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보는 논리(개정판)

김찬호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8년 12월 11일 | ISBN 9788932019321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80쪽 | 가격 9,500원

책소개

삶을 이야기하면서 ‘사회’를 발견하고
사회를 탐구하면서 ‘자아’를 새롭게 만난다!

우리 사회와 문화를 논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갖도록 하는 책 『사회를 보는 논리』가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사회를 보는 논리』는 2001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후 7년여 동안 16쇄를 증쇄하며 탄탄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청소년과 대학생의 교양 필독서. 이번 2008년 판에서는 일부 달라진 통계 수치와 급변하는 사회상을 반영하고 ‘토론’ 문제를 추가했으며, 2도 인쇄로 산뜻하게 디자인하는 등 장정을 새롭게 하여 독자들의 기대치를 반영하였다.
저자는 「개정판 서문」을 통해 이 책을 처음 집필했을 때보다 “지금은 사회에 대한 이해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그간 개인으로서의 ‘시민’보다는 후발 산업국가의 ‘국민’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는데, 사람들이 점점 개인주의화 되어가면서 사회 현상을 읽어내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 특히 저자는 현재 불어 닥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신뢰의 붕괴’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사회가 균열되고 저마다 뿔뿔이 자기만의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상황에서는, 경제의 풍요도 안정된 일상도 불가능하다. 사회를 건실하게 재건하고 그 토대 위에 개인의 삶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다.”(7쪽)
복잡하고 점점 빨리 진화하는 21세기에도,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므로 사회 현상을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읽어내는 일, 그리고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토론할 수 있는 언어를 던지면서 공통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중요하고도 시급하다. 『사회를 보는 논리』 개정판은 보다 더 상호 연관성을 가지는 사회, 그러나 점점 더 개인주의화로 치달아가는 우리 문화의 현상들을 이해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려는 목적에서 고치고 더해진 셈이다.

다음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어느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하던 도중 한 아이가 갑자기 손을 들고는 말했다. “토끼와 거북이가 시합을 하는데 왜 꼭 땅에서 해야 되지요? 물에서 하면 안 되나요?”(20~21쪽) 하고.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는 모습을 상상할 때, 우리는 당연히 땅 위에서 경주를 하는 배경을 설정한다. 그런데 그 아이는 일반인들이 지니고 있는 암묵적 전제와 세계관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 아이의 질문은 기존의 세계관으로 삶을 영위하고 사회를 운영하는 데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대 사회는 빨리 변화하고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상황이 급변하면서 지금까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통용되던 논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연시되어 온 명제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현실 사이에 어긋나는 부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현대 사회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확고하게 지탱되어 온 신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나의 사고방식에 허점은 없는가? 우리들이 믿고 있는 상식에 어떤 모순은 없는가?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질문들을 전제하고 씌어졌다. 삶을 이야기하면서 ‘사회’를 발견하고, 또한 사회를 탐구하면서 ‘자아’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의 모색,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지향하는 점이다. 또한 이 책은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사회 모습과 통계, 그리고 보이는 현상 뒤에 감춰진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단순한 읽기 자료에만 그치지 않고 오류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였으며, 토론을 할 수 있는 문제를 덧붙여 책의 활용 가치를 한층 높였다.

차례

제1부 세상 보는 눈을 다시 보자―인식 모델의 성찰

제1장 흔들리는 터전―패러다임의 전환
흔들리는 전제들|한국 사회 변동의 특징|왜 외국인들은 한국에 공부하러 오지 않는가|21세기가 요구하는 능력은

제2장 앎과 삶 가로지르기―지식의 위상 점검
질문은 누가 만드는가|과제 중심의 종합 교육으로|우리의 역사 교과서에서 빠진 것들

제3장 과학이라는 언어에 대하여―객관성의 탐구
비이성적인 것들에 좌우되는 이성|토머스 쿤이 바라본 과학사|과학의 새로운 물결|진정한 과학 정신이란

제4장 숫자를 바로 읽으려면―통계에 대한 비판적 이해
물가 인상률, 어떻게 계산되나|기준과 표본 집단의 문제|물음 속에 숨어 있는 답|응답자는 얼마나 솔직할까?|
신용 잃은 한국 통계

제2부 사람과 사람 사이―공생과 교류의 관계를 위하여

제5장 정상? 비정상?―차별과 평등의 논리
문화마다 달리 채택하는 요소들|다양성의 참뜻|주변자들의 손을 잡는다

제6장 체면이라는 가면―자기 존엄의 기반
체면 유지의 고비용 구조|외형적 ‘차이’의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끊임없이 새로운 ‘차이’는 생산되지만……|
자존심이라는 것

제7장 사랑은 무엇으로 이어지는가―남녀 관계의 성찰
낭만적 사랑이라는 것|사랑이 뭐기에

제3부 유연하게 소통하는 언어로―21세기의 사회 구상

제8장 피라미드에서 네트워크로―정보 사회의 조직 원리
관료제가 낳는 폐해들|불확실한 환경에 적응하려면|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이다|순환하면서 갱신되는 정보의 가치

제9장 지구촌에게 말 걸기―세계화 시대의 정체성
민족 정체성의 형성과 변천|‘우리’ 안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종족주의의 배타성과 오만함

제10장 무엇을 위한 축제인가―문화 시대의 의미
전통 문화의 현주소는|삶에서 우러나오는 문화로|지역 이벤트에서 무엇을 얻는가

제4부 삶이 깃드는 자리는―대안적 생활 양식의 모색

제11장 생명의 질서를 향하여―문명의 생태학
문명의 발생과 전개|도시의 팽창과 그 대가|소비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제12장 몸의 소리를 듣자―건강 사회의 의약과 여가
약과 몸에 대한 기계론적 이미지|몸과의 대화를 시작하자|우리에게 스포츠는 무엇인가|일상적 스포츠 문화의 활성화|
몸―생명의 순환을 담는 그릇

제13장 걷고 싶은 거리, 머물고 싶은 도시―공간 디자인의 인간화
똑같은 집, 똑같은 삶|대안적인 도시 계획의 논리|걷고 싶은 거리를 위하여

제14장 사회가 곧 교실이다―학습 사회의 감수성과 상상력
하자센터의 실험|동네에서 세계가 보인다|청소년 아르바이트, 어떻게 볼 것인가

‘개정판 서문’ 중에서

‘개인個人’은 근대의 발명품이다. 이성理性이 사회의 중심 원리로 자리를 잡으면서, 집단의 규율과 전통의 구속에서 풀려난 개인들이 자유롭게 존재 방식을 선택하고 삶의 환경을 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개인적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사회적 계약과 그에 근거한 합리적인 정치 체제를 수립해야 했다. 그러니까 자유로운 개인은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수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처럼 후발 산업국가의 경우에는 그러한 시민의 성장을 토대로 경제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시민’ 대신 ‘국민’의 창출이 우선이었고, 민족주의적인 응집을 토대로 재빨리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결실이 소비문화로 향유되는 단계에 이르러 집단적인 정체성은 희박해지면서 개인의 욕망이 부각된다. 게다가 근대 이전의 시대부터 길게 이어져오던 공동체적인 심성도 급격하게 퇴화하면서, 타인과의 유대가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화폐와 권력을 위해서 벌이는 각개전투가 치열해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의 안녕을 찾기 위한 심리학적 처방이나 자기 개발의 붐이 일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는 가운데 한국은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 경제적인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올인’했건만, 주식과 펀드는 반 토막 나버렸고 부동산 경기는 맥없이 추락한다.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국가도 경제 살리기를 위해 모든 정책 수단과 예산을 쏟아 붓는다. 그러나 개인이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경제의 동력이 허약해진 상태에서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 제아무리 훌륭한 정치인과 관료들이 백방으로 뛰어도 글로벌 경제의 거대한 파고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우리의 의식과 감성이 개인주의로 치닫고 있는 동안,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삶은 예전보다 훨씬 광범위한 상호 연관성의 틀 속으로 깊숙하게 편입되어왔다. 골치 아픈 정치나 거창한 사회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나와 가족의 안위만을 생각하면서 소박하게 살려 하는데, 느닷없이 회사에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자녀가 먹는 과자에서 멜라민이 검출된다. 나의 편안한 노후를 설계하려 하는데, 인구 구조는 엄청난 속도로 고령 사회를 향해 치닫고 있다.
지금 닥친 경제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식품에 대한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핵심은 신뢰의 붕괴에서 비롯되었다.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 시장에 먹구름을 불러들인다.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사라져 생명을 해치는 음식을 버젓이 만들어낸다. 노년이 걱정스러운 것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는 풍토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가 균열되고 저마다 뿔뿔이 자기만의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상황에서는, 경제의 풍요도 안정된 일상도 불가능하다. 사회를 건실하게 재건하고 그 토대 위에 개인의 삶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다.

‘초판 서문’ 중에서

지금 한국 사회는 시스템의 위기와 함께 동기 부여의 위기가 중첩되어 있다. 그런데 그것은 궁극적으로 언어의 위기에 맞닿아 있다고 본다. 즉 우리의 사회와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가 급격하게 고갈되어가는 것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통신의 회로가 급속히 확장되고 엄청난 정보가 그 안에서 흘러다니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 그리고 영역과 영역 사이의 단절은 점점 심각해져만 간다. 한편으로 단편적인 데이터나 선정적인 자극의 망망대해에서 주책없이 유랑하는 무리들이 늘어나고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전문 지식들이 지극히 난해한 용어와 함께 점점 고도화되고 있는 것이 지금 정보 사회의 모습이다. 온갖 언어들이 섬광으로 명멸하는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속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 여러 차원에서 중층적으로 가로놓여 있는 경계들을 넘어 미래의 좌표를 함께 짚으면서 그 청사진을 그려가는 소통의 광장은 어디에 있는가.
새로운 공공 문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의 내면을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의미에 대한 갈증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날로 번창하는 문화 산업이라는 것도 많은 부분 재미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으로 승부를 건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는 삶에 관한 이야기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쏟아져나온다. 거기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은 통신 기기를 통해 유통된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둘러앉아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누구나 반기는 시공간이다. 그런데 그러한 자리에서 이뤄지는 의미의 소통은 ‘사회’에 대한 논의와 점점 괴리가 깊어지는 듯하다. 텔레비전의 예를 들자면 시사 토론 프로그램 시청자와 연예인 토크쇼 프로그램 시청자 사이의 거리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둘 사이를 매개하는 언어는 너무나 빈약하다. 소비문화를 통해 날로 갱신되는 욕망의 언어와 사회적인 비전을 모색하는 당위의 언어 사이의 괴리는 점점 벌어져간다.
한국 교육의 위기도 언어의 문제라고 본다. 청소년들 사이에 오가는 정보는 좀처럼 지식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그런 반면 교과서에 실린 지식은 의미 있는 정보로 살아 움직이지 못한다. 지식과 소통 사이의 그러한 단절을 메우면서 우리의 사유와 삶을 풍요롭게 가꿔주는 새로운 정보 세계를 개척하는 데서 교육을 살리는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인문학의 위기라는 것도 결국 그러한 언어를 재건하는 방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문제 인식 위에서 씌어졌다. 삶을 이야기하면서 사회를 발견하고 사회를 탐구하면서 자아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의 모색,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지향이다.

작가 소개

김찬호 지음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 사회학을 전공했고, 일본의 마을 만들기를 현장 연구하여 박사논문을 썼다. 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교육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부센터장을 지낸 바 있고, 현재 교육센터 마음의씨앗 부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모멸감』 『눌변』 『사회를 보는 논리』 『도시는 미디어다』 『문화의 발견』 『휴대폰이 말하다』 『교육의 상상력』 『돈의 인문학』 『인류학자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작은 인간』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공역), 『학교와 계급재생산』(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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