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하우스

2021년 목포문학박람회 목포문학상 장편 부문 수상작

이숙종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1년 10월 7일 | ISBN 9788932039107

사양 46판 128x188mm · 198쪽 | 가격 13,000원

수상/추천: 목포문학상

책소개

“그들은 벽난로의 장작불에서 가늠할 수 없는 태초를 불러냈지.
그저 타오르는 불만 존재했던 시간을 자꾸 불러냈어.”

경험한 적 없지만 몸속 깊이 남겨진 상처
불과 물, 그리고 꿈으로 만나는 원초의 기억

죽음과 소멸의 방식, 인연의 연쇄와 운명 앞에 놓인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_은희경
인종과 국적과 제도의 경계를 뛰어넘은 매우 특별한 타인들의 사랑과 삶._김별아

국내 공모 문학상 중 최대인 상금 1억 원을 수여하는 목포문학상 장편소설 부문의 2021년 수상작 『보트하우스』가 10월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0월 7일 개최되어 10일까지 이어지는 목포문학박람회에서 선공개되어 판매된 뒤 일반 서점에서는 10월 셋째 주부터 만나볼 수 있다.

이번 당선작을 통해 매력적인 문장과 잘 조직된 플롯으로 탄탄한 기량을 선보인 수상자 이숙종은 미주 한인 문단에서 오래 활동해온 작가다. 한국에서 태어나 성인이 된 뒤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1997년 미주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폭설」이 당선되어 소설가로 이름을 알렸고, 2005년에는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김지원론’이 당선되어 비평가로도 활동했다. 이후 문학을 향한 꾸준한 열정으로 미국 내 한인 신문과 잡지 등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뉴욕시립대학교CUNY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가 한국에서 단행본을 출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사위원 중 소설가 편혜영이 “사랑 이야기 같았다가 고독에 관한 이야기로 보였다가 종내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라 표현하기도 했던 수상작 『보트하우스』는 제목처럼 미국 허드슨강 강가 별장인 보트하우스를 배경으로 여러 시기별 인물들의 내적 변화를 그려낸다. 모닥불과 강물이 자극하고 소환하는 원초의 기억, 이것이 기묘한 상징으로 현현되는 꿈의 세계. 이곳에 머물다 간 사람들은 저마다 말할 수 없고 인지하지조차 못했던 아픈 기억을 이곳에서 풀어놓는다. 상처의 심원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문체와 탁월한 묘사가 읽는 이의 마음 또한 사로잡는다.


상처는 어떻게 기억되고 깊어지는가

“불길을 쳐다보다 이상한 걸 만나서…… 놀라서!”
“알아, 다른 의식이 열리는 거 말하는 거지? 들어가도 다시 돌아 나와. 무서워할 필요 없어. 혹시 불이 세상의 전부였던 태초를 만난 거 같은 거? 왜 있잖아, 이 지구가 지구가 아니었을 때, 불밖에 없었을 때 말이야.”
“그 옛날이 왜 왔다는 거야?”
“왔다는 게 아냐. 불이라는 게 비슷하잖아. 세상을 태워 지구를 만든 큰불이든 추운 겨울 집을 따뜻하게 하는 작은 장작불이든 불인 건 같잖아.”
[……]
“소멸이 돼야 다시 탄생하지. 밤에 꿈을 만들어내잖아.”
“무슨 꿈? 아 그 소리로 들린다고 한 것?”
“과거를 소환하는 거지. 유전자 속의 시간을 불러오는 거?” (pp. 61~62)

보트하우스를 몰입도 있게 묘사한 짧은 도입부를 제외하고 총 4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시기별로 이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수를 의미하는 ‘세 사람’ ‘네 사람’ ‘두 사람’ ‘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구분되어 있다. 호수에 가까워 습하고 서늘한 보트하우스에서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늘 벽난로에 불을 지폈고, 집 옆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다 잠든 이들은 묘한 꿈에 빠져든다. 그 꿈은 그들이 실제로 겪지는 않았지만 유전자 속에 새겨진 어떤 기억들. 아메리카 원주민 조상들이 겪었을 전쟁, 미얀마 복무 중 목숨을 잃은 아버지, 혹은 부모의 엇갈린 사랑 등 세대와 국적을 초월한 가슴 아픈 사연들이 상징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꿈을 통해 전해지며 인물들을 흔든다.


구경하고 명명하는 자와 노출되고 불리는 자

여자와 남자를 뒤에서 따라가는 아이는 몇 개의 계단을 내려가 중앙의 홀 안으로 들어갈 때 자신을 쳐다보며 옆으로 지나갈 때까지 눈을 떼지 않는 나이 든 여자를 본다. 붉은 기가 있는 갈색 머리를 한 백인 여자는 지나가는 아이가 민망하도록 말갛게 쳐다보고 있다. 아이는 그 여자를 지나쳐서 저만큼 갔을 때 갑자기 뒤를 획 돌아본다. 그 여자와 얼굴이 마주친다. 백인 여자는 아예 고개를 돌려 일행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다. 아이는 여자에게 혀를 쏙 내민다. 여자가 당황해서 고개를 반대로 돌린다. (p. 53)

“원래 이름이 있는데 허드슨강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도 나쁘지. 여기 살았던 사람들, 즉 남의 것을 빼앗아 내 것이라고 정당화하려고 하는 거니까. 허드슨은 강을 오르내리며 원주민과 교역도 하던 사람이야. 에베레스트, 히말라야의 다른 봉우리들처럼 에베레스트도 원래 이름이 있는데 그것도 티베트에서 부르는 이름, 네팔에서 부르는 이름이 각각 다 있는데 왜 식민지 인도에 온 영국 측량 기사가 마음대로 에베레스트란 이름을 붙이지?” (p. 84)

이 소설이 꿈을 통한 원초의 기억을 추적한다고 해서 삶과 전혀 동떨어진 서사를 구축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면 틀렸다. 주요 인물인 서지향, 최연지, 장유재와 같은 한국계 미국인들과 모히칸 조상을 둔 필립 케메 캠벨 모두 소수자성을 가진 이들이며, 이들이 보트하우스에서 보내는 일상 속에서도 제국주의 침략과 노예제, 인종 차별의 역사를 가진 사회에서 살아가는 생생한 현장성과 날카로운 감수성도 두루 엿볼 수 있다. 신기한 듯 바라보는 시선에 담긴 차별, 원주민의 이름은 버려지고 침략자들의 이름이 지명에 붙는 폭력이 소설 곳곳에서 지적된다. 한편 첫 인용문에서 20여 년이 흐른 시점 다시 찾은 식당에서 그때와 같은 시선을 다시 느끼지 않는 장면을 통하여 미국 사회의 변화 또한 감지될 수 있다.


존재하지 않은 시간이 더 큰 진실로 다가오는 이야기

나는 기어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지나간 것들을 불러낸다. [……] ‘소설 짓기’란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불러내서 시간을 존재하게 하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작가의 말」)

「작가의 말」에서 이숙종은 산과 숲, 물로 돌아다녔던 시간들이 녹아 이 소설을 이루었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지나온 삶의 단상들이 문학의 언어로 픽션이 되면 그것이 생의 진실을 관통하는 장르가 소설이라고들 한다. 『보트하우스』는 매력적인 인물들과 디테일한 요소들을 잘 구축된 플롯으로 옮겨 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이면의 세계, 원초의 환상으로 연결한다. 심사를 맡았던 평론가 김형중은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평하기도 했다. “문학적 글쓰기가 언어를 질료 삼아 수행하는 작가의 미학적 가공 작업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것은 문학의 기본이다. 「보트 하우스」는 바로 그 기본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었다.” 소설다운 소설, 기본에 충실하여 독자를 진동하는 이야기, 불과 물의 꿈이 당신을 찾아간다.


■ 본문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 잠깐 끊겼다가 다시 들린다. 남자는 눈을 뜨지 못한 채다. 의식도 갇힌 것 같다. 의식의 문 앞에서 소리는 맴을 돈다. 소리는 점점 커진다. 그의 의식은 자신의 꿈 안의 소리와 꿈 밖에서 나는 소리를 넘나든다. 밖에서 나는 소린지 자신의 꿈속에서 나는 소린지 구분할 수 없다. 그는 두 소리가 같은 소리인 것처럼 혼동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익숙한 소리 같아서 깼는지도 모른다. (p. 76)

“그거야 모르지. 원주민 말처럼 물은 기억한다잖아. 아저씨도 그런다고 했어. 보트하우스에서 자면 그런다고. 어릴 때도 그랬대. 아저씨의 엄마와 같이 왔을 때도. 아저씬, 주로 소리가 들린대. 얕은 물소리, 조용히 노 젓는 소리, 배에서 내리며 첨벙거리는 소리, 숨죽이며 길을 걷는 발소리, 알지 못하는 언어로 말하는 낮은 소리가 들린대.” (p. 136)

엄마는 내게 연한 분홍색 시폰으로 만든 조금 긴 드레스를 입혔어. 엄마도 아이보리색 드레스를 입었지. 그녀의 드레스는 허리 아래로 얌전하게 주름이 잡혀 있어. 나는 미스터 캠벨의 손을 잡고 걸었어. 반짝이는 내 하얀 구두를 내려다봤어. 새 신발이라 에나멜 칠이 반짝였어. 그는 타이 없이 가톨릭 사제처럼 보이는 검은 셔츠 위에 양복을 입었고 우리는 커다란 거울 같은 호숫가에 성처럼 세워진 호텔 건물을 나가서 정원으로 갔어. (p. 156)


■ 추천의 말

최대 장점은 문체다. 깊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대한 묘사는 무척 사려깊었다._김형중(문학평론가)

개인사, 가족사에서 인류사까지 넘나들거나 포개어 놓으면서 인간의 상처는 어떻게 형성되고 깊어지는가, 그 치유 가능성은 어떻게 열릴까, 심원하게 탐문한다._우찬제(문학평론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공을 넘나들며 소설을 지배하는 물과 불의 이미지는 이 소설에 몽환적 분위기를 더하고 독자들을 존재의 근원과 삶의 유한성에 대한 사유로 데리고 간다._이승우(소설가)

목차

세 사람
네 사람
두 사람
한 사람

작가의 말

작가 소개

이숙종 지음

1958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미국으로 이주하여 1997년 미주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과 2005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뉴욕시립대학교CUNY 퀸스칼리지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6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