록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부론에서 길을 잃다』『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 장시『사당 바우덕이』와 산문집『시인들의 풍경』『최울가는 울보가 아니다』『바람의 등을 보았다』, 평론집『온몸의 시학 김수영』, 동화집『비를 부르는 소년』『두노야, 힘내』를 상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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