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와 문학의 이해

원제 Freud et l'interpr´etation de la litt´erature

막스 밀네르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1997년 4월 21일 | ISBN 9788932008943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96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프로이트 이론에 정통한 문학 이론가가 문학인의 입장에서 정신분석학에 접근한 이론서. 프로이트가 문학 예술 텍스트에 접근할 때 보이는 문학 비평적 함의를 추적하고 있다.

[머리말]

우리는 여러 해에 걸쳐 정신분석 비평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필요에 부응하려는 의도의 소산이다.

문학비평 쪽에서는 오랫동안 정신분석을 의심해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정신분석은 텍스트 해석을 풍요롭게 하고 예술 창조의 여러 방식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킬 수 있는 학문 분야로 점점 더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예전에 흔히 표명되곤 한 비난, 곧 정신분석은 ‘축소’ 해석을 제안한다는 비난에 대하여 점점 더 많은 반증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한 반증은 정신분석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문학적 사실의 특수성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은 많은 저서와 논문에서 확인되는바, 텍스트의 기표들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를 찾아내기에 적합할 정도로 매우 치밀하다. 그러한 저서와 논문에서는 정신분석적 해독(解讀) 방법이 권위주의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반대로, 솔직함·유연함·민첩함이 견지됨으로써, 가끔 정신분석 이론과 아주 동떨어져나가는 비평에까지 정신분석적 해독 방법의 매력과 영향이 미치고 있다.

그러나 정신분석에 관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하거나 더 나쁘게는 대중화 저서와 대중 매체가 전달하는 왜곡된 내용만을 알고 있는 학생들에게 문학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 방법을 처음으로 가르치려고 하는 이들 앞에는 커다란 난점이 가로놓여 있다. 참담한 결과에 이를 추정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몇몇 전문 용어의 의미를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이렇게 하는 데에는 라플랑슈Laplanche와 퐁탈리스Pontalis의 용어집과 같은 훌륭한 사전을 참조하는 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방법이나 특히 분석 태도에 관하여 어떤 개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물론 이상적인 것은, 정신분석의 작업 방식 가운데 몇 가지를 이용하여 문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저서에 손을 대기에 앞서, 정신분석에 대한 충실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정신분석을 대중화하려는 저서가 문과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사실이고 또한 그들이 그러한 저서에 대하여 빨리 알려고 하는 정당하지만 성급한 태도를 내보이는 만큼, 대부분의 문과 학생들은 충실한 정보 획득이라는 우회로로 접어들려고 하지 않는다.

정신분석에 대하여 매우 간결하나 가능한 한 정확한 입문 지도를 행하고 동시에 정신분석이 문학비평에 열어준 길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이, 그것도 정신분석과 문학비평이 서로 만나는 바로 그 장소, 곧 프로이트의 저서를 벗어나지 않고서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난점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대수롭지 않은 책에서 한편으로는 프로이트의 학설이 구성된 과정, 그리고 그의 기본 개념들이 잇달아 제시되고 때로는 변모된 과정에 대하여 개괄적인 이해를 제공하려고 애쓸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거의 연대순으로 정돈된 이 해설서의 테두리내에서, 정신분석상의 발견을 실증하는 자료로서의 문학에 관계되거나 문학 작품 자체의 해석에 관계되는 프로이트의 텍스트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해나가면 아주 중요한 하나의 사실이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그것은 정신분석이 문학 작품과의 어떠한 접촉도 없이 성립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신분석은 프로이트나 그의 계승자들이 의사 또는 정신요법의(醫)의 역할에서 부당하게 이탈해서 문학에 응용하려고 한 이론이나 치료법이 아니다. 사실, 문학은 프로이트의 탐구 한가운데에, 그것도 두 가지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선, 매우 일찍부터 프로이트는 자기 환자들에 대한 분석과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발견하게 된 것을 소포클레스의 『외디푸스 왕』이나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같은 문학 작품에 의거하여 입증하거나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을 완성해가면서, 무의식 해독 또는 탐지를 위한 자신의 방법을 예술품 특히 문학 작품에 적용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그의 야망은 명백히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류학을 구축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 현상에 관한 성찰이 점점 더 넓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프로이트의 저서 전체에서 문학에 관계되는 시론이 비교적 좁은 자리를 차지한다 해도, 그의 문학론에는 그가 예술가의 개성에 대한 표현 수단 겸 인간에 대한 인식 수단으로서의 예술에 부여하는 특별한 역할이 여실히 나타나 있다.

문학에 대한 이와 같은 관심은 우연의 소산이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두 가지 원인에서 기인한다. 그 두 가지 원인으로 인하여 문학과 정신분석은 운명적으로 서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첫번째 원인은 정신분석이 인간의 정신 현상에 대한 탐색 방법으로서, 본질적으로 환자의 말을 주의깊게 듣는 활동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에 대한 성찰은 정신분석상의 여러 가지 발견에서 멀리 떨어진 결과가 아니다. 언어는 정신분석가의 관찰 분야이고 동시에 치료 수단이다. 따라서 언어 예술인 문학은 정신분석과 무의식의 관계에 관하여 우리가 정신분석 덕분으로 알게 되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어 있다. 정신분석과 문학의 만남을 초래한 두번째 원인은 프로이트의 성찰에서 꿈·환상·신화가 차지하는 자리이다. 이것들은 문학에서 상상력의 몫인 것의 원료 같은 것이다. 물론 언어와 상상계에 관한 인식에 정신분석이 기여한 바를 송두리째 부인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무튼 정신분석의 그러한 기여가 실재하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문학비평 쪽에서도 그러한 기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해설서에 해명의 빛을 도입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오늘날 정신분석을 다루는 저서에서 예사롭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저서를 자주 읽어온 이들은 아마 이 해설서가 발하는 해명의 빛에 불안해할 것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무의식이 문제이건 다른 이들의 무의식이 문제이건 무의식에 관한 인식, 더 정확하게 말해서 무의식에 대한 중요성 부여가 단순한 일이라고 독자들로 하여금 믿게 하거나 믿도록 내버려둘 위험이 이 해명의 빛에서 기인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뚜렷이 의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안심이 되는 것은 프로이트를 읽어봐도 동일한 해명의 빛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빛은 차후에 정신분석의 발전으로 ‘극복될’ 피상적인 사유에서 나온 결과가 결코 아니다. 설사 당시의 어휘와 과학적 표상의 한계로 말미암아 특히 예술에 관한 성찰의 영역에서 프로이트의 생각이 때때로 상당히 경직된 방식으로 표명된 듯이 보인다 할지라도, 그가 겨냥하는 문제, 그가 초벌 상태로 제시하는 다양한 접근법, 그가 특별히 눈여겨보고 곰곰이 숙고하는 난점, 더 나아가 그의 담론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빈틈 자체와 불분명한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차후의 정신분석적 사유에서 가장 치밀하고 가장 정묘한 발전의 원천은 바로 그 기만적인 해명의 빛에 있다는 것을 쉽게 납득할 것이다. 뒤따를 해설은(프로이트로부터 착상을 얻은 비평가들의 인식을 필두로) 차후의 더 깊은 연구에 임시적인 바탕만을 제공하려는 것이며, 단지 더 깊이 있는 자료를 참조하게끔 격려하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분석가 교육에 매우 적합하고 분석가를 가르친 경험에서 연유한 프로이트의 설명이 그대로 수용되어 있다. 또 하나의 입문서, 곧 장 벨맹-노엘의 『문학과 정신분석』(P.U.F., ‘크 세-즈Que sais-je’ 총서)은 이 책을 크게
– 보완해줄 것이며, 우리의 작업을 한걸음 더 진전시킬 것이다. 독자의 중단 없는 정진을 바란다.

목차

머리말

제1장 지적 형성기
1. 문학적 교양 / 2. 의학의 길 / 3. 히스테리에 관한 연구

제2장 정신분석의 탄생
1. 플리스와의 우정 / 2. 자기분석과 외디푸스 발견

제3장 『꿈의 해석』(1899)
1. 이론 구상 / 2. 문학과의 관계

제4장 『옌젠의 [그라디바]에 나타난 정신착란과 꿈』(1906)
1. 옌젠의 중편소설 / 2. 프로이트의 해석

제5장 예술 작품의 해석에 대한 정신분석 이론의 새로운 응용
1. 『재담 및 재담과 무의식의 관계』 / 2. [문학 창조와 백일몽](1908)

제6장 성욕에 관한 이론의 형성
1. 성생활의 영역 / 2. 유아의 성욕과 그 단계

제7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년기 기억』(1910)
1. 해결해야 할 문제 / 2. 승화의 가설 / 3. 유년기 기억과 그 해석 / 4. 프로이트 해석의 한계

제8장 융과의 결별
1. 융의 개성과 정신분석 운동에 대한 그의 기여 / 2. 결별

제9장 1913∼1919년의 시기
1. 문학적 주제에 관한 시론들 / 2. 이론의 발전

제10장 [불안하게 하는 야릇함](1919)
1. 머리말 / 2. 어휘론적 조사 / 3. [모래 사나이]에 대한 분석 / 4. 분신 / 5. 되풀이 / 6. 생각의 전능한 힘 / 7. 죽은 사람의 돌아옴 / 8. 현실과 텍스트

맺음말
1. 정신분석과 예술 창조 / 2. 정신분석과 심미적 즐거움 / 3. 정신분석과 문화

옮기고 나서
찾아보기

작가 소개

막스 밀네르

파리 제3대학 불문학 교수를 역임했다. 정신분석 비평, 특히 시선의 문제에 중점을 둔 정신분석적 작품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저서로는 『카조트에서 보들레르까지의 프랑스 문학에 나타난 악마 Le diable dans le littérature française de Cazotte à Baudelaire』(José Corti, 1960), 『보들레르, 지옥이건 천국이건 무슨 상관인가! Baudelaire, enfer ou ciel, qu’importe!』(Plon, 1967), 『조르주 베르나노스 Georges Bernanos』(Desclée de Brouwer, 1967; 개정판: Editions Séguier, 1989), 『낭만주의 Le romantisme』(Arthaud, 1974), 『몽환: 환상적 관점에 관한 평설 La fantasmagorie: essai sur l’optique fantastique』(PUF, 1982), 『눈을 감아주세요 On est prié de fermer les yeux』(Gallimard, 1991) 등이 있다. 1988년에는 조제 코르티 출판사에서 그의 정년 퇴임 기념 논문집 『보이는 것에서 안 보이는 것으로, 막스 밀네르를 위하여 Du visible à l’invisible, Pour Max Milner』가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이규현

서울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부르고뉴 대학에서 1년간 수학했다. 현재 서울대학교와 덕성여자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국 근현대문학의 프랑스문학 수용』(공저)이, 옮긴 책으로 『광기의 역사』 『천사들의 전설』 등이 있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10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