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앙리 베르그송 지음 | 정연복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1년 7월 9일 | ISBN 9788932038780

사양 변형판 120x188 · 222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웃음은 즐거움이다.
그러나 웃음을 그러모아 살짝 맛을 보면
철학자의 혀끝에는 약간의 씁쓸함이 감돌 것이다”

웃음과 희극, 희극성에 관한 앙리 베르그송의 탁월한 고전!

1927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이 ‘웃음’에 관해 쓴 세 논문을 묶은 『웃음ー희극성의 의미에 관하여』(정연복 옮김)가 새롭게 리뉴얼된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베르그송의 『웃음』은 1900년 초판이 나온 이래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놀라운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웃음 이론에 관한 가장 독보적인 고전으로 손꼽혀왔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수많은 학자들이 웃음과 희극, 희극성과 관련한 철학적・미학적 연구들을 꾸준히 시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숨어버리고, 슬쩍 비껴 나가고, 빠져나가고, 어떤 때는 사라지는 듯하다가 다시 불쑥 나타나면서 하나의 골치 아픈 철학적 난제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웃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웃는가. 웃음은 어떻게 발생하고 작동하는가. 또 우리 삶과 사회에서 어떤 효과를 자아내는가. 이 책에서 베르그송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속성이라 할 수 있는 웃음에 관한 탁월한 분석을 통해 웃음이 만들어지는 기법과 그것이 지닌 사회적 기능을 해명하는 동시에 인간 자체에 대한 심오한 이해에 도달하고 있다. 독자들은 200페이지 남짓한 이 작은 책에서 즐거움과 씁쓸함이 함께 감도는, 베르그송의 웃음의 철학을 진한 여운으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희극성의 본질과 대립되는 개념은 아름다움보다는 우아함이다.
희극적인 것은 추함에서 비롯된다기보다 뻣뻣함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생生의 철학’을 주창하며 현대 프랑스 철학에 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는 앙리 베르그송은 19세기의 유물론과 기계론 및 결정론의 영향 아래 만물을 과학적 분석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에 맞서 생명의 약동성과 유연성의 회복을 강조해왔다. 당대 주류를 이루었던 과학적 기계론에 반기를 들며 새롭고 독창적인 이론을 전개해온 베르그송은 시간과 자유의지를 주제로 한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대한 시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물질과 기억』 『창조적 진화』 등을 잇따라 출간하면서 철학자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다. 이 책 『웃음』에서도 베르그송 철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생명’의 개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특히 웃음을 유발하는 희극성이 만들어지는 기법에 대해 주목한다. 웃음을 일으키는 대상의 성격을 밝힘으로써 웃음의 정체를 규명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하여 베르그송은 모든 희극적인 것들 속에서 “생명적인 것에 덧붙여진 기계적인 것”이라는 중심 주제를 찾아낸다. 예를 들어, 길거리를 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비틀거리다 넘어진다. 이를 본 행인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이때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가 보여준 ‘기계와 같은 뻣뻣함’ 때문이다. 유연성의 부족으로 혹은 잠시 방심했거나 몸이 경직되어 있어서, 그 결과 남자는 넘어지고 그것을 본 행인들은 웃는다. 베르그송에 따르면, 생명은 기계로 환원될 수 없으며 뒤집을 수도 없고 결코 반복되지도 않는다. 이 생명 개념을 사회로 확장하여 유연하고 살아 숨 쉬는 활력 없이, 딱딱하게 굳은 기계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웃음을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렇듯 희극적인 것을 설명하면서 ‘기계적인 것’ ‘자동화된 것’ ‘경직성’을, ‘유연한 것’ ‘생명적인 것’에 계속해서 대비시킨다. 그를 통해 삶의 근저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운동성, 시간성, 지속성을 강조한다.


“웃음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분명 선하지도 않다.
웃음의 기능은 모욕을 줌으로써 상대방을 위압하는 것이다”

베르그송에 따르면, 웃음이란 일종의 사회적 제스처다. “사회가 꺼리는 것은, 우리 모두가 삶에 꼭 필요한 부분에만 신경을 쓰고, 나머지는 이미 몸에 밴 습관의 안이한 기계적 동작에 자신을 맡겨버리는 것이다.” 즉 인간이 사물이나 기계처럼 유연성을 잃고 딱딱해져버리는 경직성은 사회에 곧장 타격을 가하지는 않지만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는 이러한 경직성을 물리적인 강압을 쓰기보다 일종의 제스처로서 대응하려고 하며, 웃음은 바로 이에 대한 징벌이라는 것이 베르그송의 주장이다. 웃음의 성격을 개인적이거나 유희적으로 살피기보다 집단적・사회적 의미로 파악하여 “사회생활을 방해하는 어떤 결점에 대한 징벌”이라는 사회적 기능으로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특히 3장 「성격의 희극성」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예술과 희극을 구별하면서 예술이란 무엇이며 예술가는 어떤 존재인지, 다른 예술과 희극의 차이는 무엇인지에 대해 섬세하면서도 매력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몰리에르나 라비슈 등 여러 희극 작품들에 등장하는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을 사례로 들어 희극적인 것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 또한 흥미롭기 그지없다.
웃음은 그 자체로 “별것 아닌 듯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보듯 무수한 생명을 죽음에 이르도록 했던 것처럼 실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웃음과 희극, 희극성에 대한 논의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 작은 고전이 웃음의 넓은 스펙트럼을 조망함으로써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한편, 베르그송의 철학과 예술론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책 속으로

그러므로 우리의 웃음은 언제나 한 집단의 웃음이라고 할 수 있다. 기차나 음식점의 테이블에서 여행객들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지러지게 웃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는 아주 우스운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들과 같은 일행이라면 누구나 웃게 된다. 그러나 일행이 아닌 사람에게는 웃을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이다. 설교를 듣고 모든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데 유독 울지 않는 사람이 있어 물어보았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이 교회 소속이 아니랍니다.” 눈물에 대한 이 사람의 생각은 웃음에 더 잘 적용될 것이다. 사람들은 웃음이 솔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웃음에는, 실제로든 상상으로든 함께 웃는 타인들과의 일치된 생각, 말하자면 일종의 공범 의식 같은 것이 숨어 있다. 극장에서 관객의 웃음은 장내가 가득 찰수록 더 커진다는 것, 이는 얼마나 많이 이야기되어온 사실인가? (15~16쪽)

이렇게 해서 파스칼이 『팡세』의 한 구절에서 제기한 작은 의문이 풀린다. “서로 닮은 두 얼굴이 특별히 웃음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인은 없는데도 함께 있으면 그 유사함으로 인해 우리를 웃게 한다.”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설가의 몸짓은, 그 자체로는 그다지 우스꽝스럽지 않아도 반복이 되면 웃음을 자아낸다.” 그 이유는, 살아 있는 생명은 결코 반복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복이 있고 완벽한 유사함이 있으면, 우리는 살아 있는 것 뒤에 기계적인 것이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너무나도 닮은 두 얼굴에 대한 인상을 분석해보라. 그러면 아마도 똑같은 틀에서 얻어낸 두 개의 견본, 혹은 같은 도장 자국, 또는 같은 원판에서 인화된 두 장의 사진, 결국 산업 제작 방식을 연상하게 됨을 깨닫게 되리라. 생명이 기계적인 것으로 방향 전환하는 것, 여기에 바로 웃음의 진정한 원인이 있는 것이다. (41쪽)

삶에서 모든 진지함은 우리의 자유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오래 간직했던 감정이나 은밀히 품었던 열정, 깊은 생각 끝에 결정해서 실행했던 행동, 이 모두가 우리의 것인바, 이 때문에 삶은 심각하고 때로는 극적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희극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자유를 조종하는 실이 숨겨져 있다고 상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86~87쪽)

물건과 비슷한 면이 있는 사람은 희극적이 된다. 인간이 하는 일인데도 뻣뻣하기 짝이 없어서 마치 순전한 기계장치, 자동주의, 말하자면 생명이 없는 기계적 움직임을 흉내 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희극성이란 즉각적인 교정을 요하는 개인과 집단의 결함을 나타낸다. 웃음은 이것을 교정한다. 웃음은 이런저런 사람이나 사건에서 보이는 특정한 방심 상태를 두드러지게 만들며, 그것을 응징하는 사회적 의사 표시인 셈이다. (94쪽)

우리는 이미 희극적 인물의 결함이 정신 혹은 성격의 완고함, 방심, 기계적 동작 등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희극성의 근저에는 어떤 종류의 경직성이 있다. 바로 이 경직성으로 인해 자기 길만을 줄곧 고집하고, 그 어떤 것도 귀담아듣지 않으며, 아예 아무것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몰리에르 연극의 수많은 희극적 장면 모두가 이 단순한 유형으로 귀결되고 있지 않는가! 자기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힌 인물은 아무리 만류해도 고집스럽게 자신의 생각으로 되돌아간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서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는 사람으로, 결국에는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보려는 사람으로 서서히 이행해간다. 고집불통의 정신은 사물을 보고 사물에 맞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자기 생각에 끼워 맞추도록 한다. 그러므로 희극적인 인물은 모두 다 우리가 조금 전에 묘사한 망상의 길 위에 있으며, 돈키호테는 희극적 부조리의 보편적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188~89쪽)

이렇게 보면 웃음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반복하건대 분명 선하지도 않다. 웃음의 기능은 모욕을 줌으로써 상대방을 위압하는 것이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천성적으로 약간의 짓궂음이나 상대방을 놀려먹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면, 웃음은 성공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으리라. 즉 긴장의 이완과 확산은 웃음의 서막에 불과하고, 웃는 사람은 금세 자신으로 돌아와 다소 오만한 마음가짐으로 타인을 자신이 조종하는 꼭두각시인 것처럼 취급한다. 게다가 이러한 자만심에는 어느 정도의 이기주의도 도사리고 있다. 이기주의의 배후에는 덜 즉흥적이고 더욱 신랄한 무엇인가도 웅크리고 있다. 그것은 정체 모를 비관주의라고나 할까, 웃는 사람이 자신의 웃음을 분석하면 할수록 더욱더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200~201쪽)

목차

머리말

1장 희극성
1. 희극성 개요
2. 희극성의 원천
3. 형태의 희극성
4. 움직임의 희극성
5. 희극성의 확산력

2장 상황의 희극성과 말의 희극성
1. 상황의 희극성
2. 말의 희극성

3장 성격의 희극성
1. 예술과 희극의 차이
2. 희극적 성격과 허영
3. 직업과 희극성
4. 부조리와 희극성
5. 웃음의 복합성

23판에 붙인 저자의 부록ー희극성의 정의 및 그 방법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작가 연보

작가 소개

앙리 베르그송 지음

1859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리세 콩도르세(국립고등학교) 재학 시절, 영국으로 이주한 가족과 떨어져 기숙학교에서 지내며 뛰어난 성적으로 각종 상을 휩쓰는 등 이때부터 널리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1878년 프랑스 지성의 산실인 파리고등사범학교ENS에 입학하고 1881년 교수 자격 국가시험에 합격한 베르그송은 앙제, 클레르몽페랑, 앙리4세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가 1889년 시간과 자유의지를 주제로 한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대한 시론Essai sur les données immédiates de la conscience』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896년 『물질과 기억Matière et mémoire』을 잇따라 출간하며 이름을 알린 베르그송은 1900년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 임용되고, 1907년에는 생명과 진화의 문제를 다룬 『창조적 진화L’Évolution créatrice』로 세계적 명성을 얻는다. 1927년 노벨문학상 수상, 1930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명예 훈장을 수상하는 등 살아생전 학자로서 최고의 명예를 누리다가, 1941년 파리의 보세르주가 자택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지은 책으로 『정신적 에너지』(1919),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1932), 『사유와 운동』(1934)과 더불어 그의 사후 후학들에 의해 출간된 『잡문집』(1972), 『강의록 Ⅰ~Ⅳ』(1990~2000), 『서간집』(2002) 등이 있다.

정연복 옮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덕여대 강의 전임 교수를 역임했으며 서울대, 아주대 등에서 프랑스 문화와 예술사를 강의했다. 현재 중앙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축제의 무대』 『예술속의 삶 삶속의 예술』이 있고, 옮긴 책으로 장 보드리야르의 『섹스의 황도』, 에릭 리베르주의 『미지의 시간 속으로』, 다비드 프뤼돔의 『루브르 가로지르기』, 스테판 르발루아의 『레오나르도 2빈치』 등 다수의 ‘루브르 만화 컬렉션’을 비롯해 몰리에르의 희곡선 『상상병 환자』가 있다.

독자 리뷰(1)

독자 리뷰 남기기

1 + 4 =

  1. 임화
    2021.08.02 오전 8:02

    근래 Best Seller,
    정연복 문학박사의 저서 “예술 속의 삶, 삶 속의 예술”을 너무나 즐겁게 읽은 터라
    이분의 다른 저서를 찾던 중 정박사께서 20년 전에 옮기신 앙리 베르그송의 명작  “웃음” 의 최신간를 접하게 되었다.

    당연히 “생리적인 웃음 ” 에 관한 가벼운 책 이려니 하였는데 “희극이 유발하는 웃음”의 사회적, 심리학 측면의 깊은 통찰의 연구 논문 모음 이었다.

    오래 오래전, 중학생 딸아이가 “Opera Aida”를 보고 나오면서 눈물을 딱으며 왜 유명 오페라들이 모두 “비극” 인가 라고 질문을 해왔다.
    “비극이 희극보다 관객의 감정 동조를 유도하기가 쉬워서..” 라고 얼머무린 기억이 난다.

    딸아이의 질문에 대한 반어적(왜 희극은 ?) 냉정한 대답이 이책 속에 있는듯 하다.

    지난 수십년간 철학계, 인문학계, 연극계의 필독서였고 손바닥 만한 200쪽의 작은 책이지만 옮긴이의 엄청난 노력이 녹아있는 역사적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