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디-또디 동네 사람들

정연식 글|그림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2년 4월 22일 | ISBN 9788932013268

사양 · 264쪽 | 가격 9,800원

분야 만화

책소개

[작가의 말]

모든 일일 연재 작가들이 그렇듯 저 역시 아침부터 늦은밤까지 고작 한 바닥의 만화를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잠시 차를 마시거나 재롱이 녀석의 똥을 치우거나 인간 관계에 좀더 초연해지라는 아내의 꾸중을 들으며 머리를 긁적이거나, 하는 시간이 있긴 하지요. 만화라는 작업이 이토록 힘든 일인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만화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그 한 바닥을 만들어갈 때마다 스스로에게는 이렇게 다짐하곤 합니다. 그래도 이 한 바닥으로 인해 누군가는 행복을 느낄 것이고, 누군가는 위안을 얻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미소는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다분히 이기적인 자기 합리화. 그렇게 새벽녘에야 꼴난 그 한 바닥을 완성하곤 배시시 웃으며 침대에 드는 날들…그런 천국의 날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 책을 사주신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_2002년 초여름 정연식

코밑과 턱밑에 기른 검은 수염, 약간 모자란 듯한 머리숱, 한번 보면 전혀 잊혀질 수 없는 만화 같은 생김새. 그런 그가 80년대 『둘리』 이후로 사라진 사막 같은 명랑 만화의 터전에 이슬 맺는 싹을 돋아나게 하고 있다. 그렇게 대단하지도 우월하지도 않은 아주 평범한 소시민적인 캐릭터들의 일상을 개그적으로 풀어내는 솜씨는 매일매일 그의 만화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마술이다. 그리고 그 개그적 유머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슬픔들과 공감들. 나는 설령 이팔육이 유명 작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세유와 진표가 결혼을 못 하더라도, 그리고 막나가파 일당들이 일급 조직이 못 되더라도 좋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로 사는 그들의 모습을 웃음으로 볼 수만 있다면 말이다.
―홍승우(만화가)

[발문]
결국은 일상의 자질구레함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_박인하(만화 비평가)

일간스포츠에서 연재를 마쳤지만, 「또디」가 처음에 연재되던 매체는 스포츠투데이였다. 755회로 길다면 긴 장정을 마치던 날, 정연식은 인상적인 만화를 하나 그렸다. “영화를 보면 흔히 나오는 그 장면, 빨간 선을 자를 것인가, 파란 선을 자를 것인가. 살다 보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흐른 뒤, 정연식의 분신인 이팔육은 땀을 흘리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빨간 선을 자른다. 두 갈래 갈림길, 하기 싫은 선택, 이쪽도 저쪽도 답이 보이지 않는 삶, 내 의지로 하나의 선을 잘라야 될 상황이지만 도망가고만 싶은 순간. 바로 그것이 우리의 삶일 것이다. 비록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내 삶도 이팔육처럼 늘 두 가지 선택을 강요당해 왔었다. 그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나를 구원하는 것은 “어차피 네가 살아가는 삶은 자질구레함투성이”라는 일상의 메시지다. 내 일상의 자질구레함들은 삶의 고비마다 나를 웃기고, 울리며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또디」에서 만난 많은 캐릭터들과 많은 사건들은 바로 일상의 자질구레함에서 출발한다. 정연식의 만화에는 ‘작가 정연식’이 아닌 나처럼 자질구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 정연식’의 삶이 있다. 정연식은 순진하게도 자신의 삶을 남의 것으로 포장하거나 아닌 척하는 데 미숙하기 때문에 거울의 방처럼 투명하게 자신의 삶을 내비친다. 무명만화가 이팔육은 가감할 것도 없이 그대로 정연식이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페르소나가 아니라 일상의 투사다. 때문에 이팔육이 만화에서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그대로 일상의 자질구레함이다. 남이 버린 것을 주워 모아 고쳐보려다 실패하고 온통 집을 폐품 창고로 만들어버리거나, 부부싸움을 하다 화가 나 TV를 던지려다가 참고, 라디오를 던지려다가 참고, 결국 양말이나 원고지를 던진다. 일상의 자질구레함은 때론 밉지 않은 ‘뻥’을 만들기도 한다.「또디」는 연재의 회수가 거듭되면서 초기의 주인공이던 강아지 또디와 천진한, 영희 커플대신 정연식의 분신인 이팔육의 등장 회수가 많아진다. 만화가 진행될수록 자신을 감추지 않고 자신을 드러낸 것이다. 게다가 정연식은 자신이 경험한 삶의 순간들, 그 일상의 자질구레함을 다양한 주인공들에게 투사한다. 처음 연인을 만나 가슴 떨리는 경험과 긴 기다림과 상대방을 위한 고민과 내 겉모습을 감추어보려는 순진함이 함께하는 천진표와 세유의 모습 역시 아마 그가 경험했던 언젠가의 모습일 것이다. 자신을 감추는 일에 미숙한 점은 솔직하며 가식 없고 진정성이 넘치는 일상만화가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덕목이다. 비슷한 의미에서 홍승우가 보여주는 육아만화 「비빔툰」 역시 그대로 홍승우와 그 가족의 일상이 투사된다. 직장인 만화 「천하무적 홍대리」에서도 작가 홍윤표가 경험했음직한 직장인의 일상을 발견할 수 있다. 만화의 제목이 강아지 이름을 빌린 또디가 되었지만 사실 「또디」의 주인공은 친구 사이인 평범한 회사원 천진한과 무명만화가(때로 정연식이 경험한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하는) 이팔육, 그들의 아내 영희와 백숙, 천진한의 동생인 천진표와 그의 내숭덩어리 여자 친구 세유, 밀린 월세를 걱정하는 정육점과 막나가파, 100명의 여자들과 연애를 즐기지만 마음은 순진한 플레이보이 Y, 얼큰이와 대머리 선생님 구석진씨 그리고 이름 없는 수많은 조연(주로 대머리들)들이다. 이들은 신문의 손바닥만한 페이지에 등장해 자신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들의 에피소드는 명쾌한 웃음으로 나의 오르가슴을 자극하지만, 그 웃음은 과장된 개그나 말장난의 애드리브가 아니라 일상, 지독히도 자질구레하며, 자질구레함에 얽매인 나의 일상이다. 이팔육이 정연식의 투사라면, 천진한은 평범한 30대들의 자화상이다. 가을 끝 무렵 아내와 함께 동화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바닷가를 찾은 천진한. 아내 영희를 업는 순간 다리가 휘청한다. 한바탕 파도가 불고, 천진한은 예의 천진한 눈빛으로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냥… 걸으면 안 될까?”라고 의뭉하게 자신의 심정을 고백한다. 울면서 뛰어가는 아내의 뒤에 애절하게 외치는 천진한, “돌아와 영희! 무거워서 그런 게 아니라니깐!” 아니 사실 무거워서 그랬지. 잔머리를 굴려 아내에게 이야기해봤자 언제나 들키고 말지. 다시 수습하기 곤란해지는 실수들. 「또디」는 90년대 중반 이후 새롭게 시작된 컬러판 신문 연재 만화의 연장선에 서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아니면 디자이너, 만화가가 아닌)인 박광수에게서 시작된 컬러판 신문 연재 만화는 단색 위주의 신문 만화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색상과 친숙하면서도 개성 있는 캐릭터로 차별화된 시각 이미지에 ‘정치 및 시사 풍자’의 무게에서 벗어난 사소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광수생각」의 성공은 다른 일간신문 등에서 탈정치화한 한 바닥 만화를 선보였다. 우리에게 경우의 수가 확대된 것이다. 결과 여러 신문에 많은 일상만화들이 연재될 수 있었는데, 여러 일상만화의 스펙트럼에서 정연식의 「또디」는 박광수의 「광수생각」보다 더 일상적이며 정치적으로도 올바르고, 이우일의 「도달드닭」보다 편안하고 부드러우며, 홍승우의 「비빔툰」보다 발랄하다. 「또디」의 위치는 한마디로 무난함이다. 만화적 코드와 파격에 낯설어 이우일의 만화를 독해해내지 못하는 독자도, 박광수 만화의 강요된 감동에 닭살스러움을 느끼는 독자도, 아직 육아의 경험이 전무해 홍승우 만화에서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독자도 무난하게 볼 수 있는 만화가 「또디」다. 「또디」를 이루고 있는 것의 7할에서 8할은 작가 정연식이 살아온 인생의 경험이지만, 그 인생의 경험에 기초한 작가의 발랄함과 유머는 곧잘 만화 속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그것이 나머지 2할에서 3할이다. 2000년 이후에 등장한 정육점과 막나가파는 조폭 유행을 비틀어낸 정연식의 발랄한 유머들이다. 여기까지. 꽤나 의례적으로 들렸을지 몰라도 내가 좋아하는 정연식 만화의 매력을 이야기해보려고 했다. 이런 글에서는 작품만이 아니라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접근도 필요한데, 이미 만화를 통해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된 정연식에게는 그런 요식행위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만화의 매력은 바로 작가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만화에서는 판타지와 백일몽이 넘쳐난다. 그것이 만화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격투와 열혈의 뒤끝에서 뭔가 부족한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만화를 보는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디」 때문에 스포츠신문을 사고, 인터넷에 접속하다 보면, 아주 오래전 기억처럼 만화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 다세대 주택에 사는 백숙이 긴 머리를 감는다. 그리고 7일 동안 머리를 안 감는데, 속으로 ‘이런 건 만화로 안 그려야 할 텐데’ 하고 고민한다. 이발소와 미장원이 각각 머리 감는 방식이 정반대라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위장약을 정확하게 식후 30분에 먹기 위해 스트레스성 위경련이 겹치는 사람도 있다. 부인의 생리대를 사야 되는 남자가 있고, 그 생리대를 한밤중에 어떻게 살 수 있으며, 어떤 것을 사야 하는가를 일러주는 남자가 있다. 가끔 하얀 강아지 또디가 말을 하기도 한다. 일상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우리가 살아가며 딱 2% 부족한 공상을 채워주는 「또디」. 그것은 온전한 「또디」의 것이라기보다는 일상의 자질구레함이 주는 사소한 행복이다. 일상의 자질구레함은 사소한 행복으로 이끌며 우리를 구원했다. 이건 멋진 생활의 발견이다. 이 생활의 발견이 겹겹이 쌓여진 멋진 단행본이 오랜 시간 동안 서점에서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려는 사람들과 만나기를 기원한다. 결코 첫번째 책처럼 불운에 쌓이는 일이 없기를. 소박한 마음으로 기원하며. 이만 총총.

작가 소개

정연식

1967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났다. 대학 시절에 여러 디자인 공모전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에서 크고 작은 상을 받았다. 졸업 후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광고 일을 배우기 위해 상경하여 CF 감독이 되었다. 1999년 국민일보 만화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만화를 시작했고, 그해 스포츠투데이에 「또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일간스포츠로 옮겨 「또디」를 연재하고 있다. 데뷔작 「또디」로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과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가족으로는 종교처럼 믿는 아내와 또디의 주인공 재롱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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