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의학의 전통과 근대

이종찬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4년 4월 13일 | ISBN 9788932014890

사양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88쪽 | 가격 17,000원

책소개

서사시를 쓰고 싶다. 지난 4년간 내가 만났던 수많은 인물들이 만들어낸 삶을, 사백 면에 달하는 한 권의 책에 담아낼 수는 없을 게다. ‘역사’ 속에서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인물보다는 그렇지 않았던 인물들을 서사시에서는 주역으로 내세우고 싶다. 하지만, 언감생심 서사시를 꿈꿀 수 있겠는가? 전문적 학술서인 이 책을 읽기가 불편한 독자들에게 오래지 않아, 『동아시아에서 醫를 論한다』로 다가가게 될 것이다.

서양근대 의학사를 공부했던 나에게 이 연구는 처음부터 힘에 버거웠다. 중국과 일본의 사료들을 자유로이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제의 성격상, 한국에서만 연구를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방학을 이용하여, 일본의 사립 의과대학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順川堂 대학 醫史學교실과 중국의 과학문명사 연구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조셉 니덤을 기념하여 설립된 영국 캠브리지의 니덤 연구소Needham Research Center에서 보낸 기간은 연구의 자극제가 되었지만,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물론이거니와 영미권 학계에서도 이 주제에 대한 기존의 연구가 전무한 상황은 오히려 연구의 원동력이 되었다.

연구의 최종 마무리는 하버드대학 과학사학과에서 일년간 머물면서 이루어졌다. 나는 이 주제에 한없이 파고들 수 있는 5개의 도서관에서 모든 시간을 보냈다. ‘없는 책이 없는’ 와이드너Widner 도서관, 동아시아 분야의 옌칭燕京도서관, 카운트웨이Countway 의학도서관, 카보Cabot 과학도서관, 인문학 분야의 라몬트Lamont 도서관들에 소장된 사료와 참고문헌들은 연구 주제를 수행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제국의 도서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고민했던 두 가지 문제는 풀리기보다도 더 큰 과제로 남아 있다.
하나는, 한국사회에서 40년 이상 살아왔던 몸 속에 형성된, ‘민족주의’라는 면역체계이다. 자기와 비자기를 오로지 ‘민족’이라는 한 잣대에 의해서만 구분하여왔던 면역체계가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면역성multi-immunity이 요구되는 시간과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리가 없다. 자기 면역체계와의 고통스런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유럽 중심적 역사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다. 예를 들어, 유럽 중심적 역사를 통해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실체’라고 배워오다가, 어느 날 그것들은 ‘실체’가 아니라, ‘개념’이라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틀도 유럽 중심적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집단은 서구사회의 각종 ‘혁명’들을 서구학자들보다 더 열심히 ‘실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한국 지식-권력과의 치열한 논쟁도 남아 있다.

[……]

이 책은 그 자체로 유기적일 뿐만 아니라, 진화적임을 알아차린 독자들에게, 이 책이 다음 두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로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허심탄회한 비판을 부탁드린다. 하나는, 醫史學은 서구와의 만남을 통한 ‘동아시아의 세계화’를 이해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다른 하나는, 부분사로서의 醫史學은 동아시아의 전통과 근대를 이해하는 데 전체사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까? 독자들께서 두 질문과 관련하여 고견을 pubheal@ajou.ac.kr로 보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_[책머리에] 중에서

목차

서남 동양학술총서 간행사
책머리에

제1장 동아시아 의학사의 발생론과 인식론
1. 金斗鍾과 한국의학사
2. 발생론과 인식론
3. 동아시아 의학의 地政學: 이론과 방법

제2장 한의학의 사상적 원형
1. 鍼灸의 역사적 기원
2. 『黃帝內經』, 한의학의 이론적 탯줄
3. 한의학 이론의 구성
4. 『周易』과 현대적 해석

제3장 의학과 근대 민족국가
1. 의료 선교를 통한 서양의학의 확산
2. 록펠러 재단의 의료사업
3. 의학적 헤게모니
제4장 제국의 의학과 위생의 제국
1. 일본의 ‘유럽 발견’과 수용
2. 메이지 제국의 근대적 위생
3. 과학적 위생과 전쟁

제5장 의학의 地政學과 오리엔탈리즘
1. 中華的 세계 안의 조선
2. ‘문명개화’를 위한 共嗚
3. 제국에 봉사하는 ‘선교 오리엔탈리즘’
4. 조선인 서재필과 미국 시민 필립 제이손

제6장 전통의학의 ‘발명’과 生醫學의 제국
1. 전통과 근대
2. 생의학의 제국

사료 및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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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이종찬 지음

서울대학교에서 치의학을,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의사학 및 보건정책을 공부하였다. 현재 아주대학교 인문사회의학교실에 재직하고 있으며 2003년도와 2004년도에는 하버드대학교 과학사학과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 醫를 論한다』『의사대란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한국 의료대논쟁』『의료의 문화사회학』『분자생물학의 희망과 약속』『새로운 의학, 새로운 삶』『현대의학의 위기』『하버드대학 병원의 의사들』『미국의료의 사회사』『서양보건의학의 역사』『서양의학의 보건과 역사』 등의 출간 작업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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