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노동자와 노동 정책:'단위 체제의 해체'

백승욱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1년 5월 10일 | ISBN 9788932012421

사양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516쪽 | 가격 20,000원

책소개

[내용 소개]

이 책은 20세기의 중국이 겪은 특수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단위(單位)’라는 조직적 매개를 통해 실행해온 중국의 노동력 관리 내지는 노동 정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탐색하고 있는 저서로서, 노동력을 관리하기 위한 중국의 노동 정책을 중국 내외의 방대한 자료를 통해 경제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으로 나누어 고찰하고 있다.

먼저 경제적 측면을 다루는, 깨어진 ‘철밥그릇’이라는 제목의 제1부는 ‘단위 체제’의 해체를 추동해가는 국가의 노동력 관리 방식의 변화를 고용 정책・임금 정책,사회 보장 정책이라는 세 가지 노동 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살피고 있다. 또한 정치적 측면을 다루는, 노동자를 배제한 노사 협조 체제라는 제목의 제2부는 단위 체제의 해체 또는 변형이 낳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정치적 대응을 살피고 있는데, 여기서도 이 책의 저자는 ‘단위’ 차원에 논점을 두어 그것을 공장 내에서 경영에 대한 노동자의 관계 및 노동조합을 통한 노동자의 조직화와 통제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탐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단위’ 체제는 해체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결론에서는 1,2부에서 논의된 여러 분야의 변화들이 기존의 단위 체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중국의 노동 정책 및 정치,경제적 향방에 대하여 조심스럽고도 심도 있게 전망하고 있다.

[책머리에]

중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상해 포동(浦東) 지구에 있는 진마오 빌딩의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라보면 중국이 자랑하고 싶어하는 경제 개혁의 성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들어서는 새로운 고층 건물과 고급 주택들은 눈을 현란하게 한다. 황포 강변에는 세계에서 유명한 기업들의 간판이 밤을 수놓고, 강 위에는 거대한 여객선과 화물선들이 쉴새없이 오가고 있다. 진마오 전망대의 창문에는 중국의 도시들뿐 아니라 모스크바까지 몇 킬로미터, 파리까지 몇 킬로미터, 뉴욕까지 몇 킬로미터라고 씌어 있는 뜻밖의 이정표를 볼 수 있는데, 전지구화에 한 발 끼어들려는 중국의 의도를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건물 밖으로 나와 상해역에 가보면 먼 내륙의 농촌에서 온 듯한 남루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한두 개의 짐보따리를 들고 3박 4일을 기차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성공의 꿈을 안고 무작정 도착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조만간 길 한구석에 ‘목공’ 따위의 팻말을 적어놓고 자신의 노동력을 사줄 사람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발견되거나, 어느 부유층의 가정부로, 혹은 어두운 밤거리에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으로 발견될 것이다. 자고 나면 새로운 대로가 건설되고 그 위로는 수많은 벤츠와 아우디가 달리는 낮의 세계의 이면에는 삶에 대한 어떤 보장도 잃고서 그날 그날 연명해가는 사람의 무리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하루에 남들이 일 년 동안 벌어야 할 만큼 벌어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의 수는 좀체 줄어들지 않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 수 또한 점점 늘고 있다. 장기간 체불된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노동자들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고, 대도시 인근 지역에는 최소한의 권리도 박탈된 노동자들이 쉬는 날도 없이 요란한 기계음 속에서 지친 삶들을 꾸려가고 있다.

중국은 점점 더 밤과 낮, 드러난 세계와 숨겨진 세계라는 이중 세계의 모습을 띠어가고 있다. 중국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더 화려한 번영을 위해 일부 사람들이 잠시 고난을 겪고 있는 중인가? 아니면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듯 중국 또한 ‘20 대 80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 것일까? 중국의 경제 개혁을 정당화하는 수많은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현재 발전 과정은 한 가지 새로운 변화가 두 가지 새로운 모순을 낳고 있는 과정은 아닐까? 21세기에 예상되는 상해의 새로운 영화는 1930년대 번영과 비참함이 공존하던 상해의 이중 사회를 되살려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중국이 지금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그 출발점을 ‘노동’에 맞추었다. 노동이라는 주제가 그림 전체를 다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한창 변화하고 있고, 그 귀결점이 어디가 될는지 현재로서는 불확실한 부분이 꽤 많다. 그러나 그것은 지령 경제 체제라고 부르건 사회주의라고 부르건, 1949년 이후 중국이 만들어온 체제와 그 역사적 유산을 어떤 형태로든 개편하여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추세에 좀더 조응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현 중국의 사회적 변화 속에서 결코 부차적이 될 수 없는 매우 핵심적 주제이다. 중국에서 좁은 의미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농민들이나 고위 간부나 어느 누가 노동자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겠는가?
그리고 중국식 구조 조정 과정이 진행되면서 그 노동자 범주 자체가 변화하고 그 내부의 층들이 분화하고, 이를 조정하는 방식이 변화해가는 것에 영향을 받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 사회적 가치 부여, 국가의 역할, 사회적 갈등 구조, 향후의 발전 과정을 규정하는 새로운 구조의 변화를 지칭하는 하나의 기표일 것이다. 전지구적으로 1990년대는 신자유주의의 시대였다. 중국 또한 거기서 벗어나 있지 않았다. 신자유주의는 미국을 필두로 하는 중심부 국가들의 자본과 상품의 자유 이동 및 노동의 유연성 증대를 위한 탈규제의 요구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의 유연성 확대는 자본의 자유 이동을 위한 조건인 동시에 자본의 자유 이동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 구체적 형태가 어떻게 나타나는가는 각국이 처해 있는 역사적,지리-경제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지구적 규정력은 어느 때보다 더욱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자본 시장의 통제라든가 화교 자본의 역할이라든가, 향진 기업의 완충 지대라든가 하는 요소들 때문에 중국이 걸어온 길은 다른 나라들과는 다소 다르긴 했지만, 그 목표에 있어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 조정이라는 방향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이에크가 자유주의의 스승으로 추앙되고 있고, 오직 소유의 자유만이 찬양되는 현재의 중국 내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목소리는 점점 더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중국식 신자유주의적 길의 관건은 역시 노동 문제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신자유주의적 구조 조정이 결코 경제적 문제가 아니고 핵심적으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중국이 지향하고자 하는 체제의 성격이 무엇인지도 드러나게 된다.

이 책에서는 그 문제를 신자유주의를 지향하는 국가가 노동력 관리 정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체제를 형성하는 과정에 개입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려고 한다. 국가는 이 과정에서 전혀 중립적 중재자가 아니며, 공정한 심판도 아니고, 힘이 약한 파수꾼도 아니다. 중국의 국가는 세계 경제에 적극적으로 편입하기 위해 국내 사회 경제 구조를 이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개편하려 하고 있으며,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적이라는 보장은 없고, 심각한 딜레마를 수반하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가 현재 목격하고 있는 대량 실업이 그 한 예일 텐데, 그것은 일시적으로 경기 침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기보다는 이미 구조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형태로 뿌리내리고 있다.

이 책의 작업은 이런 딜레마들 속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의 다양한 원천을 미리 규명해보려는 것이다. 물론 그 모든 변화가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미리 다 예단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때 살펴보려는 초점은 국가의 노동력 관리 방식의 변화, 특히 중국적 특성 속에서 나타난 ‘단위(單位)’ 체제의 변화라는 맥락이 될 것이다. 중국에서 사회주의가 무엇이었느냐고 한다면, 도시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단위를 통해서, 그리고 농촌의 사람들에게는 인민공사를 통해서 생활의 안정성이 그런대로 보장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 테고, 지금의 구조 조정이라는 것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그러한 체제가 무너져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필자의 박사논문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논문을 완성한 후 이미 몇 년의 시간이 지나서 새로운 변화들이 나타난 부분도 있고, 새로운 연구 성과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수정 과정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했다. 그러나 출판이라는 작업은 어쩔 수 없이 어떤 시점에서 시간을 끊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대체로 1990년대 말 정도까지의 변화를 검토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 이후 노동 문제와 관련해 근본적인 변화는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현 상황을 이해하는 데 문제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이후 개정의 기회가 있으면 새로운 변화를 반영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논문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서울대학교의 임현진, 김진균, 송호근, 장경섭, 김광억, 이근, 이승훈, 정재호 교수의 도움이 있었다. 지금은 같은 과 동료가 된 이희옥 교수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북경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의 대건중(戴建中) 부소장과 절강성 총공회간부학교의 서소홍(徐小洪) 교수, 그리고 중국노동운동학원의 상개(常凱) 교수의 따뜻한 도움이 없었다면, 중국에서 겪은 어려움들을 쉽게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만수 박사와 북경대의 장영석 형도 빠뜨릴 수 없는 고마운 분들이다. 이 책이 출판될 기회를 제공해준 서남재단과 세심한 작업을 해준 문학과지성사에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01년 4월 백승욱

목차

[차례]

서남 동양학술총서 간행사

책머리에서

서론

제1부 깨어진 ‘철밥그릇’
제1장 노동력 고용 관리 통일 관리 체제의 해체와 고용 유연성의 증대
   제1절 노동력 국가 통일 관리의 한계와 ‘단위 체제’
   제2절 고용 유연성의 확대와 노동 규율의 강화
   제3절 정책의 굴절: 단위에 의존한 실업 문제의 해결
   제4절 소결

제2장 ‘합리적인 저임금제’에서 임금 차별화로
   제1절 경제 개혁 이전의 임금 체제
   제2절 새로운 임금 체제로
   제3절 임금 체제 개혁의 결과와 함의
   제4절 소결

제3장 ‘단위 보장’의 ‘사회화’
   제1절 중국식 사회 보장 체제
   제2절 경제 개혁과 사회 보장 체제의 변화
   제3절 결과와 방향
   제4절 소결

제2부 노동자를 배제한 노사 협조 체제

제4장 노동자의 참여 없는 ‘민주 관리’
   제1절 사회주의와 ‘민주 관리’
   제2절 직공대표대회의 활동
   제3절 소결

제5장 국가 기관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노동조합
제1절 중국 노동조합의 역사
제2절 노동쟁의와 노동조합
제3절 노동쟁의와 노동조합
제4절 소결

결론: ‘단위’체제는 해체되고 있는가?

부표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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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백승욱 지음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 주립대학에 있는 페르낭 브로델 센터의 객원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신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들으로는“The Changing Trade Unions in China” “The Emerging Capitalist Spirit of Private Enterprises in China: Capitalism with Chinese Characteristics” 「일본 자본의 중국 투자와 동아시아 경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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