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극우주의의 양상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 폴커 바이스 해제 | 이경진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0년 7월 15일 | ISBN 9788932036335

사양 변형판 128x187 · 90쪽 | 가격 11,000원

분야 채석장, 인문

책소개

“어느 위대한 철학자의 1967년 강연
─경악스러우리만치 현재적이다.”
『타게스슈피겔』

“우리는 파시즘 운동을 스스로의 개념에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제대로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상처이자 흉터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사의 인문 에세이 시리즈 ‘채석장’의 네번째 책.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1967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극우주의의 부상’을 주제로 한 강연 『신극우주의의 양상』이 출간되었다. 이 강연록은 오스트리아 매체 자료실에 녹음본의 형태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독일에서도 2019년에 처음 출판되었는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아도르노 다시 읽기’ 붐을 일으켰다. 한 신문에서는 “그레타 세대[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이름을 따 기후 변화나 사회적 정의 등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1990년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는 왜 갑자기 아도르노를 읽는가”라는 제목 아래, 아도르노의 저작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주목받게 된 현상을 조명하는 글을 싣기도 했다. 반유대주의 및 파시즘의 원인과 구조를 해명하는 일을 필생의 작업으로 삼았던 이 사상가가, 독일에서 또다시 극우주의 정당이 득세하는 것을 바라보며 펼친 이 강연은, 전 세계적으로 극우주의가 회귀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불러일으킨다. 50여 년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극우주의의 어떤 측면들은 소름 끼칠 정도로 변하지 않은 채 망령처럼 출몰한다. 그의 분석은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매 구절이 현재 전개되는 상황에 대한 논평처럼 읽힐 정도로 매력적인 유효성을 자랑한다. 이 짧은 책은 우리에게 극우주의를 추동하는 힘과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하도록 돕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현실적이고 유용한 도구틀을 제공한다.


극우주의는 왜 또다시 득세하게 되었는가?
적확한 시점에 출간된 아도르노의 역작!

이 강연은 1964년 서독에서 창당된 극우정당 NPD(독일민족민주당)가 1966~67년 주의회에서 의석을 얻으며 부상하는 상황을 마주하며, 신극우주의의 양상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 사회주의학생연합의 제안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 자신이 유대계로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독일 패망 후에야 고국으로 되돌아왔던 아도르노는 오랜 세월 파시즘 문제와 씨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극우주의의 양상을 분석한다.
아도르노는 첫번째로 극우주의를 배태하는 원인이 경제적·사회적 구조 속에 내재해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특정 계층 집단이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극우주의의 불씨는 꺼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는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노동의 전망이 한층 더 불안정해진 오늘날의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번째는 국제정치적 차원과 민족주의의 문제와 관련된다. 아도르노는 당시 냉전 체제하에서 개별 국가들의 주권 및 결정권이 심각하게 제한당하고 있다는 느낌과 일종의 박해망상이 사람들을 극우주의에 넘어가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의 극우주의 역시 반EU 운동이나 반이민 정서 등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는 만큼 아도르노의 분석에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셋째는 극우주의를 심리적 차원에서 분석한다. 아도르노는 미국 망명 시절 호르크하이머와 함께 수행했던 대형 프로젝트인 ‘권위주의적 인격’ 연구를 여러 차례 인용하며 파시즘에 쉽게 이끌리는 인간형, 즉 권위주의적 인격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의 특성을 숙고하고 문제화하는 것이 상황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한다. 아도르노는 또한 파시즘 이데올로기가 망상 체계 및 집단적 파국을 바라는 심리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하며 이를 진지하게 분석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편, 미국에서는 이 책이 출간되기 이전부터 트럼프와 같이 강한 지도자를 추종하는 유권자들의 성향을 분석하기 위한 지표로 ‘권위주의적 인격’ 연구를 소환하는 바람이 일고 있는데, 아도르노 자신이 ‘권위주의적 인격’을 인용하면서 재차 경고한 것처럼, 사회경제적인 조건들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로 환원해버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극우주의는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아도르노는 1960년대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나치즘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전거로 소환했다. 여기에 오늘날의 우리는 극우주의가 또다시 큰 정치적 세력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겹쳐 보지 않을 수 없다. 극우주의를 연구하는 역사학자 폴커 바이스는 이 강연이 이루어진 맥락과 아도르노의 주장이 현재 상황과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관해 상세한 해제를 붙였다. 극우주의가 어떤 위기의식에서 발생한다는 것, 또 극우주의자들이 자신을 피해자나 희생자로 여긴다는 것, 그래서 보통은 사회적 약자로 간주되어야 할 이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민주주의의 탈을 쓴 파시즘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하는 대목은 깊이 생각해볼 만하다. 아도르노의 이 작은 책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본문 속으로

이 계층 집단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혹은 자신들이 사회주의라 부르는 대상을 증오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는 그들이 자신들에게 늘 잠재해 있는 계급 하락의 책임을 그 원인이 되는 장치에 묻는 대신, 자신들이 한때 지위를 누렸던 체제를─전통적인 관념에 따르자면─비판적으로 적대해왔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렇게 체제 적대적인지, 또 그들의 실천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러한지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말입니다.(10쪽)

하지만 민족주의가 이렇게 낡은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해서, 더 이상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초보적인 결론을 이끌어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로, 신념이나 이데올로기라고 하는 것은 자주 그렇듯이 객관적인 상황에 의해서 더 이상 그 실체를 유지하지 못할 때 비로소 자신의 악마적인 성격을, 자신의 진정으로 파괴적인 성격을 띠게 마련이지요.(13쪽)

지금 우리가 극우주의에 대한 상투적인 생각들을 바로잡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면, 다음과 같은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파시즘 운동이 경제와 맺는 관계는 구조화되어 있으며, 이 관계는 바로 저 자본의 집적 경향 속에, 또 빈곤을 양산하는 경향 속에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 관계를 너무 단기적인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극우주의를 단순히 경기의 움직임과 등치시켜버리면, 아주 그릇된 판단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18쪽)

하지만 여기에 더해서 저는 이런 행동이 결코 심리적 동기에서만 나오지 않고 자신의 객관적인 토대를 지닌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기 눈앞을 직시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사회적 토대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보탄처럼 “보탄이 뭘 원하는지 아니? 종말이다”라고 말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사회적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몰락하기를 원합니다. 그것도 자신이 속한 집단만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모두가 몰락하기를 바랍니다.(20쪽)

극우주의를 처음부터 마치 자연재해처럼 바라보는, 마치 돌풍이나 기상재해인 양 예보를 하는 이런 사고방식에는 정치적 주체로서의 우리 자신을 차단해버리는 일종의 체념이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현실과 맺는 나쁜 구경꾼 같은 관계가 들어 있습니다. 극우주의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계속될지에 대한 책임은 종국적으로는 우리에게 있습니다.(53~54쪽)

실제로 1960년대 후반에 구 우파에서 신 우파로 넘어가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이 세대교체의 근본적인 특징은 1945년 이후 극우파가 적응을 위해 기울인 노력의 중대한 성과로서, 아도르노가 말하듯 대놓고 반민주주의적인 자들은 떨어져나간다는 것이다. 그 대신에 우파의 새로운 자기 정의가 등장했는데, 이에 대한 아도르노의 설명은 오늘날의 우파 포퓰리즘의 특성에도 잘 들어맞는다. 바로 사람들은 항상 진정한 민주주의에 기대어 다른 이들을 반민주적이라고 비난한다는 것이다.(71쪽_「해제」)

이런 많은 정동들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로 이러한 시대착오성이 어떤 힘을 발휘한다. […] 오늘날 평등한 권리의 시대에 여성혐오적이고 호모포비아적인 선동이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는 상황과 세속화된 현 시대의 한복판에서 종교적 근본주의가 재부흥을 맞는 상황이야말로 우리가 지금까지 달성한 것의 빛을 받으며 문명인이라고 안심하는 태도가 얼마나 기만적인가를 잘 보여준다.(76쪽_「해제」)


추천사

어느 위대한 철학자의 1967년 강연─경악스러우리만치 현재적이다.”
_『타게스슈피겔』

아도르노가 『신극우주의의 양상』에서 보여주는 것은 단지 경악스러운 현재성만이 아니라, 현재 우파에 대해 쏟아지는 그토록 많은 출판물들이 갖고 있지 못한 관찰의 섬세한 힘이다._『쥐드도이체 차이퉁』

실제로 강연의 많은 대목들은 2015년 이후에 등장한 우파의 방법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처럼 읽힌다. […] 아도르노의 강연은 진솔할 뿐만 아니라 전혀 권위적이거나 단언적이지 않아서 오늘 우리는 이 강연을 지속적인 사유를 권하는 초대의 글처럼 읽을 수 있다._『타게스차이퉁』

사후 50주년을 맞이하며, 아도르노는 아마도 생전에 자신이 결코 원한 적이 없을 법한 존재가 되었다. 젊은이들의 팝스타 말이다._『슈피겔』

목차

차례

편집자 노트
신극우주의의 양상
해제_폴커 바이스
역자 후기

작가 소개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1903∼1969.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전후 독일 사상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비판이론을 이끈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중심인물이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철학, 사회학, 심리학, 음악학 등을 공부했으며 1924년 후설에 관한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30년대 초반부터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철학 강사로 일하면서 호르크하이머가 주도하던 ‘사회연구소’에도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당수가 유대인이었던 연구소의 멤버들은 나치 정권 수립 후 독일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아도르노 역시 1934년 영국으로 이주했다가 1938년에 미국으로 망명한다. 망명한 사회연구소 회원들은 해외에서도 활동을 이어갔는데, 아도르노는 특히 호르크하이머와 함께 파시즘과 반유대주의에 대한 기념비적인 연구조사인 ‘권위주의적 인격’ 연구를 이끌었다. 이는 ‘편견 연구’(이후 5권으로 출간)라는 대형 프로젝트의 일부로 수행된 것으로 당시 큰 논쟁의 대상이 되었으며, 오늘날 극우주의가 부상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종전 후 아도르노는 서독으로 되돌아와 프랑크푸르트 대학과 사회연구소에서 강의와 연구를 지속해나갔다. 또한 독일인들의 죄의식과 방어심리를 연구한 ‘집단실험’이라고 알려진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 호르크하이머와 공저한 『계몽의 변증법』을 비롯하여, 『권위주의적 인격』(공저), 『미니마 모랄리아』 『프리즘: 문화비평과 사회』 『부정변증법』 『미학이론』 등이 있다.

폴커 바이스 해제

역사가이자 언론인. 저서로 『권위주의적 반란: 새로운 우파와 서구의 몰락』이 있다.

이경진 옮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W. G. 제발트의 멜랑콜리적 역사철학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본 대학에서 독일 낭만주의와 번역 윤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공중전과 문학』 『도래하는 공동체』 『캄포 산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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