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과 무게

이민진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1년 8월 24일 | ISBN 9788932038827

사양 46판 128x188mm · 230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각자의 길을 걷던 우리가 한 장소에서 만나게 되리란 예감이 들어요”

불가능한 이해 속에서 오해로 끊어지는 관계
그럼에도 다시 한번 기록되고 기억되는 우리

섬세한 문장과 밀도 높은 사유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이민진의 첫번째 소설집 『장식과 무게』(문학과지성사, 2021)가 출간되었다. “복잡한 감정의 세계를 다루면서 이에 호응하는 편린을 섬세하게 겹쳐놓았다”(소설가 김성중)는 평을 받으며 2016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5년간 쓰고 다듬은 소설 7편을 한데 묶었다.
“끊임없이 방향을 탐색하는 것. 그렇게 스스로 그리고 타인에게 가까워”(「작가의 말」)지기 위해 소설을 써온 이민진은 『장식과 무게』에서 지나간 시절에 대한 회고를 통해 불가해한 타자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지금 잃었다고 느끼는 것들과 다가올 시간에 다시 찾을 수 있는 것들”(「프루스트가 쓰지 않은 것」)의 조각을 세심하게 이어 붙여 그동안 간과했던 세계의 지도를 발견하고 잃어버린 이에게 다시금 가닿고자 애쓴다. 예기치 못한 결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언젠가 또 만나게 되리라는 믿음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그러므로 『장식과 무게』는 한때 알 수 없는 이유로 멀어졌으나 여전히 그 대상을 향해 남아 있는 감정과 아름다운 추억의 이미지들을 작가의 사려 깊고 유려한 문체를 따라 되짚어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과거를 복기함으로써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도록 이끌며 스스로에 대한 탐문을 이어가도록 돕는다.

이민진의 문장은 우리가 남몰래 슬쩍 닦아낸 눈물들이 마른 흔적이다. 날아가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리하여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몰래 간직하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한 후일담. 드디어 이 문장들을 모두 만났다. 부디 이 기쁨의 무게를 계속 느낄 수 있기를. 강화길(소설가)

이민진 소설 속 인물들은 굳이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늦은 답장을 하거나, 일상의 접힌 주름들을 찬찬히 응시한다. 가시 범위에 좀처럼 포착되지 않던 세계가 효율성의 세계 너머에서 존재를 주장할 때, 이민진의 소설은 마치 호기심과 욕망을 자아내는 ‘해상도가 낮은 사진’처럼 세계를 현상한다. 김미정(문학평론가)


텅 빈 자리를 향해 말을 건네는 이야기

이민진 소설 속 인물들은 드라마틱한 사건에 휩쓸리기보다 사라진 이의 흔적을 추적하거나 과거에 끊어져버린 인연을 거듭 회상한다. 불분명하게 종결된 시절을 반추하는 형식을 통해 놓쳐버린 진실을 발견하고 꿰어 맞춘 조각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희구한다.

그 시절의 나는 나답지 않았지만, 내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내가 모르던 나의 일면을 끌어낸 것일 수 있었다. 의도치 않게 내게서 말을 끌어냈듯이. 그렇게 4년 만에 받은 답장은 잊고 있던 시간을 데려와 내게 숨겨진 맥락을 들려주며 메일을 주고받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가르쳐줬다. (「RE:」, p. 32)

「RE:」는 주인공 유완이 오래전에 보낸 메일의 답장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그 답장은 애초의 수신자가 아닌 제3자가 대신 보낸 부고이다. 수신자의 죽음이 실제인지 문학적 비유인지는 끝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사실 확인은 이민진 소설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해, 그럼에도 우리가 연결될 수 있다는 관계에 대한 믿음이다. 그러므로 작품 말미에 유완은 부고 메일에 답장을 써 보낸다. 자신이 정확히 누구에게 메일을 쓰고 있는지, 그것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한 채 “아무도 모르는 그곳”으로 마음을 담아 한 번 더 안부를 전한다.


기꺼이 우울을 반복하는 용기

“결별이나 죽음이 끝을 의미하지 않”(「언박싱」)으며 “세상에는 상상을 통해서만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풀에 빠진 사람들」)다는 명제는 생사 불명의 이모가 남긴 흔적을 쫓으며 애도를 유예하는 서사인 「장식과 무게」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애초에 죽음이 없는 장례였다. 이모의 시신이 발견되거나 죽음을 확신할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닌데 가족들은 새삼 슬퍼하고 있었다. [……] 이모 대신 이모의 삶에 종지부를 찍고 있었다. 이미 일어난 죽음을 애도하는 게 아니라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생사 불명의 사람을 죽이고 있었고, 그로 인해 그들이 오랜 세월 기다렸던 것은 이모의 생환이 아니라 죽음이 되었다. (p. 84)

화자인 ‘나’는 가족들이 장례를 통해 이모에 대한 기억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과정을 “마치 관객처럼” 지켜본다. 그러면서 이모의 장례식 날이 곧 “나의 기다림이 시작된 날”이라 명한다. 자신이 기억하고 기다리는 한 적어도 이모는 계속 살아 있는 존재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민진 소설 속 인물들은 기억을 통해 누군가와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잊지 않는 한 대상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관계 역시 종식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러므로 『장식과 무게』는 망각을 통한 애도의 완성을 고집스레 거부하는, 회고로 인해 발생하는 우울을 기꺼이 끌어안는 이의 용기를 보여준다. 우리가 놓치고 만 인연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끔 독려하며, 앞으로의 생을 좀더 후회 없이 살아가도록 북돋워준다.

아직 살아 있는 것들을 살리고 싶었다.
어쩌면,
내내 단순한 마음이었다. (「후일담」, p. 207)


■ 책 속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이 낯설게 느껴질 때마다 새삼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살피게 됐다. 이론적으론 알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차원. 타인은 나의 이치에서 벗어나야 갈 수 있는 세계 같았다.
―「RE:」

장식은 양식 중에서도 오로지 성격과 관련된 요소다. 기능적으로는 불필요하지만, 건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식. 사람으로 치면 장식이란 대상과의 기억이었고 그것은 가장 주관적이고 내밀한 기록의 형식이었다.
―「장식과 무게」

지난 세월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네가 상실한 것은 꿈을 좇던 젊은 시절만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이었다. 이제 남아 있는 건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뿐인 가운데 너는 소박한 도시의 풍경에 과거의 잔상을 덧입혔다.
―「프루스트가 쓰지 않은 것」

카페 사장은 윤우가 지형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윤우는 다른 것으로 대가를 지불받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람들은 지형이 윤우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걸, 너무 많아서 그녀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는 걸 믿지 않았다. 그걸 알지 못한 건 지형도 마찬가지였다.
―「후일담」


■ 추천글

드디어 이민진의 첫 소설집을 읽는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새 다가온 청량한 여름. 섬세하고 예민하게 씌어진 문장들을 아껴 읽으며 나는 조심스럽게 숨을 뱉는다. 이민진의 문장은 우리가 남몰래 슬쩍 닦아낸 눈물들이 마른 흔적이다. 날아가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리하여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몰래 간직하고 있었던 스스로에 대한 후일담. 드디어 이 문장들을 모두 만났다. 부디 이 기쁨의 무게를 계속 느낄 수 있기를. 강화길(소설가)


■ 작가의 말

그간 나는 소설을 쓰면서도 독자의 존재를 의심해왔다. 오랜 시간 내 글을 읽은 사람은 같이 수학한 친구들과 선생님 몇 분이 전부였기 때문에 그들이 아닌 독자를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지난 5년간 가장 큰 변화라면 소설을 쓰고 발표하는 게 불멍처럼 혼자 만끽하고 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최근에는 동시대의 독자뿐만 아니라 다가올 시대와 독자까지 고려하라고, 스스로 요구하는 나를 발견한다. 아무래도 나보다 좀더 사려 깊고 과감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소설을 쓰는 건 이 또한 삶의 일부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방향을 탐색하는 것. 그렇게 스스로 그리고 타인에게 가까워지는 것. 글쓰기나 삶이나 부단한 태도가 남긴 궤적이라고 믿는다.

2021년 여름
이민진

목차

RE:
장식과 무게
프루스트가 쓰지 않은 것
풀에 빠진 사람들
언박싱
시작하는 이들의 밤
후일담

해설・그리고 기어이 만난다_김미정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작가 소개

이민진 지음

1986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2016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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