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명화―김원일의 미술 산문집

김원일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8년 3월 15일 | ISBN 9788932030890

사양 신국변형판 140x200 · 274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한국 문학의 거장, 소설가 김원일의 그림 읽기

1966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분단 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며 『마당 깊은 집』 『불의 제전』 『아들의 아버지』 등 유수의 작품들로 한국 문단에 그 이름을 아로새긴 소설가 김원일. 이번에 그가 쓴 미술 산문집 『내가 사랑한 명화―김원일의 미술 산문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제목이 말하는바 이 책은 작가가 평생에 걸쳐 사랑해온 그림(또는 조각) 46점이 걸린 마음의 화랑을 순회하며, 그림이 거는 말이나 그 그림에 하고 싶은 말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추적하고 그려낸다. 이를 통해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오래 사랑받은 46점의 명화들이 작가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독자들에게 살아 있는 이미지로 새롭게 읽히니, 내성적인 소년 시절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순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작가의 그림에 대한 애정과 해박한 지식, 소설가다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미술 감상의 길잡이’ 또는 ‘그림 읽기 안내서’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한 장의 그림을 통해 화가의 생애를 보며, 자신의 삶과 문학을 그 이미지에 접목시킨다. 이데올로기를 좇아 가족을 버리고 북으로 떠난 아버지, 홀몸으로 자식들을 키워낸 어머니, 지독한 가난과 두려움으로 점철되었던 성장기, 막내아우의 죽음,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좌절과 가위눌림, 자신의 창작에 영감을 주었던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가 책을 통해 펼쳐진다. 이렇듯 이 책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과 그로 인한 가족과 개인의 수난의 역사가 있고, 평생토록 그 경험을 문학으로 형상화해온 작가의 치열한 사색과 독특한 체험의 기록이 담겨 있다. 차라리 노老작가의 인생 고백에 가깝다 할 수 있으니, 책 곳곳에 삶의 굴곡과 무거움이 승화된 작가의 인생의 깊이가 여운처럼 남는다.

 

한 장의 그림과 만나는 우리 시대의 삶과 인생

한때의 붐으로 미술관 기행기나 그림 읽기에 대한 책이 무수히 쏟아졌다. 2000년 소설가 김원일은 소설가가 처음 쓴 미술 산문집인 『그림 속 나의 인생』(열림원)을 펴낸 바 있고, 쇄를 거듭하며 당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그림 속 나의 인생』의 개정판으로, 20여 년 만에 새로운 구성과 판형, 디자인으로 독자들에게 또다시 선보이게 되었다. 새로운 글을 추가하되 기존 글 몇 편은 삭제하였고, 오랜 투병 생활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새롭게 글을 다듬어 펴냈다.
“그림이란 일절 선입관 없이 그림 자체로만 감상해야 한다는 원칙론에도 불구하고, 감상자들은 그 그림에 뒤따르는 에피소드와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작품을 해석하려 한다. 소설 쓰기가 생업인 나 역시 한 장의 그림을 볼 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며 화가의 당시 삶을 엿보려는 습성이 있다”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그는 한 장의 그림을 통해 화가의 부단한 생애와 그 그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비록 미술에 문외한이더라도 친근감을 느낄 수 있으며, 문학적 언어로 형상화된 총 마흔여섯 편의 글을 통해 독자들은 소설을 읽듯 다양한 인생사를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의 굴곡진 인생사가 화가의 생애와 그 작품에 자연스럽게 오버랩되고, 글 마디마다 한국 근현대사의 흔적이 곳곳에 녹아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문학이 그러하듯 그림 또한 그림으로만 존재하기보다 시대와 역사의 환희와 비극, 그 얼룩진 굴곡과 긴밀히 맞물려 있음을 우리는 이 책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밀레에 대한 친근감은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이삭 줍는 여인들」을 마주했을 때, 옛집 벽에 걸렸던 그 그림과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떠올려주었다. 선잠 깬 내가 놀랐듯, 오밤중에 집으로 숨어든 아버지를 체포하러 순경들이 구둣발째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을 때 그림 속의여인네들도 겁먹어 놀랐을 것이다.” _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에서

“유배지 수용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몇 년 만에 소식도 없이 돌연 귀가한 사내와 이를 맞는 가족의 표정을 순간적으로 잡은, 팽팽한 긴장감이 넘치는 화면이다. 나는 레핀의 그 그림에서 섬광처럼 뇌리를 스쳐 가는 아버지의 젊은 모습을 보았다. 유엔군과 국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수도 서울이 탈환되기 직전, 구로 지역 방어선 후방부 책임자로 마지막까지 서울에 잔류하다 월북한 뒤 유격6지대 간부로 다시 남하, 1952년 3월까지 태백산・일원산 일대에서 유격 투쟁을 벌였다는 아버지 모습의 상상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우리 가족은 당신을 재상봉하는 기쁨보다, 당신이 가족 앞에 나타날까 봐 오히려 두려워했다.” _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에서

 

이 책의 구성

“인간은 충족되지 않는 욕망을 가진 존재다. 충족되지 않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늘 결핍되어 있음을 뜻한다. 인간의 의식은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늘 무언가를 갈망한다.” _장-폴 사르트르

이 책은 전체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예술가의 초상」에서는 렘브란트의 「두 개의 원이 있는 자화상」을 시작으로 로댕, 뭉크, 호퍼, 자코메티, 프리다 칼로, 베이컨의 작품을 소개한다. 자기 성찰, 예술혼의 자만심과 오기, 열정 등 예술가의 초상이라 일컬을 수 있는 여러 모습을 담고 있는 글들이다. 2부 「사랑과 열정」은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를 비롯해 앙리 루소, 고흐, 클림트, 로트레크, 코코슈카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삶이란 고해”이나 사랑 혹은 열정이 있기에 예술이 존재하고 삶은 또 반짝임을 이야기하는 글들이다. 3부 「도전과 파괴, 재창조」는 쿠르베의 「만남(안녕하세요, 쿠르베 씨)」,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비롯해 마네, 드가, 세잔, 마티스, 뒤샹 등 전통과 관습을 뛰어넘고 상식을 파괴하여 새로운 예술 장르를 창조해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4부 「자연, 이상향」은 우리에게 친근한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을 비롯하여 윈즐로 호머, 고갱, 샤갈 등을 통해 인간이 돌아가고 싶은, 혹은 지향하는 자연, 고향, 이상향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5부 「시대와 현실」은 고야의 「1808년 5월 3일」과 콜비츠의 「시립구호소」, 벤 샨의 「광부의 아내」 등 험난한 삶의 파고와 역사의 격동기를 표현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6부 「삶의 유한성」은 엘 그레코의 「베드로의 눈물」, 모네의 「임종을 맞은 카미유」 등을 소개하며, 유한한 인간의 삶과 슬픔, 그렇기에 인간이 희구하는 종교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편 「예술가의 초상」에서부터 「삶의 유한성」까지 이르는 책의 구성은 다름 아닌 소설가 김원일의 기나긴 삶의 이력이기도 하다. 등단 52년째를 맞은 작가로서 힘겨운 투병 생활에도 불구하고 오래 일구어온 삶과 문학, 예술에 대한 그의 한결같은 자세와 투혼 그리고 뜨거운 열정은 여기 소개한 화가들의 생애 및 예술혼과 닮아 있으니, 이 책은 그 자체로 김원일이라는 하나의 예술가의 초상, 즉 자화상인 셈이다.

   

책 속으로

당시 20대 초반이던 우리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이 낳은 부조리 철학인 실존주의에 심취해 있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몇 해, 사회는 아직 질서를 찾지 못한 채 가난의 누더기를 쓰고 있었고, 우리 여섯 가족은 단칸 셋방에서 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데 급급했다. 나는 생존 자체를 회의했고,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라 죽음의 유혹은 사방에 널려 있었다. ‘왜 살아야 하느냐’ 하는 끊임없는 질문을 소설 습작을 통해 되풀이하던 시절, 뭉크의 그림 한 장이야말로 전쟁 통의 폭격과 기아에서 겨우 살아남은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삶의 공포에 짓눌려 절규하지만 그 외침은 메아리로 돌아오고, 냉혹한 현실의 파고를 넘어야 할 책임은 각자의 어깨에 메여 있었다. 어머니는 바느질품을 팔았고, 나는 1960년 그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신문 배달을 했다. 「절규」를 통해 곤핍한 우리 가족 외에도 삶에 짓눌려 끊임없이 고통스러운 외침을 내지르는 이웃이 주위에 널렸다는 사실에 적잖은 위안을 받기도 했다. _뭉크의 「절규」, 27~28쪽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이 그림이 보여주듯 ‘지극히 인간적인 시대’였다. 오늘의 자본제적 물질문명이 막 선보이기 시작했으나, 거리에는 자동차보다 마차가 더 흔했고 모든 생산품은 아직도 수공업에 의지하고 있었다. 인상주의 미술에 영향을 받은 인상주의 음악(드뷔시, 라벨, 스트라빈스키 등)이 유행을 탔고, 상징주의와 자연주의 문학(말라르메, 아폴리네르, 졸라, 플로베르 등)이 미술과 음악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동시에 발전해나갔다. 그 시대야말로 파리가 세계 예술의 중심지였고, 모든 예술가들은 입신양명하기 위해 파리로 모여들었다. ‘예술의 꽃’이 찬연히 피었던 이 시대를 끝으로 어떤 의미에서 ‘근대의 정신’은 저물어갔고, 순수예술은 난해한 길로 접어들었다. 인상주의 그림이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도, 21세기가 인간적인 정에 메말라 너무 삭막하다 보니 ‘순수한 자연의 모습과 인간적인 사람의 표정’을 희구하는 현대인의 그리움 탓인지도 모른다.
「물랭 드 라 갈레트」야말로 그 경향을 대표하는 그림이다. 우리나라의 시골 오일장에 가보면 만날 수 있는 정다운 옛 우리네 서민들 표정처럼, 이 그림의 면면에서 한 세기 전 파리 서민들의 희로애락을 엿볼 수 있다. _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 57~58쪽

「친구의 초상」은 사진으로 남아 있는 이상의 얼굴과 빼다 박은 듯 닮은, 사실적인 초상화가 아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그 초상화의 주인공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파이프를 문 「친구의 초상」은 보면 볼수록 희대의 문재文才 이상의 삶과 문학의 내면을 적절하게 드러내고 있다.
전체 화면은 암청색으로 어둡고, 굵은 선으로 처리한 거친 톤이 포비슴적 화풍을 강하게 풍긴다. 기존 질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약간 삐딱한 제스처, 결핵형 체질의 좁은 어깨, 노숙자 같은 더부룩한 머리칼, 선병질적인 길쭉한 얼굴에 뾰족한 턱, 가장자리를 붉게 칠한 찢어진 큰 눈에서 번득이는 굶주린 열정과 광기, 가꾸지 않은 수염 자국이 방랑아 같은 자유인의 체취를 풍긴다. 각혈을 상징하듯 붉게 칠해진 입술에 파이프를 한쪽으로 물고 있는데, 피어오르는 연기를 불꽃의 잔해처럼 분홍색으로 처리하여 활화산으로 타는 이상의 예술혼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상의 천진함과 오만함을 함축한 난해한 작품과 자유분방한 객기를 유감없이 증거한, 가장 이상다운 초상화라 아니할 수 없다. _구본웅의 「친구의 초상」, 97쪽

세잔은 자연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이를 밝은 색감으로 정치하게 표현하는 인상파 화풍에서 출발했지만, 만년에 이르러 그의 관찰력은 자연의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 자연이 인간의 마음에 닿는 심리적 해석을 화면에 독창적으로 구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 대륙이 태곳적부터 그곳에 있었지만 콜럼버스가 ‘발견’함으로써 세계사에 편입되었듯, 자연과 사물은 세잔에 의해 가시적 해석을 넘어 재해석되었다. 풍경을 이중 구조로 추상화시킨 생트빅투아르산에 대한 발견이야말로 20세기 미술의 새로운 길을 열어젖혔다. “모든 자연은 원통・구・원추형으로 환원된다”라는 자신의 선언대로, 세잔은 자연을 가시적이고 평면적인 넓이보다 사물의 해체를 통한 깊이의 심층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그 새로운 세계는 인간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 사막이 석유의 무진장한 보고임을 처음 발견한 개발 탐사 팀처럼, 미술의 새로운 광맥을 찾아낸 셈이다.
전시장을 나서자, 영하의 추위에 발을 동동거리며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의 줄이 연이어져 있었다. 세잔의 위대함을 엉뚱하게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사과를 모티프로 한 완벽한 구도의 아름다운 정물화보다 생트빅투아르산을 통해 위대한 발견을 이루어낸 세잔의 고통스러운 집념, 초월적 영감, 자기 세계에 안주하지 않는 부단한 도전적 열정에 숙연해졌다. _세잔의 「생트빅투아르산」, 119~20쪽

“삶이란 고해苦海다”라는 말이 있지만, 살아온 생을 돌아볼 때 우울과 슬픔의 긴 여로를 거쳐 올 동안 때때로 즐거웠던 한 시절 한순간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평생을 평범하게 살다 고희를 맞은 노인에게 생애 가장 기뻤던 적을 묻자, 첫 직장에 첫 출근하던 날, 첫아이를 보았을 때, 그 아이를 성례시키던 날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봄날의 낮 꿈 같은 그런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에 사람들은 힘든 삶을 견뎌낸다. 그림 속의 소년도 세월이 흘러 성년이 된 뒤 객지로 나와 살다, 몸이 편찮다는 고향에서 온 어머니의 편지나 힘없는 전화 목소리를 들을 때, 어느 해 달빛이 좋던 여름밤 어머니와 바닷가에서 추었던 춤을 떠올릴 것이다. 그 시절만 해도 어머니는 가족의 튼튼한 울타리로서 창무처럼 튼튼했고 젊음의 활기로 넘쳤다. _호머의 「여름밤」, 161쪽

「시립구호소」는 웅크린 채 잠든 두 자식과 함께 시름에 차 눈을 감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스케치이다. 얼굴을 마주 대한 어머니와 자식의 절절한 표정을 보라. 고단한 잠에 빠진 앙증맞은 모습의 어린 딸과 엄마 품을 파고든 젖먹이, 그 자식들을 어떻게 굶기지 않고 살려낼까 근심하다 잠시 잠에 빠진 어머니의 광대뼈 불거진 초췌한 얼굴은 더 살아갈 기력을 잃어버린 절망적인 한순간이다.
“피란 내려와 얼마나 살기 힘들었던지 너거들과 비상이라도 먹고 죽을라꼬 앙심을 품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저 젖먹이 어린것이(막내아우) 이틀 동안 피죽도 몬 묵어 울 힘도 없이 늘어져 누웠을 때, 증말 저 자슥과 함께 죽자꼬 어판장에 나온 복쟁이(복)를 한참이나 들이다봤니라. 돈만 있었다모 그놈을 사와서 우리 식구가 끓이 묵었을 끼다……” 「시립구호소」를 보면, 언젠가 어머니가 울먹이며 들려주던 말이 귓가를 울린다. _콜비츠의 「시립구호소」, 207~208쪽

「임종을 맞은 카미유」에는 젊은 날의 동반자로서 고락을 함께해온 아내를 잃은 모네의 슬픔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 안개 같은 검푸른색 속에 감싸인 채, 죽음의 순간을 맞는 카미유의 얼굴이 애처롭다. 그가 젊은 날부터 탐구했던 빛의 분광, 그 현란한 색채의 아름다움마저 아내의 죽음 앞에선 숨을 죽였다.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엷은 잔광이 카미유의 얼굴 윤곽을 살려내고, 그 주위로 마치 그녀가 당하고 있는 죽음의 고통을 표현하듯 검푸른 색을 비질하듯 거칠게 표현했다.
아내가 죽음을 맞는 비통한 순간에도, 모네는 직업적으로 죽음 주위에 머물며 순간순간 변해가는 색채를 보았다. 뒷날 벌판의 노적가리와 루앙의 대성당과 영국 국회의사당의 연작 속에 아침・낮・저녁, 기후 조건에 따라 대상(사물)이 변하는 빛의 분광을 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아내의 죽음을 보는 순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사랑하는 사람을 곧 잃게 된다는, 자신의 내면에서도 점차 빛이 꺼져가는 절망을, 그러한 자신의 심리적 변화까지 화가는 본능적으로 추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_모네의 「임종을 맞은 카미유」, 236~237쪽

목차

글쓴이의 말―개정판에 부쳐

1부 예술가의 초상
운명을 넘어선 ‘큰 바위 얼굴’_렘브란트의 「두 개의 원이 있는 자화상」
잠자다 일어난 듯 잠옷 차림의 소설가_로댕의 「발자크상」
절망적인 공포 앞에서의 외침_뭉크의 「절규」
생활에 지친 남편과 욕망에 주린 아내_호퍼의 「도시의 여름」
존재론적 고독, 결핍의 내면 성찰_자코메티의 「걷는 남자」
육신의 고통에서 유아로 환생_프리다 칼로의 「유모와 나」
몸의 고통, 내던져진 육체_베이컨의 「누워 있는 여자」

2부 사랑과 열정
무도회 풍경을 묘사한 낙천적인 화가_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어린이의 영혼을 가졌던 현자賢者_루소의 「사육제의 밤」
삶의 희망과 절망을 껴안은 예술혼_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
퇴폐적인, 황홀한 관능미_클림트의 「키스」
슬픔에 잠긴 어머니 모습_로트레크의 「아델 백작부인의 초상」
서리 철의 들국화, 비극의 주인공_모딜리아니의 「소녀의 초상(잔 에뷔테른)」
추락할 수 없는 격정적 사랑_코코슈카의 「폭풍우」
주색으로 지낸 호방한 천재 화가_장승업의 「호취도」
이상異狀한 천재 문학가 이상李箱_구본웅의 「친구의 초상」

3부 도전과 파괴, 재창조
낭만주의에 반기를 든 선구적 화가_쿠르베의 「만남(안녕하세요, 쿠르베 씨)」
낙선작 전시회에 출품하여 명화로 남다_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움직이는 인체를 한순간에 포착한 ‘무희의 화가’_드가의 「무대 위의 무희」
세잔이 ‘발견’했던 산의 다른 모습_세잔의 「생트빅투아르산」
파리 화단을 경악시킨 화려한 색채_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
천재 피카소가 창조한 큐비즘 누드화_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자연을 해체하여 입체적으로 구축_브라크의 「에스타크 육교」
실제 변기를 조각품으로 출품_뒤샹의 「샘」
상식을 전복한 초현실주의자_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
생성의 비밀을 푸는 환영幻影_달리의 「해변에 나타난 얼굴과 과일 그릇의 환영」

4부 자연, 이상향
이발관 그림의 대중적 인기_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추억과 만난 여름밤의 바닷가_호머의 「여름밤」
야생의 자연 속에 불사른 열정_고갱의 「하얀 말」
떠나온 고향 정경, 추억 속의 유대 마을_샤갈의 「나와 마을」
파리 화단을 들썩인 일본 판화_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해학적인 풍속화, 장터 주막_김홍도의 「주막」

5부 시대와 현실
인상주의 탄생을 예고한 기념비적 작품_벨라스케스의 「시녀들(라스 메니나스)」
박진감 넘치는 처형의 극적 순간_고야의 「1808년 5월 3일」
혁명가의 죽음을 순간적으로 포착_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유형지에서 귀가한 혁명가의 모습_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삶의 벼랑에 내몰린 처자식_콜비츠의 「시립구호소」
골조 건축과 노동의 건강성_레제의 「도시의 건설자들」
슬픔을 걸러낸 따뜻한 인간애_벤 샨의 「광부의 아내」
당・인민・지도자를 그린 리얼리티_길진섭 외 3인의 「전쟁이 끝난 강선 땅에서」

6부 삶의 유한성
죄 많은 세상살이, 얼마큼 회개하며 사나_엘 그레코의 「베드로의 눈물」
보라색으로 숨죽인 아내의 죽음_모네의 「임종을 맞은 카미유」
그리스도를 대신한 속죄양 화가_코린트의 「보라 이 사람을」
모순의 생애, 모순을 극복하다_놀데의 「최후의 만찬」
온유한 그리스도 모습_루오의 「성스러운 얼굴」
고독에 단련된 의지의 표상_권진규의 「자소상」

글을 마치며
수록 작가 소개

작가 소개

김원일 지음

작가 김원일은 1942년 경남 김해군 진영읍에서 출생, 대구에서 성장했고 영남대학교를 졸업했다. 1966년부터 소설을 발표하여, 장편소설 『노을』 (1978), 『바람과 강』(1986), 『겨울 골짜기』(1986), 『마당깊은 집』(1988), 『늘푸른소나무』(1993), 『아우라지로 가는 길』(1996), 『사랑아, 길을 묻지 않는다』(1998) 외 『김원일 중 단편 전집』(전5권)이 있으며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우경문학예술상 외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 국립 순천대학교 석좌교수이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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