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욕하는 가구

문학과지성 시인선 240

최영철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0년 3월 25일 | ISBN 9788932011479

사양 신46판 176x248mm · 114쪽 | 가격 5,000원

수상/추천: 백석문학상

책소개

[개요]
이 시집은 살아남은 것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의지의 노래다. 시인은 평범한 일상과 사물들 가운데서 생명에 대한 의지를 끌어내어 먼지를 털어내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게 반짝이는가를 시를 통해 보여준다. 그 시에는 회복기의 환자의 시선과 같은 감탄과 따뜻함과 생동감에 대한 외경이 들어 있다. 그리고 시인은 의지의 노래를 잠언조로 되풀이하지 않고 싱싱한 이미지와 따뜻한 유머 속에다 풀어 섞는다. 그 점이 이 시집의 찬탄할 만한 힘이다.

[시인의 말]
다섯번째 시집인데도 처음 같다. 부끄럽고 주저하는 초심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나를 흔들어준 시간들이 고맙다. 그 해 늦가을 한나절의 뇌 수술을 받고 깨어났을 때 그 죽음의 고비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 안에 쌓인 찌꺼기들을 다 걸러낸 느낌이었다.

조금 심심하고 외롭지만 그래서 더 행복하다.

2000년 3월, 최영철

[시인의 산문]
내가 사는 부산 양정동 집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푸조나무, 서쪽에는 배롱나무가 있다. 둘 다 수령 오백 년이 넘은 천연 기념물이다. 이 나무들과 만나려고 잠잘 때 나는 한 번은 오른쪽으로 한 번은 왼쪽으로 돌아눕는다. 오래 한쪽만을 보고 있으면 나머지 하나가 저쪽에서 성큼성큼 걸어나와 내 등을 툭툭 친다. 겨드랑이에 난 양 날개처럼 그것들은 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해준다. 겨울에 처음 이 나무들을 보았는데 불에 탄 듯 시커멓고 음산하게 서 있는 꼴이 살아 있는 나무로 보이지 않았다. 너무 커버린 가지를 혼자 지탱할 수가 없어 쇠기둥에 몸을 의지한 데다 전신에 상처투성이였다. 고사한 흔적과 다시 핀 몸체가 뒤엉킨 채로 봄이 오면 그 나무들은 어김없이 새잎을 피운다. 오백 년 동안 소멸과 신생을 거듭한, 쓰러지고 일어서며 피고 지는 순환을 거듭한 이 나무를 내 마음에 옮겨 심고 싶다. 봄을 만나려는 마음이, 봄의 새와 꽃과 바람과 다시 노닐고 싶은 그리움이 그 나무들을 매년 다시 살려낸 것처럼, 시와 놀고 싶은 마음이 허물어지려는 나를 다시 일으켰다.

[해설]
자연의 숨결, 시간의 사유 오형엽

1
최영철의 시를 읽으며 텍스트의 부분과 전체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한 편의 시를 독립된 구조와 의미로 읽을 수 있지만, 그것이 숨기고 있는 내면 동력까지 포착하기 위해서는 시집 전체의 흐름 속에서 그 위상과 의미망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시집을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 리듬 이미지가 충돌하여 확장되면서 흘러가는, 유동적 흐름으로 간주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더 나아가 한 편의 시가 지닌 의미와 위상은 그것이 수록된 시집을 시적 전개의 전체적 과정 속에서 조망할 때 더 넓은 시야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상식에 속하는 것이지만, 최영철의 다섯번째 시집 『일광욕하는 가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삼 강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집은 최영철 시의 전개 과정에서 이전의 시적 차원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기 반성과 갱신을 통해 획득한 새로운 시적 차원을 펼쳐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집에서 일종의 연작시 형태로 시도된 경우는 ‘시네마 천국’이란 부제가 붙은 일련의 시편들과, ‘푸조나무 아래’라는 부제가 붙은 일련의 시편들이다. 이 중 이번 시집의 특징을 징후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는 후자일 것이다. 그것은 흔히 말하는 서정시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듯이 보인다.

잎 하나 피우는 내 등뒤로
한 번은 당신 샛별로 오고
한 번은 당신 소나기로 오고
그때마다 가시는 길 바라보느라
이렇게 많은 가지를 뻗었답니다
―「잎―푸조나무 아래」 부분

‘당신’을 그리워하는 ‘나’의 내면적 감정의 표출은 서정시의 보편적인 발화 방식이다. 주지하는 대로, 여기서 ‘당신’은 연인과 이상적 가치를 포함하는,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를 상징한다. 인용 시는 이러한 서정시의 보편적인 존재 방식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 그렇다면 도시적 일상 속에서 누추한 이웃에 대한 연민과 분노의 시선을 견지하며 독자적인 시적 위치를 형성해온 최영철의 시는 이 지점에서 기존의 서정시로 되돌아간 것인가? 인용 시를 포함한 ‘푸조나무 아래’ 연작은 단순히 서정시로의 회귀라고 말할 수 없는, 그것과의 미세하지만 중요한 차이를 지니고 있는 듯이 보인다. 기존의 일반적인 서정시의 경우, ‘당신’을 그리워하는 ‘나’는 시인 자신의 분신이거나 내면적 자아를 대변하는 상관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나’는 고유하고 자명한 주체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자아인 것이다. 그런데 인용 시에서 ‘나’는 ‘나무’의 속성과 운명을 지닌 채 ‘당신’을 그리워한다. 시인 스스로 나무가 되어 있는 상황은 시적 자아의 인간적인 측면, 다시 말해 사유 주체로서의 자아관에서 이탈해 있는 모습이다. 이럴 때 ‘나’와의 관계성을 통해서만 존재하는 ‘당신’ 또한 기존 서정시의 경우와는 다른 위상을 지닐 수밖에 없다.

인용 시에서 ‘당신’은 ‘샛별’ ‘소나기’ 등의 자연물로 나타난다. 당신이 자연물로 형상화된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나’와의 관계성을 고려할 때 예사롭지 않은 차이를 드러낸다. “가시는 길 바라보느라” “가지를 뻗”는 ‘나무’의 제한된 움직임에 비하면, “샛별로 오고” “소나기로 오”는 ‘당신’의 움직임은 원활한 능동성을 지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당신’의 위상은 이별한 연인이나 높은 경지의 이상적 가치라는, 기존 서정시의 고정된 ‘당신’의 위상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최영철의 서정시가 보여주는 중요한 특징은, ‘나’와 ‘당신’이 각각 자연물로 형상화되면서 상호 운동성을 지니는 연관적 관계로 설정된 데 있다.

결국 최영철의 서정시는 변모된 ‘나’와 ‘당신’의 관계망을 통해 기존 서정시의 존재 방식을 받아들이면서 그 속에서 새로운 차이를 생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과 함께 우리는 그의 시가 전체적으로 도시적 일상으로부터 자연으로 그 육체를 전이시켜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전이는 공간적 차원, 즉 도시적 공간에서 자연적 공간으로의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와 ‘당신’의 위상 변화는 그 전이가 사유 주체로부터의 이탈이라는, 존재적 전환의 계기와 나란히 동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최영철 시에서 이 존재적 전환의 계기는 공간적 차원뿐 아니라 시간적 차원과도 긴밀히 결부되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그리고 지금까지의 징후 발견적 시 해석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시를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숭숭 하늘 향해 솟은 나무 그늘에 서 있었다
곧고 푸른 지조가 만들어낸 텅 빈 육체에서
플루트 소리가 났다
위로 뻗어가느라 아무것도 품지 못한 생애가
한 번은 꽃 피고 한 번은 꽃 지고 싶다고
우수수 잎을 날려보냈다
나이를 숨기느라 마디진 등뼈 타고
초록을 물들이며 노랗게 솟는 대쪽의 亢進,
창공을 버티느라 굵어지지는 않고
다만 단단해진 울대가
무성한 잎을 떨어뜨렸다
위로 뻗기만 하는 삶을 받치려고
실타래처럼 엉킨 땅 아래 상념들 스산하게 흔들렸다
너 한 번 꽃 필 때마다 하늘 향한 가지 꺾이고
너 한 번 꽃 피려고 무너진 자리
우르르 몸 기댄 백로 제비꽃 와서 피었다.
―「대숲에서」 전문

앞에서 시집 전체를 유동적 흐름으로 간주했는데, 이 시는 이번 시집의 다양한 물살들이 하나로 모여 소용돌이쳤다가 다시 빠져나가는 여울과도 같은 작품이다. 다시 말해, 시집 전체의 의미 구조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화자는 대숲 그늘에 서서 대나무를 바라본다. 이때 대나무는 단지 관찰의 대상으로 놓인 것이 아니라, 화자 자신의 생애까지 표상하고 있다. “곧고 푸른 지조가 만들어낸 텅 빈 육체”와 “위로 뻗어가느라 아무것도 품지 못한 생애”는, 시인이 대나무의 형상에 자신의 생애를 투사하고 다시 바라보면서 반성적 성찰을 시도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 시는 ‘대숲에서’라는 공간적 위상과 ‘대나무’라는 시적 자아의 형상을 통해 자연으로의 공간적 존재적 전이라는, 최근 시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너’는 「잎―푸조나무 아래」에서 ‘나무’로 형상화되었던 시적 자아 ‘나’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샛별’ ‘소나기’로 나타났던 ‘당신’은 1행의 ‘하늘,’ 혹은 마지막 행의 ‘백로 제비꽃’으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결국 이 시는 ‘대나무’와 ‘하늘’ ‘백로 제비꽃’을 통해 ‘나’와 ‘당신’의 관계를 변주하여 형상화하고 있다.

최영철 시에서 ‘나’와 ‘당신’의 관계는 상호 연관적 움직임으로 나타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대나무의 생애가 ‘위’와 ‘아래’의 대응 관계로 형성되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위로 뻗기만 하는 삶,” 곧 “곧고 푸른 지조”는 그 반대편에 “텅 빈 육체”와 “아무것도 품지 못한 생애”를 낳고, “무성한 잎을 떨어뜨”린다. 이 ‘위’와 ‘아래’의 대응 관계는 ‘꽃’과 ‘잎,’ ‘뻗어감’과 ‘떨어짐’의 대응 관계로 전개되면서 이 시 전체의 의미 구조를 형성한다. 여기서 ‘위’와 ‘아래’의 관계성을 굳이 대립이 아니라 대응 관계라고 말한 것은, ‘나’와 ‘당신’의 관계성과 마찬가지로 상호 연관적 길항의 개념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늘 향해 솟은 나무”로 인해 “그늘”이 생기고, “곧고 푸른 지조”로 인해 “플루트 소리”를 내는 “텅 빈 육체”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 “위로 뻗기만 하는 삶을 받치려고/실타래처럼 엉킨 땅 아래 상념들 스산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대나무에게 있어 ‘위’와 ‘아래’는 호응과 반발이 교차하는 복잡한 길항의 관계망을 지닌다. 이러한 길항의 관계망에서도 “너 한 번 꽃 피려고 무너진 자리/우르르 몸 기댄 백로 제비꽃 와서 피었다”에서 보듯, 궁극적으로 시인이 지향하는 가치의 무게중심은 ‘그늘’과 ‘무너진 자리’라는 ‘아래’의 하강적 이미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나무의 성장에서 ‘위’와 ‘아래’를 시인의 생애로 치환하면 ‘미래’와 ‘과거’가 된다. 결국 시인은 이 시에서 대나무를 통해 자기 삶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주시하며 반성과 성찰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2
지금까지 살펴본 최영철 최근 시의 특징을 더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시적 변모 과정을 조망하면서 이번 시집의 다양한 흐름을 추적해보기로 하자. 1980년대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영철은 세번째 시집 『홀로 가는 맹인 악사』(1994)에 이르기까지 소외된 이웃들을 그들에 대한 연민과, 그들을 억압하는 자본과 권력에 대한 분노의 이중적 시선으로 관찰하였다. 다음의 시는 이 시기의 시작 태도와 시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한 사람을 사랑하였네
나는 그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네
여자도 아닌 남자를
젊은이도 아닌 쭈그렁 늙은이를
내가 바라보는 줄도 모르고
내가 사랑하는 줄도 모르고
그는 내 앞을 무심히 지나치네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 뚝뚝 흘리며
구부정한 개미허리 구부리고
손수레 가득 물건을 싣고 가네
―「몰래한 사랑 1」 부분, 『홀로 가는 맹인 악사』

시인은 늙은이가 손수레에 온갖 물건을 가득 싣고 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시인의 사랑법은 불우하지만 선량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이웃들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한다. 이 응시의 시선은 표면적으로 절제된 관찰의 양상을 띠지만, 그 어조 속에는 이웃에 대한 연민과 자신의 부끄러움과 억압하는 세력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정직하고 성실한 이웃들에게서 발견되는 희망의 흔적까지가 숨겨져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시는 독자에게 리듬 비유 상징 등의 시적 기율을 통해 울림을 주기보다 윤리적 정서적 감응을 통해 시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다른 말로 바꾸면, 평면적 구도와 산문화된 일상적 어법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네번째 시집 『야성은 빛나다』(1997)에 와서 변모의 조짐을 보여준다. 변모는 과거의 열정을 상실한 채 소시민적 일상에 파묻힌 자신에 대한 회의와 반성으로부터 촉발된다. 마흔의 나이에 접어든 시인은 “불씨 내린 찜통처럼 식어가는”(「마흔」) 자신을 보며 “나 이미 사랑을 잊고 산 지 오래”(「그리운 지상」)라고 자탄하고, 열정과 야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러한 반성과 갱신의 의지는 과거를 기억하는 ‘추억’의 힘과 현재의 불모를 견디려는 ‘견딤’의 자세로부터 원동력을 얻는다.

나는 어느새 이슬처럼 차고 뜨거운 장르에 왔다
소주는 차고 뜨거운 것만 아니라
격정의 시간을 건너온 고요한 이력이 있다
〔……〕
불순의 시간을 견딘 폐허 같은 주름이 있다
오래 삭아 쉽게 불그레진 청춘이
남은 저를 다 마셔달라고 기다린다
―「소주」 부분, 『야성은 빛나다』

“격정의 시간을 건너온 고요한 이력”과 “불순의 시간을 견딘 폐허 같은 주름”에서, 우리는 추억과 견딤의 자세로부터 자기 갱신의 동력을 얻는, 그리하여 일상적 어법에서 탈피하여 시적 함축과 긴장을 얻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네번째 시집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자기 갱신의 양상이 고유하고 자명한 주체로서의 자아에 대해 회의하는 데서 시작되었다는 점과, 과거와 현재의 시간대를 의식하는 시간 의식과 더불어 생성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시집은 네번째 시집에서 보여준 자기 반성과 갱신이 그 진행 과정에서 도달한 어떤 시적 지점을 선명히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적인 것은, 이번 시집이 보여주는 자기 반성의 모습에 이전의 그것과는 다른 측면이 가미되었다는 점이다. 다음의 시를 살펴보자.

겨울 내내 백문조 수컷 보며 보냈다
알 품다가 죽은 문조 묻어주며
한 세기 품고 온
나의 이력이 우르르 무너진다
이 겨울 홀아비 된 문조와 나,
지난 사랑에 반쪽 떼주고
반쪽 심장으로 우는 하루를 보냈다
―「문조와 함께」 부분

시인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암컷을 잃어버린 백문조 수컷에 비유한다. 그 구체적 양상은 시의 후반부에서 허기와 방황과 외로움으로 제시된다. 이는 열정과 사랑을 포함한 욕망의 대상을 상실한 것을 의미하는데, 시인은 이 상실감을 “한 세기 품고 온/나의 이력이 우르르 무너”지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것은 마흔다섯의 나이에 접어든 시인이 20세기를 마감하는 시기에 느끼는 시대 감각을 대변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번 시집에 나타난, 최영철의 자기 반성이 지닌 시적 특징을 유추할 수 있다. 첫째로, 과거의 충만했던 열정과 사랑의 상실을 남녀 혹은 암수의 이별로 치환함으로써 그 회복의 의지가 남녀간의 결합의 추구로 시도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이번 시집이 네번째 시집에서 보여준 중년의 소시민적 고뇌를 포함하면서 더 폭넓은 시야로 한 시대를 마감하며 느끼는 시대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첫째 특징을 살펴보면, 최영철은 상실한 열정과 사랑의 회복을 야성 혹은 남녀간의 성적 관계 등으로 넓혀가며 욕망의 회복이라는 차원으로 전개한다. 그는 “이 독성이 아귀다툼 나를 새롭게 할 것이야”(「이 독성 이 아귀다툼」), “차갑게 식은 어느 심장에 박혀/단단히 한 번 뜨거워지고 싶었던 것”(「몽골의 돌멩이」), “다 타버릴 때까지 타야겠다고/다시 심지를 세웁니다”(「촛불에게」) 등에서 열정과 야성의 회복을 희망하며, “씩씩한 사내들이 욕지거리로 와서/하룻밤 아랫도리를 담그고 간 여인숙”(「포구」), “꽃들은 피어 있을까/사내들 목마른 가슴에 물을 길어주는 양지꽃”(「선미 OB」), “불씨 한 번 지피라고 밤이 왔다고/성냥불을 그어댄다”(「컴퓨터 그녀」) 등에서는 남녀간의 성적 관계를 암시하며 욕망의 회복을 시도한다. 이 계열의 시들은 결국 야성과 욕망의 회복을 통해 상실한 열정과 사랑에 다가서려는 시도의 일환을 보여주는데, ‘나’와 ‘당신’의 관계를 ‘나무’와 ‘별’ ‘소나기’ ‘꽃’ 등의 자연물간의 관계로 형상화한 서정시 계열과는 구별되는 갈래를 형성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둘째 특징을 살펴보자. “나는 내가 옳다고 얼마나 시퍼런 채로 매달려/까불댔던가 썩어가고 있었던가”(「활엽수림에서」)에서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이 혹독한 회의와 회한은, “풍비박산의 시간”(「노부부」)과 “아득한 시간이여 어서 나를 짓밟을 순 없겠니”(「쥐스킨트를 읽는 밤」) 등에서,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맞이하는 전환기의 혼란스런 시대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최영철 시의 전체적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변모의 줄기를 잡을 수 있다. 초기 시의 평이한 일상적 어법은 평면적 구도 속에서 대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의 시선에 의해 형성되었다. 그런데 네번째 시집 이후 최근 시로 진행될수록 과거 현재 미래를 주시하는 시간 의식과 도시적 일상에서 자연으로의 공간적 전이로 인해 입체적 구도를 형성해가는 한편, 시인의 시선이 시간과 공간의 측면에서 광범위해지고 포괄적으로 되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대상을 전체적으로 내려다보는 조감의 시선에서 기인하는데, 이 조감의 시선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대를 관통하는 투시의 시선과 결부되는 듯이 보인다. 그리하여 최영철의 시는 조감과 투시의 시선이 비유와 상징 등의 시적 함축의 양상과 맞물려 긴장을 획득하며 시적 형상화의 진전을 보여준다.

3
우리는 앞에서 최영철 시의 갱신을 이루는 중요한 내면 동력인 존재적 전환이 도시적 일상에서 자연으로의 공간적 이동과 함께, 과거와 미래를 주시하며 생애를 조감하는 시간 의식과 나란히 진행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시간 의식을 직접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20세기 공로패」와 「21세기 임명장」이 있다.

1)
길 없는 길
가락 없는 청맹과니의 고개 넘어오며
나 비로소 득음했으니
너에게 상을 준다 20세기여
이렇게 만신창이로 허덕거린 사이
나는 다 망가져 처음으로 돌아왔다.
―「20세기 공로패」 부분

2)
너무 치닫지 말기 바란다
너무 자신만만하지 말기 바란다
〔……〕
너무 분명하게 써놓은 약속
지우고 가야겠구나
너무 가득 차오른 불길한 아침
등지고 가야겠구나
100년 후
여기에 기록할 아무 공적이 없기를
잠시 떠맡은 해 별 풀 달
그냥 그 자리 둥실 떠 있기를.
―「21세기 임명장」 부분

이 두 편의 시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시간대에 선 시인의 시대관과 상념을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위로 뻗기만 하는 삶을 받치려고/실타래처럼 엉킨 땅 아래 상념들 스산하게 흔들”(「대숲에서」)리는 모습이다. 시인에게 20세기는 과거에, 21세기는 미래에 해당한다. 그 각각의 시간대에 대한 시인의 상념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양가적 속성을 지니지만, 전반적으로 과거는 회한이 섞인 애착의 목소리로, 미래는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1)의 마지막 대목 “이렇게 만신창이로 허덕거린 사이/나는 다 망가져 처음으로 돌아왔다”와, 2)의 마지막 대목 “잠시 떠맡은 해 별 풀 달/그냥 그 자리 둥실 떠 있기를”이다. 이 두 대목은 시대적 전환기에 선 시인의 교차하는 상념들이 빚어내는 일종의 결론에 해당한다.

1)의 마지막 대목은 폭탄과 폭죽, 눈물과 환희, 사랑 평화와 이별 절망을 왕복했던 20세기의 길 없는 길을 넘어오며 얻은 소리(득음), 즉 깨달음을 함축한다. 그것은 만신창이가 되어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지만, 그 망가짐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된다. 2)의 마지막 대목은 “이미 쌓은 모래성”과 “아슬한 낭떠러지”와 “가득 차오른 불길한 아침,” 즉 급속도로 진행되는 21세기의 가파른 시대의 흐름을 거부하며 항존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그것을 “해 별 풀 달” 등의 자연에게서 찾겠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최영철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복잡한 양가적 감정의 교차 속에서 “터진 과거 밀어붙이고 있는/나머지 길이 달다”(「겨울 길」), “줄을 대고 암표를 사고 급행료를 내고 기다린/앞을 보내고/아득히 텅 비어버린 뒤를 밟아간다”(「앞으로 뒤로」)에서처럼, “물살을 거슬러 가”(「송사리떼를 따라간 밤」)면서 과거를 천착한다. 그리고 자궁과 폐선으로 비유된 현재 자신의 상황에서 “구와꼬리풀 참골무꽃 미나리아재비 땅채송화/뒤따라 내려앉고/갯쑥부쟁이까지 피면 다시 출항이다”(「폐선」)라고 재출발을 다짐한다. 결국 우리는 「폐선」의 이 문장과 인용한 2)의 마지막 대목으로부터, 최영철 시인이 전환기의 상념 속에서 과거의 천착과 새로운 출발이라는 ‘시간 의식’을 거쳐 “해 별 풀 달” 등의 ‘자연’에 도달하는 과정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다음의 시를 살펴보자.

여름 땡볕 맹렬하던 노래
늦은 홍수 지고
노랗게 야윈 상수리 잎 사이
맴 맴 맴 맴 맘 맘 맘 밈 밈 몸 믐 ㅁ ─
사드라든다
땅속 십 년을 견디고
딱 보름쯤 암컷을 부르다가
아무 화답이 없자
아무 미련이 없자
툭 몸을 떨구는 수매미 한 마리

새야 바람아 찬 냇물아
지지솔솔
씽씽짹짹
이제 너희가 지저귈 차례다.
―「매미」 전문

이 시는 크게 1연과 2연의 대비로 이루어진다. 1연은 철 지난 여름날에 암컷을 부르다 떨어져 죽는 수매미를 형상화한다. 암수의 관계는 앞서 살폈듯이, 욕망을 포함하여 상실한 열정과 사랑의 회복과 관련되지만, 그 결합의 실패는 다음 단계의 구원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2연에 나타나는 새 바람 냇물이라는 자연의 양상이다. 이것은 자아의 주체적 노력으로 추구하였던 사랑과 열정의 회복이 불가능함을 깨달은 시인이, 자기 외부의 자연이 주인임을 인식하고 그 구원을 요청함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매미와 자연물의 존재를 그 소리로 형상화하는 부분이다. 매미의 울음 소리가 사그라드는 데 반해, “지지솔솔” “씽씽짹짹”하는 새 바람 냇물의 소리가 생동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에 주목할 수 있다. 이 소리는 의성어에 해당하지만 의태어적 속성까지 포함할 정도로 생동감과 생명력을 발산한다. “햇볕은 퐁퐁 아스팔트 위를 뛰어다니네”(「주황색 스웨터」)를 보라. 이는 시인이 남녀나 암수의 결합을 통해 시도하였던 사랑과 욕망의 회복이 좌절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자연’에서 그 대안적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대숲에서」의 “하늘 향해 솟은 나무”가 “숭숭” 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그리고 「잎―푸조나무 아래」에서 ‘당신’으로 형상화된 ‘샛별’ ‘소나기’가 ‘나’에게 다가오는 활발한 움직임을 지니는 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최영철의 서정시가 보여주는 ‘당신’은 별 소나기 꽃 새 바람 냇물 등의 자연물로 형상화되어, ‘나무’로 형상화된 ‘나’와 상호 호응하면서 새로운 구원의 희망을 던져주는 능동적 존재로 형상화되는 것이다. 자연의 생동하는 소리와 그 숨결에 순응하는 시인의 태도는 다음의 시에서 잘 나타난다.

1)
그 아래 눕고 싶다
나무 아래 돌 아래
하루 다한 햇살 아래
〔……〕
주인님 발치에 다소곳이 앉으며
부끄럽게 고개 숙인 순장자처럼
저 나무와 돌이 잘 지나가도록
저 햇살과 바람이 잘 피어나도록
덧널무덤 구덩이에 피어오르는 봄기운
서로 와서 눕겠다고 재잘거리는
새, 아이들 소리.
―「순장자처럼」 부분

2)
나의 희망은
풀 한 포기 먼지 한 올 붉은 해 걸어나갈
징검다리 되는 일

바람이여 어서 나를 날리소서
날려버리소서.
―「희망」 부분

두 편의 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자연에 순응하면서 그 속에 주체로서의 자아를 풀어놓는 모습이다. 나무 돌 햇살 아래 순장자처럼 눕는 자세와 풀 먼지 해의 징검다리가 되는 자세는, 자연을 주인 삼고 그것에 자아를 복속시킴으로써 자연의 순리에 따르겠다는 뜻을 지닌다. 이는 최영철의 서정시가 기존 서정시의 자아와 대상의 관계가 역전된 방식의 발상법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4
이러한 ‘자연’의 속성과 양상을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망을 통해 고찰하려면 「흐르는 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대숲에서」가 이번 시집의 다양한 물살들이 모여들고 다시 빠져나가는 여울 같은 작품이라고 했는데, 이 「흐르는 물」은 또 하나의 여울을 형성하는 작품이다.

한여름 개울이 내는 시원한 물 소리
모난 돌 스치고 가느라 긁힌
물의 상처들이 내는 아우성이었네
아프다 아프다 내지르고 가는 물 소리
내 미지근한 속이 다 서늘해졌네
한차례 비 뿌린 뒤
더 맑고 시원해진 노래
그 가슴팍에 발 담궜네

확성기 달고 골목 누비는
행상 아주머니 외침
칼잠 깨 듣고 있자니
굽이굽이 막다른 골목
세파의 굴곡을 타고 흐르다 여기까지 와서
순하고 구성진 한 자락 노래가 되었네

너무 평탄해서 흐를 수 없는
나 썩은 물
당기고 밀어주는
울퉁불퉁한 굴곡을 만나러 가네.
―「흐르는 물」 전문

시인이 처한 상황은 3연의 “너무 평탄해서 흐를 수 없는/나 썩은 물”로 제시된다. ‘고인 물’로 요약될 수 있는 시인의 현실은 ‘흐르는 물’로부터 반성과 갱신의 계기를 얻는다. 1연에서 시인은 흐르는 물의 “시원한 물 소리”가 “상처들이 내는 아우성”임을 깨닫고 “미지근한 속이 다 서늘해”지는 차원에 도달한다. 흐르는 물이라는 자연의 원리와 속성을 깨달음으로써 자기 갱신에 이르는 이 과정은, 2연에서 행상 아주머니의 외침에서 세파의 굴곡을 발견하고 다시 순하고 구성진 한 자락 노래를 발견하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결국 이 시는 최근 시에 나타난 자연의 양상이 자기 반성과 갱신의 계기로 작용하여, 이전 시의 영역이었던 이웃에 대한 관찰의 시선에까지 개입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최영철 시의 중요한 또 한 가지 특징을 지적할 수 있다. 그의 시는 전체적으로 초기의 도시적 일상 시 혹은 리얼리즘 시로부터 최근의 자연을 매개로 한 서정시로 전환되었다기보다, 초기 시의 경향이 유지되면서 최근 시의 새로운 특징이 가미되는 양상으로 전개되어, 다양한 시적 갈래와 물줄기를 형성하는 모습을 띤다. 따라서 이번 시집에서도 「햇살이 조금 남은 저녁 무렵」 「일광욕하는 가구」 「실어(失語)」 「눈부신 아침」 「계단」 「노부부」 「인연」 「간판 없는 집」 등의 시에서 도시 주변의 불우하고 가난한 이웃에 대한 응시의 시선을 보여주는데, 그 시적 양상은 변모된 일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외다리 외팔로
중앙동 거리를 뛰어다니던 신문팔이가 있었다
한쪽 다리 가슴에 품고 선 두루미처럼
그도 한쪽 팔다리 숨기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
아직 모락모락 김이 나는 갈피 사이에서
밤을 설친 두루미들이 날아올랐다
침묵을 끌어안고 녹인
한쪽 팔다리에 훈김이 솟고
신문팔이 어깨 위로 날개가 돋았다
푸드덕 활자들이
바다 너머로 일제히 솟구쳤다.
―「눈부신 아침」 부분

이 시가 소외된 이웃을 형상화하던 이전 시의 양상과 구별되는 것은, 불우 속에서 더 적극적으로 삶의 건강한 활기와 희망의 계기를 발견하는 데 있다. 이 계기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는 “날아”오르는 “두루미들”이 지닌 자연 혹은 생명의 이미지이다. 결국 최영철의 시는 ‘자연의 숨결’과 ‘시간에 대한 사유’라는 두 차원으로부터 자기 갱신의 계기를 얻음으로써, 이전 시의 평면적 구도에서 벗어나 복합적 구도 속에서 중요한 시적 진전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면서 피로와 회의를 느끼는 듯한 최영철 시인이 「폐선」을 통해 파산의 자리에서 재출발을 선언하는 모습은 또 한 번의 자기 갱신과 시적 진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언제부터 멈추어 있었을까
마냥 바다로 뱃머리를 향하고 있는 자궁.
얼마나 돌아다녔던지
긁히고 찢긴 날갯죽지마다
딱지가 앉고 새살이 돋는다.
〔……〕
더 갈 곳 없는 흰나비 한 마리 앉았다.
산을 떠난 금강봄맞이꽃 낮게 날아와
쭈그러진 깡통에 떨어지고
바람이 금강 설악의 흙을 실어나른다.
구와꼬리풀 참골무꽃 미나리아재비 땅채송화
뒤따라 내려앉고
갯쑥부쟁이까지 피면 다시 출항이다.
―「폐선」 부분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대숲에서
포구
이 독성 이 아귀다툼
20세기 공로패
21세기 임명장
황령산, 봉수대가 있는
바보 고기
선미OB
활엽수림에서
겨울 길
순장자처럼
백일홍

곰보 다리
몽골의 돌멩이
촛불에게
송사리떼를 따라간 밤
문조와 함께
알, 수술 자리
받아라 발톱 간다
번호를 지우는 번호들
햇살이 조금 남은 저녁 무렵
새를 기다리는 새
홍매화 겨울 나기

제2부

일광욕하는 가구
주황색 스웨터
은행나무 침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붉은 수수밭
세상 밖으로
강원도의 힘
지중해
비밀과 거짓말
학생부군신위
인생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흥건한 봄
뿌리
엉겅퀴
벼락
방주
솟대
물건 바다
며느리밥풀꽃
희망
박새
여름

제3부

흐르는 물
국정원 뜰 상사화
失語
눈부신 아침
세기말 이별
길에서 돌을 맞다
컴퓨터 그녀
나팔 천국
매미
계단
동행
어느 폭주족을 위하여
쥐스킨트를 읽는 밤
燒紙의 꿈
노부부
다리
인연
앞으로 뒤로
간판 없는 집
폭설
땅 서너 평
정상에서
폐선

▨ 해설·자연의 숨결, 시간의 사유·오형엽

작가 소개

최영철 지음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고,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가족사진』 『홀로 가는 맹인악사』 『야성은 빛나다』 『일광욕하는 가구』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 『그림자 호수』 『호루라기』 등과 산문집 『우리 앞에 문이 있다』 『나들이 부산』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그리고 어른을 위한 동화 『나비야 청산 가자』를 펴냈다. 백석문학상(2000)을 수상했다.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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