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3

대산세계문학총서 023

오승은 지음 | 임홍빈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3년 4월 12일 | ISBN 9788932014067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44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풍자와 해학, 낭만과 재치로 가득 찬 동양 소설의 걸작!

『서유기』는 일반 독자들에게 잘못 알려졌듯 어린이용 이야기나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이 환상적인 이야기는 수많은 중국인들이 무려 1천 년에 가까운 세월에 걸쳐 갈고 닦고 집대성하여 이룩한 낭만주의 소설 문학의 결정체이다.

이 소설을 마지막으로 완성한 저자는 우선 범속을 초월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신비성과 기발함을 극대화시킨 과장법으로 신화적인 환경을 꾸며놓고, 그 속에 황당무계한 변형 기법으로 등장인물의 형상을 하나같이 두드러지게 변모시켜놓았다. 그 결과 주인공들은 물론, 신불(神佛)과 요괴 마귀들에게조차 모두 동물성과 인성(人性), 신성(神性)의 이미지를 동시에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소설의 주역을 맡은 손오공은 2,500여 년 전 고대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원숭이 임금 하누만의 혈통을 이어받고 여기에 중국 도교 고사 가운데 ‘도를 닦아 요정이 된 원숭이’를 접목시켜 빚어낸 돌 원숭이이다. 그리고 소설의 무대 배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고대 중국의 신화 전설을 바탕으로 신비스럽게 채색되어 있다. 이런 것들이 곧 낭만주의 기법의 하나라 하겠다.

그 특성을 꼽는다면, 시대정신과 사회 역사의 본질적인 진실감을 반영했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실생활의 본 면목을 직접 반영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가공(架空)의 인물, 허구적(虛構的) 환경, 가설적(假設的) 스토리의 전개를 통해, 저자가 생존하던 시절의 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풍자하고 고발하려 했던 것이다.

저자 오승은이 살던 시기는 명나라 말엽 가정(嘉靖) 연간의 암울한 시대였다. 당시 도교의 맹신자였던 세종은 불교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요망한 도사들에게 미혹 당한 채 정사를 돌보지 않고 밤낮으로 종교의식에만 몰두하여, 나라를 쇠망의 길로 끌어들인 황음무도한 폭군이었다. 그 밑에는 환관들과 간신이 들끓어 권력을 농단하고 매관매직을 일삼아, 조야(朝野)는 부정부패로 뒤죽박죽 난장판이 되는가 하면, 전국 지방에는 봉건 통치자들이 무거운 세금과 부역을 빈번하게 매겨 백성들을 수탈하고, 토호 악패들이 횡행하면서 농민들을 가혹하게 착취하는 세태였다. 게다가 환관이 거느린 ‘동 서창(東西廠)’ ‘금의위(錦衣衛)’와 같은 정보기관의 사찰요원과 친위부대가 역모를 색출하고 민간의 유언비어를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사면팔방에 깔려, 전국의 도로가 공황에 빠졌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곧 『서유기』의 모델이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소설 『서유기』라는 픽션을 통해 허구적 환경을 설정하고 가공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가설적 스토리를 엮어나가는 과정에서 은연중 그러한 실태를 우회적으로 풍자,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울분을 토로하고 후세에 고발하고자 했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소설『서유기』를 쓰게 된 의도요 목표였으며, 그 시대에 그가 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이기도 했다.

『서유기』는 저자의 절묘한 필치 속에 진위(眞僞)가 하나로 융화되어 거짓 중에 진실이 담겨 있으며, 상상 가운데 진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중견진(幻中見眞)’이야말로 곧 낭만주의 기본 예술의 특성을 적합하게 구현하는 요소로서, 현실주의 문학과 더불어 논할 수 없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소설『서유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희극적 풍격에 있다. 저자는 소설 전편에 걸쳐 세련되고도 과장된 필치로 당시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던 기존 종교, 특히 당시 현실적으로 증오의 표적으로 삼은 도교에 대하여 익살맞은 해학으로 조롱하고, 추악한 세태와 관부의 실태를 날카롭게 풍자 고발하고 있다. 그것들은 주로 손오공과 저팔계의 신변을 통해 구현된다.
다음으로는 유머이다. 강렬한 풍자 요소를 제외하고도『서유기』속에서 유머는 손오공의 낙천주의 낙관주의를 구현하는 정신적 기둥으로서, 대적투쟁에 있어 자신을 믿는 굳센 신념과 사악한 세력을 압도하는 우월성의 수단으로 승화시키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또 저팔계의 겉모습이나 약점을 통하여 ‘미(美)와 추(醜)’를 대비시키는 희극 형식으로 농도 짙게 표현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골계(滑稽)이다. 골계의 본질은 추(醜), 곧 익살맞고 못난 이미지이다. 그것도 결과적으로 항상 터무니없이 도리에 어긋나야 한다는 황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소설을 전반적으로 평가해볼 때, 저팔계는 중대한 결함과 약점을 숱하게 지닌 골계의 전형적 인물이다. 그 외형은 추레한 돼지 모습에 바보스러움과 아둔하고 굼뜬 동작이다. 게다가 습성은 여색과 식탐을 즐기고 잠꾸러기에 물욕 또한 대단하다. 이것이 골계의 대상이 되었지만, 저자는 그가 지닌 품격의 긍정적인 핵심으로 성실한 본색, 거의 미련하고 치졸하다 할 만큼 솔직하면서도 순박한 기질을 ‘어린애처럼 천진무구한’ 내면적 천성으로 인식했다.

『서유기』 1백 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 1회부터 7회까지는 손오공(孫悟空)의 탄생과 천궁(天宮)에서의 난동, 그리고 그가 마술적 힘을 얻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둘째 부분은 8회부터 12회까지로 삼장 법사(三藏法師)의 기구한 출신 내력과 불경을 얻으러 떠나게 된 연유를 썼으며, 셋째 부분인 13회부터 마지막 회까지는 서천으로 가서 불경을 얻어 오는 과정을 서술했는데, 여기에는 영취산에서 불경을 얻어 가지고 돌아오기까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스승을 보호하여 온갖 요괴들과 싸우며 40여 차례의 난관을 천신만고로 극복하면서 넘어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목차

제21회 호법 가람은 술법으로 집 지어 손대성을 묵게 하고, 수미산의 영길보살은 황풍괴를 제압하다
제22회 저팔계는 유사하에서 일대 격전을 벌이고, 목차 행자는 법지를 받들어 사오정을 거두어들이다
제23회 삼장은 부귀영화, 여색의 시련에 본분을 잊지 않고, 네 분의 성신은 일행의 선심을 시험해보다
제24회 만수산의 진원 대선은 옛 친구 삼장을 머물게 하고, 손행자는 오장관에서 인삼과를 훔쳐먹다
제25회 진원 대선은 경을 가지러 가는 스님을 뒤쫓아 잡고, 손행자는 오장관을 뒤엎어 난장판으로 만들다
제26회 손오공은 인삼과 처방을 구하러 삼도를 헤매고, 관세음보살은 감로의 샘물로 나무를 살려내다
제27회 시마는 당나라 삼장을 세 차례나 농락하고, 성승은 미후왕의 처사를 미워하여 쫓아내다
제28회 화과산의 요괴들이 다시 모여 세력을 규합하고, 삼장 일행은 흑송림에서 마귀와 부닥치다
제29회 강류승은 재난에서 벗어나 보상국으로 달아나고, 저팔계는 사오정을 희생시켜 숲속으로 뺑소니치다
제30회 사악한 마도는 정법을 침범하고, 심성을 지닌 백마는 원숭이 임금을 그리워하다

서유기-총 목차
기획의 말

작가 소개

오승은 지음

오승은(吳承恩)은, 문헌 기록에 따르면 자(字)는 여충(汝忠), 호(號)는 사양산인(射陽山人)이다. 지금의 장쑤성(江蘇省) 화이안(淮安) 지역에 해당하는 산양현(山陽縣) 출신으로 그의 증조부와 조부가 학관(學官)을 지낸 선비 가문이었으나, 부친 대에 와서는 그나마 몰락하여 소상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그는 어릴 적부터 총기가 뛰어나 학문을 두루 섭렵하고 젊은 시절에 청운의 뜻을 품어 여러 차례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번번이 낙방을 거듭한 끝에, 50세가 되어서야 성시(省試)에 급제하여 공생(貢生)이 되었다. 그리고 60여 세 나이로 겨우 동남부 지방의 일개 현승(縣丞)이라는 미관말직에 부임하였으나, 그것도 2년 만에 사직하고 물러나 불우한 만년을 보내다가 자손 없이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태어난 시기는 학자들의 견해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1500년 또는 1504년, 세상을 떠난 시기는 1582년으로 추정된다. 지난 1981년 중국정부 당국이 오승은의 무덤을 발굴 조사한 적이 있는데, 관 뚜껑에 ‘형왕부 기선(荊王府紀善)’이란 묘지명이 적힌 것으로 보아, 말년에 후베이성(湖北省) 일대의 영주였던 어느 왕실에서 예법을 가르치는 한직(閒職)에 종사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정부 당국은 그때 발견된 두개골을 감정 받아 그것을 바탕으로 오승은의 상반신 입체 조각상을 빚어 세워, 『서유기』의 진정한 ‘저자’로 공인하였다고 한다.

임홍빈 옮김

임홍빈(任弘彬)은 1940년 인천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구부 전문위원을 거쳐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 민족군사실 책임편찬위원과 국방 군사연구소 지역연구부 선임연구원을 역임한 뒤 1992년부터 현재까지 개인 연구실 ‘함영서재(含英書齋)’에서 중국 군사사 연구와 중국 고전 및 현대문학 번역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 관계 역서로 『중국역대명화가선』(Ⅰ,Ⅱ) 『수호별전』(전6권) 『백록원(白廘原)』(전5권, 공역) 등이 있으며 저서로 『현대중국어교본』(상, 하)을 냈다. 그리고 한국 군사 문헌인 『문종진법 병장설』 『무경칠서』 『역대병요』 『백전기법(百戰奇法)』 『조선시대군사관계법』(경국대전, 대명률직해) 등 10여 종을 국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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