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1 - 제1권 1호(1988년 봄)

편집동인 엮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88년 1월 1일 | ISBN 9771227285006

사양 신국판 152x225mm | 가격 15,000원

책소개

『문학과사회』를 창간하면서

 

1980년 여름, 『문학과지성』 창간 10주년 기념호로 한참 바쁘던 즈음에 우리는 느닷없는 폐간 통고를 받았다. 어리둥절하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했던 몇 달을 보내고 난 연말에, 이 계간지 편집 동인들은 앞으로의 우리 작업을 위해 진지한 논의를 가졌다. 그때 우리의 화제의 초점은 이처럼 참담하고 무람없는 시대에, 언어―출판 행위의 의미는 무엇인가,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방향에서 획득될 것인가였다. 길고 진지했던 그 토의의 결론은, 상황에 대한 진단이 절망적일수록,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우리의 작업에 더욱 의미있는 지향을 찾아야 한다는 쪽이었다. 이때 우리가 동의한 모색의 실제적 방향은, 더욱 심해지는 정치적·정신적 폐쇄성을 타개하기 위하여, 그리고 현실적·지적 억압에 맞서기 위하여 우리의 출판 행위는 보다 개방적이며 체계적인 성격을 가져야 하며 새로운 문화 세대들을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에 따라, 이후 ‘현대의 지성’ ‘현대의 문학 이론’ ‘문제와 시각’ 등의 총서 작업을 시작했고 번역의 비중을 높여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인식과 비판의 힘을 키우고 의식의 지평을 넓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끌어들임은, 앞으로 계간지 발간이 가능하게 될 때, 복간이 아니라 창간을 하고, 그들이 편집 주체가 되도록 함으로써 문학적 신진대사로 나타나도록 했다. 1982년에 첫호가 나온 이후 매년 한 권씩 간행된 무크지 『우리 세대(시대: 5집 이후)』이 그를 위한 중간 단계였다.

1988년 봄호로 창간되는 계간 『문학과사회』는 이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제호에 대해서는, 『문학과지성』『우리 시대의 문학』 등이 우선 제시되었지만, 앞의 것은 새 잡지의 창간을 분명히 표시하기 위해, 뒤의 것은 80년대 중반까지는 그 시대적 역할이 중요했던 무크지의 성격이 이제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신·구의 편집 동인들 합의로 밀려났고, 긴 상의 끝에, 젊은 편집 동인의 결정으로 『문학과사회』로 선택되었다. 그들의 의도는, 문학을 문학만으로 보던 관점은 적어도 우리의 80년대에는 사라져야 하고, 문학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우리 생활 세계와의 조망을 통해 접근되어야 한다는 데 두고 있는 듯하며, 그래서 앞으로의 편집 방향도 인식과 상상력의 한 뿌리로서 현실과의 유기적 연관성을 중시하겠다는 태도를 그 제호에서 보여준 듯하다.

새 편집 동인들은 『우리 시대의 문학』을 주도했던, 현재 30대 전반의 젊은 비평가들로 구성되고 있다. 이들은 전공에서도 다를 뿐 아니라 문학적 인식의 지향도 상상력 문제로부터 사회학적 혹은 과학적 논리에 깊이 경도된 시각을 보이기까지 다양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동인’으로 묶일 수 있었던 것은 유신 시절에 지적 성장을 얻었으며 산업 사회화와 더불어 문하고가 사회를 익힌 80년대적 분위기를 공유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보완받는 열린 심성을 갖고 있고, 거기에 적합한, 공동 작업에 반드시 전제가 될 깊은 우정들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이 젊은 편집 동인들은 선배 편집 동인들과 다른 시대적 위상에 서서 보다 넓고 깊고 힘있는 작업들을 펼쳐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 동인들은 권오룡·성민엽·임우기·정과리·진형준·홍정선 등이다.

『문학과지성』 편집 동인들은 아마도 새로이 창간되는 이 잡지에 필자로서 혹은 후원자로서 참여하기는 하겠지만, 기획․원고 검토를 포함한 잡지의 모든 편집권에 대해서는 새 동인들의 완전한 독자성을 지켜줄 것이다. 우리는 이럼으로써 새 시대의 새로운 잡지의 의미가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다.

민주화와 지적 개방성이 실천되려는 이 봄에, 『문학과사회』의 창간을 기다리는 많은 분들에게 꾸준한 격려와 사랑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1988.2

발행인 김 병 익

 

『문학과사회』를 엮으며

 

오늘의 우리 사회의 상황은 이중적이다. 변혁에의 열망과 체제 유지적 이데올로기가 오늘날만큼이나 날카롭게 대립한 적도 일찍이 없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변화는 이 대립되는 두 힘에 의해 주로 규정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들이 서로 확연하게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어지럽게 얽혀 있다는 것은 현실 인식 자체를 복잡한 것으로 만들 뿐 아니라, 그것에 기반을 둔 문화적 실천까지를 한층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 체제 이데올로기는 단순히 체제 유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변주를 통해 사회 변화 자체에 방향성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으며, 변혁에의 열망은 자칫 낭만적 열정에만 치우쳐 결과적으로 관념론이나 허무주의에 함몰하여 체제 이데올로기에 변질당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오늘의 상황에서의 문화 행위가 체제 유지적 논리의 허구성을 직시하고 변혁에의 다양한 열망을 보다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논의의 절차를 통해 사회와 문화 발전의 지속적인 힘으로 매개시켜주어야 함을 우선적인 소임으로 갖는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구체적으로 이것은 상황 자체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현상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폭로하는 한편, 변혁에의 열망에까지 은밀하게 스며들어 있는 체제 논리를 해체하는 일련의 작업의 동시적 수행을 요구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작업의 수행 없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변혁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문학’과 ‘사회’를 상호 포괄적인 관계로 파악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하여 궁극적으로는 문학의 입장에서, 문학을 통해 사회 변혁의 전망을 획득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문학은 사회 밖에서 사회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거나, 또는 다른 방식을 통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각인되고 인식을 남기는 관계에 있다. 문학은 사회 속에 존재하며 사회는 또한 문학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와 구조를 발견해낸다. 문학은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사회를 비판하고, 이러한 반성과 비판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는 동시에 사회 변혁의 주요한 동인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문학과 사회의 동시적 포괄 관계를 통해 한국 사회의 진정한 변혁의 전망을 추구하고자 한다.

 

우리가 ‘사회 변화와 문학적 인식’을 주제로 특집을 꾸민 것은, 바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이다. 오늘의 한국 문학이 지금의 우리 사회와 어떻게 상호 포괄 관계를 맺고 있는가, 진정한 사회 변혁의 전망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그 관계가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는가를 살펴보는 데 이 특집의 의도가 있다.

성민엽씨의 「전환기의 문학과 사회」는 문하고가 사회는 상호 작용하면서 끊임없이 함께 변모한다는 전제하에 오늘의 이중적 사회 상황에서 문학이 어떻게 물적 토대를 획득함으로써 사회에 작용할 수 있는가를 성찰한다. 홍정선씨의 「문학 제도와 문학」은 국가 이데올로기가 합법적·비합법적 문학 제도 속에 교묘하게 스며드는 방식, 그리고 그 문학 제도들이 국가 이데올로기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양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정과리씨의 장편 논문은 이제 지배적 문학 형태로서 자리잡은 민중문학론을 민족문학과 민중적 민족문학으로 나누어, 그것들의 인식 구조를 분석한다. 임우기씨의 「80년대 분단소설의 새로운 전개」는 80년대 분단 문학이 이념 수용의 측면에서 이전의 분단 문학드로가 단절을 긋고 있다는 인식하에 작품 속에 수용된 이념들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세밀히 탐구한다.

기획 서평의 ‘80년대 무크 운동의 의미’는 80년대가 강요한 문화적 공백을 타개하기 위해 돌출해 만개한 무크지 운동의 의의와 한계를 살피기 위해 마련되었다. 그것은 결국 지금까지 문화 운동·작업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의 필요와 관련되어 이ㅆ다.

 

비평/논문란에는 김현·김주연·안삼환·임재해·홍석경씨가 수고해주었다. 김현씨의 글은 집단의 문제가 개인에 대한 증오로 변용되어 표출되는 양상을 분석하고 있으며, 안삼환씨의 글은 특집의 임우기씨의 글과 관련되어, 독일과 한국의 분단 문학의 상호 유비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임재해씨와 홍석경씨의 글은 각각 우리 문화의 근대적 형태와 그 의미, 그리고 현대 문화의 소통 장치인 매스 코뮤니케이션에 대한 이론적 접근들을 검토하고 있다. 김주연씨의 글은 시인 황지우에 대한 본격 평론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러한 실제 비평들이다. 문화적 실천이 공허한 관념의 유희와 그에의 도취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문학 작품들에 대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는 다음 호부터 ‘오늘의 한국 문학’란을 만들어, 그때그때 발표되는 중요한 작품들에 대한 실제 비평 작업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수행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창간호에 신인을 내보내는 기쁨을 갖는다. 정남식씨의 시들은 현 한국 사회의 심리적 병증에 섬세한 감수성으로 스며들어, 그것을 물의 상상력에 의해 부드럽게 녹이고 있다. 독자들의 성원을 바란다.

 

글을 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문학과사회』가 오로지 우리의 책임하에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해준 문학과지성사에 대한 감사는 새삼 덧붙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학과사회』 편집 동인]

 

 

문학과지성사는 1975년 12월에 문을 연 이후 만 12년 동안 총 336종 180만 부의 단행본을 발간해왔다. 결코 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특히 그 수준과 질에 있어서 우리의 문화와 문학의 진전에 우리 나름의 가능한 한의 기여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 같다. 적어도, 우리로서는, 우리의 책이 자본주의적 유통 구조 속에서 진정성의 추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나야 할 것인가를 우리의 출판 작업을 통해 표명되도록 애써왔다. 우리의 이런 태도가 가능했던 것은 물론 많은 저자들의 진지한 버팀의 정신과 함께 독자들의 따뜻한 받아들임의 태도의 덕분일 것이다.

문학과지성사는 계간 『문학과사회』 창간호를 발행하는 이 봄에, 데이빗 호이의 『해석학과 문학 비평』, 김윤식·정호웅 편 『한국 근대 리얼리즘 작가 연구』, 김용직 편 『상징』, 김정매 저 『어둠의 불꽃』을 간행한다. ‘현대의 문학 이론’ 10으로, 이경순 교수가 번역한 『해석학과 문학 비평』은 메타 이론으로서의 해석학이 문학 작품의 분석과 비평적 접근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를 많은 이론가들의 관점에 대한 비판적 수용을 통해 검토하고 있으며, 식민지 시대의 사회주의적 작가로서 우리 문학사에서 실종된 홍명희·이기영·김남천·임화 등 11명의 사상․작품에 대한 집중적 연구인 『한국 근대 리얼리즘 작가 연구』는 우리 문학사 분단의 비극을 지양하려는 성실한 노력의 성과이다. ‘문제와 시각’의 18번째 책인 『상징』은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상징에 대한 기초적 이해와 더불어 그것의 기능과 해석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작가 연구론인 『어둠의 불꽃』은 D.H. 로렌스의 문학 전반에 대한 깊은 탐색을 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문학과지성사는 김원우씨의 중편소설집과 지난 해 『비명을 찾아서』로 우리 문단에 충격을 주었던 복거일씨의 두번째 전작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린다.

[문학과지성사]

목차

『문학과사회』를 창간하면서
『문학과사회』를 엮으며

<권두 주제: 사회 변화와 문학적 인식>
오늘의 한국 문학이 지금의 우리 사회와 어떻게 상호 포괄 관계를 맺고 있는가, 진정한 사회 변혁의 전망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그 관계가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는가.

성민엽_전환기의 문학과 사회
홍정선_문학 제도와 문학
임우기_80년대 분단소설의 새로운 전개
정과리_민중문학론의 인식 구조

<기획 서평>
80년대가 강요한 문화적 공백을 타개하기 위해 돌출해 만개한 무크지 운동에 대한 점검 작업

80년대 무크 운동의 의미
한기_무크지 시대의 종언 혹은 전환기의 문학적 움직임
허석렬_한국 사회의 성격과 민주주의의 전망
송기호_역사의 대중화를 향하여

<비평·논문>
김현_증오와 폭력
김주연_諷刺의 祭儀를 넘어서
안삼환_독일의 분단 문학
임재해_연행 예술로서의 놀이문학과 민중적 현실 인식
홍석경_문화와 매스 코뮤니케이션에 대한 기호학적 전망을 위하여

<시>
고은_귀국
오규원_恐龍 / 物證 / 원피스 / 깡통
이동순_蓮享里 이야기
이성복_강 / 울음 / 사막 / 이별 / 어두워질 때까지
최명_돌아와 이제 / 當代의, 當代의 / 나는 그대의 벽을 핥는다 / 기억하는가 / 날이 흐르고
윤중호_기러기 ㅡ 중국의 길림성 동족들에게 / 고향, 다시 강가에서 / 수산시장에서
정남식_물ㅡ 비 / 망상 / 아침 산길․2 / 길목 거대한 숲길 / 소풍객들 틈 속에서

<소설>
이청준_전짓불 앞의 傍白―가위 밑 그림의 음화와 양화·2
이인성_이미 그를 찾아간 우리의 소설 기행―한없이 낮은 숨결·9
김성동_風笛·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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