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에 달하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192

김소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6년 12월 10일 | ISBN 9788932008660

사양 신46판 176x248mm · 126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극에 달하다』는 거대한 것에 대해 미세한 것으로 대응하는 특이한 미학의 시집이다. 시인은 중심이 아닌 주변에서 자신에게도 들릴락말락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러나 그 작아져서 단단한 곳에 상처와 견딤과 그리움과 사랑, 저주와 위로의 말들이 확대경 없이는 해독할 수 없도록 촘촘하게 새겨져 있다. 거대한 형상에 감추듯 새겨진 도공의 이름처럼 그 말들을 읽지 않고는 거대한 것, 남성적인 것, 혹은 중심의 세계에 들어갈 수 없다. 왜냐하면 시인의 말, 시인의 육체가 그 세계의 자물통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산문]

즐기다가, 매혹되다가, 홀려버리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에 나는 행복했다. 그 행복 때문에 몸이 아팠었다.

세상의 자질구레한—-그러나 나에게는 위대했던—-변죽들에게, 황홀하게 흡입되고, 또한 침식되는 것. 침식된 자들이 다시, 자발적으로 이 세상을 침윤하고 침식하는 것.

이것은 새롭게 망가져가는 세계에서, 이끌려 망가질 수밖에 없는 자들이 체득한, 어쩌면 유일한, 접신술이다.

그저 ‘호흡’하다가 내 몸 속에 빨려들어온 것들. 그리하여 나를 만들어버린 것들. 무너지고, 쏟아지고, 흩어지고, 사라지는 것들…… 그 불순하고 찰나적인 것들이 나에게 위로한다.
“너는 내 자식이다. 그래서 내 젖을 빨게 한 것이다.”
그러니 어쩌랴. 착하고 지고지순한 노래들이 아무 의미 없이 여겨지는 이 천성을.

내가 이 시대에서 얻었던 傷處들을, 그 傷함의 居處들을 ‘ 迹’으로 환치시키기 위하여 나는 시를 썼다. 배고팠다.

오늘도, 여전히, 끝이 보이는 맑은 날이다.

작가 소개

김소연 지음

1993년 『현대시사상』에 「우리는 찬양한다」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수학자의 아침』 『i에게』와 산문집 『마음사전』 『시옷의 세계』 『한 글자 사전』 『나를 뺀 세상의 전부』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2010)과 현대문학상(2012)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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