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

문학과지성 시인선 19

오규원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81년 11월 16일 | ISBN 2002194005500

사양 신46판 176x248mm · 123쪽 | 가격 5,000원

수상/추천: 현대문학상

책소개

『이 땅에 씌여지는 서정시』는 물신화 또는 정치화된 대상과 언어의 옷을 벗기는 일관된 작업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변증법적 이미지를 발굴해내고, 그것으로 우리의 눈과 희망을 배반하고 있는 엄청난 세계와 우리의 꿈을 동시에 노래한다.

[시인의 산문]

* 유리창 또는 관점에게 : 더러운 너의 얼굴에 축하를 보낸다, 먼지가 뽀얗게 낀 너의 얼굴에, 금이 간 너의 눈동자에 또한 축하를 보낸다. 그 얼굴이 귀하고, 눈이 귀함을 너무 늦게 내가 보았다고 웃지는 마라.

* 축하를 한다는 일은 역시 즐겁다. 밖을 보기 위해서 네가 존재한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빛을 방안으로 들이기 위해 네가 존재한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믿음은 시멘트나 철근처럼 단단할수록 좋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그들에게도 축하를 보내자. 믿음이란 중요한 것이니까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만한 은총이 있어야 마땅하다. 시멘트처럼 단단한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시멘트처럼 단단한 은총이 있어야 마땅하다. 시멘트처럼 단단한 은혜, 그 은혜에게 만세!

* 사람들은 네가 밖을 보기 위해 필요한 존재라고 믿고 있다. 밖을 잘 보기 위해서는 잘 닦여진 네가 필요하다. 그러나 더러운 너의 얼굴은 밖을 보는 대신 안을 보는 데 필요하다. 금이 간 너의 눈동자는 밖이란 보는 각도에 따라서, 보는 위치에 따라서 밖이 달리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데 귀중한 존재이다. 안(內)만 바라보는 존재가 그러하듯 밖(外)만 바라보는 존재가 너라면 너는 무의미하다. 의미는 안으로부터 밖으로, 밖으로부터 안으로 의미를 찾는 자의 힘의 크기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 어느 쪽으로 바라보아도 밖이 동일하게 보이는 게 너라면 너는 무의미한 존재이다. 밖은 결코 동일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 더러워져서 그리고 금이 가서, 밖을 보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과 밖은 결코 언제나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더러운 그 속에 담고 있는 너의 얼굴-그러므로 너의 그 모습은 참으로 진지해 보인다. 진지함 또는 진지성-축하한다.
– 「하나의 편지와 세 개의 축하엽서」 중에서

작가 소개

오규원 지음

본명은 규옥(圭沃). 1941년 경남 밀양 삼랑진에서 출생하였고, 부산사범학교를 거쳐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분명한 사건』(1971) 『순례』(1973) 『王子가 아닌 한 아이에게』(1978) 『이 땅에 씌어지는 抒情詩』(1981)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1987) 『사랑의 감옥』(1991) 『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1995)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1999)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2005) 『두두』(2008, 유고시집)과 『오규원 시 전집』(전2권, 2002) 등이 있다. 그리고 시선집 『한 잎의 여자』(1998), 시론집 『현실과 극기』(1976) 『언어와 삶』(1983) 『날이미지와 시』(2005) 등과 시 창작이론집 『현대시작법』(1990)이 있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2007년 2월 2일에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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