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인이 바라본 하늘의 세계

이문규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0년 10월 27일 | ISBN 9788932012001

사양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400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개요〕

하늘의 세계는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고대인들 모두 매우 신성하게 생각하는 대상이었다. 하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사마천이 『사기(史記)』에서 밝히고자 한 ‘하늘과 인간의 관계’라는 말에서 잘 나타난다. 그들은 하늘을 인간을 넘어선 신성한 존재로 여긴 것이 아니라, 인간과 직접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천문(天文)·역법(曆法)·천체 구조론(天體構造論)의 체계가 형성되는 모습과 초기의 전개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중국 천문학이 원시적인 상태를 벗어나서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체계를 갖추어나가는 과정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고대 중국인들의 다양한 사유를 통해 고대 중국의 과학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서남 동양학술총서 간행사〕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일찍이 인류 문명의 위대한 새벽을 열었던 동아시아는 근대 이후 서구 자본주의의 동점(東漸) 물결 속에서 민족의 보위와 민중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간난한 행보를 거듭해왔고, 냉전 체제의 본격적 작동과 함께 세계의 그 어느 지역보다도 혹심한 갈등과 분쟁으로 얼룩져왔다. 그 결과 냉전이 전 지구적으로 해체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동아시아는 그 족쇄에서 근본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요컨대 동아시아는 세계사적 모순의 가장 난해한 결절점(結節點)의 하나인 것이다.

한반도는 그 모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미국이라는 주변 4강의 이해가 한반도라는 일점으로 복잡다기하게 얽혀 있어, 아직도 휴전선 위에 떠 있는 아슬아슬한 ‘평화’를 감내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진정한 평화의 이름으로 이를 타파할 고도의 슬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외국학 수준은 그다지 높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 선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우리의 이웃, 즉 동아시아 각 나라, 각 민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냉전에 스스로 적응한 그 동안의 서구 편향 속에서 거의 불모지에 가까운 형국이 되었던 것이다. 중국과의 그 유구한 관계 속에서 모화파(慕華派)는 넘쳐나도 중국을 아는 이는 적었고, 일본과의 특수한 관계 속에서 친일파가 양산되어도 일본을 아는 이 또한 적다. 친러파 또는 친소파, 지금도 들끓는 친미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역(逆)의 진리도 성립한다. 항중파·항일파·반소파·반미파 역시 반대하는 대상에 대한 옳은 인식 위에 서 있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우리는 서남 동양학술총서라는 새로운 기획을 출범시키려 한다. 우선은 한·중·일을 중심으로 하지만, 역량의 증대에 따라서 동남 아시아·남아시아·중앙 아시아·중동으로까지 영토를 확장해나갈 것을 기약한다. 우리의 학문적 축적이 뜻있는 이들의 광범한 동참으로 착실히 두터워지고 깊어지는 과정에서, 전체주의에 깊이 물든 20세기의 우울한 황혼을 진정으로 넘어설 새로운 문명을 머금은 사상의 씨앗이 자라나, 한반도 문제의 진정한 평화적 해결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인류사의 새로운 도정이 열릴 바로 그 단서가 발견되기를 바란다.

서남 동양학술총서 편집위원회

〔책머리에〕

비가 와도 새는 날아야 한다.
대학 3학년 여름 방학의 일이다. 무작정 집을 떠나 강원도의 어느 시골집에 머물고 있었다. 밖에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 사이로 작은 새가 부지런히 날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다.

과학사를 전공하게 된 것은 다소 우연이다. 처음에는 우리 문화에 대한 막연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이런 관심이 과학기술과 연결되면서 우리의 과학기술 전통에 대해 여러 호기심이 생겼다. 오늘을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전통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과연 우리 고유의 과학기술 전통은 없는 것일까, 만약 있다면 그것은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싹텄다. 우리 과학기술의 원형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런 의문이 어느 정도 풀릴 것 같았다. 고대 중국의 과학을 이해하는 작업이 그 원형을 찾아가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책은 필자의 박사 학위 논문 「고대 중국인의 하늘에 대한 천문학적 이해─한대(漢代)
‘천문학’ 체계의 형성 및 전개 과정」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일부 내용은 이미 논문의 형태로 발표되기도 하였다. 물론 이 책이 애초 의도한 만큼 다듬어진 것은 아니다. 때문에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낸다는 일이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하나라도 마무리해야겠다는 마음과 부족한 점은 다른 형태로 보완하겠다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는다.

하늘의 세계는 중국인뿐 아니라 고대인들 모두 매우 중시한 대상이다. 하늘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천문학이 모든 고대 문화권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하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마다 각각 다르게 표출되며, 이 책에서 주목하고자 한 것도 바로 그 점이다. 고대 중국인의 하늘에 대한 관심은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를 통해 밝히고자 한 ‘하늘과 인간의 관계’라는 말에서 잘 나타난다. 그들은 하늘을 인간을 넘어선 신성한 존재로 여긴 것이 아니라, 인간과 직접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천문(天文), 역법(曆法), 천체구조론(天體構造論)은 고대 중국 천문학을 대표하는 구체적인 내용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의 세계를 바라보면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그들 자신의 삶과 관련지어 해석한 결과를 천문에 담았다. 역법은 하늘의 해와 달과 행성들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관측하여 얻어진 것으로, 자연세계의 주기적인 변화를 생활에 이용하는 동시에 ‘수(數)’의 상징성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관을 표출하는 방편으로 삼기도 하였다. 천체구조론은 하늘과 땅의 구조에 대한 논의로, 이를 통해 고대 중국인들이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실제 무대인 물리적 공간에 대해 다양하게 사유하고 활발하게 논의를 펼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하는 사람으로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은 가장 큰 축복이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자 한다. 먼저 작고하신 유경로 선생님은 공부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자세를 몸소 보여주셨다. 깊이 새겨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김영식 선생님은 지도 교수로서 처음 과학사의 길에 들어설 때부터 지금까지 참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다. 또 한 분의 지도 교수 이성규 선생님은 특히 역사를 보는 눈을 넓혀주셨다. 두 분 선생님의 세심한 지도와 격려가 없었다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논문 심사를 맡아주신 장회익·송영배 선생님과 오랜 시간 깊은 애정을 가지고 돌보아주신 과학사학계의 여러 선생님,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항상 친절하게 맞아주신 서울대 동양사학과의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좋은 선후배 및 동료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다. 이들과 함께 보낸 많은 시간은 결코 잊을 수 없다. 특히 7동 연구실에서 동고동락한 식구들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또한 지칠 때마다 즐거움을 선사했던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맹목적인 사랑으로 늘 나를 지지해주는 부모와 형제, 동료이자 친구 같은 사랑하는 아내 명진과 아들 한백에게 이 책이 작은 기쁨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논문을 동양학술총서로 선정하고, 유익한 비평을 들을 기회를 주선하는 등 이 책의 출판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 서남재단과 문학과지성사에게도 감사한다.

2000년 10월
이문규

목차

〔차례〕

서남동양학술총서 간행사
책머리에

서론

1. 문제의 제기
2. ‘하늘(天)’에 대한 다양한 이해
I. 종교적·이념적 해석
II. 문물 자료에 나타난 하늘

제1부 천문의 원리와 실제 적용

제1장 하늘의 구획
1. 구야설과 구주설
2. 분야설
3. 『사기』 「천관서」의 오궁(五宮) 체계

제2장 천문 해석의 일반적 원리
1. 별자리
2. 오행성
3. 해와 달
4. 그 밖의 천문 현상
I. 잡성
II. 운기
III. 바람

제3장 천문의 역사적 사례─사전사험(史傳事驗)
1. 한대 이전의 천문 사례
2. 전한 시기의 천문 사례
I. 『사기』의 천문 기록
II. 『한서』의 천문 기록
3. 후한 시기의 천문 사례

제2부 역법의 변천과 그 기능

제4장 한대의 역법
1. 전한의 역법─태초력과 삼통력
2. 후한의 역법─사분력과 건상력

제5장 한대의 개력 과정과 그 성격
1. 전한의 개력
2. 후한의 개력

제6장 역법의 기능
1. 선진 시기
2. 제국 질서 속의 역법

제3부 천체구조론

제7장 원시적 천체구조

제8장 개천설의 천체구조
1. ‘1, 2차 개천설’의 재검토
2. 『주비산경』과 개천설의 관계

제9장 혼천설의 천체구조

제10장 개천설과 혼천설의 논쟁
1. 양웅과 환담의 개천설 비판
2. 왕충의 혼천설 비판

제11장 기타 다양한 천체구조론
1. 선야설
2. 한대 이후의 안천론·궁천론·흔천론

결론

부록 1 천문학 관련 연표
부록 2 별자리 동정표(同定表)

표와 그림의 출전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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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이문규 지음

1964년 청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동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동아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포항공대에서 동아시아 과학기술사, 한국과학기술사, 기술사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논형(論衡)에 나타난 왕충(王充)의 자연관」 「고대 동양의 천문 사상」 「한대의 천체 구조에 관한 논의」 「고대 중국 ‘천문(天文)’ 해석의 원리」 「동양과학, 그 천년의 역정과 오늘의 의미」 「중국 과학사를 말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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