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악몽

알퐁스 도데 외 지음|고봉만 편역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2년 12월 2일 | ISBN 9788932013732

사양 양장 · · 252쪽 | 가격 8,500원

분야 외국소설

책소개

[역자 해설]

미래의 유령이시여! 나는 지금껏 만난 그 어느 유령보다도 당신이 무섭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제게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리고 이제 저는 새사람이 되기로 했으므로, 고마운 마음으로 당신과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저와 이야기 좀 하시겠습니까?
―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라는 이름 자체에 어떤 마력이 숨어 있다.
― 찰스 디킨스, 『보즈의 스케치』

크리스마스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12월 25일은 동짓날로부터 며칠 뒤입니다. 동지에 태양은 북반구에서 가장 멀어집니다. 동지가 지나면 태양은 북반구를 향해 다시 올라오면서 빛이 강해지고 낮이 길어집니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촛불이나 장작불을 지피며, 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태양신에게 원기를 불어넣고 겨울의 고통을 몰아내려 했습니다. 12월 중순에 열리는 로마의 농신제 사투르날리아Saturnalia가 그 좋은 예입니다. 라틴어로 사투르누스Saturnus는 ‘풍요’라는 뜻입니다. 이날 사람들은 축제와 도박과 춤과 노래를 농업의 신인 사투르누스에게 바쳤고, 선물도 주고받았습니다.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12월 25일을 ‘정복당하지 않는 태양의 탄생일natalis solis invicti’로 정했는데, 이날에는 전차 경주가 벌어졌고 나뭇가지나 작은 나무로 장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로마인들의 한겨울 이교(異敎) 축제는 예수 탄생 후 몇 세기에 걸쳐 계속되었고 초기의 기독교인들도 이 풍습을 버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교도의 풍습을 아무리 금지하려 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교회는 이들 풍습 중에서 이교적인 부분을 버린 후 기독교적으로 바꾸었습니다. 로마 역서(曆書)에 따르면 그리스도교의 크리스마스 축제는 336년경 로마에서 거행되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7세기 전반 30년전쟁 당시 스웨덴 사람들이 독일 땅에 전파했으나, 대중화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라고 합니다. 1756년 라이프치히의 어느 친구 집에 간 괴테는 그 집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하지만 1605년의 기록에 따르면, 집 안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는 것은 스트라스부르 시민들의 관습이었다고 합니다).
1840년, 이런 독일 관습이 프랑스와 영국에 동시에 전래되었습니다. 파리에 이를 도입한 것은 오를레앙 공작의 아내가 되는 메클렌부르크의 엘렌 왕녀 그리고 알자스와 독일의 개신교들이었습니다. 영국에는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에 의해 전파되었습니다. 1840년에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은 윈저 궁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습니다. 여왕은 독일 관습에 따라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는데, 그것을 보고 앨버트 공은 “크게 감동한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8년 후 『일러스트레이트 런던 뉴스』는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선 여왕 부부의 모습을 실었고, 그때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가 영국에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사전인 로베르 고유명사 사전에 의하면, 산타클로스는 19세기 후반 유럽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왔으며 상업적으로 창조된 인물이라고 합니다. 이 인물의 성공에 상업적 요소가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산타클로스가 완전한 상상의 인물은 아닙니다. 산타클로스는 오늘날의 터키에 있던 비잔틴 왕국의 지중해 해안에 있는 제밀러 섬의 성 니콜라스Saint Nicolas (산타 클로스Santa Claus)를 모델로 한 것입니다. 12월 6일의 성인인 성 니콜라스는 가난한 사람들, 특히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그와 함께 일하는 푸에타르 노인은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주고 갔다고 합니다. 이 인물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독일 출신의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으로 옮겨져 ‘상업화’되었던 것 같습니다.그렇기는 하지만, 비록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바의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했더라도 산타클로스는 이미 19세기 초 파리에 분명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나의 인생사』에서 프랑스의 소설가 조르주 상드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를 회상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1810년에 여섯 살이었습니다. “내가 그 시절 지니고 있던 확고한 믿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자정이 되면 흰 수염을 기른 노인네인 자그마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벽난로를 타고 내려와 내 조그만 구두에 내가 깨어나자마자 발견하게끔 선물을 놓고 간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었다. 자정이라! 이 얼마나 환상적인 시간인가! 아이들은 모르는 시간, 그때까지는 도저히 깨어 있을 수 없다는 시간! 자그마한 할아버지가 등장할 때까지 잠들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가! 그를 정말 보고 싶기도 했고 동시에 보게 될까 봐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난 결코 단 한 번도 그때까지 깨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내가 맨 처음 눈길을 던지는 곳은 난롯가에 있는 내 신발이었다. 하얀 종이에 싸여 있는 선물을 보고 얼마나 감동했던가! 왜냐하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정말 깔끔한 양반이라 선물을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맨발로 뛰어가 내 보물을 움켜쥐곤 했다. 우리는 부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근사한 선물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작은 과자, 오렌지 하나, 아니면 빨간 사과였다. 하지만 내게는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져 차마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크리스마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와 눈으로 덮인 세상, 호랑가시나무와 담쟁이로 덮인 집, 반짝이는 장식으로 뒤덮인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 예수의 탄생, 캐럴 혹은 오랜만의 가족 모임, 아이들, 그리고 선물…… 우리가 ‘전통적’이라고 믿는 크리스마스(축제)는 산업 혁명이 끝나갈 무렵인 1840년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생겨났습니다. 사실, 19세기 초만 해도 유럽과 북미 대륙에서 크리스마스의 전통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다양한 의식들이 있었을 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의 전통은 찰스 디킨스의 『피크위크 클럽의 기록』(1836)과 『크리스마스 캐럴』(1843), 워싱턴 어빙의 『스케치북』(1818), 니콜라이 고골리의 『지카니카 부근 농가에서의 밤』(1832)에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특히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빅토리아 시대의 크리스마스 모습뿐만 아니라 현대판 크리스마스의 탄생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불편한 시기라고만 생각하는 비정한 자본주의자 스크루지 영감이 신문팔이 소년에게 팁을 주고 가난한 집에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는 아저씨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은 이 이야기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영국과 북미 대륙, 아니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크리스마스 이야기입니다.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1843년 12월 19일 채프맨 앤드 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그해 크리스마스까지 모두 6천 권이 팔린 이 책은 그 즉시 가장 인기 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도 채 못 되어 이 책의 해적판 연극 대본이 여덟 가지나 나왔고, 그것들 모두가 상연되었습니다. 디킨스는 박애주의자인 애슐리 경과 서신 교환을 하다가 이 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기계의 시대가 사회에 끼친 끔찍한 해악, 특히 탄광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이들의 열악한 환경에 큰 충격을 받아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영국의 소설가 새터리는 이 책을 “영국이 받은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 일종의 ‘크리스마스적’ 전통을 부여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이 소개·번역되고 대중적 인기를 얻음으로써 이후 영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모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이래 발표된 크리스마스 이야기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원래 ‘예수의 미사’라는 뜻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교회 의식이었는데도 말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종교적 자취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크리스마스 노래 속에서뿐입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러한 노래들도 세속적인 실천, 즉 다음과 같은 통속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눈이 오는 추운 겨울, 축하 잔치, 장작, 선물의 교환,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신발 놓아두기, 그리고 나중에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덧붙여졌습니다.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을 통해서 크리스마스의 신성함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종교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계층 간의 차이를 소멸시키고 사회적 일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달리 말하면 이제는 잃어버린 동질성의 이미지 아래로 독자들을 모으고자 하는 의지에서입니다. 그는 베들레헴에서의 예수 탄생과는 분리되는 크리스마스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세속적인 삶의 한복판에 자리잡았습니다.『크리스마스 캐럴』의 작가는 자비, 공동체에 대한 생각, 친절함의 장기적인 이익 같은 가족적 가치 혹은 주제를 강조함으로써 크리스마스 축제에 하나의 도덕을 부여했습니다. 디킨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중세의 윤리가 남아 있는 옛 영국의 축제 장면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18세기 영국의 농촌에서 한 영주가 크리스마스에 마을 사람들에게 연회를 베풀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모습을 말입니다. 이러한 풍습은 영국의 작가 월터 스콧의 작품에 잘 묘사되어 있고, 많은 크리스마스 이야기 선집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풍습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디킨스가 그것을 믿었고, 그가 살았던 산업 혁명과 도시 혁명의 혼란스런 시대에 ‘옛 영국’의 사회적 공평성의 전통을 재현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디킨스는 성탄절의 가치에 사회적 진보에 대한 너그러운 생각을 결합하면서 성탄절의 가치를 현대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디킨스의 이러한 생각은 『크리스마스 캐럴』에 등장하는 스크루지 영감의 조카가 하는 다음과 같은 말에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도 그중의 하나지요. 그래서 저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크리스마스라는 신성한 이름이나 기원에서 생기는 존경심을 떠나서 생각해보더라도―만약 그런 마음을 떠나서 생각할 수 있다고 치면 말입니다―항상 즐거운 때라고 믿어왔습니다. 친절하고 너그럽고 인자하고 유쾌해지는 때란 말씀입니다. 1년 중 남녀노소가 모두 한마음이 되고, 굳게 닫혔던 마음을 모두들 활짝 열어놓으며, 자기들보다 못 한 사람들도 결국은 다 함께 같은 길을 가는 동무라고 생각하는 때가 제 생각에는 오직 이때뿐인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가 금화나 은화 한 닢 제게 준 것은 없지만 저를 즐겁게 해줬으며 앞으로도 즐겁게 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메리 크리스마스!”흔히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의 철학’이라고 부르는 디킨스의 이러한 철학은 빅토리아 시대 전체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적’ 전통에 대한 향수는 하나의 모델로 작용하면서 오늘날까지 씌어진 수많은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영감을 주게 됩니다.

크리스마스의 환상적 이야기
찰스 디킨스는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전통에 관한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크리스마스 이브는 사람들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시간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다룬 초기의 이야기들이 지니고 있는 환상적인 성격을 생각한다면 이 점은 그리 놀랄 만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 그런데 좀 창피하지만 고백해야겠다. 그 얘기들이 귀신 이야기였다는 것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장작을 태우며 벽난로 앞에 모여 유령의 출몰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안뜰 문 앞에서 환상적인 검은 사륜 마차가 항상 기다리고 있는 집”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크리스마스는 이처럼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나누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간입니다. 디킨스와 그의 친구들은 이러한 기회에 환상적 유희를 즐기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사실 1840년부터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반드시 크리스마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크리스마스 시기를 위해 씌어진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제목 아래 이 책에 모인 이야기들은 모두 크리스마스 시기에 신문에 발표된 이야기들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디킨스에 의해 대중화된 크리스마스의 전통을 참고하면서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사람을 죽이다」는 몇 가지 면에서 디킨스를 연상시키는 작품입니다. 골동품 상점 주인을 살해한 후 마크하임은 어떤 기묘한 인물의 방문을 받습니다. 그는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도록 마크하임을 부추기지만, 마크하임은 이러한 또 다른 자신의 말을 따르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죄를 자백함으로써 구원을 받습니다. 우화와 비슷한 이 소설은 유혹하는 악마의 형태로 자신의 분신을 등장시키면서, 선(善)과 마찬가지로 악(惡)도 인간의 영역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인간 의식의 어둠에 대한 것과 함께 19세기 초반에 앵글로색슨식 크리스마스의 중요한 소재가 된 선물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조지프 셰리던 르 파누의 「악마를 만나다」는 매혹적인 소도시 골든 프라이어스Golden Friars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악마도 받아내야 할 몫이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악마는 음울하고 유쾌하지 못한 존재입니다. 악마는 알퐁스 도데의 「음식을 탐하다」에서는 어린 성당지기의 통통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악마는 프로방스 지방에 있는 작은 성당의 신부를 유혹해 탐식의 죄를 범하도록 합니다. 도데는 크리스마스 날 밤중에 먹는 특별한 식사인 레베이용을 가톨릭의 세 번의 독송 미사와 대립시켜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베이용은 원래 기원은 가톨릭에 있었지만 19세기 후반에 점차 세속적인 축제로 일반화되었습니다. 신자들은 자정 미사가 끝난 후 레베이용을 하고, 세속적인 이들은 극장을 갔다 온 후에 레베이용을 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더 이상 종교적인 핑계를 찾을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카미유 르모니에의 동화 「그들만의 크리스마스」는 안데르센의 비극적인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모방한 작품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노래와 먹음직스런 음식, 선물 등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습니다. 그것들은 갖기 어려운 사치품일 뿐입니다. 르모니에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부르주아적 크리스마스의 실패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 드 모파상의 「악령에 들리다」는 하얗게 얼어붙은 벌판에 떨어진 달걀을 먹고 악령에 들린 여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신비주의적 경험과 정신의학적 분석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습니다.디킨스에 의해 대중화된 크리스마스의 환상적 이야기는 신성과 세속의 중간에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의 문제와 미래의 불안 사이에 있는 일종의 다리처럼 특권적이고 제식적인 공간입니다. 많은 작가들은 크리스마스가 오면 디킨스가 창조한 크리스마스의 ‘전통’과 쫓고 쫓기는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작가들은 그것을 현대화시켰고, 다른 작가들은 그것을 조롱하기 위해 그것으로부터 벗어났으며, 또 다른 작가들은 지역적 전통의 샘에서 소재를 얻으며 ‘옛 크리스마스’에 대한 향수 쪽으로 더욱 멀리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모든 작가들은 크리스마스의 환상적 마술, 그들의 크리스마스를 되찾거나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들은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폴 오스터)에 나오는 작가처럼 “위선적인 값싼 감상과 입에 발린 달콤한 말의 홍수를 떠올리지 않으려” 하면서 “디킨스, 오 헨리 그리고 다른 크리스마스의 유령들과 싸우며” 올해도 밤을 지새울 것입니다.

찰스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캐럴』의 서문에서 말했듯이 “어떤 생각의 혼령을 불러내고 싶어서” 이 이야기들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이 책이 “독자의 심기를 거스르거나, 반목하도록 만들지” 않기를, “생각의 혼령이 독자의 집에 즐겁게 깃들고, 아무도 이를 내치려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목차

음식을 탐하다 -알퐁스 도데

악마를 만나다 -조지프 셰리던 르 파누

악령에 들리다 -기 드 모파상

사람을 죽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성냥팔이 소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그들만의 크리스마스 -카미유 르모니에

크리스마스 트리 -찰스 디킨스

옮긴이 해설 -고봉만

작가 소개

알퐁스 도데

(1840. 5. 13. 프랑스 님~1897. 12. 16. 파리[?]: 프랑스의 작가)
「마지막 수업」 「별」의 작가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소설가로, 1860년 프레데리크 미스트랄을 만나, 프로방스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과 인간 정신의 숭고함을 배운다. 1869년에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인물과 생활을 익살스럽고 정감 있게 묘사한 첫 단편집 『풍차 방앗간 소식Lettres de Mon Moulin』으로 유명해졌고, 프랑스-프로이센 전쟁과 파리 코뮌을 소재로 한 『월요 이야기』란 작품집으로 명성을 굳혔다. 1874년에는 장편소설 『동생 프로몽과 형 리슬레』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상을 받았으며, 그후 몇 년 동안 파리의 문단과 음악계에서 부귀와 명성을 누렸다. 도데의 작품은 시적이고 환상적이며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하다. 또한 인간과 사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자연에 대한 외경심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접근 방식은 냉정한 객관성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줄곧 감상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조지프 셰리던 르 파누

(1814. 8. 28. 아일랜드 더블린~1873. 2. 7. 더블린: 아일랜드의 작가)
아일랜드의 민간 설화와 고딕 소설에서 출발하여 초자연적인 존재와 악몽 같은 현실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썼으며, 에드거 앨런 포와 함께 고딕 소설과 근대 심리 공포 소설을 연결해준 작가로 간주된다. 더블린의 오래된 위그노 교도 집안 출신으로 1839년 변호사가 되었으나 언론계로 가기 위해 변호사를 포기했다. 1845~1873년 사이에 14권의 소설을 출판했는데, 그 가운데 『사일러스 아저씨』(1864), 『교회 묘지 옆의 집』(1863)이 가장 유명하다. 저주받은 가문이나 젊은 여인을 소재로 한 환상적이고 신비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1861~1869년에 자신이 편집한 『더블린 유니버시티 매거진』에 많은 단편들을 실었는데, 역시 유령 이야기와 초자연적인 세계에 관한 내용이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유리잔 속에서 어둡게In a Glass Darkly』(1872)는 다섯 편의 긴 이야기들을 묶은 책이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카르밀라」는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마크 지방을 배경으로 아주 매혹적인 흡혈귀 여인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수많은 작가들에게, 특히 『드라큘라』의 작가(브램 스토커)에게 영감을 주었다. 훗날 프랑스 영화감독 로제 바딤은 이 작품을 원작으로 영화 「환희의 죽음」을 만들었다.

기 드 모파상

(1850. 8. 5. 프랑스 디에프 근처 미로메스닐 성[?]~1893. 7. 6. 파리: 프랑스의 작가)
모파상은 파리에서 법률을 공부하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 발발하자 자원 입대해 끔찍한 살육의 현장을 체험한다. 그뒤 심한 우울증에 사로잡힌 그는 문학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모파상은 교육부 공무원으로 생계를 꾸리며 귀스타브 플로베르에게서 문학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에밀 졸라가 주축이 돼 엮은 단편집 『메당 야화(夜話)』에 「비곗덩어리」(1880)를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등단한다. 이 작품을 통해 촉망받는 문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진 그는 이후 10년 동안 「목걸이」 「오를라」 『여자의 일생』(원제는 ‘어떤 삶’)을 비롯한 약 3백 편의 단편소설과 6편의 장편소설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면서 프랑스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20대부터 앓아온 신경 질환은 그의 생활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마약과 문란한 여자 관계 등으로 병세가 악화된 그는 1892년 1월 2일에 자신의 목을 베어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 파리 근교의 정신 병원에 수용되었다가 43번째 생일을 맞기 1개월 전에 그 병원에서 전신성 마비로 사망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1850. 11. 13. 스코틀랜드 에든버러~1894. 12. 3. 사모아 바일리마: 스코틀랜드의 수필가·시인·소설가·여행기 작가)
잦은 병치레로 자주 학업을 중단한 스티븐슨은 프랑스·벨기에·미국 등지를 떠돌며 휴양하는 동안, 작가로서의 재능을 자각한다. 1876년에 스티븐슨은 남편과 별거 중이던 미국 여자 패니 밴드그리프트 오즈번을 만나 1880년 초에 그녀와 결혼한다. 영국으로 돌아온 직후 아내와 의붓아들 로이드 오즈번을 데리고 결핵 치료차 스위스의 다보스에 간다. 점점 심해지는 결핵에도 불구하고 로이드를 위해 『보물섬』 집필에 몰두한다. 1888년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된 스티븐슨은 아내와 함께 남태평양으로 향했다가 사모아 섬에서 44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보물섬』이 누린 엄청난 대중적인 인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문학적으로 소홀히 취급되는 감이 있으나 짧은 생애에 비해 그의 문학적 성취는 눈부신 데가 있다. 특히 자기 분신과의 만남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새롭게 다룬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묘한 사례』(1886)는 인물들의 내적인 드라마를 보여줌으로써 환상 문학의 한 획을 그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1805. 4. 2. 덴마크 코펜하겐 근처 오덴세~1875. 8. 4. 코펜하겐: 덴마크의 동화 작가)
1818년에 코펜하겐 왕립 극단의 공연을 보고 배우가 될 꿈을 품은 그는 극단과 무용학교 등에서 절망과 좌절만을 경험하지만 왕립 극장의 이사 요나스 콜린을 만나 슬라겔세 문법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1829년에 쓴 첫번째 작품 『1828, 1829년 홀멘 운하에서 아마게르 섬 동쪽 끝까지의 도보 여행기』는 출간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후 시, 희곡, 기행문을 많이 썼지만 대부분 잠깐 인기를 누리다가 잊혀졌다. 그러다가 1833~1834년에 자전적 소설인 『즉흥 시인』을 발표하여 유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1835년 봄, 첫번째 동화집 『어린이들을 위한 옛날이야기』를 시작으로 꾸준히 동화집을 출간해서 모두 160편의 동화를 발표했다. 병마와 싸우던 그는 1875년 8월 4일, 친구의 집에서 사망했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구어체 관용어와 구문을 쓰면서도 시적인 품격을 잃지 않는 문체로 당시의 딱딱한 문어체 중심의 문학에 큰 충격을 주었다. 자신의 삶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은 문학 작품이나 민간 설화의 보편적 요소들과 결합해 수많은 문화권과도 결부되는 동화의 근간을 이룩했다.

카미유 르모니에

(1844. 3. 24. 벨기에 브뤼셀 근처 익셀~1913. 6. 13. 브뤼셀: 벨기에의 소설가)
에밀 베르하렌Emile Verhaeren, 조르주 로덴바흐Georges Rodenbach 등과 함께 19세기 말 벨기에 프랑스어권 지역의 문학 부흥을 주도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최초로 주목받은 소설인 『남자Un Male』(1881)는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 영향을 보여준 것으로, 법과 사회적 금기에 반항하는 밀렵꾼과 젊은 소작인의 사랑을 통해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서정적이면서도 격렬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말기의 작품에서는 자연과 문화의 대립을 분석하고, 인간 본능의 개화를 주장하며, 새로운 황금 시대의 건설을 노래했다. 과장되고 지루한 문체와 빈번한 방언 사용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다소 시대에 뒤처져 보이지만 심리적 통찰과 자연을 의인화하는 탁월한 능력, 플랑드르 지방에 관한 충실한 묘사 때문에 여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29권에 달하는 소설집 외에도 많은 양의 어린이 동화집을 출간했다.

찰스 디킨스

(1812. 2. 7. 잉글랜드 햄프셔 포츠머스~1870. 6. 9. 켄트 채텀 근처 개즈힐: 영국의 소설가)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로, 셰익스피어에 비유되곤 한다. 영국 해군 경리국 사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상당한 봉급을 받았으나 사치와 낭비가 심해 가족은 항상 궁핍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디킨스는 훗날 자신의 소설 『데이비드 커퍼필드』를 통해 회상했듯이, 불행한 성장기를 보낸다. 열두 살의 어린 나이로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는, 학업을 계속해 마침내 신문 기자가 된다. 그리고 『피크위크 클럽의 기록』을 통해 최고 인기 작가가 된다. 신문사 일을 그만둔 후에는 『올리버 트위스트』를 연재한다. 그는 연재물 형식의 글이 자신의 기호에도 맞고 재정적 보탬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후 그는 『니콜러스 니클비』 『위대한 유산』 등의 작품을 발표한다. 1843년에서 1847년까지 디킨스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교훈적인 글을 한 편씩 발표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맨 처음 발표된, 고리대금업자 스크루지 영감이 세 유령의 방문을 받고 난 후 선량한 인간으로 변한다는 『크리스마스 캐럴』(1843)이다.

고봉만

프랑스 마르크 블로크 대학(스트라스부르 2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충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루소와 레비스트로스 같은 프랑스 사상가들의 저서와 개성 있는 프랑스 소설을 번역·소개하는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아동문학의 고전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성찰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인간 불평등 기원론』 『덧없는 행복』 『크리스마스의 악몽』 『악마 같은 여인들』 등 다수가 있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5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