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연구

이상섭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2년 2월 28일 | ISBN 9788932013169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78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내용 소개]

시인들과는 달리, 그리고 근대 이후의 이론가들과는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합리성을 최고의 덕으로 믿는 철학자였다. 그를 통해 우리는 헬라 비극, 나아가서는 문학에 대하여 견고하게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의 가치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문학에 대한 종교적,신비적,파토스적 감상이 우리의 인지적 노력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그 공과가 무엇인지 더 확실하게 짚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연구가 오늘날까지 문학 연구의 원천이 되는 이유이다.

이 책은 한국의 영미 비평사학자가 시학에 대한 인연으로 비롯된 오랜 시간의 연구 결과를 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연구서이다. 영국의 비평사를 전공한 저자는, 『시학』에 나타나는 여러 개념들이 그 이후의 서양 비평사에 반영되는 동안 획득한 일정한 의미들을 검토하며, 시학의 주요 개념들에 접근해간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과거 수십 년 간 문학론에서 써오는 용어들과의 관련성도 세심히 짚어보고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제1부 「『시학』: 본문 및 주석」에서 시학의 내용을 충실하고 쉽게 번역하였으며, 제2부 「『시학』: 핵심 개념들에 대한 고찰」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부터, 『시학』의 서지학적 역사, 플라톤과의 쟁점 등을 다루고 있으며, 아울러 미메시스,카타르시스,하마르티아 등의 개념어를 통해 시학의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 제3부 「고전 비평선」에서는 플라톤의 『이온』 『국가론』의 일부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의 기술』을 싣고 있다.

책머리에: 나와 『시학』의 인연
1958년 가을 학기에 대학 3학년생이던 나는 미국에서 방금 부임한 철학과 김하태 박사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수강했다. 수강생 중 나만이 영문과 학생이었는데 나중에 연세대 총장이 된 2년 선배 박영식 씨와도 그 반에서 같이 배웠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철학자 리처드 매키언Richard McKeon이 편집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입문Introduction to Aristotle』을 교재로 하여 『정신론』 『형이상학』 『윤리학』 등을 부분적으로 읽었다. 학기말에 각자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 중에서 마음대로 선택하여 이른바 리포트를 써내는 것이 숙제였는데, 나는 『시학』을 선택하여 위의 책에 포함되어 있는 바이워터Bywater의 영역본을 읽었다. 그것이 내 생애 내내 지속된 『시학』과의 관계의 시작이었다. 어떻게 썼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김 교수님은 내게 썩 좋은 점수를 주셨다. 그후 영국 문학 비평사를 전공 영역으로 정한 나에게 『시학』은 내가 결코 떠날 수 없는 ‘말뚝’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1964년에 미국 에모리Emory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과정의 필수 과목인 비평사를 수강하면서 새무엘 부처Samuel Butcher의 이름난 번역판으로 『시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헬라의 비극과 연결시켜 『시학』을 논하는 숙제를 써갔던 기억이 있다. 3년 뒤, 1967년에 미국의 한 대학에서 새내기 교수 노릇을 하면서 첫머리를 『시학』으로 시작하는 비평사 강의를 했다. 그것이 내가 지금껏 해오고 있는 비평사 강의의 출발이었다. 비평사 강의는 『시학』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으므로 거의 매년 적어도 한 번씩은 대강으로라도 그 책을 거듭 읽곤 했다. 그러니까 줄잡아 한 30번은 만지작거린 셈이다. 1967년에 제출한 내 박사학위 논문 「엘리자베스 시대의 문학 사상의 여러 양상 연구Studies in the Varieties of Elizabethan Literary Opinion」에서 당연히 『시학』은 문학적 논의의 중심축 구실을 했다. 1975년에 『문학 이론의 역사적 전개』라는 이름으로 영국 비평사를 짧게 정리하면서도 『시학』을 아주 자주 언급했다. 훨씬 뒤인 1985년에 『영미 비평사 1: 르네상스와 신고전주의 비평』에서도 나는 『시학』을 언급하고 또 언급했다. 그만큼 그 책은 영국 비평사의 시초가 될 뿐만 아니라 기본적 전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비평사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1996년에 『영미 비평사』 전 3권을 완간하였을 때 나는 미흡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물론 나는 20세기 비평의 가장 중요한 면의 하나인 뉴크리티시즘만을 다루고 그만두었으므로 그 점이 미흡한 것도 사실이지만, 내게 그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나의 미흡감은 영미 비평사의 시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어쩔 수 없이 제외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영미 비평사』 1,2,3권에 앞서 『영미 비평사』 0권에 해당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연구』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비평사를 공부한다는 내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1999년 9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모처럼 얻은 연구 학기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보내면서 최근의 『시학』 관계 문헌을 뒤적였고 중요한 책도 구했다. 천만 뜻밖에 1999년 11월 그곳의 한 결혼식 피로연에서 나는 41년 전에 내게 아리스토텔레스를 가르쳐주신 김하태 박사님을 만났다. 90에 가까운 나이에도 정정하셨다. 머리가 허연 60객의 내가 누구인지를 소개하고 41년 전에 그분에게서 배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대한 연구로 나의 문학 비평사 연구의 마지막 책을 마무리하려 한다고 말씀드렸다. 놀라시는 모양이었다. 그분은 나의 비평사 공부의 알파였고 40여 년 후 내가 그 오메가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내가 『시학』을 한국에서는 아마도 가장 오래, 또 자주 다루어온 사람이면서도 정작 그 연구의 정리를 꺼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헬라어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에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헬라어 원어로 『시학』을 읽지 않고서는 『시학』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면 세상에 우수한 번역 및 해설이 왜 그리도 많이 나와 있는지 모를 일이다. 모두 학술적 연구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 아닌가. 『시학』은 번역할 수 없다는 서정시도 아니며, 번역하면 적잖은 손실이 생긴다는 소설이나 희곡도 아니고,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진실 또는 사실을 다루는 과학적 논의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아인슈타인이 독일어로 쓴 『상대성 원리』를 독일어를 모르는 미국 물리학자가 영역판으로 읽어도 그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헬라어를 모르고서는 『일리아스』의 시적 향기나 음악성을 전문적으로 논의할 수는 없지만 『시학』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수많은 우수한 번역판과 해설들에 전적으로 힘입을 수 있다. 다만 『시학』의 자구 해석에 관련된 문제에는 고전어 학자들만이 참여할 수 있고 나 같은 영문학자는 분명히 문외한이다. 그리고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내가 한국 문학에 대하여 조금은 아는 사람이므로 『시학』의 해석,해설에 서양 학자들의 견해만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은 특히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일관된 동서양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시학』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한국의 영미 비평사학자가 보는 대로의 『시학』이다. 나는 『영미 비평사』를 쓰면서도 한국의 영문학자가 가질 수 있는 특수한 관점이 있음을 보이려고 했다. 따라서 서양의 많은 비평사와는 상당히 다른 형상을 그렸다고 자부한다. 『시학』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평생 손에서 놓아본 일이 없다고 자부하는 『시학』을 총정리하는 마음으로 다시 꼼꼼히 읽어보니 내가 아는 것으로 치부하고 지나치곤 하던 부분, 놀랍게도 내가 처음 보는 듯한 새삼스런 부분이 적지 않다. 또한 이름난 학자들의 저작들을 통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더욱이 『시학』의 내용과 견주어보면서 오래 전에 읽었던 헬라의 위대한 비극 작품들을 다시 읽고 지금껏 말만 듣고 읽지 않았던 작품들도 처음 읽는 과정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배움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언제까지나 배우고만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지금까지 알게 된 만큼만 여기 정리해놓는다. 물론 국내에 『시학』의 번역이 이미 여러 편 나와 있다. 모두 무척 큰 수고를 한 보람의 결과들이다. 내가 여기에 다시 새로운 번역을 내놓는 것은 내가 서양, 특히 영국의 비평사를 전공했다는 사실이 내 번역과 해석에 의미 있는 차이를 부여할 것이라는 믿음에서이다. 『시학』에 나타나는 여러 개념들은 그 이후의 서양 비평사에 반영되는 동안 일정한 의미들을 획득하였는데, 이들을 무시하고는 그 개념들에 직접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과거 수십 년 간 문학론에서 써오는 용어들과의 관련성도 세심히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시학』의 번역과 해석은 단지 헬라어문 학자의 소관 사항도, 문학 이론가, 영문학자의 소관 사항도 아니다. 아마도 헬라어문 학자로서 서양 비평사와 현대 문학 이론과 한국의 문학론을 아는 사람이 할 만한 일일 것이다. 나는 이 조건들 중에서 헬라어문 학자가 못 되므로 이 책은 그만큼 결함이 있다고 하겠으나 그 조건들을 다 충족하는 학자가 나오기까지는 나 같은 사람도 필요할 것이라 믿는다. 모든 『영미 비평사』는 앞서 말했듯이 『시학』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을 그의 스승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능숙하게 개진한 시인 해악론에 대한 대답으로 썼으므로 『시학』의 논의는 반드시 플라톤의 주장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게 되며, 르네상스 시대에 『시학』이 재발견되어 해석될 때 결정적 영향을 끼친 로마의 호라티우스 Horatius의『시의 기술』 역시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을 수 없다. 플라톤과 호라티우스도 물론 내 비평사에서 거듭 언급된다. 나는 헬라어뿐 아니라 라틴어도 알지 못하지만 이왕 나선 김에 플라톤의 『이온』 및 『국가론』의 해당 부분과 호라티우스의 『시의 기술』을 역시 영역본에서 번역하여 권말에 함께 싣는다. 이들에 대한 주석은 본문 속에 극히 제한적으로 제공한다. 나는 여러 영역본과 주석을 사용하여 나 나름으로는 『시학』의 내용을 충실히 옮길 뿐 아니라 오늘의 한국인이 읽을 만하게 만드느라고 꽤 고심했다. 내가 주로 의존한 영역본은 엘지Else, 허버드Hubbard, 핼리웰Halliwell의 것이며 과거에 명성을 날렸던 부처와 바이워터도 가끔 참조했다. 한국의 유일한 서양 고전 학자 천병희(千丙熙) 교수의 국역본은 나의 문학관과는 너무나도 어긋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플라톤과 호라티우스는 각각 라우스Rouse와 러설Russel의 것을 대본으로 삼았다. 또 자구 주석은 류커스Lucas, 해석과 비평은 엘지, 하디슨Hardison, 핼리웰, 그리고 로티Rorty(편)에 주로 힘입었다. 그러나 나 자신의 서양 비평사 연구에서 오랜 세월 동안에 형성된 일정한 관점에 비추어 언제나 취사,선택,재해석했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나는 이 『시학』 번역 및 주석의 초고를 2000년 2학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연구’라는 대학원 강의에서 기본 교재로 사용했다. 국문학,영문학,노문학 학도들이 다수 수강,청강했다. 강의를 해나가면서 실로 많은 점들을 새로 깨달았고 강의 참여자들의 리포트들을 통해 배운 것도 허다하다. 강의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끝으로 학술 연구비를 주어 캘리포니아 대학 체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연구 활동을 가능케 한 연세대학교 연구처에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02년 2월 이상섭

목차

책머리에: 나와 『시학』의 인연

제 I 부 『시학』: 본문 및 주석

제 II 부 『시학』: 핵심 개념들에 대한 고찰
 1. 아리스토텔레스와 『시학』
 2.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쟁점
 3. ‘테크네’와 미메시스
 4. 행동과 미메시스
 5. 연민,두려움,카타르시스
 6. 하마르티아,뒤바뀜,깨달음
 7. 맺음

제 III 부 고전 비평선
1. 플라톤: 『이온』
2. 플라톤: 『국가론』
3. 호라티우스: 『시의 기술

참고 문헌

작가 소개

이상섭 지음

1937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에모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머레이 주립대학교 영문학과 조교수,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장,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 아시아사전학회 회장, 한국사전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문학의 이해』, 『문학 연구의 방법』, 『말의 질서』, 『문학이론의 역사적 전개』, 『문학비평용어사전』, 『시학』, 『역사에 대한 불만과 문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연구』, 『영미 비평사』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셰익스피어 로맨스 희곡 전집』, 『예술 창조의 과정』,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테니슨 시선집』, 『시월의 시: 딜런 토머스 시선집』, 『오웬 시전집』 등이 있다. 이밖에 편저서로 『연세한국어사전』, 『연세초등국어사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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