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악 시전집

이용악 지음 | 윤영천 책임편집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8년 1월 31일 | ISBN 9788932030746

사양 신국판 152x225mm · 582쪽 | 가격 32,000원

분야 , 시 전집

책소개

‘향토 시인’ 이용악
그의 작품 세계를 집대성한 『이용악 시전집』

 

한국 근대시사에서 국내외 유이민의 현실적 질곡을 깊이 있게 통찰한 시인 이용악의 시전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용악 시전집』은 1988년 동명의 책이 발행되고 1995년 증보판도 한 차례 나왔으나 2018년 새해 이전의 미진함을 더욱 보강하여 시전집 최초 출간 3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책이다. 문학평론가이자 인하대 명예교수 윤영천이 관련 자료를 거듭 추가하여 완성한 이 책은 이용악이 생전 발표한 시 전편뿐 아니라 시집 미수록작, 산문, 이용악에 관한 논고 등을 두루 담고 있다. 이 시전집을 통해 ‘월북시인 이용악’이라는 그간의 일면적 이해를 넘어 1930년대 중후반을 대표하는 그의 시 세계를 폭넓은 관점으로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용악 시전집』의 구성은 월북 전 작품과 월북 후 작품, 산문, 논고로 대별된다. 월북 전 작품으로는 시집 『분수령』(1937), 『낡은 집』(1938), 『오랑캐꽃』(1947), 『이용악집』(1949)의 수록작 및 시집 미수록작을 담았고, 월북 후 작품으로는 『리용악 시선집』(1957)의 수록작 및 시집 미수록작을 담았다. 산문으로는 이용악이 쓴 인상기와 번역 후기 등을, 논고로는 당대 문인들이 쓴 작품론과 이 시전집의 책임 편집을 맡은 윤영천의 이용악론 등을 실었다. 책 말미에 첨부한 작가 연보, 작품 연보, 참고 문헌, 낱말 풀이는 현대 독자들이 『이용악 시전집』을 좀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노력이다.


비극에서 길어 올린 독보적 시 세계
유이민의 참담한 삶을 예리하게 형상화하다

 

이용악은 1914년 함경북도 경성에서 적빈한 가정의 아들로 태어났다. 일찍이 그의 아버지는 달구지에 소금을 싣고 러시아 영토를 넘나들던 중 객사하였고, 그의 어머니는 다섯 형제 모두를 진학시키느라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갔다. 가난이 몸에 밴 이용악은 일본 조치대학에서 수학할 당시에도 온갖 품팔이 노동꾼으로 일하며 학비를 조달했다. 방학 때마다 간도 등지를 몸소 답사하며 만주 유이민의 참담한 삶을 주시했는데, 이 무렵 발간한 그의 시집 『분수령』 『낡은 집』이 바로 그 유의미한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집도 아니고
일갓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침상寢牀 없는 최후最後 최후의 밤은
풀버렛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노령露領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마디 남겨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만灣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풀버렛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부분

이용악은 유이민의 침울하고 패배적인 생활사를 묘사함에 있어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동원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칫 빠지기 쉬운 과장과 감상성을 걷어내고 아버지의 주검을 객체로 바라볼 정도로 냉정한 시선을 유지함으로써 당시의 비극적 실상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용악 시 세계의 고유한 특징으로 손꼽힌다.


인간에 관한 거짓 없는 기록
오늘날에도 유효한 공감의 시

이용악의 시는 현대파와 인생파의 중간 또는 회화적 경향과 윤리적 경향의 절충적 입장으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그의 시가 가진 우수성은 양면적 요소의 절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후자의 현저한 도드라짐에서 비롯한다. 즉 이용악 시는 삶의 존재론적 의미에 천착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역사적 불화를 개괄한 ‘거짓 없는 기록’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는 훗날 이용악이 모더니즘적 취향을 축소하고 구체적 삶에 토대한 ‘이야기시’를 지향했을 무렵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용악 시의 서사화는 한시적 전통에 깊이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며, 문학사적으로는 프로예술의 참된 방향성의 모색이자 대중화론을 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였다.

불빛 노을 함빡 갈앉은 눈이라 노한 노한 눈들이라

죄다 바서진 창으로 추위가 다가서는데 몇 번째인가 어찌하여 우리는 또 밀려나가야 하는 우리의 회관에서

더러는 어디루 갔나 다시 황막한 벌판을 안고 숨어서 쳐다보는 푸르른 하늘이며 밤마다 별마다에 가슴 맥히어 차라리 울지도 못할 옳은 사람들 정녕 어디서 움트는 조국을 그리는 것일까

폭풍이어 일어서는 것 폭풍이어 폭풍이어 불길처럼 일어서는 것
—「노한 눈들」 부분

이용악의 시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민족 모순이 점철되던 시기의 역사적 고통과 일상적 비참을 아울러 환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데올로기적 편견 없이 작품만을 두고 볼 때, 이용악이야말로 민족해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집단의 비극을 고스란히 제 것으로 통절하게 인식한 이용악의 시편들은 오늘날의 분단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 책 속으로

소곰토리 지웃거리며 돌아 오는가

열두 고개 타박 타박 당나귀는 돌아 오는가

방울소리 방울소리 말방울소리 방울소리
– 「두메산골 4」 전문

국제 철교를 넘나드는 무장열차가
너의 흐름을 타고 하늘을 깰 듯 고동이 높을 때
언덕에 자리 잡은 포대가 호령을 내려
너의 흐름에 선지피를 흘릴 때
너는 초조에
너는 공포에
너는 부질없는 전율밖에
가져본 다른 동작이 없고
너의 꿈은 꿈을 이어 흐른다
—「천치의 강아」 부분

아무렇게 겪어온 세월일지라도 혹은 무방하여라 숨 맥혀라 숨 맥혀라 잔바람 불어오거나 구름 한 포기 흘러가는 게 아니라 어디서 누가 우느냐

누가 목메어 우느냐 너도 너도 너도 피 터진 발꿈치 피 터진 발꿈치로 다시 한번 힘 모두어 땅을 차자 그러나 서울이어 거리마다 골목마다 이마에 팔을 얹는 어진 사람들

눈보라여 비바람이어 성낸 물결이어 이제 휩쓸어 오는가 불이어 불길이어 노한 청춘과 함께 이제 어깨를 일으키는가

우리 조그마한 고향 하나와 우리 조그마한 인민의 나라와 오래인 세월 너무나 서러웁던 동무들 차마 그리워 우리 다만 앞을 향하여 뉘우침 아예 없어라
– 「거리에서」 전문

 

이 시인은 강한 의지와 또한 대담한 기상氣象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김광현 (시인)

이처럼 순화된 시어의 구사와 투명한 생활감정은 시인의 내면세계가 다채롭고 풍윤함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서 사상적 및 정서적 충만이 없고 이에 따르는 형상적 사색과 절약적 표현이 없다면 이처럼 아름답고 참신하게 정신세계를 개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우철 (시인)

그가 문제의 핵심을 ‘문학주의냐, 정치주의냐’로 파악하지 않고, 그 양자에 똑같이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민족 전원의 이익’을 실현하는 데 구체적으로 기여하는 실질적인 민족해방문학을 강력히 지향하였음은 대단히 중요한 현재적 의미를 지닌다. 진정한 민족시의 전진과 그를 위한 의미 있는 좌절이 어떤 것인가를 가늠하는 데 그의 시는 매우 유효한 시금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영천 (문학평론가)

목차

일러두기 14
엮은이의 말 15

월북 전 작품

제1부 분수령
서序 29
북北쪽 31
나를 만나거든 32
도망하는 밤 34
풀버렛 소리 가득 차 있었다 36
포도원葡萄園 38
병病 40
국경國境 42
령嶺 43
동면冬眠하는 곤충昆蟲의 노래 45
새벽 동해안東海岸 47
천치天痴의 강江아 48
폭풍暴風 50
오늘도 이 길을 51
길손의 봄 53
제비 같은 소녀少女야 54
만추晩秋 56
항구港口 58
고독孤獨 60
쌍두마차雙頭馬車 61
해당화海棠花 63
꼬리말 64

제2부 낡은 집
검은 구름이 모여든다 67
너는 피를 토하는 슬픈 동무였다 69
밤 71
연못 73
아이야 돌다리 위로 가자 74
앵무새 76
금붕어 77
두더쥐 78
그래도 남으로만 달린다 79
장마 개인 날 81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82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84
등불이 보고 싶다 86
고향아 꽃은 피지 못했다 87
낡은 집 90
꼬리말 93

제3부 오랑캐꽃
오랑캐꽃 97
불 98
노래 끝나면 99
벌판을 가는 것 100
집 101
구슬 102
해가 솟으면 103
죽음 104
밤이면 밤마다 105
꽃가루 속에 107
달 있는 제사 108
강가 109
다리 우에서 110
버드나무 111
벽을 향하면 112
길 113
무자리와 꽃 114
다시 항구에 와서 115
전라도 가시내 117
두메산골 1 119
두메산골 2 120
두메산골 3 121
두메산골 4 122
슬픈 사람들끼리 123
비늘 하나 124
열두 개의 층층계 125
등을 동그리고 126
뒷길로 가자 127
항구에서 129
『오랑캐꽃』을 내놓으며 130

제4부 이용악집
편집장編輯長에게 드리는 편지便紙 133
벨로우니카에게 135
당신의 소년은 136
별 아래 138
막차 갈 때마다 139
등잔 밑 140
시골 사람의 노래 141
오월에의 노래 143
노한 눈들 144
우리의 거리 145
하나씩의 별 147
그리움 149
하늘만 곱구나 150
나라에 슬픔 있을 때 151
월계는 피어 153
흙 154
거리에서 155
빗발 속에서 156
유정에게 157
용악과 용악의 예술藝術에 대하여 158

제5부 38도에서—미수록작 모음
패배자敗北者의 소원所願 167
애소哀訴・유언遺言 169
너는 왜 울고 있느냐 171
임금원林檎園의 오후午後 172
북국北國의 가을 173
오정午正의 시詩 174
무숙자無宿者 175
다방茶房 177
우리를 실은 배 부두埠頭를 떠난다 178
오월五月 179
어둠에 젖어 180
술에 잠긴 쎈트헤레나 181
바람 속에서 182
푸른 한나절 184
슬픈 일 많으면 185
눈보라의 고향 186
눈 나리는 거리에서 188
거울 속에서 190
북으로 간다 191
38도에서 192
기관구機關區에서 194
다시 오월에의 노래 196
소원所願 198
새해에 199
짓밟히는 거리에서 200

월북 후 작품

제1부 리용악 시선집
서문 205
1. 어선 민청호
봄 207
어선 민청호 210
어느 반도에서 212
석탄 220
탄광 마을의 아침 222
좌상님은 공훈 탄부 224
귀한 손님 좋은 철에 오시네 226
쏘베트에 영광을 228
2. 원쑤의 가슴팍에 땅크를 굴리자
원쑤의 가슴팍에 땅크를 굴리자 230
핏발 선 새해 232
평양으로 평양으로 234
모니카 펠톤 녀사에게 246
싸우는 농촌에서 250
다만 이것을 전하라 255
3. 평남 관개 시초
위대한 사랑 258
흘러들라 십 리 굴에 259
연풍 저수지 261
두 강물을 한곬으로 263
전설 속의 이야기 265
덕치 마을에서 1 267
덕치 마을에서 2 269
물 냄새가 좋아선가 271
열두 부자 동둑 272
격류하라 사회주의에로 274
저자 약력 276

제2부 막아보라 아메리카여—미수록작 모음
막아보라 아메리카여 279
어디에나 싸우는 형제들과 함께 283
우리의 정열처럼 우리의 염원처럼 297
깃발은 하나 300
우산벌에서 310
영예군인 공장촌에서 312
빛나는 한나절 314
열 살도 채 되기 전에 316
봄의 속삭임 318
새로운 풍경 320
우리 당의 행군로 322
불붙는 생각 325
땅의 노래 327
다치지 못한다 328
당 중앙을 사수하리 329
붉은 충성을 천백 배 불태워 330
오직 수령의 두리에 뭉쳐 332
찬성의 이 한 표, 충성의 표시! 335
산을 내린다 338
앞으로! 번개같이 앞으로! 342
피값을 천만 배로 하여 345
어느 한 농가에서 348
날강도 미제가 무릎을 꿇었다 371

자료

제1부 산문
복격服格 379
전갈 382
관모봉冠帽峰 등반기登攀記 385
지도地圖를 펴놓고 389
감상感傷에의 결별訣別 390
전국문학자대회全國文學者大會 인상기印象記 392
풍요와 악부시에 대하여 396

제2부 논고
김광현 | 내가 본 시인—정지용・이용악 편 409
박산운 | 『리용악 시선집』을 읽고 415
김우철 | 생활의 체온을 간직한 시인—『리용악 시선집』을 읽고 419
유 정 | 암울한 시대를 비춘 외로운 시혼詩魂—향토의 시인 이용악의 초상 431
윤영천 | 민족시의 전진과 좌절—이용악론 447

작가 연보 518
작품 연보 522
참고 문헌 531
낱말 풀이 557

작가 소개

이용악 지음

1914년 함경북도 경성에서 출생, 일본 니혼대학 예술과 및 조치대학 전문부 신문학과에서 수학했으며, 1935년 「패배자의 소원」(『신인문학』)으로 등단하였다. 해방 후 조선문학가동맹・조선문화단체총연맹 핵심 요원으로 활동했으며, 세칭 ‘남로당 서울시 문화예술사건’으로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 중 6・25전쟁으로 출옥해 북한군에 합류, 월북하였다. 월북 후 조선문학동맹 시분과위원장, 조선작가동맹출판사 단행본 부주필 등을 역임했으며, 1971년 폐병으로 타계했다. 시집으로 『분수령』 『낡은 집』 『오랑캐꽃』 『이용악집』 『리용악 시선집』 등이 있다.

윤영천 책임편집

1944년 인천에서 출생하여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청주사범대학(현 서원대)・영남대・인하대 국어과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인하대 명예교수로 있다. 평론집 『서정적 진실과 시의 힘』 『형상과 비전』, 연구서 『한국의 유민시』 『한국 현대문학 산책』, 엮은 책 『이용악 시전집』(1988, 1995 증보판) 『물위에 기약 두고—한국 유민시 선집 1』 『가두로 울며 헤매는 자여—한국 유민시 선집 2』 『함석헌 선집』(전 3권, 공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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