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제전 2

김원일 장편소설

김원일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7년 4월 17일 | ISBN 9788932008998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60쪽 | 가격 7,000원

분야 장편소설

책소개

1950년 경남의 소읍 진영과 서울, 평양을 무대로 펼쳐지는 우리 민중의 삶과 꿈, 설움과 분노, 도전과 수난, 사랑과 슬픔…… 급변하는 남북 분단 현실의 결정적 해였던 50년 전쟁 전후의 민족 상황을 개관적 시점으로 형상화한 분단 시대 최고의 문제작.

[머리말]

내가 소년기를 보냈던 시대와 그 시절 살았던 땅과 사람을 중심으로 『불의 제전』을 구상하여 초고에 착수하기가 나이 스무 살, 초급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다. 내 문학의 출발점이었고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기도 그 이야기를 엮어보겠다는 소망에서 비롯되었다. 1980년 장편소설로 잡지에 연재를 시작하여, 나이 쉰 중반에 이른 이제서야 완성을 보았으니, 본격 집필 기간만도 18년 세월이 걸렸다. 『문학사상』의 첫 연재에서(1980∼1982), 『학원』(1984∼1985), 『동서문학』(1988∼1989)에 띄엄띄엄 이어나가다, 이제 때를 놓치면 더 써나갈 여력도 없겠다 싶어 『문학과사회』(1993∼1995)에서 힘들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 동안 지면 준 분들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미완에 그칠 뻔했기에 먼저 그분들에게 감사한다. 매번 내 소설을 첫번째로 읽어주는 김병익형, 문학과지성사 편집부 여러분, 특히 책교로 오식을 꼼꼼하게 잡아준 백은숙님, 이 소설이 『학원』에 연재될 동안 병고를 무릅쓰고 판화를 그려준 고 오윤형, 그외 육이오 전쟁 전후의 체험담을 들려준 많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남북 분단 이념 문제가 주조를 이루는 이 소설이 씌어질 동안, 세계 곳곳에서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체제가 잇달아 와해되었다. 그러나 나는 가능한 1950년 그 현재 시제로 돌아가 그 시대를 객관화하려 했다. 1983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앞부분 두 권을 출판했을 당시의 머리글을 지금 읽어보니, 이 소설을 두고 그 머리글에서 특별히 보태거나 뺄 말을 찾지 못했다. 80년대초에서 90년대 후반에 이를 동안은 국내외적으로 유례없는 격동의 변혁을 거쳐왔음에도 이 소설의 집필 의도가 시작 때의 마음 그대로였기에 시대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아집을 두고 괴로워했으나, 문학에 입문했던 시절의 첫 순정이 그토록 질기게 내 중심을 잡아놓지 않는 데 놀라기도 했다.

14년 전 문학과지성사판 머리글을 그대로 옮긴다.

광복 후부터 육이오 전쟁 사이의 세월은 아물지 않는 상처를 보듯 눈만 주어도 민감하게 통증이 오는 시대이다. 나는 잃은 나라를 되찾은 기쁨을 기억하지 못하고, 육이오를 국민학교 삼학년에 겪었다. 그러므로 나의 세대가 그 시대를 정공법으로 다루자면 뜨거운 가슴이 아닌 추체험의 현장감도 문제이지만, 자료의 부족과 편견의 삼십여 년 세월이 허리를 접고 있는 현실적 제약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련한 기억의 그리움에 연연하며, 나는 그 시대를 쓰지 않고는 다른 어떤 소재도 내 몫이 아닌 듯 여겨졌다.

되짚어보면 이 소설을 기고하기가 20대 초반이고 졸작 「어둠의 魂」 외 두어 작품도 삼백여 매 써둔 초고에서 발췌하여 발표를 했으니, 내 문학의 그리 길지 않은 족적 속에서도 이 소재는 나의 고통스런 환부를 헤집으며, 또는 행복한 상상력으로 끊임없이 내 문학혼을 일깨워온 셈이다. 장편 『노을』을 끝내고 그 일인칭 소설의 여러 약점을 보완한 새 장편을 쓰기로 작심했을 때, “이 이야기를 엮다보면 내가 문학 청년 시절의 바람이었던 한 작가로서의 몫도 대충 마무리짓게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불의 祭典』은 육이오 전쟁이 시작된 1950년이 시대적 배경이다. 1950년은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사상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던 비극의 해로 세계 냉전 체제의 양극화 현상이 이 반도 땅에서 처음으로 첨예하게 맞섰고, 그러므로 인간의 삶의 양태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나는 본격 전쟁소설로서 육이오를 쓰겠다는 마음은 애당초 없었다.

사실 그 시대는 우리 민족만이 당한, 지금도 증오로 앙갚음하겠다는 분단의 연장선상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지금 제3세계라 일컫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동질의 악순환은 되풀이되고 있다. 절대적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며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나라, 이데올로기나 계층간의 편견으로부터 해방을 원하는 나라, 사대주의와 민족주의의 간극이 갈등을 빚는 나라, 자유와 민주 또는 평등의 실천적 외침이 통제되는 나라가 있는 한, 이런 소재가 역사의 한 장으로 물러날 수 없으며, 작가란 그런 모순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리얼리즘 소설 미학을 신뢰하며, 그 시대를 다양하게 파헤쳐 우리 민족의 삶을 총체적으로 표현한다’는 낡은 창작 노트의 낙서가 한갓 의욕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힘을 들였지만, 과연 물목의 구색을 갖추어 전자리를 벌였는지, 다만 능력의 한계가 부끄러울 뿐이다.

– 1997년 4월, 김원일(金源一)

작가 소개

김원일 지음

작가 김원일은 1942년 경남 김해군 진영읍에서 출생, 대구에서 성장했고 영남대학교를 졸업했다. 1966년부터 소설을 발표하여, 장편소설 『노을』 (1978), 『바람과 강』(1986), 『겨울 골짜기』(1986), 『마당깊은 집』(1988), 『늘푸른소나무』(1993), 『아우라지로 가는 길』(1996), 『사랑아, 길을 묻지 않는다』(1998) 외 『김원일 중 단편 전집』(전5권)이 있으며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우경문학예술상 외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 국립 순천대학교 석좌교수이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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