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발리스

낭만주의 기독교 메르헨

김주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9년 1월 31일 | ISBN 9788932035116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12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노발리스는 상징이자 사건이다”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노발리스의 삶과 작품 세계 탐구

 

문학을 둘러싼 현실의 변화를 두루 살피는 총체적 성찰로 “한국 문학의 균형추” 역할을 해온 비평가 김주연의 연구서 『노발리스』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전체와 개인, 이성과 감성, 세속과 신성성 등 양극성의 대립과 갈등에 주목하고 이를 극복하는 문학과 이론을 탐구하는 데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여왔으며, 독일 정신의 본류를 관통하는 신칸트학파와 낭만주의 정신에 깊게 영향 받은 독문학자이다. 이번에 출간한 저서 『노발리스』는 저자가 천착해온 주제인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노발리스(1772~1801)의 삶과 작품 세계를 면밀하게 탐구한 책이다. 노발리스라는 인물은 낭만주의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며 메르헨의 문학적 기능과 위상을 확립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연구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책을 통해 노발리스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으며 어떤 사상을 바탕으로 어떤 작품 세계를 펼쳤는지, 김주연의 깊이 있는 시각을 통해 두루 조명해볼 수 있을 것이다.


“노발리스, 과연 그는 누구인가?”
철학과 신학, 문학의 통합을 꿈꾼 독일의 대표적 시인

 

노발리스는 문학가이자 철학자였으며 낭만주의 정신을 가장 전형적으로 구현한 독일 작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가 살았던 18세기 후반은 계몽주의 사상이 지배적이던 시기에 ‘낭만주의’가 불어닥치며 등장한 일종의 ‘시의 시대’였다. 그는 철학의 사색적 측면이 가져오는 추상성을 문학의 구체적 현장성으로 극복하고자 하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통합의 면모를 보였다. 그의 문학은 자연을 존중했으며, 학문적으로는 철학과 신학의 조화를 꾀했고, 고대 이후 사상의 흐름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었다. 특히 노발리스의 메르헨은 계몽주의 후기와 낭만주의 전기가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노발리스의 삶과 문학은 하나의 통일체로서 낭만주의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노발리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바로 애인 소피의 죽음이었다. 노발리스는 평생의 연인 소피의 죽음을 통해 신비주의적, 종교적 감정에 눈을 뜨게 됐고 여기서 노발리스 특유의 낭만주의 정신이 탄생하게 된다. 노발리스 문학의 정점에 위치한다고도 평가되는 장시 『밤의 찬가』는 죽은 애인을 향한 슬픔과 그리움이 ‘밤’과 죽음에 대한 동경을 거쳐 종교적이고 초월적인 인식으로 나아가는 모순적 합일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즉 관능적인 인간의 사랑과 보편적인 그리스도의 사랑을 의도적으로 혼합시킴으로써 통합과 모순이라는 혼란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자신의 시대를 돌파하려는 노발리스의 의지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노발리스 문학 전반에 파급되어 나타난다.


“왜 노발리스를 주목하는가?”
메르헨과 낭만주의의 본질을 체현한 작가

 

이 책에서는 29세의 짧은 생을 산 노발리스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면밀히 분석해나가며 노발리스의 신념과 철학적 바탕을 깊이 조명한다. 『파란꽃』 『자이스의 제자들』 『기독교 혹은 유럽』 『밤의 찬가』 등 노발리스가 남긴 여러 작품의 내용과 상징, 그 배경까지 샅샅이 살펴 개괄하며, 그에 더해 노발리스와 영향을 주고받은 피히테, 슐레겔, 슐라이어마허 등으로도 시선을 넓힌다.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파란꽃』의 원제)의 경우, 메르헨을 개화시킴으로써 메르헨 자체의 본질을 숙성시킴은 물론 낭만주의의 핵심 장르로서 메르헨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평을 받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장편소설 『자이스의 제자들』은 히아신스와 로젠블뤼트헨을 모티프로 한 메르헨이며 장시 『밤의 찬가』는 노발리스의 문학적 출발점을 깊이 시사해준다. 한편 노발리스의 소설에서는 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연구서에서는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밀하게 등장하며 메르헨의 형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시 분석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진다.
메르헨에는 다양한 역사와 개념이 있고, 노발리스와 무관하게 전개된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림 형제에 앞서서 메르헨의 근대문학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를 양식화하는 일에 있어서 노발리스가 전위적 자리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은 압권을 이루는데, 이 작품으로 노발리스는 낭만주의의 대표 작가가 되었을 뿐 아니라 메르헨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낭만주의의 독자적인 성취로서 문학사적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고 평가된다.

노발리스는 장편소설 『자이스의 제자들』을 발표한 이후, 다음 해인 1799년 장편소설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 그리고 1800년 장시 『밤의 찬가』를 연달아 발표한 다음, 이듬해인 1801년 29세로 요절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 세계 학계에서 더욱 활발하고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이 연구서 『노발리스』를 일독함으로써 고독했던 짧은 생애를 산 이 작가가 어떻게 해서 커다란 역사적 의미를 구현하는 작가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그의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읽어나가야 할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으로

 

현재를 통해서 미래를 통찰하는 역사인식의 방법은, 오늘날 흔히 사용되는 이른바 역사적 아날로지, 즉 유추인데 이 시절 이러한 방법론 위에 있었다는 사실은 동시대의 레싱이나 실러 같은 이상주의자들보다 오히려 훨씬 분석적․복합적이었던 그의 특성을 전해준다. 황금시대를 막연히 동경했던 낭만주의자였다는 평가는 그러므로 지나치게 단순하다. (제2장 「기독교 혹은 유럽」, 48쪽)

죽음은 노발리스에게서 밤으로 가는 수단인 것이다. 밤은 죽음 이상의 것이며, 결코 소진되지 않는다. 죽음은 개별의 원리를 무화시키며, 시간적․공간적 구조를 무효화한다. 밤으로, 무로 인간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러므로 절대적인 자기 정체성을 획득하는 행위가 된다. 그리스도를 통해 부활의 가능성을 체험한 자는 따라서 죽음의 추체험을 갈구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노발리스가 죽음에의 동경을 그리스도 체험의 결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럼으로써 사랑하는 자, 즉 애인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밤과 깊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3장 「밤과 십자가, 그리고 에로스」, 80쪽)

낭만주의에서 낭만적 반어란 이 세계를 끊임없이 낭만화하는 핵심적인 방법으로서, 그것은 끊임없이 기존의 질서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작품 창작이란 파괴와 생성에 다름 아니라는 인식 아래 이 세계는 늘 형성 과정에 있다는 것인데, 이때 이를 가능케 하는 역동적인 비판의 시선이 바로 낭만적 반어다. 전쟁을 가리켜 “전쟁은 거친 멋”이라고 한 표현은 따라서 전쟁에 대한 가열한 비판을 통해 그것을 넘어서려는 낭만주의적 방식으로서, 보다 포괄적으로 말한다면 시로써 현실을 극복한다는 논리가 된다. (제4장 「소설, 메르헨으로 가는 길을 걷다」, 117~18쪽)

불꽃은 태양의 빛, 낮의 행성이라고 할 수 있는 빛을 흐리게 함으로써 마침내 바다에 떨어진 검은 재밖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어진다. ‘마지막 무’이다. 번쩍거리는 화염이지만 “높이 서서히 솟았다가 북쪽으로 가버린다.” 노발리스는 메르헨에서 앞으로 도래할 황금시대를 통해 지상적인 것의 해체를 이런 모습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불꽃은 아르크투르 나라 곳곳을 떠돌면서 구원에 작용한다. 동시에 이러한 전개는 ‘옛날 자매들’의 밤이 이제는 지양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제5장 「메르헨, 합일合一을 향한 동경」, 143~44쪽)

어린 파벨의 말과 생각이라기에는 믿기지 않는 이러한 선포는 현실 아닌 상징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원리가 바로 문학, 그것도 환상적인 메르헨임을 확실히 증거한다. 파벨, 즉 우화는 모든 형상을 그 스스로 자유케 하면서 그 형상들의 본질을 드러내준다. 메르헨 안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한 물음은 곧 우화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제6장 「황금시대의 예시豫示」, 169쪽)

상인들의 이러한 경험과 판단에 의하면 시인은 우선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비범한 사람이다. 그는 또한 기분이라는 내적 성역을 놀랄 만할 멋진 생각으로 새롭게 충만시키는 사람으로서, 두 조건에 공통점이 있다면 사물을 새롭게 본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를 언어로 표현할 때, 그 언어 역시 낯선 언어가 되며, 이 모든 것은 결국 지금까지의 세계와 다른 신비한 마법의 세계가 된다는 것이다. 시는 낭만주의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태동하는 순간이다.(제7장 「메르헨, 시와 얽혀서 꽃피다」, 200쪽)

『자이스의 제자들』에서도 문체나 기법상의 연결이 「자연」의 종결 부분에서 특히 분명해 보인다. 테마와 구성, 생각과 표현의 상호의존적인 구도를 노발리스는 이 작품을 통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배려했다. 첫 작품이었고, 어설픈 대로 그 나름의 성취를 통해 그는 다음 창작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구성의 평면성을 포기하고 그는 복잡하고 다양한 방법 위에서 낭만주의와 메르헨이 갖는 상징적·함축적 의미를 조합해내고 싶었던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제8장 「히아신스와 로젠블뤼트헨」, 215쪽)

노발리스는 이렇듯 현실을 넘어서는 경이로움이라는 존재를 초자연적인 질서와 관계되는 기독교적 논리 안에서 통찰하고자 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비자연적 질서라고 할 수 있는 메르헨을 실제 창작 현장에서 다룸으로써 문학이 ‘경이’를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고 그의 작품을 통해서 이를 실천하였다. (제9장 「노발리스 메르헨의 구조와 성격」, 231~32쪽)

계몽주의와 낭만주의는 데카르트와 파스칼이 대비될 정도로 대비될 뿐이며 인간성의 해방이라는 측면에서 완전히 하나였다. 절대영주와 성직자 중심주의에 대항함에 있어서 같은 길을 걸었고, 시기적으로 약간 뒤에 낭만주의는 계몽주의를 비판적으로 지속, 승화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 말하자면 계몽주의는 낭만주의 앞에 있었고 낭만주의는 뒤에 그것을 승화시켰지만, 그 전체가 더 큰 계몽의 길이었다는 식이다. 이렇게 볼 때 슐레겔의 이중성은 낭만주의를 껴안고 더 큰 계몽주의를 향하는 길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며, 계몽주의는 중요한 문제성을 잉태하게 된 것이다. (제10장 「노발리스의 동시대적 위상」, 289~90쪽)

목차

들어가며

제1장 철학에서 문학을 찾다
제2장 기독교 혹은 유럽
제3장 밤과 십자가, 그리고 에로스—『밤의 찬가』에 나타난 시적 정체성
제4장 소설, 메르헨Märchen으로 가는 길을 걷다—장편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 (1)
제5장 메르헨, 합일合一을 향한 동경—장편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 (2)
제6장 황금시대의 예시豫示
제7장 메르헨, 시와 얽혀서 꽃피다
제8장 히아신스와 로젠블뤼트헨—『자이스의 제자들』
제9장 노발리스 메르헨의 구조와 성격—장편소설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을 중심으로 225
제10장 노발리스의 동시대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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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김주연 지음

김주연은 1941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 대학과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을 연구했다. 1965년부터 문학 비평 활동을 시작했고, 『문학과지성』 편집 동인으로 활약했다. 주요 저서로 『상황과 인간』 『문학비평론』 『변동 사회와 작가』 『새로운 꿈을 위하여』 『문학을 넘어서』 『문학과 정신의 힘』 『문학, 그 영원한 모순과 더불어』 『사랑과 권력』 『가짜의 진실, 그 환상』 『디지털 욕망과 문학의 현혹』 『근대 논의 이후의 문학』 『미니멀 투어 스토리 만들기』 『문학, 영상을 만나다』 『사라진 낭만의 아이러니』 등의 문학평론집과 『고트프리트 벤 연구』 『독일시인론』 『독일문학의 본질』 『독일 비평사』 등의 독문학 연구서를 펴냈다. 한국독어독문학회 학회장, 한국문학번역원장(2009~2011)을 역임했다. 30여 년간 숙명여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석좌교수를 지내기도 했다(2011~2013). 김환태 평론문학상(1990), 우경문화저술상(1991), 팔봉비평문학상(1995) 등을 수상하고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2004)을 수훈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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