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터스 파라다이스

박청호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0년 9월 8일 | ISBN 9788932011875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11쪽 | 가격 7,500원

분야 장편소설

책소개

〔개요〕

『갱스터스 파라다이스』는 DMZ를 위한 진혼곡이다.
길이 248km, 폭 4km, 면적 2억 7200만 평. DMZ는 역사적인 비극의 현장이자 동시에 생태계의 보고이다. 인간에 의해 한반도의 중심부가 4km의 경계를 두고 나누어진 탓에 그 사이에 놓이게 된 공간은 오히려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다. DMZ는 바로 50여 년이란 시간이 만들어낸 재창조물이다. 자연 그대로의 순수하고 신성한 공간.

그런데 이 DMZ가 더럽혀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통일이라는 민족의 경사가 경제 논리에만 이끌리게 된다면 결국 DMZ는 흔적조차 없어질 것이다.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면서 의미를 획득했지만 DMZ는 영원히 보존됨으로써 지구상에서 최초의 인공 생태 지역으로 간직될 것이다.

『갱스터스 파라다이스』의 주인공 정수는 DMZ를 영원한 낙원으로 보존하기 위해 총을 든다.

〔줄거리 요약〕

제대하기 전 마지막 휴가를 나온 정수는 은행원인 친구를 협박, 현금지급기를 성공적으로 턴다. 단지 초소에서 여자와 화끈하게 재미보고 싶다는 동료 철호에게 여자를 데려다주기 위해서. 우연히 범죄 현장을 목격한 여대생 은채는 ‘대낮의 갱’인 정수에게 강한 호감을 느끼고 그를 통해 자신의 지긋지긋한 일상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한다. 둘은 의기 투합하여 같은 은행을 상대로 멋진 사기극을 연출, 수억 원을 인출한다. 정수와 함께 부대로 들어간 은채는 초소 안에서 철호와 섹스를 하고 DMZ 안으로 기어들어가 앳된 북한의 병사와도 위악적으로 섹스를 한다.

제대한 정수는 가장 먼저 쌍둥이형을 찾아간다. 세상에 남겨진 유일한 혈육으로, 뇌성마비였지만 아주 총명했던 형은 대학을 포기한 이후 삶의 의욕을 잃고 살아오다 자살을 기도했다. 그는 형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위해 형을 바닷가의 외딴 폐가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그는 유서를 쓰고 제대할 때 가지고 나온 총으로 형을 살해한다. 그리고 형이 된다. 이제 그는 말하지 못하고, 왼쪽 팔이 불편하며,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보다 짧아 다리를 약간 절었던 형이 되어 경찰에게 자살한 동생의 사체를 확인해주고, 동생의 뼛가루를 강물에 뿌린다.

새로운 존재로 거듭 태어난 그는 이제 진정한 갱이 되고자 한다. 그에게 윤리적인 도덕성이나 타당성, 현실 가능성들은 무의미했다. 은채의 도움으로 그는 무인 은행을 털고 살생부를 만들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권력형 인간들을 제거해나간다.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에는 정상인이 되어 완벽하게 자신을 위장하고 평소에는 형으로 돌아가 범죄 혐의를 불식시킨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DMZ를 통째로 사버리는 것, 역사와 현실로부터 철저히 소외되고 고립되어 그 신성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자연의 땅 DMZ를 세계 유일의 평화 구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그는 은채와 함께 뜻을 같이할 이들을 모아 ‘한국은행을털기위한시민연대’를 조직한다. 은행을 털 날짜를 미리 신문에 공고하는 등 자신만만함으로 무장한 그들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 우두머리인 정수가 그를 의심해오던 형사의 끈질긴 추적으로 체포된다. 심증을 굳힌 형사가 계속 형의 행세를 하는 그에게 실제 형의 주민등록상 지문을 대조한다. 그러나 그 지문 역시 형 대신 그가 날인한 것이었다. 위기를 넘긴 그 앞으로 약속한 디데이가 다가온다. 2000년 8월 15일 0시. 과연 정수와 그의 일당들은 한국은행을 털 수 있을까? 그들의 계획은 성공할까?

〔작가 후기〕

DMZ, 참혹한 삶의 경계. 그러나 그 경계를 넘는다는 것은 가혹한 벌을 감내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DMZ는 내 청춘의 끝이었고, 절망이었다.
하지만 나는 DMZ라는 한계가 주는 또 하나의 역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단절이었다. 현실과 역사로부터의 도피였다. DMZ는 역사의 산물인 동시에 이제는 그 역사로부터 소외된 시공간이 되고 말았다. 나는 내 인생에도 그러한 DMZ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넘을 수 없는 한계,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경계에 아스라이 걸쳐 있을 수만 있다면 나는 현실과 역사로부터, 내 인생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꿈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동안 꿈꿀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꿈속에서마저 얼마나 지독한 자기 검열에 시달려왔던가. 나는 나로부터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었을까.

DMZ도 현실과 역사라는 감옥 한가운데 있었다. 도망칠 데가 없었다. 그러나 내 소설의 주인공들만큼은 이 감옥으로부터, 현실을 지배하는 모든 권력의 자장으로부터 탈출시켜주고 싶었다.

창세기의 쌍둥이 모티프는 늘 나를 매료시키는 데가 있었다. 에서와 야곱의 이야기. 동생 야곱은 팥죽 한 그릇에 형 에서의 장자 명분을 사고, 아버지가 장자에게 내리는 대물림의 축복을 가로챈다. 형은 동생을 죽이려 들고 급기야 동생은 타향으로 도망친다.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 야곱은 신과 대면한다. 신과의 싸움에서 죽지 않고 살아난 야곱은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되고 유대 민족의 조상이 된다. 야곱의 자손, 이스라엘은 다윗과 솔로몬 시대를 끝으로 남북으로 나뉘어 각각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에 멸망하게 되고, 천년 동안 전세계를 유랑하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마침내 통일 국가를 이룩하였다. 나도 가끔 그날을 점쳐보곤 한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현장이자 심지어 미래에까지 하나의 역사적 징표로서 남게 될 DMZ는 역설적이게도 고립되고 소외된, 그러나 독립적인 중세의 시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쩌면 이 땅에서 가장 신성한 시간이 존재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일상의 틈 사이로 들어와 있는 신화로서의 시공간, 나는 이 주제를 거의 십 년째 우려먹고 있다.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그렇게 계속되리라. 어차피 나의 문학은 ‘삶과 사랑과 성(性)과 신성(神聖)의 경계 혹은 겹침’이라는 테마에서 벗어나 자유롭기란 애초부터 틀려먹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잃어버린 낙원으로 돌아가고 싶어서일까. 그 완벽한 절대의 시공간, 천년 왕국은 언제쯤 이 땅에 도래할 것인가. 그곳의 시작은 아마도 비무장지대, 여기가 아닐까. 그러나 아직은 DMZ는 깊고 어두운 숲이다. 붉은 비가 내리는 숲. 역사의 핏물 같은.

이 글을 쓰던 지난 삼 년 간 나는 내내 아팠다. 그러나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글쓰기라는 죄악이 나를 지옥 끝까지 추락시켰으므로. 더 이상 이토록 아름다울 수 없으므로.

2000년 9월
박청호

목차

〔차례〕

1. 통음난무(通淫亂舞)
2. 퀵서비스
3. 매혹의 바깥
4. 청색 시대
5. 빛의 동굴
6. 한국은행을털기위한시민연대
7. 감옥에서의 1인 2역
8. 범죄적 사랑
9. Time DMZ

작가 후기

작가 소개

박청호 지음

1966년 부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나왔다. 1989년 『문학과 비평』에 시가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5년 장편소설 『그가 나를 살해하다』를 출간하면서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시집 『치명적인 것들』, 소설집 『단 한 편의 연애소설』 『소년 소녀를 만나다』장편소설『갱스터스 파라다이스』를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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