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

─그럼에도 사소하지 않은 나의 일상에 대하여

사치 코울 지음 | 작은미미, 박원희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1년 11월 1일 | ISBN 9788932039077

사양 변형판 133x207 · 281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우리는 무적이었다.
매일 모든 걸 망쳤지만, 다음 날 다시 새롭게 시작했다”

여자라고, 백인이 아니라고, 뚱뚱하다고
우리가 우리라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일들에 관한
시니컬하고 유쾌한 수다

91년생 인도계 캐나다 여성 저널리스트 사치 코울의 첫 에세이 『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그럼에도 사소하지 않은 나의 일상에 대하여』(작은미미·박원희 옮김)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가족과 사랑, 우정, 술, 트위터 등 스물 몇 해 동안 저자를 괴롭히고 살아가게 한 것들을 통해, 저자가 인도계 이민 2세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가는 모습을 시니컬하고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책이다.
저자 사치 코울은 인도에서 결혼하고 캐나다로 이민 온 부모님을 둔 이민 2세대로서, 인도 여성의 외모로 캐나다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뉴욕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듯 ‘젊은 인도계 캐나다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일상에서 대면해야 했던 순간들에 대해 이 책에서 주저 없이 털어놓는다. “비백인 비남성 작가들의 글을 더 많이 읽고” 싶다는 트윗을 올렸다는 이유로 저자는 사이버불링을 당하면서 온갖 성적·인종적 혐오 표현을 들어야 했다(5장). 남자가 몰래 약물을 탄 술을 마시고 성폭행 당할 뻔한 일화를 들며, 어째서 여자들은 왜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술을 마실 수도 없”는지에 대해 분개한다(7장). 누구의 피부색이 더 옅은 갈색인가를 따지며 흰 피부색을 선망하는 인도의 세태를 주변인의 시선으로 살피는 한편, 자신 역시 흰 피부색을 선망해온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기도 한다(3장).
코울은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이슈들을 때로는 발랄하고 화끈하게, 때로는 진지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에게 중요한 건 무엇인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과거에는 감추곤 했던, 지금도 가끔은 갖다 버리고 싶은 부분을 자기 자신으로 감싸 안으며 우리가 여자라고, 백인이 아니라고, 뚱뚱하다고, 우리가 우리라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일들에 맞서 목소리를 높인다.

“내가 생각하는 미디어의 이상적인 모습은, 나와 비슷한 타자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릴 때 나와 비슷한 사람에 대한 기사나 영화를 보고 싶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우리와 비슷한 누군가를 보는 것은 분명히 우리를 변하게 한다.” _152쪽

이 책에서 사치 코울이 써 내려간 자기 삶의 면면은 이상적인 것,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과는 거리가 멀다. “캐나다에서 살게 해준 것에 감사한 줄 알라”라며, 백인 남자 친구 ‘햄 군’을 집으로 데려오자 묵언 수행으로 응답하는 이민자 부모님과는 여전히 티격태격하기 일쑤다. 비백인 여성이라서 겪는 일에 대해 햄 군에게 완전한 공감을 얻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속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관통하는 동시대성이 있다. 매일 모든 걸 망치지만 다음 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 말이다. 투덜투덜 조잘대는 코울의 글 속에는 우리의 삶이 있다. 그렇기에 저자가 당당하게 외치는 ‘비주류’ 이야기는 우리의 외로움을 덜어줄 만큼의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죽는다면
지금, 바로, 당장 수다나 한판 떨자

저자 사치 코울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부끄러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이고 싶어서 밖으로 잘 내비치지 않는 개인적이고 지질한 체험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살갗 아래로 푸른 혈관이 비쳐 보인다고 자신이 암에 걸렸다며 분홍색 하트 메모지에 유언장을 작성한 일곱 살 때의 일화(1장)나, 자신을 멋진 여자로 다시 태어나게 해줄 것만 같았던 스커트를 가게에서 발견하고 피팅룸에서 입어보았으나 너무 꼭 끼는 바람에 벗지 못했던 일화(2장)처럼 웃기고도 눈물 나는 ‘웃픈’ 일들이 열 편의 에세이에서 펼쳐진다. 각 장의 말미에는 저자와 아빠가 주고받은 메일을 짧게 덧붙여, 세대 간의 견해 차이를 독자들에게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국적도, 문화적 배경도 다르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말을 건네오는 사치 코울의 삶은 이처럼 우리의 것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회사에서는 일에 허덕이고, 집에서는 보수적인 부모님에게 반항하면서도 의지하며, 영원할 줄 알았던 우정이 끝나버린 것에 자책하곤 하는 삶.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갓생’ 살기를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사는 우리에게 사치 코울은 경쾌한 위로를 전한다.

“그래. 코울처럼 감추지 말고, 마음껏 드러내고, 용감하게 싸워보자. 더 말해도 된다. 더 큰 목소리로, 더 큰 제스처로. 우리는 우리에 대해 더 말할 필요가 있다. 수다는 힘이 되고, 나눌수록 강해지니까.” _옮긴이의 말


■ 책 속으로

모든 일은 대체로 결국 괜찮더라. 두려움이 엄마를 전부 삼켜버린 것은 아니어서, 엄마는 항상 이 말을 내게 하곤 한다. 종종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엄마는 “모든 일이 항상 잘 풀리게 될 거, 너도 알잖니”라고 말한다. “항상 결국 잘되게 되어 있어.” 엄마 말이 옳다. 우리에게 진정한 비극은 일어난 적이 없다. 부모님과 오빠, 나,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단 한 번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한 적은 없었다. (43~44쪽)

이렇게 쇼핑을 싫어하는데도, 나는 옷에 대한 믿음이 있다. 나를 더 괜찮은 무언가로 바꿔줄 능력이 있다고 말이다. 우리 몸 안에는 다른 이를 전염시킬지 모르는 질병, 피지 덩어리 그리고 오줌과 똥으로 가득한 축축한 관이 뒤엉켜 있다. 그러나 우리가 괜찮은 옷을 입거나 거대한 목걸이를 걸쳐서 실제보다 돈이 더 많아 보일 수 있다면 누군가는 우리를 만져도 될 만큼 깨끗하다고, 같이 저녁을 먹거나 자기 부모에게 소개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48쪽)

내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은근슬쩍 당한 인종차별에 대해 일러도 아빠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애들이 네가 인도 사람인지 알았을까? 넌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는데.”
이건 내가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당신이 내 출신을 콕 집어 얘기하지 못한다는 건 동시에 내가 이곳 출신이 아니라는 걸 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나는 백인이 아니다. 아니고말고. 하지만 나보고 넌 백인에 가깝다고 하면 그 말도 맞고, 또 반대로 넌 백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면 그 말도 맞는다. ‘당신은 다문화 출신입니까?’라는 설문 조사 문항이 있다면 그렇습니다란에 체크할 수 있다. 겉보기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다 가진 여자다! (93~94쪽)

삽질 쇼핑 투어 동안 들어간 가게에서마다 우리가 거친 필수 코스가 있다. 머리도 안 들어가는 옷, 머리는 들어가지만 어깨가 안 들어가는 옷, 그리고 머리와 어깨는 간신히 들어가지만 가슴에 걸려서 날 마치 유방이 네 개 달린 여자로 보이게 하는 옷. 피팅룸에서 이 세번째 옷을 입고 나올 때마다 엄마가 드러내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여서, 그 실망감을 병에 진공 포장한 다음 이민자 출신 엄마를 그리워하거나, 자기를 슬픈 표정으로 쳐다봐줄 흰머리 아줌마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면 돈 좀 벌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113쪽)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저 외로웠을 뿐이다. 내 글을 세상에 내보인 뒤 트위터를 체크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너무나도 끼고 싶은 대화에 못 낀다는 뜻이었다. 나는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 내가 뭘 말아먹었는지, 다음번에 내가 뭘 더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나는 내 글이 당신의 외로움을 덜어줄 만큼 희망적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159쪽)

우리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똑똑해서 수업을 들을 필요 없다는 듯 그저 교실 맨 뒤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을 비웃곤 했다. 혹은 맨 앞에 앉아서 모든 걸 다 아는 척하기도 했다. 파티가 열리는 곳에 항상 우리가 있었는데 그게 딱히 내가 파티를 쫓아다니거나 파티가 열릴 만한 곳을 찾아다녀서는 아니었다. 우리가 파티 그 자체였다. (175~176쪽)

그가 잠시 뒤돌았을 때 나는 화장실로 몰래 사라졌다. 내 몸속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뇌가 다리에게 그만 좀 휘청거리라고 명령할 수 없었고, 심장박동이 점점 느려지는 게 느껴졌다. 그건 일종의 조난 신호였다. 술잔 조심하고, 잔 덮어놓고, 가능하면 병째로 마시고, 거품이 바르르 올라오는 술은 웬만하면 피하라고 여자 친구들이 내게 항상 말해주던 일이었다. 처음 겪었지만 알 수 있었다. (200쪽)

털, 몸에서 자연스레 자라는 바로 그것은 남들이 나를 역겹게 본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내게 상기시킨다. 털, 그것은 내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어도 싸다고, 내 성적 매력이 변태 아니면 비위 좋은 자들이 사는 꽉 막힌 진공 상태의 세상에서나 통한다고 나를 계속 쫓아다니면서 잔소리한다. 흑인 여성과 인도인 여성 들은 이것을 알고 있다. 그 두 집단이 각기 느끼는 정도나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 리나가 털을 기르는 것은 반항이다. 그렇지만 갈색 피부 여자가 털을 기르는 것? 그것은 폭동이다. (212쪽)

그곳은 나와 인도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곳이다. 그 집 말고는, 인도에 관한 다른 것과는 단절된 느낌이 든다. 인도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살아본 적도 없고, 그곳 사람들이 쓰는 말을 이해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집은 다르다. (232쪽)

햄 군이 반전을 기대했단 걸 알고 있다. 가령 아빠가 햄 군을 보자마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어쩜 그렇게 완벽하냐! 제발 내 딸을 데려가다오! 자네의 강인한 등짝과 탄탄한 종아리를 살짝 보는 순간 내가 수십 년 동안 지켜온 문화적 규율의 조항들과 도덕심에서 발현된 거부감이 사라졌다네!”
하지만 그럴 리가 만무하니, 우리는 아빠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빠의 입장은 초긍정적인 관점에서는 ‘차라리 자기 등 뒤에서 몰래 사귀어라’ 정도였지만 최악의 경우는 ‘지금보다 더 의미 있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절대 반대한다’였다.
“이제 어쩌지?” 햄 군이 물었다.
“내 생각엔,” 내가 답했다.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자.” (259~260쪽)

내가 혹시라도 책 속에서 괴팍한 인간이나 인도인 버전의 아치 벙커로 묘사되었다면, 사실 내 복수는 이로써 완벽해진다. 나는 이미 딸내미 이름 속에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려고 묵음 c를 집어넣었거든! (274쪽)

목차

1장 상속세
2장 한 사이즈 큰 걸로요
3장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4장 썅-서로울 나의 결혼식
5장 트위터는 내 땅이다
6장 좋은 녀석
7장 그 시선 거두어라
8장 털털하지 못한 나
9장 집으로 가는 길
10장 어떻게든 되겠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사치 코울 지음

1991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서 태어났다. 사치 코울의 부모는 인도에서 결혼하고, 몇 년 뒤 캐나다로 이민·정착했다. 코울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팔로우 어스─우리 지금 세계」에 출연해 들려주는 영어 억양은 발리우드의 인도 배우나 미국 시트콤의 인도계 이민자 캐릭터의 것과는 다르다. 인도 명절도 잘 모르는 코울은 정서적으로 인도인보다 캐나다인에 가깝다.
현재 뉴욕에 살며 뉴스 웹사이트 『버즈피드BuzzFeed』 문화부 필진으로 일하는 한편, 『뉴요커The New Yorker』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 등에 기고하고 있다. 인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젊은 캐나다 여성으로서 코울의 글은 대부분 젊은, 인도계, 캐나다인, 여성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담론을 다룬다. 때로는 피식 웃음을 자아내고, 때로는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며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작은미미 옮김

인디 걸그룹 ‘미미시스터즈’ 멤버. 생활 밀착형 노래를 짓고 부르며,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한다. 4년간의 인도 생활을 마치고 인도를 그리워하다가, 박원희와 인도에 관한 이야기를 번역하고 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수다 떨며 다 해 먹다가 자연사하는 것이 꿈.

박원희 옮김

언어로 때리고 상처를 주기보다는, 안아주고 성장시켜주고 싶다. 어쩌다 인도에 살면서 친구가 된 작은미미와 함께 인도와 관련된 서적을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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