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가지씩

김우경 지음, 이원우 그림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2년 7월 10일 | ISBN 9788932013398

사양 양장 · · 208쪽 | 가격 8,500원

책소개

바람을 맞으며 저마다 자기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중견 동화 작가 김우경의 단편 모음집인 『하루에 한 가지씩』이 출간되었습니다. 김우경은 평소 깨끗한 우리말쓰기와 지나친 기교가 없는 순수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부담 없이 술술 읽히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습니다. 모두 13편의 동화가 들어 있는 이번 작품집에서도 김우경 특유의 깨끗하고 소박하고 간결한 글은 그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할 뿐만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느껴집니다. ‘조거미’라는 별명을 가진 도둑이 갑자기 하루에 한 가지씩 착한 일을 하게 된 사연이 따뜻하게 전해지는 표제작 『하루에 한 가지씩』 외에 바람을 맞으며 저마다 자기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여러 목숨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전해져 옵니다.

  

■ 줄거리

 

당신은 누구세요

한 아이가 역 앞마당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묻습니다. “내가 누구예요?” 아이는 이 말밖에 할 줄 모릅니다. 사람들은 당황해하며 화를 내기도 하고, 불쌍하다고 동전을 던져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눈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전 때문에 묻는 물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무도 그걸 알아보려고 하지 않지만…… 어느 새 아이의 물음이 바뀌었습니다. “너는 누구세요?” 아이는 역 앞마당을 떠돌며 눈빛으로 묻고 다닙니다. 당신은 정말 누구세요?

 

소루쟁이 풀  

소루쟁이 풀은 주홍부전나비가 맡겨 놓은 애벌레를 키워 줍니다. 자기 잎을 갉아먹는데도 싫은 내색은커녕 미안해하는 애벌레에게 용기를 줍니다. 유채꽃들은 그런 소루쟁이 풀이 바보 같다고 수군댑니다. 봄이 되자, 소루쟁이의 몸은 겨울 나무처럼 앙상해졌고 애벌레는 쑥쑥 자라 드디어 주홍부전나비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라고 부르는 주홍부전나비를 소루쟁이 풀은 얼른 날아가라고 뼈만 남은 앙상한 팔을 흔듭니다. 울음을 삼키면서.

 

지하도에서 만난 토째비  

환경 미화원이신 아버지의 생신 선물을 사려고 나간 순미는 지하도 층계에 엎드려 구걸하는 아이를 봅니다. 민달팽이처럼 엎드린 아이는 신기하게도 돈을 주는 사람들에게 품 안에서 파란 빛을 한 덩이씩 나누어 줍니다. 순미는 도깨비를 한사코 고향 사투리로 ‘토째비’라고 하시며 들려 주시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빛을 받고 싶은 마음에 천 원짜리를 내민 순미는 무안만 당합니다. 부끄러워 유리창에 자기 모습을 비춰 본 순미는 자기 등에 매달린 파란 빛덩이를 봅니다. 그리고 아버지 손수레 뒤에 달아 드리려고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하늘을 나는 새

바닷가 모래밭에 사는 새들은 어느 새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져 바다 위를 날며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더 이상 새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았습니다. 어른 새들은 참다못해 날갯짓을 하려고 하는 젊은 새들을 말리기만 했습니다. 파란 하늘이 있는 줄도 몰랐던 새들은 점점 쓰러져 갔습니다.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날아든 걸 보고서야 어른 새들은 어린 새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먼저 바람과 사귀어야 해.”

 

순교자 씀바귀  

노란 데이지와 빨간 샐비어는 자기들 사이에 돋아난 잡풀 씀바귀가 몹시 못마땅합니다. 씀바귀는 자기가 돋아난 것도 비가 오는 것도 하늘의 뜻이라고, 따져 보면 다 같은 목숨이라고 말해 줍니다. 데이지와 샐비어는 눈엣가시 같은 씀바귀를 뽑아 줄 사람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립니다. 씀바귀는 자기 목숨이 헛되지 않기를, 데이지와 샐비어의 닫힌 마음을 열어 주길 바라며 날카로운 호미 끝에 부러지고 맙니다.

 

까치와 총각  

까치 부부가 전봇대 위에 집을 지으면 부리나케 뜯으러 오는 총각이 있습니다. 그러면 남편 까치는 새로 지을 집 재료를 구하러 떠납니다. 이렇게 까치 부부와 총각은 날마다 신경전을 벌입니다. 총각은 죽은 뱀, 약물통, 거울 같은 것들로 까치 부부를 쫓아 보려 하지만 이젠 웬만한 것에 놀라지도 않습니다. 바람개비까지 동원해 온 날, 총각은 도시가 나무며 숲이며 산까지 먹어 버려 집 지을 곳이 없는 까치의 사정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전봇대 위에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주겠다며 바람개비를 거두어 돌아갑니다. 총각에게 내년 봄에 예쁜 색시 만나서 장가들겠다고 외치는 남편 까치를 벌써 말해 주면 어떡하냐고 아내 까치가 말립니다.

 

바람이 그랬어요  

심심한 돌개바람은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고는 마을 쪽으로 달려갑니다. 웅덩이에서 얼음을 지치며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기도 하고 등을 왈칵 떠밀어 넘어뜨리며 심술을 부립니다. 속옷도 안 입은 어떤 아이는 아무리 심술을 부려도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아이가 얼음 구멍에 발을 빠뜨리자 돌개바람은 저도 모르게 달려가 아이의 가슴을 떠받쳐 줍니다. 그리고 아까 부렸던 심술은 까마득히 잊고 재를 후후 불어서 불씨를 찾아 냅니다. 아이의 얼굴에서 웃음이 피어나자 신이 난 돌개바람은 불꽃을 피워 주겠다며 억새 덤불 여기저기에 불을 지릅니다. 그 속에서 한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내가 안 그랬어요, 엉엉…… 바람이 그랬어요, 엉엉……”

 

종씨 할머니  

시골에서 이사 온 선미와 엄마는 어느 날 시장에서 꽃게 파는 아주머니에게 봉변을 당합니다. 그저 가격만 물어 본 건데 꽃게를 잘라 놓고 사지 않는다고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입니다. 그 때 종씨 할머니가 나타나 엄마와 선미를 구해 줍니다. 종씨 할머니는 부추를 팔던 할머니인데 선미의 성이 ‘김’인 걸 알고는 종씨라며 예뻐해 주던 할머니입니다. 엄마가 짠 스웨터를 들고 종씨 할머니를 찾아간 선미는 할머니가 ‘박예나’라는 아이에게도 종씨라며 예뻐하는 것을 보자 그냥 집으로 돌아갑니다. 엄마는 아직도 엄마에겐 종씨 할머니라며 선미를 달랩니다. 선미는 다시 스웨터를 들고 오도카니 앉아서 졸고 있는 종씨 할머니를 찾아갑니다.

 

황금 잉어  

성복이 아부지는 물에 빠진 재필이를 구해 주고 물에서 영영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후 성복이는 강둑에 나와 앉아 있길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햇살에 금빛으로 물든 잉어 한 마리가 뛰어오르는 걸 보고 ‘황금 잉어’라고 부르며 아부지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황금 잉어를 재필이 아부지가 잡고 말았습니다. 재필이는 자기 아부지에게 놓아 달라고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재필이네 담 너머로 잡은 고기를 놓아 준 놈이 어디 있냐며 성을 내는 재필이 아부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 소리를 듣자 갑자기 성복이의 눈자위가 확 더워집니다.

 

파리 이야기  

어미파리, 아비파리, 아기파리는 자기 집에 사는 사람들을 종이라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엄마 아빠는 아기 파리의 소원은 뭐든지 들어 주었지만 거울 앞에는 절대 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몰래 거울을 들여다본 아기파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자기를 흉내내는 아기파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아기파리는 흉내쟁이 파리를 혼내 주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그리고 자주 만나다 보니까 그리 나쁜 파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사이좋게 지내기로 했습니다. 이제 아기파리네 집에는 파리가 모두 여섯 마리입니다. 어미파리, 아비파리, 아기파리, 어미파리 흉내쟁이 파리, 아비파리 흉내쟁이 파리, 아기파리 흉내쟁이 파리.

 

달아, 어쩌면 좋으니  

지구는 자꾸자꾸 몸이 안 좋아집니다. 달님도 해님도 건강을 걱정해 줄 정도로. 큰맘먹고 병원에 가서 사진도 찍고 피 검사를 해 보니 도시라는 것에서부터 병이 퍼졌다고 알려 줍니다. 사람들 때문에 강이 더렵혀져 피가 맑지도 않고, 쓰레기 때문에 몸이 가렵고 두드러기가 난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람들을 원망하는 지구에게 의사는 사람이 처음부터 그렇게 나쁜 동물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지구를 다독거려 줍니다.

 

땅콩은 왜 땅 속에서 열릴까  

죽어 가는 아버지의 약을 짓기 위해 돈을 빌리러 온 청년을 모진 말로 돌려 보낼 정도로 구두쇠에 욕심쟁이 억만 씨는 저승 사자의 손에 이끌려 염라대왕 앞에 섰습니다. 죄를 묻는 염라대왕 앞에서도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숨겨 놓은 금덩이 걱정만 합니다. 염라대왕은 그런 억만 씨를 다시 세상에 내보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금덩이를 그토록 좋아했으니 황금 빛깔의 꽃을 피우는 것으로. 바닥에 누워 울부짖는 억만 씨의 소리도 염라대왕의 맘을 돌려 놓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해 새봄, 억만 씨는 어느 강가 모래밭에서 한 포기 땅콩으로 돋아났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

‘조재희’라는 이름보다 ‘조거미’라는 별명이 더 잘 알려진 도둑은 감방에서 나온 후 또 아파트 벽을 타고 내리다가 떨어져 의식을 잃고 병원 신세를 집니다. 깨어날 것 같지 않던 조거미는 기적같이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가지씩 착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이 자기가 번 돈을 몽땅 착한 일에 썼습니다. 죽었다 깨어난 조거미는 염라대왕을 만나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지은 죄를 씻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

 

■ 지은이의 말

안녕하세요? 우리 아파트 남쪽으로는 넓은 공장 지역이에요. ‘안동 공단’이라고 하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으로 바라보면 공장 굴뚝마다 하얀 연기가 솟아올라요. 그 연기를 한참 동안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연기가 막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바람이 없는 날에는 연기가 그냥 흰 막대기처럼 하늘로 고이 솟아올라 사라지지요. 바람이 좀 세게 불면 연기는 굴뚝 끝에서 바로 흩어져 버려요. 하지만 바람이 알맞게 불면 연기는 갖가지 모양으로 살아 움직여요.연기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바람이에요. 바람을 맞아서 연기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되살아나지요. 커다란 향나무가 되어 잎을 뭉텅뭉텅 피우기도 해요. 하얀 새가 되어서 날기도 해요. 탈춤을 추는 할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요술 램프 속에 사는 거인이 되기도 해요. 바람을 맞으며 연기는 저마다 아름답게 살아나지요.굴뚝을 보고 생각한 건데, 우리가 사는 모습도 연기랑 닮은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바람을 알맞게 맞아야 삶이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바람 한 점 없이 너무 고이 지내거나 바람이 너무 세차서 몸을 못 가누고 사는 것은 그다지 아름다운 삶이 못 되지 싶어요.이 책에는, 바람을 맞으며 저마다 자기 모습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여러 목숨들의 이야기를 골라 담았습니다.살아가면서 혹시 좀 고된 일을 만나더라도 너무 싫은 얼굴 짓지 마세요. 바람이 연기를 살아 움직이게 하듯이, 이 일을 겪고 나면 내 삶은 더 아름다운 모습이 될 거야,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이따금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서.

목차

지은이의 말

당신은 누구세요

소루쟁이 풀

지하도에서 만난 토째비

하늘을 나는 새

순교자 씀바귀

까치와 총각

바람이 그랬어요

종씨 할머니

황금 잉어

파리 이야기

달아, 어쩌면 좋으니

땅콩은 왜 땅 속에서 열릴까

하루에 한 가지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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