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

매기 오파렐 지음 | 이상아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0년 6월 19일 | ISBN 9788932037462

사양 변형판 130x195 · 436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기묘한 날씨는 기묘한 행동을 불러온다”

지난날 우리가 미처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가
오늘, 우연한 미스터리로 다가온다!
사람들의 경계를 약화시키는 불볕더위와 함께……

아일랜드 작가 매기 오파렐의 장편소설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이름의 이 작가는 1972년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났고, 2000년 첫 장편소설 『당신이 떠난 후에After You’d Gone』로 베티 트래스트 어워드를 수상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총 8권의 장편소설과 1권의 회고록을 출간했는데,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은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매기 오파렐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영국에서 2013년에 출간되어 코스타 북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매기 오파렐의 작품들은 과거에 미처 발화되지 못한 이야기가 현재에 이르러 우연하게 미스터리로 드러나는 것을 주요 모티브로 한다. 일상은 자주 우연에 의해 틀어지고, 그것을 직면하지 못하는 누군가는 그냥 묻어버리기도 하는데, 그렇게 뒤틀려버린 결함은 도저히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기묘한 사건이 되어, 훗날 누군가에게 상실과 상처의 불씨가 된다. 그리고 그 불씨는 사소한 계기로, 의도치 않게 눈앞에 나타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결함이 있는 단층 위에 쌓아올린 우리 삶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시선으로, 개인의 삶과 인간관계의 다양한 면모를 현실감 있게 묘사하는 매기 오파렐은 2004년에 출간한 『우리 사이의 거리The Distance Between Us』로 서머싯 몸 어워드, 2010년에 출간한 『내 손을 처음 잡았던 손The Hand That First Held Mine』으로 코스타 북 어워드를 수상했을 뿐 아니라, 2020년 영국 여성문학상 최종 후보 명단에 오르기도 하면서 평단에서는 물론 대중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은 매기 오파렐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오늘날까지 분쟁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차별적인 언사를 겪어야 했던 작가가 이 작품에 이르러서야 아일랜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작품에서 처음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오늘 아침, 아버지가 사라졌다!

이 작품은 1976년 7월 15일 목요일에서 16일 금요일을 거쳐 19일 일요일까지, 나흘 동안의 이야기를 총 세 부에 나누어 담았다. 역대 최고의 폭염이 런던 전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던 그때, 라이어든 가족에게도 묵직하게 내려앉은 더위만큼이나 몸과 마음을 압박해오는 일이 벌어진다. 최근 은퇴한 아버지 로버트가 집 앞 가판대로 신문을 사러 가겠다고 나가서는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의 아내 그레타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실종에 당황하여 집을 떠나 살고 있는 세 자녀에게 연락을 하고,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세 자녀는 실로 오랜만에 고향 집에 모이게 된다.

첫째 마이클 프랜시스의 삶은 후회와 불안함으로 가득하다. 갑자기 생긴 아이 때문에 미국에서 교수가 되려던 자신의 꿈을 접고 역사 선생님이 됐지만, 아내는 갑자기 학위를 따겠다며 집안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이렇게 가정이 엉망이 된 것이 동료 교사에게 잠시 마음을 빼앗겼던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아내가 언제라도 자신을 떠날 것만 같다. 둘째 모니카는 첫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재혼해서 살고 있는데,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의붓자식들과 그러한 상황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남편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 하지만 이런 속내를 누구에게도 내비치지 않는다. 게다가 모니카가 거의 맡아 키우다시피 한 여동생 에이바와는 사소한 오해로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셋째 에이바는 집안의 막내로 어려서부터 난독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족들에게조차 이러한 증상을 숨기고 뉴욕 맨해튼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사진작가의 어시스턴트가 되어 새 삶을 꾸려나가지만, 난독증을 치명적인 비밀로 품고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세 남매가 어머니와 함께 오랜만에 집에 모여 아버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가는 모습은 현재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만큼이나 제각각이다. 세 남매는 같은 집안, 같은 부모 밑에서 성장했지만,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너무 다르다. 그러면서도 어머니 그레타는 유독 모니카와 모든 면에서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믿으며 남다른 유대감을 보인다. 마이클 프랜시스와 에이바 사이에도 남다른 친밀감이 있다. 둘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서로 기탄없이 속마음을 표현하는 친구 같은 사이다.

아버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에 대한 단서를 좀처럼 찾지 못하던 세 남매는 그동안 가족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아버지의 비밀을 어머니 혼자 간직하고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어머니를 만나기 전의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아버지는 그녀에게 의존적이었다. 그래서 세 남매는 그레타를 만나기 전 로버트가 결혼을 했었고, 결혼식 당일 신부가 자신의 친형과 도망을 쳤다는 이야기에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 일로 어머니와는 애초에 결혼도 하지 않은 관계였다는 사실에 심한 배신감까지 느끼고 만다. 그럼에도 세 남매와 어머니는, 아버지를 보았다는 누군가의 말을 따라 아버지의 고향이자 아버지의 친형이 병들어 누워 있는 아일랜드의 한 수도원으로 향한다.

아버지를 찾기 위한 이 모든 여정에서, 라이어든 가족은 오래 떨어져 살아온 세월이 무색하게 서로를 금세 이해하고, 어느새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며 온전한 의미의 가족의 모습을 회복해 나간다.


열쇠는 불볕더위 속에…

이 작품은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실제로 영국을 강타했던 1976년의 폭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불볕더위와 그 속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는다. 이상기후임에 분명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이 더위는 어느새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개인적인 곤경과 불안, 위기감에 그 심리적 무게를 더해준다. 하여 사람들은 그저 평소와 조금 다른 행동을 하면서 그 시간을 견딜 뿐이다. “더위는 모든 걸 방치하게 하고, 사람들의 경계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 “부주의하게 행동하”며 기질에 “충실하게 행동한다”. 더위에 옷을 벗듯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다가오는 불볕더위처럼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방법은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그리하여 서로 간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것이라고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서로를 가장 모르는 사람들이 가족이고, 그래서 가족 안에서 우리는 더욱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한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것은 이제 너무 흔한 이야기다. 1976년 여름 영국의 이야기가 2020년 여름 대한민국에서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매기 오파렐은 단순히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 삶의 보편적이면서도 복잡다단한 점을 포착해 자신의 색깔을 입혀온 작가’라는 평에 걸맞게,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에서 그는 후회, 의심, 상실, 분노와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불안과 고통이 가진 힘, 애정과 공감, 그리고 이해로 풀어 나간다.
이렇게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이 이 여름, 그 어느 이야기보다 뜨겁게 독자들을 찾아간다.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은 바로 이 ‘불볕더위’ 안에 있다는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삶의 진실을 담고서.


■ 추천의 말

“어쩌면 완벽한 책…… 감동적이고 경이롭다.” _『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평범한 일상이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어떻게 드러내는지 보여준다.” _『뉴욕타임스 북 리뷰』
“오파렐은 이 아름다운 이야기에서 심리적인 뉘앙스를 아주 제대로 포착해내고 있다.”
_아니타 쉬레브(『우리 언제 어디선가』 저자)
“비범한 힘을 가진 이야기…… 첫 페이지부터 완전히 마음을 사로잡는다.”
_마리아 셈플(『어디 갔어, 버나뎃』 저자)


■ 책 속으로

에이바가 생각하는 운은 그런 게 아니다. 에이바는 자신이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전설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무작위로 무자비함을 드러내는 높은 존재의 눈에 띄어 팔 대신 날개를 갖게 된다거나, 땅속에 살아야 한다거나, 파충류의 모습으로 살도록 선고받는 그런 저주 말이다. 그녀는 읽을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은 기술이랄 것도 없이 쉽게 하는, 종이 위에 잉크로 만든 형태의 배열을 보고 의미로 변환시키는 그 일을 에이바는 할 수가 없다. _p. 120

기묘한 날씨는 기묘한 행동을 불러온다. 용광로 같은 더위 속 분젠 버너는 전자의 교환, 화합물의 분열 및 다른 물질의 결합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에 결국 불볕더위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위는 많은 걸 방치하게 하고, 사람들의 경계를 약화시킨다. 사람들은 일상적이지 않다기보다 부주의하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기질에서 벗어난다기보다 오히려 거기에 충실하게 행동한다. _pp. 155~56

그는 가늘고 긴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오소리털 붓끝으로 턱을 문지른다. 아버지 빼기 어머니는 풀 수 없는 방정식이다. 아버지의 침묵은 어머니의 떠들썩함으로 발효되고, 아버지의 질서와 냉정함은 어머니의 혼돈과 극적인 속성 때문에 더욱 강조된다. 그들 중 누구도 그레타에 의해 활력을 얻지 못한 로버트를 보지 못했다. 마이클 프랜시스는 그레타를 만나기 전 몇 년간의 아버지 모습을 결코 상상할 수가 없다. 아버지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어머니 없이 아버지는 삶을 어떻게 꾸려나갔을까? 유독 암시뿐인 아버지의 결혼 전 인생을 미루어볼 때, 마이클 프랜시스는 세 가지는 확신한다. 아버지는 아일랜드에서 태어났고, 죽은 형제가 있으며, 전쟁 중에 영국 군대가 덩케르트에서 고립됐을 때 그곳에 있었다. 그게 전부다. _pp. 183~84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경찰이 그레타에게 말했다. 그다음 스스로 물어보세요, 로버트가 어디 갔을까? 그의 머릿속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 남자는 자신의 정수리를 톡톡 쳤다. 마치 머리가 어디 있는지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의 곁에서 30여 년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그레타는 영국 여왕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것만큼이나 로버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어렵다. 그레타를 향한 그의 의존, 그의 계속되는 애착에도 불구하고, 그레타는 여전히 저 안경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저 백발이 돼가는 성긴 머리카락 밑에서 무슨 생각이 끓어오르는지 알 수가 없다. _pp. 239~40

목차

차례

1976년 7월 15일 목요일
1976년 7월 16일 금요일
1976년 7월 18일 일요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매기 오파렐 지음

1972년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에든버러에 거주 하고 있다.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일상의 틀어짐을 절묘하게 포착해 인간관계의 다양한 면모를 특유의 시선으로 현실감 있게 묘사하는 작품으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8권의 장편소설과 1권의 회고록을 출간했다.
2000년 출간한 첫 작품 『당신이 떠난 후에After You’d Gone』로 베티 트래스크 어워드, 2004년에 출간한 『우리 사이의 거리The Distance Between Us』로 서머싯 몸 어워드, 2010년에 출간한 『내 손을 처음 잡았던 손The Hand That First Held Mine』으로 코스타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3년 출간한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은 코스타 북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20년에 출간한 『햄닛Hamnet』은 2020년 영국 여성문학상 최종 후보 명단에 올랐다.

이상아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다양한 유형의 텍스트를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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