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국주의

권오신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0년 7월 30일 | ISBN 9788932011905

사양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470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개요〕

이 책에서는 미국이 필리핀을 식민 지배하기 시작했던 1898년경부터 필리핀이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는 1946년경까지의 시기를 통해 미국이 필리핀에 대하여 어떠한 지배 이념으로, 어떤 기구를 통하여, 어떤 방식으로 통치하였는가를 식민 지배 준비, 식민 지배 확립, 독립 가능성의 제시와 번복, 독립 과도 정부 지배기, 2차 대전기 관계, 미국의 지배 종료로 나누어 살펴보고 한다.

이 책은 미국 제국주의론 자체에 대한 연구사적 접근이 아니라 미국 제국주의 정책의 실제적 적용을 살피는 현장감 있는 연구를 통해 과거의 제국주의 역사를 청산하고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발전적으로 이끌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서남 동양학술총서 간행사〕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일찍이 인류 문명의 위대한 새벽을 열었던 동아시아는 근대 이후 서구 자본주의의 동점(東漸) 물결 속에서 민족의 보위와 민중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간난한 행보를 거듭해왔고, 냉전 체제의 본격적 작동과 함께 세계의 그 어느 지역보다도 혹심한 갈등과 분쟁으로 얼룩져왔다. 그 결과 냉전이 전지구적으로 해체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동아시아는 그 족쇄로부터 근본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요컨대 동아시아는 세계사적 모순의 가장 난해한 결절점(結節點)의 하나인 것이다.
한반도는 그 모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미국이라는 주변 4강의 이해가 한반도라는 일점으로 복잡다기하게 얽혀 아직도 휴전선 위에 떠 있는 아슬아슬한 ‘평화’를 감내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진정한 평화의 이름으로 이를 타파할 고도의 슬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외국학 수준은 그다지 높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 선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우리의 이웃, 즉 동아시아 각 나라, 각 민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냉전에 스스로 적응한 그 동안의 서구 편향 속에서 거의 불모지에 가까운 형국이 되었던 것이다. 중국과의 그 유구한 관계 속에서 모화파(慕華波)는 넘쳐나도 중국을 아는 이는 적었고, 일본과의 특수한 관계 속에서 친일파가 양산되어도 일본을 아는 이 또한 적다. 친러파 또는 친소파, 지금도 들끓는 친미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역(逆)의 진리도 성립한다. 항중파·항일파·반소파·반미파 역시 반대하는 대상에 대한 옳은 인식 위에 서 있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우리는 서남 동양학술총서라는 새로운 기획을 출범하려 한다. 우선은 한·중·일을 중심으로 하지만 역량의 증대에 따라서 동남아시아·남아시아·중앙아시아·중동으로까지 영토를 확장해나갈 것을 기약한다. 우리의 학문적 축적이 뜻있는 이들의 광범한 동참으로 착실히 두터워지고 깊어지는 과정에서 전체주의에 깊이 물든 20세기의 우울한 황혼을 진정으로 넘어설 새로운 문명을 머금은 사상의 씨앗이 자라나 한반도 문제의 진정한 평화적 해결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인류사의 새로운 도정이 열릴 바로 그 단서가 발견되기를 바란다.

서남 동양학술총서 편집위원회

〔책머리에〕

1

제국주의의 일반적 특성은 이렇다. 즉 한 부자가 가난한 마을에 나타나 배고픔에 힘들어 하는 주민들에게 하얀 쌀밥을 마음껏 먹게 하는 자선을 베푼다. 그러다가 문제가 발생한다. 평소 제대로 먹지 못하던 주민들이 너무 포식하였기에 배탈이 나고 만다. 상황이 이쯤 되면 그 부자는 주민들에게 약을 꺼낸다. 그러면서 “내가 쌀은 공짜로 제공했지만 이 약은 여러분이 사 먹어야 합니다”라고 한다. 당장 죽겠으니 약을 안 사먹을 수도 없고. 물론 그 약값에는 쌀값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은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여기서 부자는 제국주의 국가이고, 주민은 식민지다.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자선은 바로 명분이다. 사지 않을 수 없는 그 약은 경제적 약탈이며 실익 추구인 것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명분을 제시하고 나름대로의 실익을 동시에 챙겨간다. 약을 사게 된 주민들은 필수품·사치품을 가리지 않고 사들이게 된다. 더 나아가 물품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고와 문화적 요소들도 강요당한 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몸은 있으되 갇힌 몸이요, 가진 것은 언제 내 것이 아닐지 모른다. 물론 정신적인 강간도 강요되는 것이다. 그것뿐인가? 부자가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도록 강요하고, 부자가 사용하는 말만을 따라하도록 강요한다. 물론 부자의 제도와 기구들도 강요한다. 이러한 강압적 요구에 대해 주민들은 때로 주민 의식으로 무장하여 부자에 대해 반발·저항하기도 한다. 저항 형태는 물론 다양하다. 부자는 주민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회유와 탄압 정책을 번갈아가며 사용한다. 결국 지배와 종속 체제를 수립하고 마는 것이다. 이런 것이 제국주의 정책 운영의 일반적 특성이다.

제국주의에는 일반적 특성이 있고, 나름대로의 특이성도 있다. 이 책에서는 제국주의 국가군 중에서 미국 제국주의의 성격은 어떠하며, 그 특이성은 무엇이었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2

19세기 말엽부터 진행되던 세계 질서 속에는 제국주의 열기가 경쟁적으로 확대되면서 강대국간의 복잡한 정치·외교적 양상이 나타나고 있었고, 저변에 흐르는 그들의 의도가 명백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넓게 보아 20세기 세계적인 비극으로 전개된 1차 및 2차 세계대전은 한마디로 제국주의 국가군들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20세기 현대사에 있어서 핵심적인 주제 중의 하나는 제국주의 문제일 것이다. 광복 이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제국주의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역사적 단면으로 남아 있다. 해방 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인들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에 대한 역사적 단죄를 마감하지 못한 듯하다. 나아가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와 같은 역사 청산의 과제를 단지 한·일 양국 관계 속에서만 파악하려 한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감히 말하건대 20세기 현대사를 파악하려면 적어도 세계 질서라는 관점에서 우리 문제를 해부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제국주의 시기에 일단의 선진 산업화 국가군들은 세계 도처에서 제국주의 정책을 운영해나가고 있었다. 우리에게 일본의 억압과 약탈의 아픈 기억이 남아 있듯이 필리핀인들에게는 미국의 지배를 당한 고통이 있었다. 물론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은 아시아·아프리카의 다른 많은 나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던가. 그러한 제국주의 국가군들이 전개했던 정책들의 보편적 특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20세기 전반기 세계 질서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구도로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은 당시 그들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에 대하여 어떠한 성격의 제국주의 정책을 운영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을 밝혀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그것을 위해 한편으로 미국이 필리핀에 대하여 어떠한 지배 이념으로, 무슨 기구를 통하여, 어떤 방식으로 통치하였는가 하는 주제와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지배에 대하여 필리핀인들은 어떻게 대처하였는가 하는 주제에 중점을 두고 서술하겠다.

미국 제국주의만이 갖고 있는 특이성이 있고 그런 측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연구자들도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기대로서 역사 연구 목적의 하나는 우리들과 그들의 과거를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당위론적 요구에 충실하고자 함이다. 이런 점들을 또한 이 책의 성취 동기로 삼고자 한다.

3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질 시대적 범위는 미국이 필리핀을 식민 지배하기 시작했던 1898년경부터 필리핀이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는 1946년경까지를 그 대상으로 한다.

한 국가와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특정 시기와 관련시켜 살펴나갈 때 양국 관계의 정치·군사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측면 등 다방면에 걸친 상호 관심사를 고려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시대적 범위의 내용을 통치의 특징적 성격으로 분류하여 크게 6부로 나누어 살피고자 한다.

즉 제1장 식민 지배 준비(1898~1902), 제2장 식민 지배 확립(1902~ 1916), 제3장 독립 가능성 제시와 번복(1916~1934), 제4장 독립 과도 정부 지배기(1935~1941), 제5장 2차 대전기 관계(1942~ 1945), 그리고 제6장 미국 지배 종료, 필리핀 독립(1945~1946) 등으로 구성하였다.
각 시기에 진행시켰던 미국의 식민 정책의 골격과 그 성격을 파악하였기에 크게 보아 ‘미국의 필리핀 식민 통치사’의 성격이 짙으나 몇 가지 이유로 편의상 『미국의 제국주의』라는 제목을 달았다.

따라서 이 책은 미국 제국주의론 자체에 대한 연구사적 접근이 아님을 먼저 밝혀두고자 한다. 다만 미국 제국주의 정책의 실제적 적용을 살피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그 성격을 이해하도록 나름대로 배려하였다.

4

필자는 미국사 중에서 미국의 제국주의 성격을 파악해보겠다는 의도에서 제국주의 정책을 실제로 적용하며 운영하였던 식민지인 필리핀 식민 통치사에 중점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

좀더 구체적인 연구를 위해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필리핀 국립대학교Univ. of the Philippines에서 그 주제 중의 하나로 1991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지속적으로 관련 주제에 대해 연구하였고, 이 책을 엮는데도 그간의 연구 논문 중에서 많은 부분을 직접 사용하기도 하였다.

현재 국내에서도 미국사 연구자들이 개별 관심 분야에 걸쳐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으며, 필자는 그들의 연구 성과에서도 일정 부분을 원용하였음을 더불어 밝히고자 한다. 나름대로 양국 관계를 분석함에 있어 필자는 미국의 상대 세력이었던 식민지측 자료들을 개인적인 이유로 많이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인문학의 위기’ 시대라고 지칭되는 지금 전문 연구서를 내는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회의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특정 분야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이 필자를 지켜주고 있다. 나아가 현실적으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와 직접적으로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미국의 면면을 읽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크다.

현재와 미래의 미국 대외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연속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결국 그들의 과거 대외 정책을 이해하는 데 분명 일조하리라 믿는다.

5

나에게 있어 필리핀 유학 시절은 한마디로 인생의 봄날이었다. 연구에서, 학위 취득에서, 운동에서, 심지어 사교에서도 즐거움이 함께 했던 시절이다. 내게 필리핀 생활이 유독 크게 여운으로 남는 것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어른 한 분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적인 어른이셨고, 아버지셨다(something of a father figure). 그분에게는 지적 허영심이란 전혀 없고 인자함과 지적인 열의와 진지함으로 충만한 분이셨다. 신세도 많이 졌다. 귀국하여 3년 이내에 그분을 한국으로 초청하기로 약속했었다. 가끔 연락이 가고 오고 하다가 3년 되는 해 어느 여름날, 유난히도 강한 빗줄기가 있은 후 우연히 안부 전화를 드렸는데 그만…… 그분은 그 후 이 세상에 안 계신다. 물론 나는 내가 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나는 이 책을 고인이 되셨지만 지금까지도 아니 영원히 내게 아버지이신 살라만카 교수Dr. Bonifacio S. Salamanca, 그분에게 바치고자 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는 물론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여기에 이르러 나는 부담감을 느낀다. 표현력의 부족을 느낄 때 나타나는 부담감이다. 잊을 수 없는 만남과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분들, 때로는 정서적 교감을 빙자하며 밤샘을 잊은 채 대화와 그 무엇을 나누었던 분들, 또 어떤 때에는 학문적 반박을 통해 지적 자극을 일게 했던 분들, 어떻게 그런 모든 분들에게 감사함이나 고마움을 전할 수 있을까? 시위를 떠난 고마움과 사랑의 화살이 그들 모두의 가슴속으로 파고들기를 바랄 뿐이다.

나의 어머님은, 그리고 화숙, 대욱, 예리는 밤늦도록 연구실에서 헤매고 있던 나에게 불평 없이 언제나 사랑만을 주었다.

본서를 서술하는 데 필요한 부분의 자료들을 때로는 번역하고, 때로는 교정보고, 나아가 편집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강원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의 김호연님과 석사과정의 김남균님에게는 치악산을 오르며 내가 보냈던 특별한 시선을 알아챘기를 바랍니다. 또 많은 분량의 원고임에도 몇 차례에 걸쳐 처음부터 끝까지 교정을 보아주신 강원일보사의 김화경님께는 소나기 지나고 난 후 먼 산이 보여주는 깨끗함, 그런 깨끗함이 깔려 있는 감사함을 전합니다.

학술 연구에 재정적 지원을 해준 서남재단에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 인문학 분야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그런 학술 사업단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더불어 표합니다.

끝으로 이 책을 출간하느라 애써주신 문학과지성사의 편집부 여러분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2000년 7월
권오신

〔맺음말〕

목차

〔차례〕

서남동양학술총서 간행사|

책머리에|

서장 미국의 필리핀 식민 통치사|

제1장 식민 지배 준비(1898∼1902)|
1. 1898년 이전의 미국·필리핀 교섭|
2. 미국·스페인 전쟁으로 인한 미국·필리핀 관계 성립|
3. 1898년 파리 회담과 조약 체결|
4. 미국·필리핀 전쟁|
5. 제1·2차 필리핀 위원단 성립|

제2장 식민 지배 확립(1902∼1916)|
1. 민족주의 탄압|
2. 식민 지배 기구 성립과 운영|
3. 미국의 식민지 교육정책의 성격|
4. 미국의 식민지 경제 정책|

제3장 독립 가능성 제시와 번복(1916∼1934)|
1. 해리슨 총독 행정부와 존스법|
2. 우드 총독 행정부와 재탄압 정책|
3. 초기 독립 청원 사절단의 성립과 확립|
4. Os-Rox 사절단과 H-H-C 법안 성립|
5. 필리핀 지도부의 권력 싸움과 H-H-C 법안에 대한 반발|
6. 타이딩스-맥더피법의 성립과 과도 정부 헌법 제정|

제4장 독립 과도 정부 지배기(1935∼1941)
1. 케존 대통령 등장과 국가 안보 문제|
2. 경제 문제|
3. 사회 문제|
4.사회 여러 분야의 변화와 발전|

제5장 2차 대전기 관계(1942∼1945)|
1. 일본의 필리핀 점령|
2. 독립 과도 정부의 망명과 맥아더 철군|
3. 필리핀인들의 저항 운동|
4. 맥아더 전군 (1944. 10)과 필리핀 탈환|
5. 요약 및 의의|

제6장 미국 지배 종료, 필리핀 독립(1945∼1946)|
1. 전후 독립 이슈와 과도 정부의 재조직|
2.전후 복구와 필리핀의 경제 상황|
3. 로하스 대통령 등장과 필리핀 독립|
4. 독립 후 미·필 양국 관계의 중요 현안|

맺음말
미국·필리핀 관계를 돌아보며|

참고 문헌|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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