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편지

에드거 앨런 포 지음 | 김진경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8년 11월 5일 | ISBN 9788932035031

사양 사륙변형판 120x188 · 172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나는 마치 슬픔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
근엄하고, 깊은, 달랠 수 없는 우울함이 모든 것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성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인간 심리와 무의식을 파고든
천재 작가 에드거 앨런 포를 만나다!

‘단편소설의 아버지’ ‘추리소설의 창시자’ ‘상징주의의 선구자’로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 『도둑맞은 편지』가 새롭게 리뉴얼된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독자들 곁을 찾아간다.
어린 시절 고아가 되어 입양된 후 계속된 양부와의 불화, 대학과 군대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술과 도박 때문에 가난과 불안정한 삶을 살다 40여 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포. 그럼에도 시와 소설, 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며 왕성하게 활동했던 그는 죽음과 공포, 분열된 자아, 광기로 가득 찬 어둠의 정서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생생하게 구현해내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보들레르를 비롯한 상징주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며, 데리다 같은 현대 사상가들에게도 극찬받았던 포. 이 책은 그런 그의 작품들 중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다섯 편을 선별해 독자들이 포의 다채롭고도 탁월한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지적 유희로 가득 찬 정교한 추리의 세계에서
기묘하게 뒤틀린 환상과 공포의 영역을 넘나드는 포의 대표작 수록

포의 단편들은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색채를 띠고 있다.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나뉘는데, 먼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인간의 심리와 허위를 궤변 형식으로 표현한 그로테스크 소설(「아몬티야도 술통」 「고자질하는 심장」), 시적인 산문으로 신비의 세계를 다룬 아라베스크 소설(「어셔가의 몰락」),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추리소설(「도둑맞은 편지」 「황금 풍뎅이」)이 그것이다.

“다루고 있는 문제에 비해 어떤 때는 지나치게 깊이 들어가거나 어떤 때는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실수를 저지르는 거지.”_「도둑맞은 편지」에서

먼저 표제작인 「도둑맞은 편지」는 ‘뒤팽’이라는 탐정을 등장시킨 추리소설로,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과 함께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어느 날, 파리 경시청장인 G씨가 뒤팽과 화자를 찾아와 어떤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D장관이 고귀한 신분을 가진 한 여성의 편지를 훔쳤고 그것을 찾고 있다고. G는 그 편지 내용이 공개되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D의 저택과 주변을 철저히 수색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그런데 그의 눈앞에 뒤팽은 당당히 편지를 내밀고 포상금을 챙긴다. 그리고 너무도 쉽게 그것을 손에 넣은 경위를 화자에게 들려준다.

편지를 훔친 D장관과 그에게서 다시 편지를 훔쳐낸 뒤팽. 이 묘한 반복은 도둑과 탐정의 구분을 해체하며, 둘의 이름이 모두 ‘D’로 시작한다는 점과 그들이 형제일지 모른다는 암시를 통해 포가 천착했던 이중적 자아의 모티프를 드러낸다. 또한 경시청장인 G씨으로 대변되는, 이성과 논리를 맹신하며 인과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근대적 사고에 대한 포의 비판적 시각을 읽어낼 수 있다.

“나는 느낀다네. 그 소름 끼치는 유령과도 같은 두려움과의 싸움에서 내가 생명과 이성을 함께 포기하는 순간이 곧 오고야 말리라는 것을.”_「어셔가의 몰락」에서

「어셔가의 몰락」은 ‘어셔 가문의 소멸’과 ‘저택의 붕괴’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화자는 어릴 적 친구인 ‘로더릭 어셔’의 편지를 받고, 마지막으로 남은 어셔 가문의 두 사람―로더릭과 그의 쌍둥이 누이 매들라인―이 살고 있는 저택을 방문한다. 얼마 뒤 매들라인이 병으로 죽자 화자는 로더릭을 도와 그녀의 시신을 관에 넣고 매장한다. 이후 고통에 시달리던 로더릭의 알 수 없는 행동은 더욱 심해지고,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화자는 두 남매의 죽음과 동시에 저택이 무너져 내리는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화자는 저택의 기묘한 모습이 사람을 닮은 듯한 인상을 받고, 이성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려 하지만 결국 그 한계를 느낀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누가 복수하고 있는지를 뼈저리게 알도록 만들지 못한다면 그건 복수가 제대로 된 게 아니다._「아몬티야도 술통」에서

그것은 더 커지고…… 더 커지고…… 더 커졌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유쾌하게 잡담을 하고 있었고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 소리를 듣지 못할 수가 있지?_「고자질하는 심장」에서

「아몬티야도 술통」은 자신을 모욕한 ‘포르투나토’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몬티야도 술’로 유인해 그를 살해하고 지하실 벽에 시신을 유기해 완전범죄를 이룬 화자의 이야기다. 「고자질하는 심장」에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노력으로 인해 외려 그 광기를 드러내고 마는 아이러니한 화자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을 돌봐주는 “흐린 막이 덮인 창백하고 푸른 눈”을 가진 노인을 살해하지만, ‘고자질하듯’ 들려오는 심장 소리 때문에 자신의 범죄를 자백하게 된다. 충동적인 감정에 이끌리면서도 이성적으로 치밀하게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며, 극단적인 논리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파괴적 본성과 함께 죄의식에 시달리는 복합적인 심리를 보여준다.

“이건 정말 이상한 풍뎅이라고밖에는 말할 수가 없네. 나로서는 전적으로 새로운 것인데, 이전에는 결코 이런 것을 본 적이 없다네…… 이게 해골이 아니라면 말일세.”_「황금 풍뎅이」에서

「황금 풍뎅이」는 키드 선장의 숨겨진 보물에 관한 전설을 추리소설로 풀어낸 작품이다. 화자는 친구인 레그랜드의 집을 방문했다가 ‘황금 풍뎅이’를 채집한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 뒤 레그랜드는 화자에게 편지를 보내 도움을 청하고, 화자는 반신반의하며 그를 따라 나선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보물을 찾게 된다. 이후 화자는 레그랜드가 황금 풍뎅이를 잡는 과정에서 우연히 획득한 양피지에 키드 선장이 숨긴 보물의 위치가 담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떻게 그 암호문을 해독해 보물을 찾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듣게 된다. 암호문을 풀어나가는 재미와 더불어 마지막 반전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추리소설 중에서도 지적 즐거움을 극대화한 최고의 고전으로 꼽힌다.

이처럼 포의 다양한 작품을 맛보며 색다른 재미와 매력을 느끼게 하는 이 책은 독자들이 포의 문학 세계로 흠뻑 빠져들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속으로

“그렇다면,” 뒤팽이 서랍을 열고는 수표책을 꺼내더니 대답했다. “말씀하신 금액으로 수표를 끊어주시지요. 수표에 서명을 하시면 그 편지를 넘겨드릴 테니까요.” / 나는 놀라서 기가 막혔다. 경시청장 또한 완전히 번개 맞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입을 벌린 채 튀어나올 듯한 눈으로 내 친구를 못 믿겠다는 듯이 들여다보면서 몇 분 동안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는 것 같더니만 펜을 잡고 몇 번을 멈추며 멍하니 수표책을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5만 프랑짜리 수표를 써서 탁자 너머로 뒤팽에게 넘겨주었다. 뒤팽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고는 지갑 속에 넣었다. 그다음엔 책상 서랍을 열더니 편지를 꺼내 경시청장에게 주었다. 이 공무원은 과도한 기쁨에서 오는 고통 속에 그것을 움켜쥐더니 떨리는 손으로 펼쳐 내용을 재빨리 훑어보고는, 제대로 걸음도 못 걸으며 기는 듯이 가까스로 문 쪽으로 가더니만, 결국 인사도 없이 방에서 나가버렸다. 뒤팽이 수표를 쓰라고 한 이후로는 입도 한번 뻥긋하지 못하고. (21쪽)

“포르투나토!” / 대답이 없었다. 다시 불러보았다. / “포르투나토!” /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나는 그 남은 구멍으로 횃불을 집어넣어서 그 안으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답은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뿐이었다. 가슴이 아파왔다—그 지하실의 습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서 할 일을 끝마쳤다. 마지막 돌을 그 자리에 밀어 넣고는 석회로 발라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새로 생겨난 벽돌 벽에 다시 이전처럼 뼈를 쌓아놓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어떤 인간도 그 뼈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가 영원히 평안하게 잠들기를! (51~52쪽)

“미친 사람아! 내가 이제 말해주노니 그녀가 문밖에 서 있네!” / 마치 그가 이 말을 하는 초인적인 에너지에 어떤 주문 같은 힘이라도 있는 것처럼 바로 그 순간, 그가 가리키는 거대한 낡은 문이 천천히 뒤로 열리면서 육중한 흑옥의 아가리를 드러냈다. 그건 불어오는 거센 바람 때문이겠지. 그런데 거기 고귀한 어셔가의 매들라인 아가씨가 수의를 입고 정말로 문밖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흰옷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수척한 몸 구석구석에는 끔찍한 사투의 흔적이 보였다. 잠시 동안 그녀는 몸을 떨면서 문지방 위에 서서 비틀거렸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신음 소리를 내면서, 오빠의 몸 위로 안기듯이 털썩 쓰러졌고, 격렬한 죽음의 고통 속에서 오빠 또한 마룻바닥에서 숨을 거두었으니 그가 예견했던 바대로 공포의 희생자가 되었던 것이다. / 그 방으로부터 그리고 그 저택으로부터, 나는 놀라서 도망쳤다. (84쪽)

“그래. 이제 알겠군. 이제 내가 모르겠는 것은 딱 한 가지라네. 그 구덩이에서 나온 해골들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가?” / “그것은 자네만큼이나 나 또한 모를 일이라네. 그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은 한 가지밖에는 없지. 비록 그 추측이 의미하는 그런 잔혹함을 믿어야 한다는 것은 끔찍하지만 말이야. 확실한 것은 키드 선장이—만일 키드가 정말로 이 보물을 숨겼다면 말이야, 물론 나는 그걸 의심치 않지만—분명한 것은 키드가 이것을 혼자 파묻지는 않았으리란 거야. 그 일이 끝난 후에 그는 아마도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 아마 그의 부하들이 구덩이에서 일하고 있을 때 곡괭이로 두 번만 내리쳤어도 충분했을 거야. 어쩌면 열몇 번까지 내리쳐야 했을지도 모르지…… 누가 알겠나?”(158~159쪽)

 


■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 소개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

문지 스펙트럼은 빛의 파장처럼 세계 문학과 사상의 고전들을 펼쳐드립니다.
문학의 섬세함으로 혹은 사유의 힘으로.

 

작지만 확실한 고전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 1차분 다섯 권 출간!

1996년 황순원의 『별』을 시작으로 한국 문고판 시장의 르네상스를 주도해온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는 2011년까지 모두 101권의 책을 펴내며 독자들에게 시대와 영역을 가로지르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 그동안 보여준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문학과지성사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문지 스펙트럼>은 오래도록 독자들 곁을 지키며 사랑받아온 책, 현재에도 유의미하며 앞으로도 계속 읽힐 책들을 엄선하여 1차분 다섯 권을 먼저 독자들 앞에 선보인다. 이제 우리는 시간의 타래처럼 오랜 세월의 무게로 더 깊고 두터워진 고전의 세계를 만나게 되었다. 기실, 고전은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 시간과 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인류의 보편적 정서를 아우르는 우리 인간의 이야기이므로. 이렇듯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는 우리 삶 속에, 삶 가까이에 자리한 고전의 가치를 현재적 의미로 새롭게 되새기는 목록들로 더욱 풍성해질 것이며, 더 작고 더 강하고 더 가까이 독자들 곁에 다가갈 준비를 마쳤다. 다양한 주제와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다양한 언어권의 작품들이 보다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끔 하는 접점이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독자들을 찾아갈 이 다섯 권의 작품들은 세심한 개정 작업을 거쳐 모던하고 세련된 장정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앞으로도 계속해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는 빛의 파장처럼 다채로운 세계 문학과 사상의 고전들을 독자들에게 펼쳐줄 것이다. 문학의 섬세함으로 혹은 사유의 힘으로.
다양한 빛깔과 무늬로 우리 삶과 사회의 면면을 비출 ‘문지 스펙트럼’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1. 마르그리트 뒤라스, 『모데라토 칸타빌레』 (정희경 옮김)
2. 볼프강 보르헤르트, 『이별 없는 세대』 (김주연 옮김)
3. 에드거 앨런 포, 『도둑맞은 편지』 (김진경 옮김)
4. 오에 겐자부로,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유숙자 옮김) 
5.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이정임 옮김)

목차

도둑맞은 편지
아몬티야도 술통
어셔가의 몰락
고자질하는 심장
황금 풍뎅이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작가 소개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에드거 앨런 포 Edgar Allan Poe (1809~1849)
1809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세 살에 고아가 되어 앨런가에 입양되었으나 양부와의 불화, 도박과 술과 가난으로 불행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1827년 열여덟 살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833년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창자게 집중하여 뛰어난 작품들을 연달아 발표하는 한편, 단편소설의 이론을 세우는 비평 활동을 이어나갔다. 「어셔가의 몰락」 등 그의 몽환적인 소설들은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초현실적인 관념들에 접근하고자 했던 19세기 상징주의 흐름의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다. 1841년 발표한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은 최초의 추리소설로서 ‘뒤팽’이라는 매력적인 탐정을 창조해냈다. 「까마귀」 「애너벨 리」 등 그의 시들 또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40여 년의 짧은 생애 동안 포는 다양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세계 문학사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으며, 오늘날 ‘단편소설의 아버지’ ‘추리소설의 창시자’ ‘상징주의의 선구자’로 불리고 있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다른 책들

김진경 옮김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지워진 목소리 되살려내기―미국 문학에 나타난 아메리카 원주민 연구』 『20세기 영국 문학과 미국 문학』(공저) 『19세기 영국 문학과 미국 문학』(공저) 등이 있으며,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작품에 나타난 진리, 언어, 텍스트의 문제」를 비롯해 미국 소설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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