귈뤼스탄의 시

배흐티야르 와합자대 지음 | 오은경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9년 12월 10일 | ISBN 9788932035895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64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내가 글을 쓰는 한 가지 이유는,
내 마음에서 타고 있는 불을
당신 마음에 옮겨 붙이는 것

외세의 압제와 분단, 이산의 경험을 공유한 두 나라
아제르바이잔의 민족시인 배흐티야르 와합자대의 시로 만나다

아제르바이잔의 민족시인 배흐티야르 와합자대Bǝxtiyar Vahabzadǝ의 시선집 『귈뤼스탄의 시Gülüstan Poeması』가 대산세계문학총서 155권으로 출간되었다.
러시아와 이란에 의해 강제로 분리되고 지배받았던 아제르바이잔은 구소련이 해체된 1991년 북쪽 지역만 독립했으며, 현재까지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다. 시인이자 교육자, 민족해방운동 지도자였던 와합자대는 아제르바이잔의 고통을 작품에 담아 큰 존경과 사랑을 받았는데, 구소련 시절에는 많은 지식인들이 그의 대표작 「귈뤼스탄」을 필사해 가지고 다니며 암송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인의 작품은 민족 정체성 확립과 현실에 대한 자각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근원적 삶과 본질에 대한 질문까지 이어진다. 이 책은 민족의식과 인간 본성, 독창적인 시적 사고를 모두 조화롭게 풀어내는 시인의 작품 세계를 보여줄 시들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질곡의 역사 속에서 민족과 시대의 아픔을 대변했던 시인 배흐티야르 와합자대의 시선집 『귈뤼스탄의 시』는 최초로 한국에 소개되는 아제르바이잔 문학으로 한국 문학의 스펙트럼을 넓혀줄 것이다.


두 나라가 겪은 고통의 역사, 예술로 공감하다

1813년, 아제르바이잔의 조그만 시골 마을 귈뤼스탄은 역사적 공간이 된다. 두 차례에 걸친 러시아-페르시아 전쟁의 결과로 아제르바이잔을 러시아와 이란이 나누어 점령하는 ‘귈뤼스탄 조약’이 체결된 것이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강대국의 세력 다툼 속에서 신음하고 분열한 아제르바이잔은 이 조약으로 인해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고, 평화롭게 살고 있던 사람들은 이산가족이 되어버렸다. 현재 아제르바이잔 영토인 북쪽 지역에 1천만 명, 이란 영토인 남부 아제르바이잔에 3,5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남과 북으로 나누어진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북쪽이 구소련에 편입되면서 서로 왕래조차 할 수 없었다가 구소련이 해체한 1991년 북쪽 지역이 독립하면서 왕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지리적으로도 멀고 정보도 부족했지만, 아제르바이잔과 한국은 유사한 고난의 역사를 겪었기에 한국인들은 와합자대의 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민족의 운명과 함께 성장한 시인, 배흐티야르 와합자대

시인이자 민족해방운동가인 와합자대는 민족의 현실과 고통을 작품에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아제르바이잔 바쿠 국립대학 문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육자로서 수많은 학생들에게 민족 정체성을 일깨우고, 민족정신을 고양했다. 분단과 독립, 민족해방운동, 민주화 투쟁,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분쟁 등을 다룬 배흐티야르 와합자대의 시(詩)는 아제르바이잔인들의 한(恨)과 고통, 슬픔, 좌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민족의식 등이 시 한 구절 한 구절을 채우고 있다.
1958년에 발표한 대표작 「귈뤼스탄」은 ‘귈뤼스탄 조약’으로 두 개로 나뉜 분단국 아제르바이잔의 역사적 참사에 대해 쓴 시이다. 당시에는 소련의 검열이 심해 이 작품을 출판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의 작은 도시 섀키 출신인 시인은 친구의 도움으로 지역 신문 『섀키 패흘래시Şəki fəhləsi』에 이 시를 발표했고, 이것을 빌미로 신문은 폐간되었다. 그러나 지역 신문이기에 별로 구독자가 많지 않았음에도 『귈뤼스탄』은 며칠 만에 온 국민에게 퍼지고 사람들은 이 시를 암송하면서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받았다.
배흐티야르 와합자대는 아제르바이잔 국민과 운명을 함께하며 국가를 위해 싸운 지식인으로, 구소련이 지배하던 시대에 온갖 통제와 억압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없이 역사적 고난들을 섬세한 예술적 언어로 표현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아픔을 다양한 문학적 표현 방식을 통해 상징적으로 구현한 서사시들과 희곡은 왜 그가 사랑받는 국민 시인인지 말해준다.


“와합자대의 시와 미학은 민족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주적이고 보편적이다.” _칭기즈 아이트마토프(소설가)

와합자대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민족의 분단과 통일, 억압된 현실’을 주요 주제로 다루었으나, 독립 이후 그의 시 세계는 인간의 근원적 삶과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시대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는 와합자대의 시는 철학적이며 사색적이다.
시인은 「다채로운 꽃」 「인간 그리고 시간」 그리고 「그리움의 시(詩)」와 같은 연작시들에서 인간의 근원적 고뇌와 고통을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깊이 고찰한다. 「뭔가 부족해」 「나는 나 자신을 부인한다」에는 공허한 내면세계에 대한 탐구, ‘나’를 찾기 위해 던지는 근원적 질문들이 잘 드러나 있고, 「무엇이든 자신이 되어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은 내면의 부름과 양심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삶의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이렇게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세계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세상과 화해해간다.
와합자대는 독창적인 시적 사고, 다양성과 창의성으로 아제르바이잔 문단을 풍요롭게 장식했다.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소개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구소련, 튀르크 국가들, 유럽과 미국에는 매우 잘 알려졌으며, 그의 작품은 세계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아제르바이잔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시인 와합자대의 작품이 인기를 얻고, 학술 연구 대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그의 작품이 민족 문제를 다양한 범주에서 다루고, 인간 본성, 독특한 시적 사고를 모두 조화롭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 본문 속으로

인류의
꿈은 하늘에 닿아 있고, 몸은 땅을 밟고 있다.
살아 있을 때는 어깨에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돌아갈 때는 시신 되어 남의 어깨에 매달려 간다……
어떤 세상인가, 어떤 세상.
죽음이 진실이고, 삶은 꿈인가.
_「내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들」 『다채로운 꽃』

나는 매일 높아져도
어제의 정상에는
아직 너무 ‘못 미친다.’
역사의 그늘에
숨는 민족에겐
내일이 없다!……
_「나는 아제르바이잔의 아들이다」 『다채로운 꽃』

무엇이든, 자기 자신이 되시오!
그 순간 당신은 새로워질 것이니
누군가를 흉내 내는 순간 당신은 옛것이 될 것이오!
무엇이든 자기 자신이 되시오.
_「무엇이든 자신이 되어라」 『다채로운 꽃』

내가 글을 쓰는 한 가지 이유는, 내 마음에서 타고 있는 불을
당신 마음에 옮겨 붙이는 것.
진실을 위해 사는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이 불기둥을 안을 수 있으리
_「독자의 편지」 『인간 그리고 시간』

양심의 힘으로 탐욕의 산을
넘을 줄 아는 사람을 우리는 인간이라고 불렀다.
[……]
정치인들이 동화만 읽게 놔두자.
동화가 그들 마음에 빛을 가져오리라.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생각이 열리고
상상력으로 진실의 문을 열 수 있으리니.
진실은 거짓을, 빛은 어둠을 이긴다.
_「선과 악」 『인간 그리고 시간』

그는 연주한다. 노래 마디마디
너는 마음과 영혼을 빼앗겼구나.
시간도 장소도 잊고
상상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다.
소리의 불기둥에 몸을 녹이고,
너 자신과 노래가 하나로 섞였구나.
노래는 너를 내 손에서 빼앗아 갔다.
나는 네 노래를 질투한다.
_「나는 질투한다」 『그리움의 시(詩)』

목차

출간에 부쳐

귈뤼스탄
해방
버려진 것들
I. 아기 | IV. 고아원 | 마무리하는 말
순국선열들
프롤로그 | 이 민족은 무엇을 원하는가? | 모순 속에서 | 장하다 장해! | 추념식 |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 내가 지은 죄들 | 수치 | 일함과 패리재 | 이틀 후…… | 라리사 | 쉬래이야 래티프의 딸 | 바바 선생님 | 알렉산드르 마르헤브카 | 히다예트 | 아가배이 | 게오르기 란티코비치 | 순국선열 | 나오는 말
다채로운 꽃
행복이란 무엇인가? | 내 어머니에게 바치는 시들 | 지성-눈 | 나는 아제르바이잔의 아들이다 | 무엇이든 자신이 되어라 | 질문이 있으면, 답도 있다 | 꿈같은 인생
인간 그리고 시간
검은 머리, 흰머리 | 세계인가, 나인가? | 인생 늦가을 | 뭔가 부족해 | 쾌락-고통 | 독자의 편지 | 시간 | 내게 그럴 자격이 있단 말인가? | 위험한 꿈 | 선과 악 | 탐욕과 미덕 | 세상은 돌고 돈다……
상자에 담아둔 말들
작가가 전하는 말 | 동화와 인생
그리움의 시(詩)
나는 질투한다 | 눈의 언어 | 너는 자신에게서 헤어날 수 없다 | 나는 나 자신을 부인한다 | 나는 마음을 훔친 도둑
가잘, 코쉬마, 게라일리
다리는 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편지들
아제르바이잔-터키

옮긴이 해설 _ 분단과 이산을 경험한 지구상의 두 나라, 「귈뤼스탄」으로 만나다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작가 소개

배흐티야르 와합자대 지음

구소련 시절 아제르바이잔의 북부 도시 섀키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바쿠로 이주했다. 바쿠 국립대학교 아제르바이잔 문학과에서 공부했으며, 1943년 시 「어머니와 사진」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해 바쿠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1949년 파시즘에 맞서 투쟁하는 민족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 첫 시집 『나의 친구들』을 출간했다.

이후 바쿠 국립대학교 아제르바이잔 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중 1959년 지역 신문 『섀키 패흘래시』에 시 「귈뤼스탄」을 발표하나 소련의 검열이 심하던 시절이었기에 신문은 폐간당하고 와합자대는 학교에서 해고당했다. 그러나 이 시는 발표 며칠 만에 아제르바이잔 전역으로 퍼져 사람들에게 민족혼을 심어주었고, 와합자대의 해고는 사회적 파장이 커서 2년 만에 복직되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민족해방운동을 이끈 지도자이자, 세 차례 국회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던 와합자대는 작품에서 ‘민족의 분단과 통일의 염원, 억압된 현실’을 주로 다뤘으며, 독립 이후에는 인간의 근원적 삶과 본질에 대한 질문을 시로 풀어냈다.

시집뿐만 아니라, 비평서, 학술서, 희곡집 등을 꾸준히 발표했으며, 아제르바이잔 국가상, 소련 정부 국가상 등을 수상했다. 독창적인 사고, 다양성과 창의성으로 아제르바이잔 문단을 풍요롭게 장식한 시인 와합자대는 2009년 바쿠에서 생을 마감했다.

오은경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터키 정부 장학생으로 국립 하제테페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우즈베키스탄 과학 아카데미에서 인문학 국가박사 학위를 받았다. 터키 국립 앙카라 대학교 외국인 전임교수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초빙 연구원, 우즈베키스탄 니자미 사범대학교 한국학 교수를 지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유라시아투르크 연구소 소장이다.

옮긴 책으로 『독사를 죽여야 했는데』 『바람 부족의 연대기』 『의적 메메드』 『데르다』 등이 있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4 +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