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생각하다

정명환 비평집

정명환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3년 8월 22일 | ISBN 9788932014456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84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책머리에]

여기에 실린 글들은 지난 40년 동안 내가 발표해온 것들 중에서 고른 것이다. 다시 읽어보니 서투르고 심지어 비문법적인 표현이 많이 눈에 띄어 본래의 취지를 어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수정을 가했다.

이 책은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축을 이루는 제1부와 제2부는 문학에 관한 나의 생각을 담고 있다. 제1부에는 엄격한 의미는 아니지만 일반론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글들을 모았고, 제2부에는 개별적인 작품이나 주제에 관한 구체적인 견해들을 포함시켰다. 제3부는 내가 두고두고 살펴온 사르트르에 관한 세 편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들은 모두 그의 전체상을 파악하기에는 미흡한 것이며, 독자 여러분이 그에 관한 나의 다른 논문이나 해설을 함께 읽어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보유’의 형식으로 실은 두 편의 글은 일본에 관하여 깊이 알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 감히 첨가한 것이다.

이 책을 엮으면서 나는 근 반세기에 걸친 나의 문학적 궤적을 스스로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문학과 외국 문학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또 때로는 인접 분야를 기웃거리면서 걸어온 길이 겉으로는 여러 갈래로 보이지만, 기본적인 관심은 한 가지였고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구체적인 성찰의 대상이 무엇이었든 간에 나는 문학의 어떤 특정 분야가 아니라, 문학 그 자체를 관심의 초점으로 삼아왔다. 그리고 학문적 연구의 대상으로서의 문학이 아니라, 그것이 나 자신의 삶과 맺을 수 있는 실존적 관계를 한결같이 염두에 두었다. 프루스트를 본떠서 말하자면 문학은 내 속에서 그리고 내 주위에서 두껍게 쌓여가는 관습적인 것의 껍질을 뚫고 벗기려는 고투이며, 문학 비평이란 다름 아니라 작가와 함께 이 고투를 나누는 작업이라는 신념이 오늘날까지 나를 지탱해주었다. 그리고 이 고투의 과정에서, 다시 말해서 가상(假象)과 통념에 대한 이의 제기의 과정에서 얻게 된 새로운 인식과 괴로움과 놀람과 기쁨에 나는 큰 가치를 부여해왔다. 문학은 가장 깊은 의미의 ‘수신(修身)’의 길이었으며, 내가 어떤 작품이나 견해나 이론에 대해서 호불호(好不好)를 보였다면 그 기준은 바로 이 ‘실존적 수신’을 위한 공헌 여하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기야 이런 태도는 지난날의 편견이며 현대 사회에서는 이미 시효를 상실했다고 주장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 해도 내 글들에는 적어도 얼마만큼의 역사적 의미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신은 나의 태도가 문학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데 있어서, 따라서 그 이해와 가치 판단과 교육에 있어서 여전히 마땅하고 유효한 것이며,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도리어 문학과 실존의 관계를 단절시키려는 오늘날의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들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그런 믿음을 반영할 수 있는 책의 제목을 생각하려고 다소 고심했다. 깊은 뜻을 지닌 것 같은 철학적 어휘나 시적 이미지로 분식된 제목은 나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문학과 삶’ ‘문학과 실존’ 따위의 제목은 너무 흔해서 다른 사람들의 책과 혼동하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남들이 사용한 일이 없어 보이는 ‘문학을 생각한다’라는 제목을 달아, 이 책이 내 나름대로 문학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시도라는 것을 암시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그 제목은 너무나 매력이 없을 뿐 아니라 건방지게 들릴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문학이란 전체를 파악한 이 사람을 보라’고 말하려는 듯한 오만이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견해에 일리가 있다고 여겨 달리 궁리하다가 결국 ‘문학을 생각하다’를 제목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생각한다’라는 현재형을 쓰면 비록 주어가 생략되어 있을망정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은연중에 부각하는 반면에, ‘생각하다’라는 동사 기본형의 사용은 생각의 주체가 아니라 그 대상인 문학 자체를 강조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묵은 글들을 엮으면서 다만 나 자신의 과거를 한 덩어리로 돌아보고 반성하고 싶었던 것만이 아니다. 만일 그것만이 목적이었다면 구태여 책을 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 작업에서 겨냥한 것은 문학에 대한 나 개인의 입장의 천명이라기보다도, 그런 입장이 나타낼 문학 이해의 한 진정한 방향의 구체적 제시였다. 달리 말해서 내 읽기의 방법과 결과를 한 패러다임으로 객관화해서 독자에게 호소하고 그 동의와 동참을 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주어가 한정되어 있지 않은 『문학을 생각하다』라는 제목이 그런 소원을 보다 적절히 담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출간을 선뜻 맡아주신 문학과지성사의 채호기 사장에게, 그리고 책을 엮고 글을 다듬는 데 도움을 준 편집부의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03년 7월
정명환

목차

책머리에

제1부
평론가는 이방인인가
작가의 정치 참여
현대 문학과 휴머니즘의 위기
서구 작가와 사회 의식
비평의 저변
문체는 인간이다
구조주의와 문학
문학과 사회
외국시 번역의 한계와 요청
대학에서의 문학 교육을 위한 기본적 전제
한국 문학의 보편화를 위하여

제2부
예스와 노의 사이
허무와 미의 문학
괴물을 위하여
고독과 자연을 주제로 삼은 두 변주곡
동요 속의 문학
오늘날의 문학적 상황에 관하여
비행기와 문학
두 이방인

제3부
초기의 사르트르
사르트르의 사회관
오늘날 사르트르는 누구인가

보유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의 사상』
후쿠자와 유키치의 세 권의 책

작가 소개

정명환 지음

서울대학교 대학원(문학박사) 졸업. 저서 『한국 작가와 지성』 『졸라와 자연주의』 『문학을 찾아서』, 역서 알베레스 『20세기의 지적 모험』, 사르트르 『말』(공역), 사르트르 『문학이란 무엇인가?』 외. 한국외국어대학교·서울대학교·가톨릭대학교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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