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담의 심층

그림 동화와 함께 읽는 융 심리학

가와이 하야오 지음 | 고향옥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8년 9월 10일 | ISBN 9788932034676

사양 변형판 125x200 · 399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현대의 심리상담실에는 백설공주나 헨젤과 그레텔,
나아가 사람을 잡아먹는 마녀까지 등장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담, 무의식 세계를 읽는 지도이자 우리 인생의 처방전!
심리학의 눈으로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을 탐구하다

일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학자, 일본에 최초로 융 심리학을 소개하고 발전시킨 임상심리학자, 문화청장관 등을 역임하고 문학, 철학, 예술, 교육 등 다방면에 걸친 활동으로 일본 지성계에 커다란 영향을 준 가와이 하야오(1928~2007).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민담의 심층』은 ‘인간 무의식의 심층에는 인류 공통의 보편성이 있다’는 융 심리학을 바탕으로, 민담 분석을 통해 현대인의 마음 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책이다. 1977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생의 처방전’이라는 애정 어린 별명까지 얻으며 일본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이 책에서 가와이 하야오는 현대인의 복잡한 마음을 명쾌하게 풀어내며, ‘인간 삶의 진실’에 한층 더 다가간다.
이 책은 「트루데 부인」 「헨젤과 그레텔」 「두 형제」 등 대표적인 그림 동화 10편을 심리적 차원에서 분석하는데, 그 순서는 태어나 성장하고 자기실현을 이루어가는 인간 삶의 과정과 좋은 대구를 이룬다. 특히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이론(자기, 모성과 부성, 아니마와 아니무스, 그림자, 페르소나 등)에 기초하여 그림 동화 속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 무대 설정, 도구와 숫자 등에 이르기까지, 그림 동화 속 거의 모든 모티프와 상징을 흥미롭게 해석해낸다. 그 밖에도 「개구리 왕자」 「노간주나무」 「게으른 하인츠」와 같은 다양한 그림 동화와 「안주와 즈시오」 「삼 년 잠보」 같은 일본의 민담, 이집트와 그리스 신화까지 수십 편의 민담을 예시로 활용하며 읽는 맛을 더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목적은 개개인의 내적 체험에 비추어 민담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저자는 민담의 내용과 현대인의 심성을 이어주는 의외의, 하지만 생각보다 강력한 연결고리를 재발견한다.


부모로부터의 독립, 남녀의 결합, 과제와 시련, 선택……
민담은 현대인의 마음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민담은 역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기대한 사람은 종종 당혹감을 느끼곤 한다. ‘게으름’도 그중 하나다. 「실 잣는 세 여인」의 주인공인 게으름뱅이 여자아이는 실잣기를 지독히 싫어하지만, 바로 그 게으름 덕분에 왕자와 결혼하게 된다. 「게으른 세 아들」의 임금은 가장 게으른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관해서 저자는 오로지 근면을 덕으로 삼고 일해야 했던 시대의 사람들은 무의식 속에 게으름에 대한 강한 소망을 품었을 것이고, 그러한 저마다의 소망이 이야기 속에 담겨 그 해학에 위로를 받았으리라고 추측한다. 나아가 심리적 차원에서 본다면 게으름뱅이가 등장하는 민담은 효율 증대에 중점을 두어온 서양의 공적인 사고에 대한 안티테제이며, ‘게으름’이란 일종의 ‘퇴행’으로 의식과 무의식이 만나 새로운 창조를 이루기 위한 고도의 준비 상태라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민담에서는 같은 행위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어느 주인공은 위험에 도전하여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위험을 피해서 목숨을 부지한다. 혹은 불행해 보이는 사건이 나중에는 도리어 행복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일반화가 불가능한 것은 바로 인간 삶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처럼 민담은 인간의 복잡한 마음속 세계를 압축해 드러낼 뿐 아니라, 마음이 나아가야 할 길까지 보여주는 지도와도 같다. 들장미 공주는 왜 100년의 잠을 자야 했을까? 사자는 왜 한번 베어진 주인의 머리를 또다시 베었을까? 헨젤과 그레텔을 숲에 버린 어머니가 친어머니에서 계모로 설정이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민담은 어떠한 물음에 대해서도 대답을 마련해두고 있다.” 다양한 민담과 분석심리학을 활용하여 저자는 이처럼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고 하나씩 대답을 해나가며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림 동화를 통해 찾아가는 무의식의 원형
자기실현과 개성화를 향해 가는 매혹적 인문학

 

저자는 심리치료를 해오면서 만난 내담자들과의 경험을 통해 민담 속 주인공과 내담자들이 별반 다를 바 없음을 깨닫는다. 예컨대 「황금새」 이야기에서 매일 밤 황금 사과를 하나씩 도둑맞는 장면은 일종의 노이로제 상태를 보여준다고 분석하면서, 황금새가 사과를 훔쳐가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단념한다면 증상은 더 심해지지 않을 테지만 그 경우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노이로제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여우의 조언대로 황금새를 가져오는 게 상책이다. 물론 거기에는 위험도 따르지만, 노이로제를 극복함으로써 얻는 보물의 가치는 고난의 시간에 비례하여 높아질 것이다. 이는 자기실현 과정과 그에 따르는 고통의 관계라고도 볼 수 있으며, 인간의 삶은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요점이다. 인간의 삶은 분명 선택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인간의 삶을 반영하는 민담에 선택의 테마가 자주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국면들, 생로병사의 과정과 그에 동반하는 여러 과제와 고민 들에 관해 실마리를 던져준다.
저자는 융의 도식을 토대로 민담 분석을 하면서, 서양과 동양의 민담에는 어떤 특징이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여러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저자는 읽는 이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도록 끊임없이 자극함으로써 우리 의식 아래의 깊은 내면을 탐색하도록 이끈다. 나는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어떤 욕구 혹은 고민을 안고 있는지에 따라 민담은 다양한 얼굴로 다가올 것이다. 저자와 함께 자신의 개성을 찾아 민담의 심층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책 속으로

우리는 그의 증상에 대해 ‘적면공포증’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러나 과연 그 청년은 그 이름을 들은 타인이 자신이 겪는 일을 ‘알아준다’고 생각할까. ‘안다’는 것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적면공포증이라고 이름 붙이는 행위는, 이 사람이 하나의 신경증을 가지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아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겪은 고통까지 알 수는 없다. 공감이 바탕이 된 앎을 위해서는 이름만 알아서는 안 된다. (제1장 「민담과 마음의 구조」, 17쪽)

현대인은 합리성과 도덕성 따위로 지나치게 자신을 방어하는 탓에 두려움에 떠는 일이 거의 없다.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모르는 것이나 무서운 것은 적절하게 바꿔 말함으로써 스스로를 방어한다. 죽음에 대한 현대인의 자세는 이러한 태도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가능한 한 죽음을 잊으려고 한다. 의학이라는 훌륭한 수단으로 병을 몰아냈으니 최대한 장수할 수 있다고 믿는다. [……] 그럼에도 죽음은 엄연히 존재한다. 트루데 부인 이야기는 죽음을 잊으려는 이들에게 새삼스레 인생의 전율을 체험하게 한다. (제2장 「그레이트 마더」, 35쪽)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 집은 마음씨 고약한 마녀가 아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다. 여기에서, 처음에 가족이 함께 살던 집에 닥친 기근 상태와 마녀가 사는 집의 풍요로운 먹을거리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마녀가 준비한 달콤하고 풍성한 과자는 어머니의 과보호를 연상시킨다. 과보호는 아이들의 자립을 방해한다. 헨젤과 그레텔은 단기간에 극단적인 거부(숲에 버려지는)와 과보호를 체험한다. 이러한 거부와 과보호는 결과적으로 같은 것이다. (제3장 「어머니로부터의 독립」, 68쪽)

「게으른 세 아들」의 도입부에는 임금님과 세 아들이 등장한다. 왕비는 등장하지 않는다. 즉, 남성들만의 세계이며 여성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서로 대립되는 수많은 원리가 작용하는데 남성 원리와 여성 원리도 그중 하나다. [……] 그럼 이 이야기에서 왕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남성 원리에 의해서만 유지되던 왕국의 규범성에 위기가 닥쳤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이제까지 왕국을 유지해왔던 최고의 원리가 무너지고 새로운 것이 도입되어야만 진정한 갱신이 일어난다는 것은 분명하다. (제4장 「게으름과 창조」, 92~93쪽)

이 이야기에서는 숫자 ‘2’가 무척이나 강조된다. 제목에서도 이미 드러나고, 동물들도 두 마리씩 등장한다. 융은 2의 상징성에 관해 중세 철학자의 생각을 접목시켜 인간의 최초의 수는 1이 아니라 오히려 2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즉, 1이 1인 한 우리는 ‘숫자’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최초의 전체적인 것에서 분할이 생겨 거기에 대립 혹은 병치되는 ‘2’의 의식이 발생해야만 ‘1’의 개념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2는 분할과 대립을 가정하기 때문에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의미에서 2는 그림자의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숫자다. 정립과 반정립, 이 역동성에서 새로운 것이 창조된다. (제5장 「그림자의 자각」, 113~14쪽)

왕은 사과를 도둑맞은 사실을 알고 아들들에게 사과를 지키도록 명령한다. 하지만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주인공인 셋째 왕자가 등장하는데, 아버지는 이 아들을 그다지 신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이본 「하얀 비둘기」에서는 지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막내아들을 ‘멍청이’라 부른다. 가장 열등한 존재가 최고의 존재로 이어진다는 역설은 민담이 즐겨 쓰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체제의 눈으로 보는 한, 체제를 개혁할 수 있는 존재는 어리석어 보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신 없고 열등한 기능이 인격을 바꿔나가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8장 「아버지와 아들」, 179쪽)

공주의 잠시 동안의 행복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무스라면, 공주를 달래고 야단치며 다음 일을 찾게 하는 것도 아니무스다. 그리고 우리는 이 둘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좌절하지 않았던 공주는 새로운 다음 일을 향해 간다. 공주님에서 끝내 부엌데기로까지 추락하는 것이다. [……] 불도 못 피우던 결혼할 당시와 견주면 그녀는 무척이나 강해졌다. 공주 신분으로 살던 생활에 비하면 남이 먹다 남긴 것을 얻어먹는 처지이니 밑바닥까지 추락했다고 할 수도 있으나, 생각해보면 남이 베풀어주는 것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게 구도자의 특권이기도 하다. 공주의 외적인 추락에 반비례하여 내적인 구도 과정은 정상에 다다르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제10장 「여성 마음속의 남성」, 234쪽)

쥐는 밤이 되면 나타나 몰래 숨어서 소리를 내거나 무엇인가를 갉아 먹으며 우리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콤플렉스의 작용을 표현하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이다. 무의식의 움직임이 종종 성적인 색채를 띤다는 점에서, 쥐의 움직임은 성적 공상의 작용으로 볼 수도 있다. [……] 멍청이는 커다란 두꺼비의 명령으로 작은 두꺼비를 집어 쥐가 끄는 수레에 태워주는데, 이는 아름다운 아니마상이 본디 어머니상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제11장 「자기실현 과정」, 256쪽)

목차

제1장 민담과 마음의 구조
1. 들어가며 2. 의식과 무의식 3. 민담의 발생 4. 민담 연구

제2장 그레이트 마더 ◆ 「트루데 부인」
1. 전율의 체험 2. 어머니 3. 소녀의 호기심 4. just so! 5. 보아서는 안 되는 진실 6. 불

제3장 어머니로부터의 독립 ◆ 「헨젤과 그레텔」
1. 두 명의 주인공 2.부모와 자식 3. 새 4. 과자로 만든 집 5. 눈이 멀다 6. 어머니상의 변천

제4장 게으름과 창조 ◆ 「게으른 세 아들」
1. 게으름뱅이 2. 소망 충족 3. 무용지용無用之用 4. 창조적 퇴행 5. 게으름의 양면성

제5장 그림자의 자각 ◆ 「두 형제」
1. 두 사람 2. 그림자 3. 되풀이 4. 목 베기 5. 또 하나의 나

제6장 사춘기 ◆ 「들장미 공주」
1. 이야기의 변천 2. 개구리 3.악惡 4. 운명 5. 잠 6. 때

제7장 트릭스터의 활약 ◆ 「충신 요하네스」
1. 왕의 죽음과 충신의 역할 2. 초상화 아내 3. 트릭스터 4. 귀환 5. 석화石化와 속죄

제8장 아버지와 아들 ◆ 「황금새」
1. 아버지라는 존재 2. 동물의 조력 3. 선택 4. 일 5. 자아와 자기

제9장 남성 마음속의 여성 ◆ 「수수께끼」
1. 수수께끼 2. 아니마 3. 수수께끼 내기, 수수께끼 풀기 4. 남성과 여성

제10장 여성 마음속의 남성 ◆ 「지빠귀 부리 왕」
1. 아버지와 딸 2. 아니무스 3. 아니무스와 떠나는 여행 4. 오딘 5. 재혼 의식

제11장 자기실현 과정 ◆ 「세 개의 깃털」
1. 깃털의 안내 2. 지하 세계 3. 세 가지 과제 4. 제3의 길 5. 개성화 과정

후기
미주
부록 그림 동화
트루데 부인 | 헨젤과 그레텔 | 게으른 세 아들 | 두 형제 | 들장미 공주 | 충신 요하네스 | 황금새 | 수수께끼 | 지빠귀 부리 왕 | 세 개의 깃털
옮긴이 후기

작가 소개

가와이 하야오 지음

일본에 융 심리학을 최초로 소개한 임상심리학자로 융 심리학의 일인자로 손꼽힌다. 1928년 효고 현에서 태어나 교토 대학 이학부 수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바꾸어 임상심리학 연구를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서 유학한 뒤 1962년 취리히 ‘융 연구소’에 들어가 융 학파 정신분석가 자격을 얻었다. 교토 대학 명예교수,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명예교수, 일본 문화청 장관 등을 역임했다.

독자적인 관점으로 일본의 문화와 사회, 일본인의 정신 구조를 꾸준히 연구했다. 특히 문화 전반에 걸친 탐구심을 바탕으로 전문 분야인 임상심리학뿐 아니라 아동문학, 그림책, 신화, 옛이야기, 나아가 음악과 악극까지 지평을 넓혀 수많은 저술과 강연을 하는 등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지은 책으로 『그림책의 힘』 『어린이 책을 읽는다』 『읽기의 힘, 듣기의 힘』(공저),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콤플렉스』 『인간의 영혼은 고양이를 닮았다』 『카를 융, 인간의 이해』 『일본인의 심성과 일본 문화』 등 다수가 있다.

고향옥 옮김

동덕여자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공부하고, 일본 나고야 대학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학을 공부했다. 『러브레터야, 부탁해』로 2016년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어너 리스트Honor List 번역 부문에 선정되었다. 옮긴 책으로 『그림책의 심리학』(공역),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우주를 뿌리는 소녀』 『컬러풀』 『레츠와 고양이』 『있으려나 서점』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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