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주의자

대산세계문학총서 168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 정란기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1년 9월 13일 | ISBN 9788932038911

사양 변형판 130x200 · 466쪽 | 가격 17,000원

책소개

이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는
정상성이라는 신기루를 위한 것이었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문학의 거장
반파시즘 참여문학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진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문학의 거장 알베르토 모라비아Alberto Moravia(1907~1990)의 장편소설 『순응주의자Il Conformista』가 대산세계문학총서 168권으로 출간되었다.
엄격하다기보다는 무관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열세 살 소년 마르첼로는 자신의 남다름을 인지하고 괴로워한다. 이후 그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정상성에 대한 열망, 모두가 인정하는 일반적 규칙에 부합하려는 바람. ‘다르다’는 것이 ‘죄’를 의미하는 순간부터 그의 유일한 소망은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들처럼 결혼을 하고 남들과 같이 파시즘을 추종하며 평생에 걸쳐 집요하게 ‘정상’을 추구했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비정상으로 구성된 표면적인 정상이었다.
『순응주의자』는 이탈리아 참여문학의 출발점으로 간주되며, 파시즘 정권에 의해 탄압받았던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문학세계를 한눈에 입증하는 장편소설이다. 『순응주의자』는 1970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는데, 영화 「순응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영화팬들의 찬사를 받고 있으며, 2018년 BBC 선정 비영어권 영화 TOP100에 꼽히기도 했다. 모라비아는 영화감독 및 시나리오 작업을 할 만큼 영화계에서도 활약했는데, 『순응주의자』 외에도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게 하는 독특한 상황 설정, 탁월한 심리묘사 등 그의 영화적 감각이 담긴 작품 다수가 영화화되었다.


그에게도 역시 매력적인 것은 ‘정상’이었다
획일성을 강요하는 세상과 무비판적 동조자들에게 던지는 통렬한 경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무관심하고 차가운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열세 살 마르첼로는 이유 없이 도마뱀을 학살하고, 고양이를 죽인다. 자신의 비정상성을 느낀 그는 자신의 운명이 두렵다. 학교에 다니면서 보통의 다수에 속한 것 같아 기쁜 순간도 잠시, 마르첼로는 곱상한 외모 때문에 놀림을 받고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기 위해 총을 갖고자 한다. 우연히 만난 리노에게 총을 얻을 생각으로 집까지 따라가지만, 리노는 그를 범하려 하고 마르첼로는 침대에 놓인 총을 집어 든다.
서른 살, 정부의 비밀요원으로 성장한 마르첼로는 남들 다 하는 결혼을 하고 남들과 같이 파시즘을 추종하니 자신이 정상인 것 같다. “사실 모든 사람에게 분명하고 모두가 믿고 반박할 수 없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대체 그것은 무엇이겠는가?” 그는 파리로의 신혼여행 중에 대학 시절 교수였으며 반파시즘 운동가가 된 콰드리를 암살하는 임무에 가담한다. 그러나 그는 처음 본 콰드리의 아내 리나에게 반해 사랑을 갈구하고, 리나는 마르첼로의 아내 줄리아에게 구애한다. 이 기묘한 삼각관계에서 그는 처음으로 남들과 다른 삶을 선택할 만한 강렬한 사랑을 느낀다.
마르첼로는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내재된 잔인성과 성정체성에 관한 혼란을 느끼지만, 그에게 이 모든 것은 ‘비정상’으로 숨겨야 하는 것이다. 그는 자발적으로 고집스럽고 어리석게 스스로를 무가치한 사슬과 훨씬 더 무가치한 의무에 묶어두었는데, 이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는 정상성이라는 신기루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무솔리니 정권의 몰락과 함께 이제 사슬은 끊어졌고, 의무는 소멸되었으며,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 잔인한 인생은 그에게 새 기회를 주지 않는다.
모라비아는 이 작품에서 획일적인 기준에 의한 강박관념이 한 인간의 삶을 뒤흔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르첼로는 결혼이 자신을 정상의 범주에 넣어줄 것이기에 결혼을 하고, 모두가 추종하는 파시즘에 충실하고자 신혼여행마저 기꺼이 활용한다. 그러나 평생 동안 정상에 도달하려 애를 썼음에도, 그에게 남은 것은 비정상으로 구성된 정상이었다.


반反파시즘의 알레고리-『순응주의자』

“작가의 신념을 저버리고 굴복하는 사람은 파시즘의 수호천사가 소매를 잡아당기는 것을 느낀다.”

이탈리아 참여문학의 출발점으로 간주되는 알베르토 모라비아는 1929년 22세라는 젊은 나이에 집필한 『무관심한 사람들』로 당시의 낙관적이고 서정적인 문단의 분위기를 뒤엎고 퇴폐적이고 사실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며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1941년 파시스트 정부의 검열 탓에 저술 및 책 출간을 할 수 없게 되고, 전쟁이 끝난 1940년 후반부터 1950년 중반에 사회의 혼란뿐 아니라 윤리적인 면에서 타락해가는 상황을 반영한 작품들을 발표한다. 『순응주의자』는 1951년에 출간된 모라비아의 후기작으로, 관습상 정상적인 것을 추구하고 평생 그에 스며들려고 노력한 마르첼로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모라비아 자신은 사회 참여를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거부한다고 말하지만, 그는 사실상 예술로서의 참여, 즉 저항하는 ‘참여문학’ 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작가의 임무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숨김없이 묘사하는 데 있다”고 했으며, 스스로도 “자기의 거울에 비친 인간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대담하게 그려나간다.” 또한 “인간 사회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병든 사회의 현실과 인간을 구석구석까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조 아래 당대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린 그의 작품들은 파시즘하에서 획일화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을 함축하고 있어, 모라비아는 반파시스트 작가로 알려지고 정치적 탄압을 받기도 했다. 모라비아 작품의 목표 중 하나는 이탈리아를 포로로 삼은 파시즘이 지적이고 영적인 생각의 자유를 추방하고 하나의 진실만을 추구하도록 하는 독재자 무솔리니의 왜곡된 이데올로기임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지식인인 모라비아는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며 당대의 현실을 그려냄으로써 파시즘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중산층 지식인의 행동과 의식에 하나의 모범을 제시했다. 모라비아는 자신이 경멸하는 파시즘 특유의 정치적, 윤리적 타락을 작품에 녹여내며 ‘문학의 의무’에 대해 언급한다. “작가의 신념을 저버리고 굴복하는 사람은 파시즘의 수호천사가 소매를 잡아당기는 것을 느낀다.” 이는 우리의 양심을 외면하고 합당하지 않은 의무를 받아들이거나 무비판적으로 생활하는 순응에 대한 모라비아의 경고이다. 작가가 진실을 외면하고 정치에 굴복하면 문학작품은 화석과 같이 죽은 것이 될 뿐이라는 것이다.
다양성이 중요한 화두가 된 오늘날이지만, 여전히 우리의 관념은 편견으로 가득 차 여러 사회적 대립을 만든다. 과연 ‘정상’은 무엇인지, 또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20세기 작가의 통렬한 경고는 유효하다.

 

더 가볍게, 늘 가까이!
새로운 판형으로 선보이는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2001년 6월 『트리스트럼 샌디』를 시작으로 문학과지성사와 대산문화재단이 함께 기획 · 출간해온 대산세계문학총서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였다. 국내 초역, 해당 언어 직접 번역, 분량에 상관없이 완역을 기본 원칙으로 발간해온 대산세계문학총서는 2021년 현재까지 총 140종 166권, 31개국 136명의 작가를 소개하며 한국의 독자들에게 폭넓은 문학체험을 선사해왔다. 우수한 외국문학을 올바로 이해 · 수용하여 한국문학의 토양을 풍요롭게 하고 세계문학의 외연을 넓힌다는 대의 아래 작품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대산세계문학총서는 77%(총 140종 중 108종)가 국내 초역이며, 시 · 소설뿐 아니라 희곡 · 산문 · 우화 · 설화까지 포함하고 있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 6월, 그동안 대산세계문학총서를 아껴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시집 3종을 선정, 리커버 특별판을 출간했었다. 그리고 이를 기점으로 167권부터 새로운 판형으로 대산총서의 새로운 시대를 연다. 1권부터 변동 없이 신국판(152×225)이었으나, 요즘 독자들의 취향에 맞게 130×200 사이즈로 바꾸고 새로운 표지 장정으로 재정비했다. 167권 빅토르 펠레빈 장편소설 『스너프』, 168권 알베르토 모라비아 장편소설 『순응주의자』, 169권 오라시오 키로가 단편선 『오렌지주를 증류하는 사람들』 세 권이 새로운 총서의 문을 연다.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지난 20년과 같이 앞으로도 독자들과 함께 세계문학의 미지의 영역을 탐험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에필로그

옮긴이 해설 _ 참여문학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
작가 연보

작가 소개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본명은 알베르토 핀케를레Alberto Pincherle. 이탈리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결핵에 걸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많은 책을 탐독하며 문학적 역량을 키웠다. 1929년 이탈리아 중산층의 부패와 무기력한 삶을 그린 첫 소설 『무관심한 사람들』을 발표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했으나 1939년 파시스트 정부의 유대인 배척 정책으로 더 이상 기사를 쓰지 못하게 되고, 파시즘하에서 획일화되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비판하는 소설을 써서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1940년에는 로마를 떠나 도피하기도 했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현대인의 성性관념, 사회적 소외, 실존주의에 관한 고뇌가 담긴 소설을 꾸준히 발표했으며, 전후에는 저널리스트, 시나리오 작가, 영화평론가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대표작으로 『경멸』 『로마의 여인』 『권태』 등의 장편소설과 단편집, 에세이, 평론집이 있다. 그의 소설 중 다수가 영화화되었는데, 『순응주의자』는 1970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2018년 BBC 선정 비영어권 영화 TOP100에 꼽히기도 했다. 1990년 마지막 장편소설 『표범 같은 여자』를 탈고하고 영면에 들었다.

정란기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탈리아 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이탈리아 피사통번역학교에서 공부했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공연영상학과 석사과정과 첨단영상대학원 영화이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경멸』 『난니 모레티의 영화』 등이, 지은 책으로 『이탈리아 영화사』 『루키노 비스콘티의 센소』 등이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이탈치네마 대표로 한국-이탈리아 문화 교류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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