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플릿의 보물

존 미드 포크너 지음 | 김석희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9년 3월 22일 | ISBN 9788932035277

사양 변형판 137x210 · 374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저주받은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은 열다섯 소년의 모험담
『보물섬』에 비견하는 영국 청소년 문학의 고전!

 

영국 청소년 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존 미드 포크너의 『문플릿의 보물』(김석희 옮김)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898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모험이라는 주제와 흥미진진한 줄거리 때문에 오늘날까지 수많은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열다섯 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여 펼쳐지는 모험 소설이라는 점에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에 비견되기도 하는 이 작품은, 영국에서 청소년 필독서로 읽히고 있으며 지금까지 연간 판매량이 1만 부 이하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한국 최고의 번역가 김석희가 추천하고 번역까지 도맡아 한 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이름이지만, 작가 존 미드 포크너는 빅토리아 시대를 통틀어 가장 뛰어나고 개성 넘치는 소설을 남겼다고 평가받는다. 작가로서의 이력도 독특한데, 그는 전업 작가가 아니라 세계 굴지의 병기 회사인 ‘암스트롱-미첼’사에 비서로 들어간 뒤 이사를 거쳐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국내에도 소개된 『사라진 스트라디바리우스』(1895)를 비롯해 『문플릿의 보물』과 『구름무늬 코트』라는 단 세 편의 소설로 빅토리아 시대 최고 작가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18세기 영국 남부 도싯주의 바닷가 마을 ‘문플릿’을 배경으로,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게 된 한 소년이 범죄와 음모, 욕망으로 얼룩진 어른들의 세계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모험과 성장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바다라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밀수업이 성행하는 이 마을에는 찰스 1세의 다이아몬드를 가로챈 것으로 악명 높은 존 무훈 대령, 일명 ‘검은수염’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주인공 존 트렌처드는 우연한 계기로 다이아몬드를 얻게 되고, 그를 둘러싼 온갖 모험과 사건이 독자들의 눈앞에 쉴 새 없이 펼쳐진다. 특히 이 책에는 ‘밀수’와 관련된 인물과 사건이 중심을 이루는데, 밖으로는 식민지 전쟁이 한창이고 안으로는 밀수업이 횡행했던 당시의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무엇보다 우리를 매료하는 이 보물을 둘러싼 흥미로운 모험의 끝에 이르게 되면, 독자들은 묵직한 감동과 함께 ‘진정한’ 보물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될 것이다.


“그 보물에 손을 댈 때는 조심해.
사악한 수단으로 손에 넣은 거니까 저주가 따라다닐 거야.”

 

18세기 영국 남부 도싯주의 바닷가 마을 ‘문플릿’에 사는 열다섯 살 고아 소년 존 트렌처드는 어느 날 우연히 교회 묘지에서 밀수꾼들의 지하 창고를 발견하게 된다. 이 마을에는 찰스 1세의 다이아몬드를 가로챈 것으로 악명 높은 ‘검은수염’이 묘지에 출몰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는데, ‘존’은 그것이 밀수업을 감추기 위한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고 호기심에 그곳을 찾았다가 그만 갇히게 된다. 죽을 뻔한 위기에서 그를 찾아 나선 교회지기(랫시)와 주막 ‘괜찮군!’의 주인(엘저비어)에 의해 구조된 ‘존’은, 그 일을 계기로 이모 집에서 나와 밀수단의 두목이기도 한 엘저비어의 주막에서 함께 지낸다. 한편 현지의 치안판사인 매스큐는 마을에 성행하는 밀수를 막으려고 애쓰는 자로, 밀수단을 단속하다가 엘저비어의 아들을 죽인 적이 있어 둘은 오랜 앙숙 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매스큐는 밀수선이 들어오는 시간과 장소를 알아내어 경비대에 보고하지만, 조류가 바뀌는 바람에 밀수선이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고 현장에 매복해 있던 그는 밀수단에 붙잡힌다. 다른 밀수꾼들은 매스큐의 처분을 엘저비어에게 맡겨두고 경비대가 도착하기 전에 모두 달아난다. 매스큐는 엘저비어와 드잡이를 하다가 경비대 병사들이 쏜 총에 우연히 맞아 죽고, ‘존’도 다리에 총상을 입는다. 엘저비어와 ‘존’은 이제 매스큐를 죽인 살인범으로 단죄되어 목에 현상금이 걸린 처지가 되고 만다. 그들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추적을 피해 다이아몬드가 숨겨진 장소로 짐작되는 캐리스브룩성에 도착하고, 마침내 이곳에서 전설로 전해 내려오던 ‘검은수염’의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행복하게 끝을 맺지 않는다. 사악한 수단으로 얻은 보석이기에 저주가 따라다닌다는 오랜 풍설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들은 사기를 당해 다이아몬드를 빼앗기고 강도로 몰려 종신형을 선고받기에 이르는데……


진정한 보물을 찾아 떠난 길고도 험난한 여정

 

『문플릿의 보물』에서 알 수 있듯,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는 언제나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요즘 같으면 ‘로또’로 대변되는 일확천금에 대한 환상이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오래도록 독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일 것이다.
이렇듯 “이 세상 모든 다이아몬드의 여왕”인 보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열다섯 소년 존 트렌처드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그려낸 이 소설은, 전반부에 ‘존’이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던 다이아몬드를 찾음으로써 ‘보물’을 얻는 데 성공했다면, 다이아몬드를 빼앗기고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 험난했던 후반부의 긴 여정은 우리 삶에서 진정한 ‘보물’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깨달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악한 수단으로 손에 넣었기에 저주받은 보물이라고 전해지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것을 외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이 권선징악의 교훈을 넘어 인간 본성의 면면을 다루면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대목이다.
이 책은 보물을 둘러싼 갖가지 모험을 통해 “어리석은 풍설 따위는 믿지도 않고 재물 자체에 저주가 따라다닌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인간에게 죽음이 그러하듯 “재물을 얻을 때도 위험한 순간”임을 상기시키며 부유할수록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한다. 궁극적으로는 다이아몬드로 대변되는 일확천금의 기회 말고도 또 다른 보물이 있다는 것, 진정한 사랑과 신뢰, 타인을 위한 거룩한 희생은 “이 세상의 황금과 보석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훨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새삼 일깨운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이 흥미롭고도 기나긴 여정이 종국에 이르면, 독자들은 그 여정이 우리 삶에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는 여정에 다름 아니었음을 깊은 감동과 더불어 깨달을 것이다.

이 작품은 1955년 프리츠 랑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영화화했으며, 이후 BBC에서 두 차례에 걸쳐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고 라디오 드라마와 연극으로도 발표되는 등 영국 청소년 문학의 고전으로 일컬을 만하다.


■ 책 속으로

 

지난 며칠간 얼마나 불행한 일들이 일어났던가! 우선 ‘괜찮군!’을 잃었다. 그것만으로도 불행하기 짝이 없는데, 밀수꾼에 살인범 누명까지 뒤집어쓰게 됐다. 그게 두 번째 불행이고, 세 번째이자 마지막 불행은 내 다리가 부러진 탓에 도망치기가 어려워진 것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또렷하게 내 눈앞에 떠오른 것은 아침 해를 배경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그 잿빛 얼굴이었다. 이 사실을 그레이스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자, 원수인 그를 되살릴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라도 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167쪽)

나는 글레니 신부님한테 들은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다. 사람들이 ‘검은수염’이라고 부르는 존 무훈 대령은 젊은 시절부터 낭비가 심했고, 방탕한 생활로 전 재산을 탕진했다. 급기야 마지막 궁지에 몰리자 왕당파에서 반역자로 변신하여, 캐리스브룩성에 갇힌 왕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왕관에 장식된 다이아몬드 한 개를 뇌물로 받고 왕을 풀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보석을 손에 넣자 그는 다시 배반을 저질러 왕의 방으로 병사들을 안내했다. 감방에 들어간 병사들은 탈출하려다 창살 틈새에 끼어 있는 왕을 발견했다.
그 후로는 아무도 ‘검은수염’을 믿지 않았고, 그는 결국 지위를 잃고 빈털터리로 문플릿에 돌아왔다. 그는 빈둥거리며 세월을 보냈지만, 죽을 때가 가까워지자 두려움에 차서 위안을 얻기 위해 성직자를 불렀다. 신부님의 권고에 따라 유언장을 만들고, 그의 유일한 유산인 다이아몬드를 문플릿의 무훈 구빈원에 남겼다. 이 구빈원은 그가 빼앗아 폐허로 만든 건물이었다. 게다가 구빈원은 그의 유언으로 전혀 이익을 얻지 못했다. 유언장이 개봉되었을 때, 구빈원에 유산을 준다는 말은 분명히 쓰여 있었지만 보석이 어디 있는지는 한마디도 없었기 때문이다. (215~16쪽)

“얘야, 나는 사람들이 온갖 이유로 목숨을 건다는 걸 알고 있다. 황금이나 사랑, 증오 같은 이유로 말이지. 하지만 나무나 시내나 돌멩이 따위를 보려고 목숨을 걸겠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누가 어떤 장소나 마을을 사랑한다고 말하면, 사실은 그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그곳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거야.” (223쪽)

나는 그를 마주 보지 못하고 눈길을 피했다. 아무래도 다이아몬드를 놓아줄 마음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엘저비어의 말이 맞다고 느꼈고, 글레니 신부님의 설교가 생각났다. 인생은 Y자와 같아서, 살다 보면 누구나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목에 다다르게 마련이고, 그러면 넓고 완만한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좁고 가파른 길로 갈 것인지,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설교였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오래전에 넓은 길을 택했고, 지금은 그 사악한 보물을 찾아 그 길을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291쪽)

나는 엘저비어가 내 목숨을 구해주었고 몇 주 동안 나를 보살폈으며, 상황이 나빠질 때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그 친절한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탁자 앞에 앉아 있던 노인이 일어나더니 방 뒤쪽 벽장에서 작은 철제 상자를 꺼냈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내 보물을 그 상자에 넣고 자물쇠를 채우리라는 것, 그러면 나는 내 보물을 두 번 다시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탁자 위에 외따로 놓여 있는 그 커다란 다이아몬드는 스무 개도 넘는 촛불 빛 속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 나에게 외쳤다.
‘나는 이 세상 모든 다이아몬드의 여왕이 아니냐? 나는 너의 다이아몬드가 아니냐? 이 천박한 도둑놈의 손에서 나를 구해다오.’ (301쪽)

“그 보물에 손을 댈 때는 조심해. 사악한 수단으로 손에 넣은 거니까 저주가 따라다닐 거야.”
모든 것은 바로 그 다이아몬드가 한 짓이었다. 내가 문플릿 교회의 납골당에서 보낸 그날 밤부터 내 인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그 다이아몬드였다. 나는 그 보석을 저주했고, ‘검은수염’과 무훈가를 저주했다. 그리고 내 얼굴에 그들의 문장을 낙인으로 새긴 채 험한 길을 터덜터덜 걸어갔다. (314쪽)

깊은 슬픔에 대해 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일이다. 게다가 그 슬픔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의 말이라 해도 그 슬픔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했다. 설령 그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해도, 우리의 기억은 거기에 대해 말하는 것을 참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 무서운 충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이 말만 해두겠다. 사람들은 내가 낙담했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슬픔은 나를 낙담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나에게 힘을 주었다. (341~42쪽)

이제는 기쁨도 슬픔도 알지 못할 이 말없는 형체가 죽은 아들 위에 엎드려 흐느꼈던 것도 이 탁자였다. 방은 몇 년 전 4월의 어느 날 저녁에 우리가 이곳을 떠났을 때와 똑같았다. 천장 위에는 커다란 주사위 놀이판이 놓여 있었는데, 먼지가 너무 많이 쌓여서 거기에 적힌 격언—‘인생은 도박과도 같다. 솜씨 좋은 노름꾼은 최악의 끗수도 활용할 것이다’—도 읽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서투른 노름꾼이었는가! 우리의 끗수는 얼마나 나빴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얼마나 활용하지 못했는가! (350~51쪽)

목차

제1장 문플릿 마을
제2장 홍수
제3장 비밀을 알게 되다
제4장 납골당에서
제5장 구조되다
제6장 폭력 행사
제7장 입찰 경쟁
제8장 상륙
제9장 심판
제10장 도주
제11장 바닷가 동굴
제12장 장례식
제13장 만남과 작별
제14장 우물집
제15장 우물
제16장 보석
제17장 이메헨에서
제18장 후미에서
제19장 해변에서

옮긴이의 덧붙임

작가 소개

존 미드 포크너 지음

1858년 5월 8일 영국 윌트셔주에서 국교회(성공회) 목사의 맏아들로 태어났으며, 옥스퍼드의 하트퍼드 칼리지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암스트롱-미첼’사(세계 굴지의 엔지니어링·병기 회사)에 비서로 들어간 뒤 이사를 거쳐,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회장을 역임했다. 그의 문필 활동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주로 이루어졌다. 초기에는 『옥스퍼드셔 여행 안내서』 『옥스퍼드셔의 역사』 등을 썼는데, 이 책들을 쓰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시골을 찾아다니며 답사 여행을 했다고 한다. 소설 분야에서는 『사라진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이름을 알렸으며, 『문플릿의 보물』과 『구름무늬 코트』를 남겼다. 네 번째 소설을 꽤 많이 썼지만, 서류 가방을 통근 열차에 놓고 내리는 바람에 그 안에 들어 있던 원고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1932년 7월 22일 사망했다.

김석희 옮김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데뷔했다. 영어·불어·일어를 넘나들면서 허먼 멜빌의 『모비 딕』,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리처드 휴스의 『자메이카의 열풍』,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 걸작선집(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사랑』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제1회 한국번역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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