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길

마거릿 드래블 지음 | 가주연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20년 1월 31일 | ISBN 9788932036069

사양 · 641쪽 | 가격 20,000원

책소개

“1980년대 영국,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세 여성의 성장소설과 사회소설이 결합한마거릿 드래블 최고의 걸작!

현대 영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인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가치를 다루는 작가로, 영국 여왕이 수여하는 훈장을 두 번이나 받은 마거릿 드래블Margaret Drabble의 장편소설 『찬란한 길The Radiant Way』이 대산세계문학총서 156권으로 출간되었다. 성공한 정신과 의사이자 유명 언론인의 부인 리즈, 교화 시설에서 영문학을 강의하는 자유주의적 인본주의자 알릭스, 주류에서 벗어나 재야 학자의 길을 걸으며 신비하고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미술사학자 에스터. 각기 다른 방향과 목표를 지닌 세 사람은 오래전 케임브리지에서 신입생으로 처음 만난 이후 다른 인생 곡선을 그리면서도 지금까지 함께해왔다. 그러나 이들에게 1980년대는 가혹하게 시작되었다. 덮어두었던 가정의 위기가 드러나고, 마거릿 대처 정권의 신자유주의 • 신보수주의 흐름 속에서 일자리는 위협받는다. 일관되게 여성의 삶을 살피고, 불편한 사실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 마거릿 드래블. 사실을 기록하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작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드래블은, 이 작품에서 중산층 지식인의 눈으로 대처의 집권 이후 1980년대 영국을 기록한다. 이상과 현실, 진보와 보수의 대립, 계급 갈등, 변절, 그리고 결혼의 내면이 담긴 이 작품은 세 여성의 성장소설이자 1980년대 문화적 쇠퇴를 증언한 사회 진단 소설이다.


1980, 영국-낙심한 시대의 초상

1979년의 마지막 날, 그리고 “10년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 케임브리지 출신 정신과 의사 리즈가 런던의 부촌에서 이 세상을 축소해놓은 듯 각계 각층의 인사들을 초청해 “1970년대에 작별을 고하”는 파티를 열고, 북부 지역 시골 노썸에서는 리즈의 동생 셜리가 정신적 문제가 있는 어머니와 시가 가족들을 챙기고 있다.
1987년에 발표된 마거릿 드래블의 『찬란한 길The Radiant Way』은 『타고난 호기심A Natural Curiosity』 『상아의 문The Gates of Ivory』으로 이어지는 1980년대 영국을 그린 3부작의 첫 소설로, 1980년에서 1985년까지 영국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1979년은 마거릿 대처가 총리가 된 해이다. 그리고 영화 「풀 몬티」 「빌리 엘리어트」에서 그려지듯 1980년대 영국은 실업과 파업으로 노동자 계급에게 고난의 시대이다. 1979년부터 약 11년 반 동안 집권한 대처는 신자유주의와 뉴라이트라는 기치 아래 집권 당시 ‘유럽의 환자’라고까지 불렸던 영국을 탈바꿈시켰다. 대처의 정책은 일견 급진적이고 개혁적이었으나,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고려 없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한 방법은 동시대를 살았던 누군가에게는 절망이기도 했다. 『찬란한 길』은 중산층 지식인 계급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당시 사회의 단면을 포착한다.

리즈는 대처 정권을 지지하지도 그들에게 투표하지도 않았으나, 이미 교육과 결혼을 통해 상류층으로 진입한 그녀에게 현 체제는 매우 유리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 범죄자들을 가르치는 알릭스의 경우 직업적 입지가 점점 좁아진다. 세 친구 중 가장 정치의식이 높은 알릭스는 중산층이 품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을 거부하고, 노동당의 가치를 지지하지만, 전투적 좌파의 방법론에는 회의를 품는다. 알릭스는 무력감을 느끼며 괴로워하고, 자신의 이념적 변화에 죄책감도 느낀다. 사회에 대한 관심도 없고 시장의 힘과도 관계가 없던 비주류 미술사학자 에스터조차도, 경제적 생산성이 없는 강좌들을 없애는 새 정부의 흐름에 타격을 받는다.
제목 ‘찬란한 길’은 반어적인 표현이다. ‘찬란한 길’은 영국 어린이들이, 그리고 공부로 자신의 계급을 탈출한 리즈가 처음 글을 배운 입문서의 제목이자, 리즈의 남편 찰스가 제작한 1960년대의 진보적 이상주의를 압축한 다큐멘터리의 제목이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성공한 찰스는 보수파의 비판자에서 옹호자를 넘어 화신이 되었다. 이 제목은 마치 리즈의 교육적, 직업적 성취를 가능케 했던 진보적 이념의 종말을 반어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대처의 업적이 쌓인 80년대가 한편으로는 빈부격차를 극대화하고 ‘완전고용, 복지국가’를 추구하던 영국의 문화를 깼다는 것이 이 작품의 시각이다. 이는 21세기 초입의 우리의 사회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마거릿 드래블은 각기 다른 욕망과 성향의 세 여성을 통해 이 상황을 보여준다. 그들의 삶과 고뇌를 통해.

나는 『찬란한 길』이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 책은 예언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기록하는 것이고, 그게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중요한 역할은 그저 두 눈으로 보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작업에 도덕적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단정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모든 인류에게 가치 있는 것을 내놓고자 하는 마음으로 쓴 것은 사실이다. 그런 가치가 이 책에서 표현되고 있기를 바란다. _마거릿 드래블


35년생 그녀들

“무언가를 정말로 간절히 원하면 그걸 얻을 수 있을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성공한 정신과 의사 _리즈

“그런데 내가 달리 무얼 할 수 있었을까?”
사회주의적 이상을 믿는, 그러나 흔들리는 진보주의자 _알릭스

“나는 야심차지 않아. 나는 거창한 질문에 대한 답을 추구하지 않아.”
금기를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 _에스터

『찬란한 길』은 여러 작품에서 꾸준히 여성의 삶을 살폈던 드래블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정신적 문제가 있는 홀어머니 밑에서 암울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스스로의 힘으로 그 계급을 탈출한 리즈, 좌파 지식인 부모를 두어 남과 다름으로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으나 결국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휴머니스트 알릭스, 난민 출신 유대인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꾸리고 살아가는 에스터. 이들은 케임브리지 신입생으로 만났다. 50년대에는 여학생이 케임브리지에 입학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이들은 특별한 존재였고, 성비불균형이 극심하던 당시에 여성은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잠자리 상대로, 연인으로, 파티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로”서 수요가 다양했다. 그리고 많은 여학생들이 영국 최고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을 졸업한 인재였음에도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했다. “그때는 다 그랬다.”
교육이라는 기회를 통해 영국적인 삶의 가장자리로부터 동세대 일류로 부상한 리즈, 알릭스, 에스터의 삶도 여성이라는 한계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암울한 긴 터널을 지적 능력으로 헤쳐나와 직업적 성취와 사회적 명성을 모두 얻은 리즈마저도 남편과의 관계에서는 필요할 경우 “전통적인 연약한 여성의 역할을 맡아” 기계나 신기술, 뉴스에 대해 무지한 척, 관심없는 척했으나 끝내 남편은 바쁘지 않은, 자신을 쥐고 흔들지 않고 자신을 신경 써주는 견실한 아내를 찾아 떠난다. 너무 어린 나이에 선택한 알릭스의 결혼은 적절한 판단에 바탕한 것이 아니었으며, 초기에 직업적인 커리어를 쌓지 않고 전업주부가 되었던 그의 선택은 중년까지도 풍족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경제생활을 남겼다. 세 친구 중 유일하게 결혼하지 않은 에스터만이 비록 경제적으로 곤궁하나 정신적 • 지적 만족을 충족한 듯하다. 사회적 금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거릿 드래블답게 에스터는 성소수자로 암시되나, 80년대 작품답게 명시하지는 않는다.
이 작품에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많은 여성문제들이 담겨 있다. 동시대에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과 남성들의 차이는 물론이고, 교육을 통해 사회에 진출한 여성과 그렇지 못한 삶들까지도 아우른다.
드래블 자신도 케임브리지를 우등으로 졸업한 재원이자 로열셰익스피어 극단 배우였으나 임신 후 활동을 그만두었다.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경험과 과감한 작가의 성향으로 인해, 작품 속 80년대 인물들은 지금 우리의 눈으로 보아도 강렬하게 생동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목차

찬란한 길

옮긴이 해설 _ 1980, 영국-낙심한 시대의 초상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작가 소개

마거릿 드래블 지음

영국의 소설가이자 전기 작가, 평론가로, 셰필드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에서 배우 생활을 했으나 임신 후 연극을 그만두고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1963년 첫 소설 『여름 새장』을 출간했다. 자신의 삶을 반영한 듯 마거릿 드래블의 작품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사회에서 마주하게 되는 제약과 문제, 여성들의 성장 서사가 자주 등장한다. 또한 정치적 • 사회적 변화에 따라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뛰어난 성찰과 탁월한 문체로 묘사해 사회소설의 대가로 인정받았다. 『찬란한 길』 역시 마거릿 대처의 집권 이후 변혁기를 비판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타고난 호기심』 『상아의 문』으로 이어지는 3부작의 첫번째 작품이다.
왕성한 필력으로 금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당대 영국 사회를 예리하게 기록해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우뚝 선 마거릿 드래블은 존 르웰린 라이스 상, 제임스 테이트 블랙 문학상, E.M. 포스터 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1980년 3등급 국가훈장(CBE 작위)에 이어 2008년에는 2등급 국가훈장(DBE)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개릭의 해』 『맷돌』 『황금의 예루살렘』 『바늘귀』 『중간 지대』 『엑스무어의 마녀』 『붉은 왕세자빈』 등의 소설과 『여왕과 국가를 위하여-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작가의 영국-문학의 풍경』 등 논픽션과 전기 문학을 남겼다.

가주연 옮김

서강대학교에서 영미어문학, 프랑스 문화를 전공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다. 여러 기관에서 한영 통번역사로 활동했고, 현재 프리랜서로 다양한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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