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주의와 기호학

한국기호학회 엮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1년 6월 30일 | ISBN 2002194008785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56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인간의 적응력은 놀라운 것이어서 채 2년이 지나기도 전에 우리는 새 밀레니엄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느낌이다. 2천대로 시작되는 연대를 기록하는 일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 시대 가치관은 분야와 개인의 특성을 불문하고 잠시도 뒤돌아볼 틈을 주지 않은 채, 가능한 한 최상의 속도로 앞을 향해 치달으며 이왕이면 최고의 경제적 이윤까지 획득하길 강요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시적인 이윤의 결실에 대해 마음을 비운 채 의도적으로 느리고도 유유하게, 섬세하고도 치밀하게 대상을 향해 영혼을 들이밀 수도 있음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세상, 이것이 새로운 밀레니엄 초기에 우리가 적응해가고 있는 세상의 속성인 듯하다.이런 현실 속에서 기호학의 위상은 이중적인 성격을 더 강화해가는 느낌이다. 기호학은 그 어떤 방법론보다도 더욱 꼼꼼하게 인간 문화의 거의 모든 부문에 대한 분석을 가함으로써 그 자체의 학술성을 뽐내면서, 문화속에 무의식적으로 혹은 다소 불순한 동기로 내재된 선입견이나 이데올로기를 꿰뚫어볼 수 있는 장치가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때로는 문화 창출의 사전 단계에 실용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적인 계획의 일부로 그 방법론을 빌려줄 수도 있다. 이는 기호학뿐 아니라 학문 전체가 최근 현실과 맺고 있는 관계의 일반적인 예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호학이 그 태생에 있어 실용성과 응용성을 중심에 둔 학문이라기보다, 인문학적 정신의 토대 위에 서 있으면서 그 방법론의 추상성을 극복하고자 과학과 체계에의 지향을 보인 학문이란 점에서, 연구자의 균형 잡힌 자세를 항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호에는 기호학 관련 과목을 가상 강좌로 운영하는 실질적 사례 중심의 논고에서부터 기호학 이전의 인문학적 정신 기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논고에 이르기까지, 그 실용성과 철학성에 있어 폭넓고 다양한 글들이 실리게 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호학이 이 시대의 가속화된 실적·물량 중심주의에 편승하기보다 오히려 지속적인 제동 장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논의들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이미 적응하고 있다는 체감에는, 일정 부분 그렇게 느끼고 싶다는 우리들 자신의 성급한 소망이 최면 효과처럼 개입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더 이상 세기말적 상상력이나 종말론적 상상력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해버리는 것은 때 이른 판단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실제로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세기말을 운위할 때에는 정체 모를 조급증이나 두려움, 기대 등 격한 감정적 요소들이 호들갑스럽게 그 어조를 뒤흔들곤 했으나, 이제 새 세기 초에 차분히 다시 만나는 세기말적·종말론적 상상력은 사유의 깊이와 무게를 더해주는 개념의 하나가 되어주리라 기대된다.

인간의 가치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 성취의 한계에 대한 겸손한 인식을 놓치지 않는 생태학적 사유 방식은, 인간 문화와 자연 질서 사이의 갈등이 최소화되는 삶의 결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호학은 이 디지털 시대의 현재적이고도 인격적인 시간을 적극적으로 표현해내면서 생태학적 관점에 적절한 동적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학문적 방법으로 손색이 없다.

목차

기호학 연구 제9집을 내며

제I부 인문학과 생태주의

생태계 위기와 종말론적 상상력/ 김욱동

생태주의 인문학 서설/ 남경희

시간과 인문학/ 정대현

한국의 풍수지리 사상과 심층생태학/ 김희경

제II부 이론과 분석

다매체 시대의 문학과 예술/ 박인철 외

에코의 기호학적 주체 연구/김운찬

문화와 기호/박일우

필자 소개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5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