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72

유하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5년 10월 27일 | ISBN 9788932007700

사양 신46판 176x248mm · 169쪽 | 가격 8,000원

수상/추천: 김수영문학상

책소개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에서 시인은 명멸하는 한 순간을 포착하고자 한다. 삶의 모든 순간들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의 반복이다. 삶의 진실은 그 순간 속에만 있다. 시를 비롯한 재주·대중 가요·영화·사진 들은 그 순간을 포착하는 하나의 형식이다. 그러나 시인의 시가 다른 대중 문화 장르와 구분되는 점은 추억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시인은 추억을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원히 현재화하기 위해서 시를 쓴다.

[시인의 산문]

유행가. ‘한때’라는 유한성 속에서, 그 유한성의 절실함만큼 빛을 발하는 것. ‘한때’가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진 후에도, 그 ‘한때’를 둘러쌌던 유한성의 절실함만은 유행가 속에 그대로 보존된다. 아니, 유행가를 빛나게 하던 ‘한때’는 사라져도, 유행가는 ‘한때’가 남기고 간 유한성의 절실함 그 자체를 에너지로 삼아 더듬더듬 삶을 연명해나간다.

시간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만 달려가는데, 난 자꾸 멈칫멈칫 뒤돌아본다. 몸과 마음은 생의 난바다 쪽으로 조금씩조금씩 떠밀려가고, 내가 걸어온 길의 형체는 점점 희미해져간다. 그 지워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영원히 내 삶의 처음들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 그 되돌아갈 수 없음의 절망이, 나를 추억하게 한다. 지워진 길들은 추억의 육체를 빌려 자신의 존재를 복원한다. 추억만이, 유일하게 되돌아감을 허용한다. 추억 속에는 아직 굳은살이 박히지 않은 설레임들과 첫 햇살의 환희 같은 것들이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나는 마음의 손을 뻗어 그것들을 완강하게 붙잡음으로써, 잠시 생의 난바다로 떠밀려 가는 속도를 늦춘다. 하여, 그 늦춰진 속도만큼 내가 머물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넓이는 확장된다. 말하자면 추억한다는 것은, 덧없이 사라질 이 순간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일이다. 난 확장된 이 순간의 넓이 속에서, 살아 있음의 현재를 더 오래 음미한다.

작가 소개

유하 지음

시인 유하는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세종대 영문과와 동국대 대학원 영화과를 졸업했고, 1988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武林일기』(1989),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1991), 『세상의 모든 저녁』(1993),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1995),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1999), 『천일마화』(2000)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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