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위상

김현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77년 8월 10일 | ISBN 9788932008561

사양 · 203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이 책은 한국 문학의 여러 가지 문제를 체계적으로 구분, 문제와 문제 사이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의 제시를 시도하고 있는 한국 문학 연구의 입문서이다.

[책 끝에]

나는 이 책의 끝에 내 존경하는 친구 김병익형에 대한 나의 고마움을 우선 밝혀두고 싶다. 이 글을 쓰도록 나에게 강력히 권고한 것도 그였고, 계간 『문학과지성』에 이 글이 2년 간 연재될 때 내내 나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그였으며, 그리고 이 책을 책으로 간행할 수 있게 해준 것도 그이다. 10년이 넘도록 그와 사귀어오면서 나는 그의 신중한 생활 태도와 날카로운 비평 의식에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그가 기자직에서 떠난 이후에 어쩔 수 없게 출판사 일을 맡아 하면서 보여준 강인한 인내력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그가 출판사를 맡아 하면서 내준 나의 첫번째 책이다. 그런 만큼 나의 고마움은 더욱 크다.

김윤식씨와 『한국 문학사』를 같이 쓴 이후에 나는 우리가 내 세웠던 가설이 가설로만 끝나지 않으리라는 행복스러운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문학사란 각주가 잔뜩 붙어 있는 논문이 아니라, 누구나 가까이 할 수 있는 쉬운 개설서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는 자각이 곧 나에게 생겨났고, 그래서 이왕이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한국 문학사를 쉽게 써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에 사로잡히기 시작하였다. 그 의무감은 그 이전에 쓴 나의 글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나로서는 좀 지나치게 과장한 대목이라든가, 덜 설명이 되어 있는 대목을 교정해야 된다는 생각과 겹쳐져서 점차 나를 강하게 짓누르는 압력이 되었다. 그 압력에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쓰기 시작한 것이 『한국 문학의 위상-그 전개와 좌표』이다. 이 글은 계간 『문학과지성』 75년 겨울호부터 77년 여름호에 이르기까지 8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이 글의 기본적 발상은 문학은 억압을 하지 않되 억압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문학을 다른 문화적 장치와 맞설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나의 되풀이된 주장이 생겨난다. 내가 한국 문학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고 애를 쓰면서 밝혀내려 한 것도 이러한 생각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가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밝히기 위해서 나는 한국 문학을 내 체계에 맞추어 여러 부분으로 나눴고, 그 부분 사이의 관계와 그 부분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선명하게 제시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런 나의 노력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는지 이 글을 쓰는 지금 확연하게는 알 수가 없다.

이 글에 나는 내가 애초에 규명하려고 작정했던 몇 개의 주제를 의도적으로 배제하였다. 그것들은 한국 문학의 주류로 인정되고 있는 한, 한국 문학에 있어서의 여성주의와 남성주의, 그리고 해방, 분단, 6 25, 4 19, 5 16 등의 중요한 역사적 사실의 문화적 의미 같은 것들이다. 한 문제는 다른 예술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야 효과적으로 규명될 수 있을 것 같았고, 여성주의와 남성주의는 용어의 정확한 의미 규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았고, 위의 역사적 사실의 문화적 의미는 행복한 사회에 대한 나의 생각이 좀더 확연해져야 적합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직 나의 앎이 익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것을 나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삶이 삶을 이해하는 과정 그 자체라면, 나는 아직 나의 삶을 끝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 나는 여러 사람과 나의 글에 대해 토론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 토론의 과정에서 나는 지적으로 꽤 성숙해 있는 여러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 내가 생각하기로는, 그 오해의 대부분은 나의 글을 제대로 읽지 않고 나에 대한 소문에만 매달림으로써 생기게 된 것들이어서, 나로서는 그 치유 방법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글쓰는 사람을 글로 이해하지 않고, 그 사람에 대한 소문으로 이해한다! 나는 그것이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나의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려 할 때마다 나에 대한 소문이 자기식으로 증폭되거나 과장되어 내 글을 읽는 자들의 의식을 방해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남의 글을 정확하게 읽으려 할 때마다 나의 감정이 섬세하게 거기에 작용하였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섬세하게 분석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 책에 나 자신의, 남에게는 하찮게 보이는 삽화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이유이다. 나 자신을 계속 반성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남의 글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나의 또 다른 하나의 수확이다.

아무리 현실에서 벗어나려 하더라도 모든 글은 당대적 현실에서 완전히 자유스러울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가 이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가를 내 글을 읽으면서 혹은 쓰면서 계속 반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것도 하나의 수확이다.

이 책에는 원래 『문학과지성』에 연재될 때 삽입되어 있지 않았던 한 항목이 수록되어 있다. 그것은 항목 7의 「문학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전개되었는가」이다. 그것은 『문예총감』(문예진흥원, 1976)에 실린 것인데, 나로서는 항목 6에 뒤이어 그것을 삽입하는 것이 한국 문학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어 약간의 중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전재하였다. 항목 6의 제4기의 문학이 지나치게 소홀히 다루어졌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김윤식씨와의 공저인 『한국 문학사』를 참조해주기 바란다.

– 1977년 7월, 김현

목차

1. 왜 문학은 되풀이 문제되는가
2.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3. 문학은 무엇에 대하여 고통하는가
4. 무엇이 지금 문제되고 있는가
5. 문학 텍스트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6. 한국 문학은 어떻게 전개되어왔는가
7. 문학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8. 우리는 왜 여기서 문학을 하는가

[책 끝에]
[원문 출처]

작가 소개

김현 지음

김현(본명 김광남金光南, 1942~1990)은 1942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되던 해에 부모님을 따라 목포로 이주, 목포 북교국민학교와 목포중학교, 그리고 서울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문리대 및 동 대학원 불문과를 졸업했으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에 유학했으며 작고하기까지 서울대 인문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1962년 『자유문학自由文學』 3월호에 「나르시스 시론詩論」을 필명 ‘김현’으로 발표하며 공식적인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김승옥, 김치수, 최하림과 함께 소설 동인지 『산문시대』를, 1966년에 황동규, 박이도, 김화영, 김주연, 정현종과 더불어 시 전문지 『사계』를 창간했다. 이 두 잡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1968년에 창간된 『68문학』은 고스란히 1970년 가을에 창간호를 낸 계간 『문학과지성』의 원형을 이룬다.

그는 불물학자로서 『프랑스 비평사』 2권과 『현대 프랑스 문학을 찾아서』 『바슐라르 연구硏究』 등 많은 연구서와 번역서를 펴냈으며, 문학평론가로서 『상상력과 인간』 『사회와 윤리』 『한국 문학의 위상』 『문학과 유토피아』 『말들의 풍경』 및 『한국문학사』의 비평집과 연구서를 상자했다.

『분석과 해석』으로 제1회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행복한 책읽기』의 원고를 유고로 남긴 채 1990년 6월 27일 48세로 작고했다.

그의 사후 3년 뒤인 1993년에 『김현 문학전집』(문학과지성사, 전16권)이 간행되어 김현 문학의 거대한 덩어리에 접근하는 가장 충실한 자료가 갖춰졌다. 이어 2000년 4월에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그의 10주기 기념 문학 심포지엄(‘4.19 이후의 한국 문학 비평’)이, 2010년 6월에 서울 동교동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20주기 기념 문학 심포지엄(‘말들의 풍경’과 비평의 심연)이 각각 개최되었다. 2011년에 그의 정신적 뿌리에 해당하는 목포에 문학관(김현관)이 개원했고, 2015년 9월에는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그의 25주기를 기념한 심포지엄(‘김현 비평의 역동성’) 개최와 더불어 문학상 ‘김현문학패’가 제정․시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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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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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6 =

  1. killbrick
    2000.12.17 오전 12:00

    이 책이야말로 김현의 위상을 나타내주는 흥미있는 텍스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군다나 문지의 전략에도 부흥하면서 대중들에게 쉽게 드러나는 그 위상은 결코 빈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더불어 많은 글쓰는 이들이 본받고 계속 갱신해 나가야할 ‘한국 문학’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있어서도 위상이라는 측면으로 많은 부분을 고찰한 이 글은 이제는 다른 시각 또는 다른 문체가 쓰여져야 할 때임을 계속 강조하는 것도 같다.
    자신을 계속 반성하고 구태의연한 찌꺼기들에 더럽혀 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문학이 무엇이고 적어도 문학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전개되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글이었다.

  2. 익명
    2000.02.07 오전 12:00

    자기가 아는 것을, 자신이 그것을 알아낼 때 가졌던 호기심과 흥분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잘난체 하지 않고 조용히 풀어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자기가 깨달은 것을, 그 생생한 숨결과 빛깔을 바래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떨림 그대로 보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 작은 책을 단숨에 읽고 떠올린 생각들이다.
    김현 선생님은 그 어려운 일은 물처럼 죽 흐르면서 조용히 하고 계셨다. 문학에 대해, 문학이라는 이 도대체 알 수 없는 녀석에 대해 가지고 있던 당혹한 의문과 때론 고통스런 미지를 들려준다.
    ‘순수함’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어리석음’으로 추락하지 않고 어떻게 힘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 알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