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밤

원제 Les nuits où personne ne dort

크리스토프 오노레 지음|그웬 르 각 그림|김예령 옮김

출판사 문지아이들 | 발행일 2001년 9월 24일 | ISBN 9788932012810

사양 양장 · 국판 148x210mm · 80쪽 | 가격 6,000원

수상/추천: 어린이신문 굴렁쇠 추천 도서

책소개

짧은 여름밤에 일어난 특별한 여행……

두 소년의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

 

아빠와 단 둘이만 사는 앙통은 막스를 아홉 번째 정도로 좋은 친구로 생각한다. 앙통은 그런 막스의 엄마 아빠의 이혼 여행에 초대받아 낯설고 불편한 여행을 시작한다. 이 여행을 통해 부모의 이혼을 앞둔 막스의 불안한 심리를 이해하고 그 친구를 예전보다 조금 더 좋아하게 된다. 즉 자기와 다른 것,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 간다.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밤』은 어린이 문학에서 가장 즐겨 다루는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가족과 우정, 성장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새삼스러울 것 없는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극적인 결말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새로운 각도에서 그 주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

■ 줄거리

 

앙통은 막스의 부모로부터 희한한 여행에 초대받는다. 자기들의 이혼을 바로 앞둔 이혼 여행에 앙통을 초대한 것이다. 자신을 초대한다며 ‘멋지지 않니?’라고 묻는 막스를 앙통은 이해할 수가 없다. 도대체 무엇이 멋지다는 건지……

 

앙통은 이 여행이 별로 즐거울 거 같지가 않다. 막스는 앙통을 가장 좋은 친구로 여기지만 앙통은 막스를 아홉 번째 정도로 좋은 친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여행을 간다면 막스보다는 다른 몇몇 아이들이 더 좋다. 그런 막스 가족과 떠나는 이 여행이 앙통에게는 낯설고 두렵기까지하다.

 

프랑스 국경을 넘어 스페인으로 달리는 자동차 안에는 거대한 침묵만이 흐른다. 이 침묵 속에서 앙통은 ‘이혼’이라는 말이 주는 공포가 더욱 의미심장한 공포로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낀다. 일이 잘 안 풀리면 막스의 엄마 아빠가 자기를 길가에 내버릴지도 모른다고 앙통의 공포심은 계속 앙통에게 속삭인다. 더군다나 너무 낯선 스페인으로의 여행은 앙통을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계속 밀어넣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앙통은 막스를 관찰한다. 어두운 밤이라 막스의 얼굴이 잘 보이진 않지만 자동차 불빛에 비춰지는 막스를 보며 자기와 닮은 막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막스는 ‘엄마는 좌익이고 아빠는 우익이기 때문에’ 이혼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막스는 엄마 아빠를 향해 나중에 어른이 되면 우익에 투표할 거라고 한 마디 던진다. 그러자 이내 부모님의 말다툼이 시작됐다. 막스 엄마 아빠의 말타툼을 보며 앙통은 이 여행이 대단할 거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밤 열두 시가 다 되어서야 막스의 엄마 아빠는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호텔을 잡았다. 낯선 방에는 막스와 앙통만이 남아 있다. 둘은 침실의 발코니로 나와 철책 사이로 다리를 밀어넣고 앉아 별을 쳐다본다. 앙통은 별을 보며 아빠를 생각한다. ‘나는 여기 스페인에서, 아빠는 파리에서 똑같은 별을 보고 있겠지. 수많은 별들 중에 아빠와 나는 똑같은 별을 고른 거지.’

 

하늘을 보며 막스는 앙통을 가장 좋은 친구로 여긴다고 말한다. 앙통은 그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죄어오면서 부끄러워진다. 자기는 막스를 아홉 번째 정도로밖에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막스는 아빠는 이혼을 원하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한다. 셋이 계속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막스가 슬퍼 보인다. 그런데 한밤의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린다. 아래쪽에서 호텔 여주인이 알 수 없는 스페인 어로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그 여자는 방으로 올라와 늦은 밤에 잠 못 이루는 두 아이를 데리고 호텔 앞 거리로 나간다. 스페인 사람들은 밤에 잠도 안 자나 보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 카페 테라스에 잔뜩 모여 앉은 어른들……

 

그런 모든 것이 앙통에겐 낯설기만 하다. 호텔 여주인은 앙통의 손에 동전을 쥐어 주며 어느 곳을 가리킨다. 그 길을 따라가니 범퍼 카 시합장이 나온다. 범퍼 카를 타는 막스와 앙통은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다. 운전대를 잡은 막스는 엄마 아빠 생각에 제대로 운전을 할 수가 없다. 급기야는 시합장 한복판에서 일어나 나가 버린다. 둘은 다시 호텔로 돌아온다.

 

아침이 되자 막스의 아빠가 잠을 깨운다. 막스의 엄마는 아빠와 다투고는 혼자 돌아가 버렸다. 이 여행은 이렇게 짧게 끝나 버리고 만다. 막스의 아빠는 앙통을 집에 데려다 준다. 앙통은 아빠를 만난다는 기대에 들떠 있다. 하지만 아빠는 전화를 하느라고 앙통을 제대로 맞아 주지도 않는다. 앙통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쳐다보며 슬퍼하고 있을 막스를 떠올리며 마음으로 얘기한다. 여행 이후로 막스가 가장 좋아하는 다섯 명 안에 든다고…… 갑자기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만약 우리 집에 와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살게 되면 넌 싫으니?” 앙통이 묻는다. “그게 누구예요? 누구?”

■ 옮긴이의 말

성장에 관한 또 한 편의 이야기.
앙통은 막스로부터 희한한 제의를 받습니다. 막스네 부모님이 이혼하시기 전 가족끼리 보내는 마지막 바캉스에 초대받은 것입니다. 막스는 앙통을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로 여기고 있죠. 하지만 앙통에게 막스는…… 싫은 친구는 아니지만 열 손가락 중 꼽으라면 아홉 번째 정도밖에 안 되는, 그런 친구입니다. 사실, 처음에 앙통은 막스의 말이나 생각이 잘 이해되지도 않습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기 전에 떠나는 우리 집 여행에 널 초대했어. 멋지지 않니?” 무엇이 멋지다는 걸까. 막스는 부모님의 이혼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이혼을 앞두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가족의 이별보다는 앙통과 함께 보내게 된 여행에 더 관심이 있는 걸까. 혹은, 이혼 여행에 가족 아닌 딴 사람을 데려가기로 한 그 생각이 훌륭하다는 걸까. 그렇게 뜻 모를 초대의 말을 건네는 막스는 앙통에게 있어 ‘낯설고 이상한’ 아이일 뿐입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낯설고 이상하게 느껴지니까요. 또는, 우리는 우리에게 낯설고 이상한 것은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해서 앙통은 자기의 뜻과는 거의 무관하게 낯선 사람들 틈에 혼자 끼어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어요. 많은 아동 문학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작품 역시 동화가 가장 즐겨 다루는 주제, 즉 가족과 우정, 성장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새삼스러울 것 없는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나 관점은 우리들로 하여금 그 주제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생각해 보도록 합니다. 우선, 이 책을 집어 든 어린이나 부모님은 얼핏 이 작품 안에 그려진 세상이,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상당히 어둡다는 인상을 받기 쉬우리라 생각됩니다. 하긴 당연한 것이지요. 이 짧은 동화는 주요 시간적 배경으로 밤을 채택했을 뿐만 아니라, 그 밤을 평온하고 일상적인 잠으로 채우지 못하는 아이들의 내면의 밤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더구나, 이혼이라는, 안 그래도 즐겁지 않은 소재로 출발하면서, 역시 일말의 극적인 타결 따위는 제시하지 않습니다. 가령 디즈니 만화의 전형적인 결과,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에 익숙해진 이들이라면, 책을 다 읽기 전까지 혹시나 막스 가족의 여행에 초대받은 앙통이 놀랍도록 기지를 발휘해서 가족이 다시금 화해하고 이전의 행복한 상태로 되돌아가도록 돕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막스의 어머니는 여행이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돌아가 버리고, 두 부부는 예정대로 파경을 맞습니다. 그리고 막스가 같이 살기로 선택한 사람은 막스 대신 좌파를 선택한 엄마도, 우파인 아빠도 아닌, 막스를 아홉 번째로밖에 좋아하지 않지만 그러나 이제부터 그 애를 훨씬 더 좋아하도록 노력하기로 결심한 앙통인 것입니다. 작가는 가족이 사소한 이유에서도 쉽게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이나 어린아이가 고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굳이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의 어린이들은 부모에 앞서 자기 자신에 의해 성장하며, 이미 사랑으로 다시 세울 수 없는 혈연의 울타리에 매달리는 대신 자신들이 진정으로 선택하고(막스) 받아들인(앙통) 사람들로 자신들의 가족을 삼습니다. 비단 이 동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생각이라기보다는 서구 사회, 적어도 프랑스 사회 특유의 가족관, 성장관인데, 우리에겐 다소 이질적이지만, 한 번쯤 짚고 넘어가 볼 만한 부분입니다. 우리의 경우, 어린이의 성장은 대부분 부모님의 몫이고 어린이 내면의 불안이라든가 고독, 독자성 등은 어떻게든 거부하고 싶은 요소로 여겨지기도 하니까요.가족이든, 우정이든 모든 인간 관계는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유지되지요. 앙통 또한 막스와의 낯선 여행을 통해서 그 사실을 배웁니다. 물론 어린 아이에게 쉽지 않은 일이죠. 앙통은 막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속에 떠오른 생각과 반대되는 대답을 하거나, 아니면 속생각을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여행이 내키지 않아도, 막스의 뺨에 뽀뽀하고 싶지 않아도 막스를 생각해서 싫은 내색을 하지 않지요. 낯선 여행이 주는 불안과 공포는 반사적으로 앙통의 관심을 주변으로 돌려놓으며, 막스와 막스의 가족들을 관찰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그 모든 작은 체험들이 결국 앙통에게는 남을 이해하고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계기가 됩니다. 호텔 여주인과 광장의 모험이 말해 주듯이 모든 낯설고 무서운 것들은, 겪고 나면 정답고 친숙한 것으로 변모하니까요(때로 가족이 언제나 가족으로 남지 않는 것처럼, 남도 언제나 남으로 남는 것은 아니니까요). 따지고 보면 앙통에게 이 짧은 여행은 막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해 줍니다. 막스와 막스의 가족을 관찰하면서 앙통은 새삼 자신과 자신의 아빠를 떠올립니다. 막스가 엄마 이야기를 꺼냈을 때 ‘엄마’라는 것이 앙통에게는 ‘이혼’보다 더 무서운 말처럼 느껴집니다. 막스의 가족들이 자기를 길바닥에 내팽개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껴 보았기에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막스의 심정을 짐작하게 되지요. 또, 막스의 뜻 모를 혼잣말이 그 애의 슬픔을 절실히 말해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 또한, 때때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서 더더욱 불안하고 외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스페인 어를 못 하기 때문에 아빠에게 데려가 달라고 할 수도 없으리라고 생각하던 앙통을 떠올려 보세요). 그러면서 마침내 앙통은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자신 또한 또 다른 가족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책을 읽어 보시는 부모님들은 막스와 앙통이 서로서로의 분신이라는 사실을 이내 눈치채실 것입니다. 씩씩하고 아빠와 단 둘이서도 잘 지내고 있는 멀쩡한 사내 아이 앙통의 내면에 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외롭고 상처 입은 막스의 모습이 숨겨져 있는 것이니까요. 막스와 자기가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사실이 싫었던 앙통은 막스를 이해하고 그 애의 우정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됨으로써 한 뼘 더 자라게 됩니다. 앙통이 별을 향해, 서툴지만 진실한 소원을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작품 서두의 우울한 고독과 낯선 여행의 밤은 소망과 약속의 밤, 한 지붕 밑에서 보내는 다정한 가족의 밤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첫인상처럼 어둡기만 한 이야기는 결코 아니군요.

2001년 9월 김예령

작가 소개

그웬 르 각

1971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조형 예술을 공부했으며 지금은 섬유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소니아 리키엘, 데캉, 모노프리 등을 위한 텍스타일 제작과 회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꼬마 마르셀 사건』 『독서의 제로』 『타이타닉의 인어』 등의 그림을 그렸다.

크리스토프 오노레

1970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파리에 정착한 후 오랫동안 영화, 잡지 일을 했다. 지은 책으로는 『감미로움』 『나도 어쩔 수 없어』 『꼬마 마르셀 사건』 『아주 작은 사랑 이야기』 『독서의 제로』 희곡 『최악의 무리』 등이 있다.

김예령

김예령은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파리 제10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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