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 큰바람

문학과지성 시인선 131

황동규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3년 11월 30일 | ISBN 9788932006604

사양 신46판 176x248mm · 120쪽 | 가격 7,000원

수상/추천: 대산문학상

책소개

시인은 ‘극서정시’라는 틀을 완성하면서 또 한차례의 조용한 변신을 맞이한다. 전신이 동원된 변신, 삶 자체가 형이상학이 되는 세계로의 진입이다. 그것은 살아 있음의 격렬한 확인을 통해, 시간과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시인의 산문]

욕심을 계속 줄였다. 늘 마시던 밤술을 오랜만에 안 마시고 깜빡 시계 차는 것을 잊어버리고 직장에 갔다. 타인의 시간이 내 시간보다 덜 예민했다.

베란다의 벤자민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밑둥에 귀뚜라미도 와서 살고 또 봄이면 민들레씨도 몇 날아와 자리잡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보리수 아래서가 아니라 벤자민나무 아래서도 깨달음이 이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속이 잠시 적막해진다.

허구fiction만이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희망 자체도 허구가 아닐까?

미완(未完)의 시를 쓰고 싶다. 미완의 태양계를 살다 가고 싶다. 젊은 날 내 혼을 빼앗던 저 성(聖)베드로 성당의 초완성(超完成) ‘피에타’보다는 같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죽은 예수를 안고 처연히 앉아 있는 마리아 등뒤에 익명의 순례자가 서 있는 미완의 ‘피에타’들을 만들다 가고 싶다. 배와 가슴으로.

이제 시간의 얼굴이 보일 것이다.

작가 소개

황동규 지음

시인 황동규는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영국 에딘버러 대학 등에서 수학했다. 195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이래 『어떤 개인 날』 『풍장』 『외계인』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꽃의 고요』 등의 시집을 펴냈다. 현대문학상·이산문학상·대산문학상·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독자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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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7 =

  1. 김용래
    2000.05.27 오전 12:00

    내가 황동규님의 첫 시집을 읽은 것은 재작년
    대학 1년 때였다. 고등학교때 수능 문제집에서 보았던
    그의 연작시 ‘풍장’의 강렬한 기억을 떠올리며 시가 무언지도
    모를 그 시절, 제목처럼 강렬하고 원대한 그 무엇을 기대하며
    시집의 첫장을 넘기던 기억이 추억처럼 새롭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황동규의 시집 중에서
    ‘미시령 큰바람’은 가장 재밌게 가장 감정이입되어 읽은
    시집이다.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강원도 지방을 여행하며
    도가적인 동양정신으로 세상을 달관하려는 그 의지아닌 의지가
    대학 1년 온통 혼란스러움으로 고개를 흔들던 나를
    위안과 안식으로, 그러나 결코 도피적이지 않은 그런 정신세계로
    이끌었다.

    어떻게 보면 황동규의 매우 매력적인 시집 ‘미시령 큰바람’은
    그 이후 내가 시라는 예술에 관심을 기울이게 했던 시금석이었다.

    그 점에서 나는 황동규에게 감사하고,
    또 그에게 그만한 명작을 탄생하게 한 ‘미시령’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강원도의 어느 산자락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