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관들

국가는 어떻게 출판을 통제해왔는가

로버트 단턴 지음 | 박영록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1년 7월 1일 | ISBN 9788932038681

사양 신국판 152x225mm · 407쪽 | 가격 22,000원

책소개

[추천사]

“매혹적이다.” 알베르토 망겔, 『뉴욕타임스 북리뷰』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묘사…… 호기심을 유발하는 사실史實로 가득한 인간 희극.” 『월스트리트 저널』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워싱턴 포스트』

“세계적으로 저명한 역사학자 로버트 단턴, 과거와 현재의 검열 속 내막을 보여주는 데 그만큼 훌륭한 가이드가 있을까. 그는 지루하디지루한 공문서 더미에서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 세 가지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펼쳐진 검열에 대한 이 흥미로운 연구서는 단턴이 지금껏 쌓아온 역량과 열정을 모두 쏟아부은 결과다. 이 연구에서 도출된 결론들은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을 받을 만하다.” 린 헌트(『인권의 발명』 저자)

“탁월한 연구와 놀라운 필력을 바탕으로 쓰인, 도저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 이야기. 로버트 단턴이 수행한 세 가지 사례 연구는 새로운 빛으로 검열을 조명한다.” 데이비드 블랙번(『자연의 정복』 저자)

“거의 보편적인 감시의 시대로 접어든 이 시점에, 검열관은 결코 그들이 원하는 통제 수위에 다다를 수 없으며, 최후의 결정을 내릴 수도 없음을 기억하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텔레그래프』

“이 책에서 단턴은 인간들이 실제로 운용했던 검열 체계에 대해 생생한 묘사와 함께 통찰력이 돋보이는 설명을 제시한다. 그의 비교사적 접근은 검열관과 작가 간 관계의 특수성을 밝히는 동시에, 권력자들이 결연한 의지를 지닌 작가들의 발화를 막으려고 할 때 나타나는 일부 공통된 양상을 드러낸다.” 마이클 로스(웨슬리언 대학교 총장)

“검열관들이 작가들과 대립했던 것만큼이나 함께 작업하기도 했으며, 결국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이자 필요악이었다는 설명이 매우 흥미롭다. [……]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는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검열 사무소로의 매혹적인 방문!”
때로는 추천인처럼, 서평가처럼, 때로는 그저 사무원으로,
또 때로는 엄중한 이념 경찰로 복무한 검열관들의 일상적 풍경
역사 추적 방식으로 복원해낸 생생한 검열 현장 이야기

검열은 여전히 도처에서 작동 중이다. 역사의 시계를 저 멀리 되돌릴 필요도 없이, 당장 미얀마, 태국 등지에서 실시간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사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소위 ‘만리방화벽’을 통해 구글, 유튜브 등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이는 비단 권위주의 체제에 국한된 얘기만도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미국 국가안보국이 무차별적 정보 수집을 해왔다는 스노든의 폭로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왜 국가는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그토록 열을 올리는 걸까? 검열이란 언제부터 존재했고,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을까?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고양이 대학살』의 저자이자 ‘책의 역사가’로 잘 알려진 로버트 단턴의 신작 『검열관들: 국가는 어떻게 출판을 통제해왔는가』는 이런 질문에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단턴은 각기 다른 세 곳의 권위주의 체제, 즉 18세기 부르봉 왕조의 프랑스, 19세기 영국 통치하의 인도, 20세기 공산주의 동독에서 검열이 이루어진 방식을 면밀히 재구성한다. 비밀리에 진행되기 마련인 검열의 특성상 관련 기록이 미미하지만, 수년에 걸쳐 바스티유 기록 보관소와 영국 국립도서관 등의 아카이브를 조사하고, 전직 검열관들과의 인터뷰를 수행하는 등 긴 시간의 연구와 탄탄한 학식을 바탕으로 검열의 흔적들을 생동감 넘치는 풍성한 이야기로 되살려낸다. 이 책은 작가와 편집자, 검열관, 서적상, 경찰 등 출판을 둘러싼 여러 행위자들의 흥미진진한 분투 과정이 포함된 검열의 역사적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검열관 직무명세서: 검열관은 누구이며 어떻게 일했는가?

18세기 프랑스 왕정의 검열관은 흡사 명예직 공무원과 같았다. 검열에는 체계화된 양식과 절차가 존재했으며, 교수나 학자, 성직자, 변호사 같은 전문직 계층의 사람들이 일종의 부업으로 검열 일을 했다. 봉급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고 대부분의 경우 보상은 출세의 기회, 즉 좋은 평판과 신분 높은 사람들의 후원을 받을 가능성으로 주어졌다. 그러나 일은 너무 많고 늘 고되었다. 검열관들은 권력자의 뜻에 따르고 유력 인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현대의 편집자처럼 원고를 검토하고 오류를 잡고 작가와 협의하며, 원고를 개선하고자 공을 들였다. 이들이 작성한 허가문은 오늘날 책 뒤표지에 쓰이는 홍보용 추천사와 비슷했다.
18세기 프랑스의 검열이 양질의 도서에 ‘특허’를 내주는 형식이었다면, 19세기 영국령 인도의 검열은 전 방위적인 ‘감시’ 체제의 기반을 닦는 것이었다. 동인도 회사 폐쇄 후 새로 출범한 인도 행정청은 서적을 포함한 인도 사회의 모든 측면을 조사하여 기록하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인도인 관리가 보고서 초안을 작성했고, 영국인들은 이를 점검하며 인도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나갔다. 도서 목록을 작성하고 관리한 이들은 대개 현지인의 풍속을 잘 아는 지역 관리들이나 학식 있는 도서관 사서들이었다. 전반적으로 도서 목록의 의견란은 오늘날의 서평과 흡사했고, 책을 극찬하는 경우도 많았다. 원칙적으로 영국령 인도에는 출판의 자유가 있었지만, 정부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면 혹독한 제재가 가해졌다. 예컨대 농장주 집단 전체를 명예훼손했다는 이유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일명 『닐 두르판』 사건은 검열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진행된 가장 극적인 검열 사례였다. 영국령 인도에서 문학은 그 문장구조에 이르기까지 그 자체로 정치적인 것이었다.
20세기 공산주의 동독의 검열 체계는 작가와 편집자가 원고 기획과 집필 문제를 두고 협의하는, 가장 낮은 단계에서부터 작동하기 시작하여 출판 이후까지 작동했다. 출판총국에서는 연간 출판 계획을 세워 동독 내 모든 출판물의 종수부터 분야, 내용까지 사전에 결정했고, 출판총국의 인쇄 허가서가 없으면 어떤 인쇄기도 돌아갈 수 없었다. 더욱이 동독의 검열은 단순히 출판총국의 전문가들 손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출판계의 모든 층위에서 이루어졌다. 원고는 우선 작가의 자기검열을 거친 뒤 편집자, 외부 심사위원, 출판사, 출판총국, 당 중앙위원회 문화 분과, 심지어 하거, 호네커 등 정권 최고 권력층과의 협의를 통과해야 했다. 까다로운 사안이 생기면 일종의 공작이 펼쳐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모든 단계에서 협상, 합의, 저항, 타협의 과정이 뒤따랐다.


검열의 과거와 현재, 오늘날 검열은 약화되었을까

이 책은 학문적 깊이와 대중적 재미를 두루 확보하고 있는 것은 물론 검열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로 가득 차 있다. 평생을 ‘책의 역사’ ‘금서의 역사’ 연구에 헌신해온 단턴은 검열이란 단순히 창작과 탄압의 대립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수많은 협력과 협상, 공모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수많은 예시를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검열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든 권력의 남용은 정당화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검열이란 단순히 원고를 수정하고 삭제하고 폐기하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체제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결론에서 소련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체코슬로바키아의 밀란 쿤데라, 루마니아의 노르만 마네아, 유고슬라비아의 다닐로 키슈, 폴란드의 체스와프 미워시처럼 검열로 고통받았던 작가들의 사례를 나열하며 다시금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나선다.
검열의 정의에서 시작해 서로 다른 시대와 체제에 관한 비교사적, 민족지학적 연구를 수행하며 본격적으로 검열의 역사를 서술하지만, 단턴의 시선은 현재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스노든의 폭로 이듬해에 출간되었음을 고려해본다면, 기술 발전과 함께 좀더 교묘하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그러나 더없이 강력해진 국가의 감시에 대한 이 노학자의 경고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18세기 프랑스의 ‘특허,’ 19세기 영국령 인도의 ‘감시,’ 20세기 말 동독의 ‘계획’까지,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 검열의 작동 방식을 추적하다

이 책은 검열관들의 직무와 실제로 검열이 수행된 양상, 그리고 각 체제에서 검열이 기능한 고유한 방식을 통찰력 있게 설명한다. 저자가 분석하는 세 체제 모두에서 검열은 의미를 둘러싼 투쟁이었다. 그리고 검열의 존재 목적은 대중에 대한 책의 영향력을 통제하고 권력의 입맛에 맞게 제어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검열관들은 원고의 행간에 숨은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이 대중에게 어떠한 반향을 일으킬지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권력자들이 시대를 막론하고 이토록 검열에 열을 올렸다는 사실은 그만큼 책의 힘, 독서의 힘을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검열은 흔히 권력과 저자 사이에서 이뤄진다고 인식되지만, 실은 권력과 저자, 유통자, 독자 사이의 대결이다. 결국 검열은 독자의 읽는 행위를 통해 무력화되는 것이다. 권력이 검열을 자행해 저항해야 할 필요가 생길 때, 검열을 무력화하는 과정 어딘가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옮긴이의 말」에서).


■ 책 속으로

소르본 대학 교수인 한 검열관은 허가문에 이렇게 썼다. “즐거운 독서였다. 이 책에는 매혹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또 다른 검열관이자 식물학과 약학을 가르치는 교수는 이 책이 여행자, 상인, 자연사 전공 학생 들에게 유용할 거라고 강조하면서, 특히 문체를 높이 평가했다. 세번째 검열관인 신학자는 이 책이 좋은 읽을거리라고 단언했다. 책을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었다며, 독자들의 “달콤하고도 열렬한 호기심을 자극하여 계속 읽고 싶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표현을 검열관이 썼다고? (제1부 「부르봉 왕조 프랑스: 특허와 억압」, 25쪽)

경찰이 급습하기 전에 말제르브는 디드로에게 문서를 안전한 곳으로 치우라고 경고해주었다. 급박한 연락을 받은 디드로는 이 많은 자료를 숨길 수 있는 장소를 못 찾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말제르브는 그중 상당량을 자신의 타운하우스에 숨기도록 도와주었다. 바깥세상에는 『백과전서』가 모두 파쇄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디드로는 달아나지 않고 남은 동료들과 함께 이후 6년간 비밀리에 편찬을 계속했다. 그리하여 뇌샤텔 출판사에서 나온 것으로 위장된, 마지막 열 권이 1765년에 한꺼번에 출간되었다. (제1부 「부르봉 왕조 프랑스: 특허와 억압」, 69~70쪽)

서점과 위층에 있던 살림집을 수색했지만, 의심스러운 그 무엇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은 뤼카를 소환해 그가 금서를 대량 취급하고 있다는 걸 안다면서, 책을 어디에 숨겼는지 털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65세의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상인이었던 뤼카는 겁먹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결백을 주장하는 사이, 그들은 꼭대기 층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는 걸 발견했다. 뤼카는 종업원 침실로 사용하는 다락방으로 이어지는 구멍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니 그곳에는 [……] 심각한 불법 도서로 가득 찬 나무 궤짝이 있었다. 그들은 금서들과 함께 뤼카의 장부와 편지를 모두 압수한 뒤, 그를 체포해서 경찰관의 호송하에 바스티유로 데려가도록 했다. (제1부 「부르봉 왕조 프랑스: 특허와 억압」, 94~95쪽)

『닐 두르판』 사건은 19세기 영국령 인도에서 벌어진 가장 극적인 검열 사례였다. 검열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에 가려진 채 진행된 검열이었다. 그전에도 다른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책보다는 신문에 관한, 명예훼손보다는 음란성에 관한 사례였으며, 영국 당국은 1857년 세포이 항쟁 이전까지는 현지 출판에 대해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항쟁 이후에도 롱의 사례가 보여준 것처럼 자유라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노골적인 탄압을 자행하지도 않았다. 대신 미셸 푸코가 말한, 지식과 권력—또는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감시’—의 결합으로서의 통제라는 개념에 부합하는 체계를 채택했다. (제2부 「영국령 인도: 자유주의와 제국주의」, 129쪽)

두 번의 세계대전과 식민지를 둘러싼 수많은 격변 이후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지금에 와서 관련 정보를 살펴보면, 인도에 대한 영국의 통치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에 실시했던 조사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전조를 확인할 수 있다. 민족주의적인 열망이 드러나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의 모순이 잠복되어 있는 동안에는 이 열망이 억제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제국주의가 정복의 권리에 의한 통치라는 게 드러나고 인쇄물이 인도 사회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민족주의자들이 이에 대응하여 일어났고 위험한 책들이 출간되었다. 그러자 영국의 인도 통치는 탄압에 의존하게 되었다. (제2부 「영국령 인도: 자유주의와 제국주의」, 155~56쪽)

텍스트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자 판사는 이를 중지할 것을 명령하고 직접 한 줄 한 줄 해석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선동죄였다. 그 재판은 철학, 의미장, 비유 패턴, 이념적 맥락, 독자 수용, 해석 공동체 등 현대시 강의에서 다룰 법한 모든 것을 다뤘다. 당국에서 모든 종류의 출판물에 드러난 선동성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비슷한 논쟁이 꼬리를 물고 반복되었다. 1905년 이전에는 현대문학의 시초로서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되던 것들이, 1910년경에는 혁명을 선동한다고 비난받게 되었다. 문학은 이제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더 이상 지식인들만 읽는 게 아니라 대중에게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제2부 「영국령 인도: 자유주의와 제국주의」, 171쪽)

실수였는지 고의였는지는 모르지만, 식자공은 ‘둥지를 향해nestwärts’를 ‘서쪽을 향해westwärts’로 바꾸어놓았고, 교정자는 여기에 이적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동쪽을 향해’로 고쳐버렸다. 검열관들의 설명대로 검열이란 일이 잘못될 가능성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과정인 듯했다. 그렇다면 검열관들은 어떻게 위험 요소를 관리했을까? (제3부 「공산주의 동독: 계획과 박해」, 211쪽)

작가들은 특히 중요한 ‘문화 생산자들’이었다. 스탈린주의가 횡행하던 1950~60년대에 작가들은 수감되거나 강제 노역에 처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1970~80년대가 되면서 당은 좀더 유하게 작가들을 길들이고자 당근과 채찍 정책을 구사했다. 해외여행의 허가 또는 불허는 가장 많이 쓰인 전술이었다. [……] 해외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한 작가들이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 남는 걸 방지해야 했다. 라그비츠는 배우자 동반을 금지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하지만 일률적인 정책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경우에 따라 대처하기로 결론 내렸다. 일관되지 않은 전술이 때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제3부 「공산주의 동독: 계획과 박해」, 224~25쪽)

누구든 이 서류들을 죽 훑어보면 편집자들이 어떤 식으로 동독 소설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단락을 삭제하고, 서사를 재구성했으며, 등장인물 유형을 바꾸고, 역사적·사회적 이슈에 관해 암시된 내용을 수정했다. 과하든 부족하든 편집 과정은 이념적인 부분뿐 아니라 미학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서 진행되었다. 작가도 편집자도 이 두 가지 부분이 자신들이 원고를 두고 협의를 벌이는 본질적인 이유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양자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편집자의 보고서에서는 다툼이나 억압보다는 상호 존중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제3부 「공산주의 동독: 계획과 박해」, 249쪽)

보나퐁은 정치적인 우화(『타나스테』)를 썼다는 이유로 한 수녀원에 13년 동안 갇혀 있어야 했다. 무쿤다 랄 다스는 선동적인 노래(「하얀 쥐의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3년 동안 ‘가혹한 감금’을 당해야 했다. 발터 양카는 눈 밖에 난 작가(루카치)의 작품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5년 동안 독방에 수감되어야 했다. 이러한 처벌을 그저 제약 정도로 간주하고, 표현에 한계를 설정하는 다른 모든 제한이나 억압과 같은 선상에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감금이라는 제약은 시장의 힘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이는 권력을 독점한 국가에서 가하는 것이다. 만일 어느 출판사에서 내 원고를 거절하면, 나는 다른 출판사를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책을 못 낼 수도 있고, 자본주의의 엄청난 무게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독재국가에서는 그러한 대안 자체가 차단된다. 바스티유, 만달레이의 찌는 듯이 더운 감옥, 구소련의 강제수용소 굴라크에서는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결론」, 307쪽)

목차

서론
제1부 부르봉 왕조 프랑스: 특허와 억압
활판 인쇄와 그 법적인 측면 | 검열관의 관점 | 일상적인 활동 | 문제 사례 | 스캔들과 계몽주의 | 서적 경찰 | 하인 계층에 속해 있던 한 작가 | 유통 체계, 그 모세혈관과 동맥

제2부 영국령 인도: 자유주의와 제국주의
아마추어 민족지학 | 멜로드라마 | 감시 | 선동? | 탄압 | 법정 해석학 | 떠돌이 음유시인들 | 기본적인 모순

제3부 공산주의 동독: 계획과 박해
현지의 정보 제공자 | 문서 보관소 안으로 | 작가들과의 관계 | 작가와 편집자 사이의 협의 | 고난 | 연극: 쇼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 소설: 출판과 폐기 | 검열은 어떻게 끝났는가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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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로버트 단턴 지음

193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1960년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1964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타임스』 기자로 근무했으며, 1965년 하버드 대학교 명예교우회 연구원이 되었다. 1968년 프린스턴 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뒤 유럽사를 가르쳤고, 2007년에는 하버드 대학교로 돌아가 칼 포르차이머 교수가 되었으며 도서관장에 취임했다.

‘책의 역사가’로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는 단턴은 1979년 『계몽주의의 사업』으로 리오 거쇼이 상을, 1996년 『책과 혁명』으로 미국비평가협회상을 받았으며, 1999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을, 2004년에는 국제구텐베르크협회로부터 구텐베르크 기념상을, 2012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수여하는 국가인문학메달을, 2013년에는 키노델두카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18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고양이 대학살』을 비롯해 『로버트 단턴의 문화사 읽기』 『책의 미래』 『시인을 체포하라』 『혁명 전야의 최면술사』 등이 있다.

박영록 옮김

고려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공부했다. 기획, 편집, 번역 등 책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오늘, 우리는 감옥으로 간다』 『나는 줄리언 어산지다』 『만델라스 웨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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