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祖江의 노래

한강하구의 역사문화 이야기

최시한, 강미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9년 11월 11일 | ISBN 9788932035901

사양 변형판 140x210 · 160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무릇 강이란 생명과 문화의 터전이다.
한국인이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강과 그 유역의 삶을 잃고 또 잊은 것은,
크나큰 상실이요 아픔이다”

‘외세 침략의 현장’이자 ‘분단의 상처’를 대표하는 곳, 조강!
이곳에 얽힌 우리 역사의 ‘결정적 장면’을 ‘이야기’로 생생하게 되살려내다

물은 모이고 만나 어울려 흐르다가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 〔……〕 한강은 서울을 지나 다시 ‘교하交河’(파주의 옛 이름)에서 임진강과 만나면서 서西로 향하고, 강화도 북쪽에서 또다시 예성강과 만난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한반도의 허리에서 이어온 이들의 만남은 드넓은 땅과 풍부한 생명을 낳았고, 겨레의 삶을 살찌웠다. 역사가 소용돌이치고 문명이 혼탁을 더해도, 그 흐름은 결코 멈춘 적이 없다._본문에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을 넘어 이뤄진 남북 두 정상의 만남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는 급속히 냉각되었고 현재까지도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정세에도 평화의 날, 만남의 그날이 오길 기다리며 묵묵히 흐르는 강江이 있다.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조강’이 그것. 남과 북의 접경지대에 속하는 조강은, 분단 이후 잃어버린 ‘한강하구’의 다른 이름이다. “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이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던” 곳, “고려의 수도 개경(개성)과 조선의 수도 한양”으로 향하는 물길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한국전쟁 이후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 바로 이곳, 우리 관심 밖에 있던 조강 권역에 주목한 책, 『조강의 노래』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이 강에 얽힌 우리 민족의 잊힌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여 한강하구를 재발견하게 한다. 16세기 후반 조선 중엽부터 현대까지, 사료에 근거한 사실적 정보를 그대로 기술하기보다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 상황을 인물과 사건으로 형상화(“그려내어 되살림”)하여 실감 나는 ‘이야기’ 형태로 재창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독자들이 흠뻑 빠져들어 과거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과 애환, 내면의 진실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게 한다.


“수도 한양이 조선의 심장이요 몸이라면,
‘조강’은 그곳으로 향하는 목구멍과도 같은 곳이었다”

한반도의 허리에서 교통과 산업,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였던 조강은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는 ‘텅 빈 강’이 되고, 그 유역은 북한과 대치하는 삼엄한 통제구역이 되어 한국인의 기억에서 지워져갔다. 조강은 남북 분단의 상처 그 자체가 되어 죽음과도 같은 정적에 빠져버린 것이다._본문에서

그렇다면 조강은 어떤 곳일까? 조강이란 ‘할아버지 강’이라는 말로, “보다 작은 강들의 조상인 ‘어른 강’ 혹은 여러 강들이 이룩한 ‘큰 강’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강이 임진강, 예성강과 합하여 흐르다 서해 바다로 들어가는 어름”을 이르며, 그 범위는 한강의 끝을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좁게는 임진강과 한강이 합하는 파주 서쪽부터 염하鹽河(김포반도와 강화도 사이의 해협)가 시작되는 곳까지, 넓게는 거기서 더 나아가 예성강과 합하는 강화군 교동도 부근까지”를 가리킨다. 저자들은 조강에서 갈라져 나온 염하 역시 조강 수로의 일부이므로 이 권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관점을 취한다.
수운水運에 의지했던 예부터 서울의 해문海門으로, 우리 민족의 문화와 산업, 교통의 중심지였던 조강 유역. 그런 까닭에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외국 세력과 서양의 문화가 집중적으로 몰려들었다. 이 책에서는 개항을 강요하는 열강의 침탈에 맞서 싸운 선조들이 이곳에서 흘린 피와 눈물을 섬세하게 묘사해낸다.
근대화 과정에서 수운이 쇠퇴한 탓도 있지만, 저자들은 “지도에 엄연히 존재하는 이 강”을 “한국인의 기억에서 지운 것은 한국전쟁”이라고 말한다. 1953년 정전협정이 맺어질 당시에는 이곳을 중립 수역으로 설정하여 민간 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하였으나, 군사 충돌이 이어지면서 그 연안은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민통선)이 된 것이다. 이후 조강은 휴전선 역할을 대신하는 비운의 강이 되고 말았다.


지금, 왜 ‘조강’에 주목해야 하는가?
한반도 평화, 한민족 만남의 그날을 위한 초석이 될 작품

저자들은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정전협정 때 ‘공동이용 수역’으로 설정된 한강하구의 선박 항행을 위해 공동 수로 조사와 해도 작성을 마치고 올 초에 이를 교환하기까지 했으나, 북미관계 악화로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현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이러한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에서는 합심하여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DMZ 평화인간띠잇기’ 등의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처럼 이 책 역시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노력의 산물로, 스토리텔링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야기’를 통해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다 입체적으로, 알기 쉽게 제시함으로써 그날을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김포시에서는 올해 북녘 땅이 바라보이는 조강 연안에 위치한 애기봉 일대에 ‘평화생태공원’(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조성 공사를 마치고 내년 초 개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앞으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열렸으나 닫혀 있고 흐르지만 고여 있는 조강에 평화와 생명의 시대가 오면, 조강은 새로이 우리 겨레의 문화와 산업의 중심이 될 터.” 이 책은 그러한 변화를 앞서 내다본 선구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사료를 바라보는 역사적 감수성에 문화적 상상력을 더한,
‘지역 역사문화 콘텐츠’ 스토리텔링의 본보기가 되다!

예상대로 광화문 앞은 개항을 막기 위해 전국에서 올라온 선비들로 가득했다. 그들의 상소에는 신헌 자신이 조선의 문화를 타락시키고 나라를 외적에 팔아넘긴 역적이라고 적혀 있을 터였다.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최선인가. 세월이 지나면, 역사는 내가 한 일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아니, 굴욕과 비난을 무릅쓰고 얻은 시간을 활용하여 나라의 힘을 길러, 뒷날 내가 잘했다고 이야기하게 만들 그런 사람들은, 지금 조선의 어디에 있는가…… 궁에서 나올 때까지 신헌의 머리에서 그런 물음이 끝없이 소용돌이쳤다._본문에서

이 책의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스토리텔링 방식’에 있다. 스토리텔링은 문화산업 전반을 비롯해 게임, 마케팅, 교육에 이르기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지역 역사문화 콘텐츠’의 경우, 전국 지자체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역과 관련된 인물, 전설, 특산품 등에 기반한 캐릭터를 제작하거나, 몇천만 원에 달하는 상금을 걸고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개최하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이처럼 지역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각 지역만의 특색 있는 문화관광 사업을 계발하고 홍보하는 데 스토리텔링이 적극 활용되고 있음에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제대로 구현되었다고 할 만한 것들이 드물다. 소위 지역문화 콘텐츠라 불리는 면면을 살펴보면, 단순한 사실 정보의 나열에 불과하거나 마구잡이로 자료를 수집해 짜깁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 속에는 지역의 정체성과 고유의 역사, 문화가 녹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저자들은 이 책이 그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기존의 ‘콘텐츠’라 불리는 것들이 “자료의 심층에 있는, 인간의 내면과 가치의식”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며, “문화는 제쳐놓은 채 산업에만 초점을 맞추는” 세태를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꼽는다.

우리가 여기서 제시한 역사문화 이야기 콘텐츠의 제제는 이 책에서 ‘조강 권역’이라고 부르는 특정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 등이다. 물론 이를 다룬 기존의 책이나 영상물은 매우 많다. 하지만 우리는 대상과 자료를 바라보는 역사적 감수성, 그 내적 의미와 진실을 그려내는 문화적 상상력 등을 중요시하였다. 아울러 오늘의 독자가 공감할 스토리텔링 방식을 찾고자 힘썼다. 이에 장과 절마다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설정하여 초점으로 삼고, 일정한 범위 안에서 재구성하거나 보충하였으며, 장면으로 ‘보여주기’와 요약하고 설명하여 ‘들려주기’ 서술방식을 함께 사용하였다._본문에서

저자 중 한 명인 최시한은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간사지 이야기』 등을 쓴 소설가로, 오랫동안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쳐왔으며 문학교육 권위자로 『스토리텔링, 어떻게 할 것인가』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소설의 해석과 교육』 등 다수의 연구서를 집필한 바 있다. 강미 역시 『안녕, 바람』 『밤바다 건너기』 등을 쓴 소설가이자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다. 두 사람은 현장 경험을 통해 적절한 역사문화 콘텐츠가 부족한 교육 현실을 체감하며 치열하게 대안을 모색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로서, 1년여 간 이어진 현장답사와 치밀한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완성되었다. 이들은 토정 이지함, 양헌수, 어재연, 신헌 같은 역사 인물들의 업적과 영웅적 면모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료를 재해석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소용돌이치는 역사 속에서 살다 간 다양한 신분 계층의 목소리와 그들이 느꼈을 인간적 고뇌를 부각시켜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지역 역사문화 이야기의 새로운 전범을 제시한 것이다.

저자들은 서두에서 “조강 권역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려 한국의 자주적 발전과 남북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라고 집필의 목표를 밝힌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충실한 구성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과 분단의 비극을 깨닫고, 한반도의 정세를 올바로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지도와 더불어 그림, 사진 및 다양한 부가 자료 등을 삽입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동시에 교육적인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 등을 활용해 청소년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 등에 관한 자료를 모아 해석하고 이야기로 재창조하는 창의적 활동에 주목해, 실제 교육 현장에서 모색하고 있는 ‘학생참여형 수업’ ‘교과통합 수업’ 등의 수업 모형 개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 추천사

『조강의 노래』를 읽으며 우리는 옛사람들을 만난다. 물참 노래를 지어 백성을 도운 이지함과, 개항의 싸움터가 된 조강에서 외국 배들에 대적하여 나라를 지켜내고자 한 양헌수, 어재연, 신헌 같은 위인들, 그리고 이름 없는 민초들의 모습과 내면을 보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 책은 사실에 상상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역사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도록 이끌어준다._최기영(서강대 사학과 교수)

역사는 강물처럼 흐른다고 하지만, 조강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조강에는 피땀을 흘리며 살다 간 선조들의 삶이 기록된 기억의 퇴적층이 있다. 필자들은 그 공간에 내재된 시간의 흔적을 찾아 죽은 사람들에게 숨을 불어넣음으로써 그들의 삶과 역사적 상황을 이야기로 재현해냈다. 이 이야기에서는 망각에서 깨어나 다시금 만남의 광장, 번영의 터전이 되기를 염원하는 조강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린다._김기봉(경기대 사학과 교수)


▪ 책 속으로

“다들 사서삼경만 읽고 세력 다툼이나 일삼고 있으니…… 나라의 허리요 문지방인 조강의 물때마저 이렇게 앎이 부족하고 말길이 막혀 소통이 되지 않는 형편에, 외적이라도 쳐들어오면 나라는 어찌 되며 백성은 누구를 의지해야 할지, 참으로 걱정일세.” / 초라한 패랭이 모자 아래로 흘러내린 스승의 허연 머리칼이 바람에 날렸다. 조헌은 가슴이 벅차올라 잠시 우두커니 있었다. 동인東人이니 서인西人이니 하며 편을 갈라 세력 다툼을 하는 조정의 형편과, 근래 들어 왜倭를 비롯한 나라 주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씀인 줄은 금세 알아들었다. 허나 다른 한 가지는, 정말 자신은 한 번도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중략) 그렇다. 백성을 위하려면 요긴한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나라를 발전시키려면 말길을 뚫어 온 나라 사람의 앎과 뜻이 통해야 한다. 조헌은 스승이 하는 말씀의 뜻, 이 시기에 굳이 자기를 만나고자 험한 물길로 여기까지 온 스승의 마음을 깊이 깨달았다. 저녁 햇살을 받아 반뜩이는 조강, 서해 바다로 흘러드는 그 거대한 물줄기를 응시하는 그의 눈이 젖어왔다._38~39쪽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재연은 높은 지대에 있는 광성돈대로 밀렸다. 옆에서 몸으로 막아주던 동생이 포탄의 파편에 맞았는지 비틀거렸다. 어재연은 칼을 휘두르다가 동생이 내미는 창을 받고자 손을 뻗었다. 그러나 동생은 이미 큰 부상을 입어 피를 흘리며 창을 짚은 채 바닥에 엎어졌다. 아아! 어재연의 입에서는 고함이 터졌다. / 이제 다른 길은 없었다. 탄약이 떨어진 병사들, 발사한 총에 다시 탄약을 잴 겨를이 없는 병사들은 적의 눈에 흙을 뿌리며 총을 몽둥이 삼아 항전하였다. 어재연도 그들과 함께 칼을 휘두르다가 칼이 부러져버렸다. 그때 몸의 어딘가가 무엇에 찔렸지만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것이나 적에게 던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 광성보 전투에서 조선군은 어재연, 어재순 형제를 포함해 350여 명이 전사하였다. 끝까지 싸우다 살아남은 병사들은 포로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결하거나 염하에 몸을 던졌다. 그에 비해 미군은 3명이 전사하고 10여 명이 부상을 당했을 뿐이었다._92~94쪽

한편 전투에서 처절하게 패배하였는데도 조선 조정에서는 결사 항전하여 외국 배를 몰아낸 사건으로 평가하였다. 병인양요에 이은 또 한 번의 승리로 간주한 것이다. 이에 고무된 대원군은 당장 전국의 요소에 척화비斥和碑를 세워 쇄국의 결의를 다지고, 수교를 배척하는 척사斥邪 정책을 굳건히 하였다. 그 비에는 병인양요 이래 일종의 구호와도 같았던 말이 적혀 있었다. // 서양 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곧 화친하자는 것이요, 화친을 주장함은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이다. // 프랑스와 미국이 물러감으로써 조선으로서는 주체적으로 외세의 침략에 대비하고 근대화를 추진할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패배한 싸움을 승리로 만들어 반성의 기회를 놓친 지배층은 권력 다툼에 휩쓸리고, 국론이 개화파와 척사파로 갈라져 대립을 거듭하는 동안 시간은 헛되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른 외국 배가 또 나타났다._96~97쪽

임금께 복명復命을 하기 위해 궁궐에 들어갈 때, 신헌은 일부러 가마를 탔다. / 예상대로 광화문 앞은 개항을 막기 위해 전국에서 올라온 선비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멍석을 깔고 상소문을 앞에 놓은 채 왕이 계신 곳을 향해 엎드려 있었다. 그들의 상소에는 신헌 자신이 조선의 문화를 타락시키고 나라를 외적에 팔아넘긴 역적이라고 적혀 있을 터였다. 또 차마 거기에 적지는 못했지만, 자기가 지금 조정을 장악하고 세도勢道를 부리는 민씨들의 앞잡이라고 수군댈 것이었다. /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최선인가. 세월이 지나면, 역사는 내가 한 일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아니, 굴욕과 비난을 무릅쓰고 얻은 시간을 활용하여 나라의 힘을 길러, 뒷날 내가 잘했다고 이야기하게 만들 그런 사람들은, 지금 조선의 어디에 있는가…… 궁에서 나올 때까지 신헌의 머리에서 그런 물음이 끝없이 소용돌이쳤다._118쪽

“그놈들이 조선 사람 좋으라고 그러는 줄 알아? 내가 들으니, 철길을 한양에서 인천 사이에 닦고 나면, 다음에는 한양하고 부산포 사이에 닦는다네. 우리나라 것 저희 나라로 빼앗아가려고 닦고, 남의 나라 더 집어먹으려고 닦는 거지. 중국이나 노서아 땅도 집어먹으려고 평안도, 함경도 쪽도 곧 뚫을 테니, 내 말이 그른가 두고 보라구. 내가 저번에 인천에서 보니, 길갓집 주인들이 무어라고 하건 말건 마구 때려 부수고, 저자로 통하는 골목길을 크게 넓혔더라구. 그걸 ‘신작로新作路’라나 뭐라고 부르던데, 아마 그런 길도 전국에 뚫을 거구만. 우리 땅에 우리 손을 빌려 만드는 것이니, 그게 우리한테 이롭기만 하면 오죽이나 좋을까만, 그 길로 도적 떼가 들어오니…… 도대체 나라에서는 무얼 하는지……” / 박 선달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취기가 오르니 그는 술을 더 마시고 싶었다. / “조선은 망할 거야. 동학 난리 때 죽창 들고 싸우다 왜놈 총 맞아 죽은 사람들이 차라리 잘한 건지도 모르지. 그 잘난 벼슬아치들은 나라가 이 꼴 될 때까지 다 무얼 했는지 몰라.”_138쪽

목차

일러두기
머리말

들어가며 조강

제1장 조강 물참 노래
—16세기: 양반과 평민이 물길에서 만나다

제2장 조강으로 몰려오는 외국 배들
—19세기: 개항을 둘러싼 싸움터가 되다
1. 프랑스 배─병인양요
2. 미국 배─신미양요
3. 일본 배─강화도조약

제3장 조강의 노을
—20세기: 인적이 끊기고, 철책에 갇히다
1. 기선과 기차─사라지는 뱃노래
2. 한국전쟁─휴전선이 된 강

참고 자료 목록
그림 출처

작가 소개

최시한 지음

소설집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간사지 이야기』와 문학교육서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수필로 배우는 글읽기』 『소설의 해석과 교육』 등을 펴냈다. 스토리텔링에 관하여 『스토리텔링, 어떻게 할 것인가』를 펴내고, 논문 「이야기 콘텐츠의 창작과 전용」 「다중매체 시대의 이야기 교육―지역 역사문화 이야기 창작을 예로」를 발표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특임교수이다.

강미 지음

고등학교 국어교사이다. 청소년소설 『길 위의 책』 『겨울, 블로그』  『밤바다 건너기』 『안녕, 바람』을 지었으며, 공저로 『문학시간에 소설읽기 1~4』 등을 펴냈다. 여러 과목 교사들과 함께, 다중매체 시대가 요구하는 교과융합수업의 실천과 확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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