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의 불꽃

김원일 소설

김원일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0년 1월 20일 | ISBN 9788932011431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27쪽 | 가격 6,000원

책소개

[내용 소개]
끝내 분신으로 치닫고 만 원폭 피해자들의 피끓는 절규!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그들의 비극적인 삶을 치밀하게 추적해가는 작가, 김원일은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며 그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형상화한다.

[작가의 말]
작가가 어떤 소재를 선택할 때, 그 소재는 그가 여태껏 써온 소설의 유형에서 크게 일탈하지 않는다. 그의 머릿속에는 소재의 경계점이 울타리를 두르고 있으며, 그는 그 울타리 안에 머물고 있는 소재를 끄집어낸다. 인종이 피부색 언어 종교의 동질성을 좇아 모여살 듯, 가축이 사이가 좋은 이웃끼리 한울타리 안에서 살 듯, 소재 또한 그 작가의 개성에 걸맞게 비슷한 유형을 이루어 상상의 공간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원폭 피해자의 비극적인 삶을 소설화한 『히로시마의 불꽃』과 관련하여 얼핏 목축이란 말이 떠오른다. 일정한 용적을 확보하여 사방에다 널빤지로 울을 치고 가축을 그 울 안에서 방목하다 어떤 목적에 의해 그 중 한 마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럴 때, 가축이 많은 작가는 행복하다.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소재의 빈곤이란 가난한 목축업자를 연상케 한다.

내가 즐겨 선택하는 소재는 소외 억압, 또는 결핍과 관련된 삶이다. 갇힌 자, 병든 자, 굶주린 자를 선택할 때 어떤 이야깃감이 떠오른다. 그런 소재가 나에게는 자연스럽다. 그렇게 생각할 때, 내 목장에서 키우는 가축은 대체로 목에 쇠줄이 매여 버둥거리는 짐승, 병들어 신음하는 짐승, 주인이 먹이를 제때 주지 않거나 초지가 가뭄으로 말라버려 굶주린 짐승이 될 터이다. 그 짐승들이 절망의 눈빛으로 작가에게 간절하게 해방을 요구한다. 해방이란 갇힌 상태에서 자유를 얻게 하거나, 병을 고쳐주거나, 먹이를 풍족하게 주는 일일 것이다. 아니면, 가축을 기르는 용도가 그러하므로 선택된 짐승이 도살될 수도 있다. 도살의 경우, 잔인한 비유가 되고 말았지만 어쨌든 그렇게 선택된 가축을 우리에서 꺼내는 그때부터 작가의 고통스러운 집필이 시작된다.

『히로시마의 불꽃』이야말로, 그 목축의 비유가 적절한 예로 떠올랐다. 나는 그 소재를 오랫동안 준비했다. 쓸 짬을 얻지 못했기에 자료를 더욱 꼼꼼히 챙길 동안, 원폭 피해자 가족들은 끊임없이 나에게 자신이 당하고 있는 괴로움을 두고 한 맺힌 사연을 하소연해왔다. 물론 실제가 아닌 목장 안에서의 일이다. 나 역시 그들과 동참하여 아파하며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필을 멈추곤 했다. 소설을 착수했을 때 주인공을 분신이란 극한까지 몰고 갈 의도는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렇게 씌어지고 말았다. 객관성과 냉철함을 확보하지 못했지 않았느냐란 반성도 들었으나 그들을 살려내어 그 어떤 희망을 줄 수는 없었다. 현실의 그 어느 구석에도 그럴 만한 구원의 빛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동안 여러 차례 한국 원폭 피해자의 실태 보고서와 진정서가 상정되었을 때처럼, 이 소설 역시 사회로 하여금 그들에게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들은 여전히 소외 억압 결핍 속에 방치된 상태이다. ‘산 자의 매장’이란 말이 새삼스럽게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첫 발표 때의 원고를 다듬고 제목을 고쳐 다시 내보낸다.

2000년 1월, 김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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