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개의 미로 카드

김운하 장편소설

김운하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1년 10월 31일 | ISBN 9788932012896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32쪽 | 가격 8,000원

분야 장편소설

책소개

[작품 소개]

생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작품화해온 작가 김운하의 세번째 장편소설.

자신의 정신적 충일에 대한 한없는 욕망을 견디지 못한, 한 작가의 실종, 그가 남긴 137개 퍼즐 카드와 미발표 원고들을 둘러싸고 의문은 증폭된다.
일상적 삶의 빈곤이 주는 압박감, 그 궁핍 속에서도 현대적 삶의 조건에 대한 근원적인 근심의 사유를 형상화한 미로 같은 소설.

[편집자의 말]

우리는 지난 1년 반 동안 아주 기묘한 미로 게임에 빠져들어 있었다. 이 책은 우리가 몰두하고 있었던 그 미로 게임을 둘러싼 여러 가지 복잡하면서도 흥미롭기도 했던 과정들에 관해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결과들만을 요약한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아마 자기도 모르게 게임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미로 게임이란, 1년 반 전쯤에 갑자기 우리 곁에서 사라져버린 한 뛰어난 작가의 실종 혹은 죽음과 그가 남긴 유서이자 최후의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을 ‘수수께끼 퍼즐 상자’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들에 관한 것이다. 보통의 경우에, 한 시대의 저명한 작가가 죽고 난 후에 그의 유족들이나 가까운 친구 혹은 그가 몸담았던 예술계가 나서서 그가 생전에 발표하지 않았던 작품들을 묶어 유고집 형태로 발간하는 경우가 많다. 프란츠 카프카의 경우에도 그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그에 대한 연구자인 막스 브로트가 아니었다면, 자신의 작품들을 없애버리길 원했던 카프카의 바람대로 그의 모든 작품들이 사라져버려, 우리는 그의 빛나는 작품들을 읽을 기회를 영원히 갖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막스 브로트의 현명한 판단 덕분에 오늘날에도 우리는 그의 작품들을 읽을 수 있고, 그런 경우에 우리는 한 작가의 드러나지 않았던 진면목을 새롭게 발견할 기회를 얻게 되고, 또 그런 과정을 통해서 그 작가의 정신 세계가 한층 더 분명하게 알려질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정신적 자산 또한 보다 풍요로워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다루는 작가는 매우 특이한 경우다. 왜냐하면 그의 부재의 진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기엔 그가 ‘의도적으로’ 복잡한 수수께끼를 남겨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부재 뒤에 남은 것은 그의 서재 책상 위에 단정하게 놓여 있던 137개의 퍼즐 카드가 든 황금색 ‘수수께끼 상자’ 하나와 다행스럽게도 그의 컴퓨터에 삭제되지 않은 채 남겨져 있던 20여 편의 미발표 원고들뿐이다. 그는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정말 죽은 것일까? 그렇다면 그는 무엇 때문에 죽음을 결심했으며 또 그는 무엇 때문에 ‘수수께끼 상자’를 남겨놓은 것일까?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는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잠시 모습을 감추었을 뿐이라고 믿고 싶어했고, 언젠가는 그가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 그 수수께끼의 해답을 내려줄 것으로 믿었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가 남긴 수수께끼 속에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암시가 들어 있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그가 남긴 유일한 흔적인 ‘수수께끼 퍼즐 상자’의 의문을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의문을 풀기 위해선 우리가 그 게임의 승자가 되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이 기묘한 게임의 승자는 아직 누구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와의 게임에서 영원한 패자일 수밖에 없을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게임의 전말에 관한 책이자, 또 우리가 아끼고 사랑했던 작가인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최소한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독자들도 그가 제안한 게임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뜻에서 이 책을 출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가 갑자기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서는 결정적인 답을 말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차라리 그 편을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은 한 사람에 의해 씌어진 것이 아니다. 그의 실종이 알려지고 그가 남긴 ‘수수께끼 상자’가 문학계로 전해지면서 그것의 의문을 풀기 위한 노력이 조심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런 와중에 그와 친분을 갖고 있던 몇몇 작가들과 비평가들이 모여 일종의 연구 모임을 만들었고, 이 모임의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하거나 각자의 입장에서 글을 쓴 것을 한데 묶은 것이 바로 이 한 권의 책이다. 그리고 그의 컴퓨터 파일에서 뒤늦게 발견된 20여 편의 글들도 이 책에 포함시켰다. 이 자료들은 137개의 언어 퍼즐 조각 못지않게 흥미로운 텍스트들인데, 여기에는 그의 내면적인 사색뿐만 아니라 논쟁적인 문제들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그의 문학관을 연구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자료들에 대한 면밀한 독해는 작가가 우리에게 제출한 그 수수께끼 게임을 푸는 데도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어나갈 때 굳이 책의 앞부분부터 순서대로 읽어나갈 필요는 전혀 없다. 독자들은 각자의 필요와 관심에 따라 작가의 전기부터 읽고 다음에는 그가 남긴 미발표 작품들을 읽은 후에―우리는 독자들에게 이런 순서로 읽기를 권유하고 싶다―그의 실종 사건과 언어 퍼즐을 다룬 장으로 되돌아와도 될 것이며, 혹은 실종 사건을 다룬 장부터 읽은 후에 그의 언어 퍼즐 게임에 바로 도전해도 될 것이다. 어느 부분부터 읽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독자의 선택의 몫이다. 이 책의 구성과 순서를 정한 것이 우리들의 취향과 선택이 반영된 것처럼. 이 책은 완성된 책이 아니라 생성되어가는 중인 책이다. 왜냐하면 그가 남긴 퍼즐 게임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우리가 보기엔, 이 책 자체만으로는 결코 완결될 수 없는 성격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그의 부재를 최초로 발견했고 그가 만든 미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데 많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으며, 이 책이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인 그의 연인, J에게 감사드린다. 이 책에 실린 그녀와의 인터뷰는 그녀의 용기가 없었으면 결코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우리는 그에 관한 중요한 많은 것을 놓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목차

<편집자의 말>

제1부
제1장 한 작가의 실종 혹은 죽음
제2장 미로의 수수께끼
제3장 137개 퍼즐 카드의 가능한 미학적 구성의 예
제4장 그에 관한 예비적 전기
제5장 J와의 인터뷰

제2부
제1장 논쟁과 주석들
제2장 무한한 여백의 장

제3부
작가의 미발표 원고들

<에필로그>

<다시 덧붙이는 글-김운하>

작가 소개

김운하 지음

작가 김운하는 1964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죽은 자의 회상」으로 『문학사상』 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다. 장편소설 『사랑과 존재의 피타고라스』(1996), 『언더그라운더』(1998), 소설집 『그녀는 문밖에 서 있었다』(1999)를 출간하였다. 2000년 『자살 금지법』으로 제1회 동아 인산재단 문학창작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독자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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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9 =

  1. kristeva
    2001.11.17 오전 12:00

    얼마 전에 우연하게 읽게 된 책인데 너무 흥미로왔다.
    이것이 소설인가 라는 의문 탓이었는지
    헌정서 혹은 유고집 등등으로 혼자서 깜빡 속아서
    대체 이 작가는 어디로 사라진 건가라는 생각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유례 없었던 독창적인 소설 형식을 볼 수 있어서
    뇌주름이 흐물흐물 웃었고,
    문학과 철학 전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문제 제기 때문에는 밑줄을 죽죽 그어가며
    점점 엄숙해지는 미간 주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역시 문지다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식의 새로움과 진지함은
    고마울 수 밖에 없다. 허리춤에 낭창낭창한
    소설이나 끼고 다니는 친구들에게 이런 것 좀 한 번…
    이라면서 은근히 강력하게 권하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