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팽이처럼

문학과지성 시인선 73

김광규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88년 11월 15일 | ISBN 9788932003726

사양 신46판 176x248mm · 142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좀팽이처럼』은 1970년대 이래 우리 현대시의 새로운 흐름을 이루고 있는 일상시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의 산문]

노래를 한번 시작하면 예술 가곡에서부터 최신 유행가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계속 불러대는 친구가 있다. 이런 친구를 내가 부러워하는 까닭은 그의 목소리나 창법이 좋아서라기보다 그의 뛰어난 기억력 때문이다. 도대체 그 많은 가사를 어떻게 다 왼단 말인가. 사실 노래를 못 부른다고 나를 음치로 여기는 것은 잘못이다. 한때는 취미란에 음악 감상이라고 써넣었을 만큼 나도 음악을 사랑한다. 다만 가사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서 노래를 부르지 못할 따름이다.

노래를 못하면 시라도 한 수 읊으라는 주문을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텍스트를 못 외기는 노래 가사나 시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나의 시를 글자 한 자 틀리지 않고 낭송해서 좌중을 놀라게 하는 수가 있다. 시인이란 원래 칠현금을 타면서 노래하는 가객이었다는데, 어찌하여 노래는 고사하고 자기가 쓴 시 한 편 외지 못하느냐는 면박에 나는 할 말이 없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작시를 위시하여 동서고금의 명시를 줄줄 내리외는 시인들이 많은데 왜 나만 이 모양인지 한심하다.

한번은 나의 작품 가운데서 작곡에 적합한 시를 몇 편 골라달라는 부탁을 받고 2백여 편의 시를 뒤적거려본 적이 있다. 아름다운 곡을 붙여서 훌륭한 노래가 될 만한 시를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곡을 붙일 수 없는 시, 자기의 시를 한 편도 외지 못하는 시인, 아무래도 내게는 노래를 부를 천분이 없는 것 같다. 그리하여 마침내 시는 그 자체가 언어의 노래이어야 한다고 믿게 된 것이다.

작가 소개

김광규 지음

194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및 동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에서 수학했다. 1975년 계간 『문학과지성』을 통해 등단한 이후 1979년 첫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을 발표하여 제1회 녹원문학상을 수상했고, 1983년 두번째 시집 『아니다 그렇지 않다』로 제4회 편운문학상을, 2003년 여덟번째 시집 『처음 만나던 때』로 제11회 대산문학상을, 2007년 아홉번째 시집 『시간의 부드러운 손』으로 제19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시집 『크낙산의 마음』『좀팽이처럼』『물길』『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 시선집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누군가를 위하여』, 산문집 『육성과 가성』『천천히 올라가는 계단』, 학술 연구서 『권터 아이히 연구』 등을 펴냈다. 그리고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하인리히하이네 시선, 페터 빅셀 산문집 등을 번역 소개하는 한편, 영역 시집 Faint Shadows of Love(런던, 1991), The Depth of A Clam(버팔로, 2005), 독역 시집 Die Tiefe der Muschel(빌레펠트, 1999), Botschaften vom grünen Planeten(괴팅엔, 2010), 중역시집 『模糊的旧愛之影』 등을 간행했다. 독일 예술원의 프리드리히 군돌프 문화상(2006)과 한독협회의 이미륵상(2008)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양대 명예교수(독문학)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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