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99

정남식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0년 12월 1일 | ISBN

사양 신46판 176x248mm · 156쪽 | 가격 3,000원

책소개

시인은 첫 시집 『시집』에서 시쓰기 또는 언어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극한의 수준으로 밀고 가는 보다 급진적인 ‘형태 파괴’의 기법을 보여준다. 이 언어에 대한 반응은 속물적인 것, 상투적인 것, 타락한 것 등 우리 삶의 모든 지평으로 넓고 깊게 확대된다. 그러나 그의 파괴적인 시의 바닥에는 진정성의 세계를 향한 격렬한 사랑과 절망으로도 다스릴 수 없는 우리 삶에 대한 역설적인 정열이 저장되어 있다.

[시인의 산문]

당신은 이제 이 집의 뒷문을 닫고 떠나려 하고 있다.

쓰고 나면 이루어지는 세계. 다른 이들은 대개 그들의 세계를 만들기 위하여 쓰고 또 그럴려고 하지만, 그런 형편이 못되는 나의 글쓰기 행위는, 살고자 발버둥치는 나날들에서 내가 턱없이 밀려났을 때, 그럼에도 이따금 구차한 낯짝으로 즐거워할 때, 그렇다고 설탕친 과육의 짓씹을 때, 그러나 속수무책으로 떫기 짝없는 고통의 쓰디쓴 핵과를 위의 쓰라림으로 곱씹을 때 따위 그 모든 부면에서 내가 거지 같으나마 나의 근원을 잃지 않게 하여 나를 지켜나가며, 또한 그것의 단서를 통해 무람없이 인간으로 뒤덮여진 세계의 비밀을 주술사와 같이 탐지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매달리려고 하기만 하면, 그 즉각적인 반응 형태인 가위눌림으로 다가오는 현실에 대해 나의 시는 미미하게나마 그러한 항체가 되리라고 자위한다. 그와중에서 의미의 유무를 벗어나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세계에 대해서도 볼품없이 방어적 반응체일 수밖에 없는 나의 감각으로, 현실의 폭압 앞에 주춤거리는 나의 때로 뒤틀려진 언어는 기껏 몽압발성이거나 헛소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을 내지르게 만드는 원인을 시작을 통해 해부하면서 바라보게 되면, 그것과 겹을 이루어 숨은 현실의 층의를 동시에 발견하게 된다. 그 둘은 언제나 단층면으로 맞물려 있다. 그러니 일견 정연하게 보이는 현실의 지리부도는 어찌할 바 없이 내게 있어 미로로 보일 따름이다. 그 길을 어떻게 갈 것인가?

당신은 이제 이 집을 떠난다. 여보게, 잘 가시게…… 부디 ……

작가 소개

정남식 지음

정남식은 1963년 서울에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8년 <<문학과사회>> 봄호를 통해 시단에 등장했으며 시집으로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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