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성의 미학

현대예술의 혁명적 전환과 새로운 퍼포먼스 미학

에리카 피셔-리히테 지음 | 김정숙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7년 8월 11일 | ISBN 9788932029870

사양 신국판 152x225mm · 502쪽 | 가격 26,000원

책소개

채찍으로 스스로를 때리고 배에 면도날을 긋는 예술가
피아노 앞에 앉아 단 하나의 음도 내지 않는 피아니스트
관객에게 모욕을 퍼붓거나 눈가리개를 씌운 채 희롱하는 배우들……

 

관객과 배우, 몸과 정신,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동시대 예술의 수행적 전환과 새로운 미학의 도래

 

1975년 퍼포먼스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선보인 「토마스의 입술」 공연 도중에 흥미로운 사건이 일어났다. 나체로 앉아 1킬로그램이 넘는 꿀과 와인을 삼키더니 자신의 배에 별 모양으로 면도날을 긋고 채찍으로 자신의 등을 때린 뒤 얼음 십자가에 누운 이 예술가를 관객들이 끌어내린 것이다. 예술가가 의도한 행위를 하고 있는데 그걸 지켜보던 관객이 개입하고 나선, 일종의 사건이었다.
이제 예술가가 작품을 창조하는 주체이고, 관객은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객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수의 공연에서 관객은 박수 치기 같은 관습적 행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배우 못지않은 권리를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기존의 가치와 규범을 뒤흔들고 관객이 휘말려드는 사건을 창출하는 새로운 장르의 공연예술이 범람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관객과 예술가의 관계도 다변하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예술 환경, 즉 예술과 삶, 미학과 윤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생산자와 수용자, 예술작품의 구분이 불명확해진 동시대 예술은 전통적인 미학 이론만으로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으며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1960년대 이후 작품 개념에서 사건 개념으로 나아간 예술의 수행적 전환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연구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미학 이론의 등장이 불가피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이 책 『수행성의 미학』이 자리하고 있다.

 

 

연극 기호학의 대가 에리카 피셔-리히테의 대표작

『수행성의 미학』은 연극학 및 퍼포먼스 이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으로, 베를린 자유대학 연극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에리카 피셔-리히테의 국내 첫 번역서다. 수행성이란 ‘자기 지시적이고 현실 구성적인 행위’로서, 저자에 따르면 수행성의 미학은 지각 주체가 지각 대상과의 역치적 경험을 통해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서 수행성의 미학은 바로 ‘새로운 현실을 구성하게 하는 변환적 힘’에 근거하고 있다. 수행성의 미학은 예술적 현상뿐만 아니라, 비예술적 현상이 갖는 힘과 현실 구성력, 나아가 삶과 예술을 넘나드는 미학적 현상과 경험도 포괄하며, 이들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준다. 저자는 현대사회학의 창시자인 뒤르켐의 이론과 방주네프의 통과의례 이론, 그리고 제의를 변환적 퍼포먼스로 간주하는 문화인류학 이론을 토대로 1960년대 이후의 동시대 연극, 퍼포먼스아트, 문화 현상을 분석한다. 특히 요제프 보이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헤르만 니치, 크리스 버든, 막스 라인하르트, 리처드 셰크너 등의 대표적인 공연들을 예로 들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미학 이론을 좀더 쉽게 설명해나간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예술과 미학 이론의 전개 과정을 개괄하며, 다양한 문화 장르를 가로질러 탐구하는 이 책 『수행성의 미학』은 육체성, 공간성, 소리성, 시간성 등 새로운 미학 이론의 분석 틀을 실제 공연에 적용해 분석함으로써 일반 관객에서 전문 평론가에 이르기까지, 문화적 퍼포먼스를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열린 눈으로 보게 하는 새로운 독법을 선사해준다.

 

 

지금-여기의 공연예술을 이해하는 데 가장 탁월한 이론서

수행성의 미학은 연극, 오페라, 춤, 퍼포먼스아트와 같은 다양한 표현예술뿐 아니라 제의, 축제, 스포츠 경기 등 모든 문화적 공연 장르를 아우른다. 본질적으로 이러한 공연 장르는 그 참여자들에게 경계에 존재하는 경험, ‘이도 저도 아닌’ 문지방 경험을 하게 하며 변환의 체험을 유도한다. 이와 관련된 경향과 흐름을 수행적 전환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예술을 생산하고 수용하는 조건이 결정적으로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제 허구 세계의 재현이 아니라 행위자와 관객 사이의 특별한 관계 성립이 관건이 되었다. 즉 텍스트가 어떻게 무대에 옮겨졌고 어떤 수단을 이용했는가가 핵심이 아니라, 배우와 관객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규정하고 역할 바꾸기의 가능성을 여는 ‘사건’이 공연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 피셔-리히테는 연극 공연을 중심으로 이론을 정립해나간다. 행위자와 관객의 행위는 서로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가? 공연은 미학적 과정인가, 사회적 과정인가? 배우의 몸이 지닌 영향력과 작품의 의미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공연에서 물질성은 어떻게 수행적으로 드러나며 어떤 위상을 지니는가? 공연의 과정과 결말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번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라면, 그것은 어떠한 상황과 조건에 따르는 것인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을 순차적으로 던져가며 독자들이 ‘수행성의 미학’ 이론에 한 걸음씩 다가서도록 이끈다.
1960년대 이후 수행적 전환은 우연성을 공연의 조건이자 가능성으로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기꺼이 활용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오늘날 연출 전략은 자동 형성적 피드백 고리에 주목하며 행위자와 관객의 역할 바꾸기, 공동체 형성, 상호 간의 접촉을 지향한다. 저자는 슐레프의 합창 연극이나 카스토르프의 「기회 2000」을 통해 공연의 ‘공동체 형성’에 대해 탐구하고, 보이스의 「켈트족+~~~」을 통해 친밀성과 공공성 사이에 위치한 ‘접촉’의 역할을 살펴보며, 전자기술 매체의 발달에 직면해 관객의 지각 반응을 실험한 카스토르프의 「백치」를 통해 공연의 라이브성에 관해 고찰해보는 등 풍성한 사례를 통해 좀더 친절하고 명료하게 수행성의 미학 이론을 전개해나간다. 무엇보다 예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대표적 공연들, 다양한 실험과 놀라운 상상력이 더해진 공연들에 대한 소개가 이 책을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이 책 『수행성의 미학』을 통해 현대예술의 전개와 발전상을 한눈에 개괄하고, 미학적 경험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며, 무엇보다 ‘퍼포먼스’가 촉발하는 ‘변환’의 경험에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과 삶의 경계가 어느 때보다 허물어져 있는 오늘날, 이 책은 전문 평론가나 이론가, 예술가, 연출가만이 읽어야 할 책이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많은 깨우침과 흥미를 주는 책으로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해낼 것이다.

 
■ 책 속으로

실제로 아브라모비치는 자기 몸에 뚜렷한 중상을 입혔고, 계속해서 고문과 학대를 가하려 했다. 만약 그녀가 이 행위를 다른 공공장소에서 수행했다면,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중단시키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어떠한가? 한 예술가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듯 보이는 행위를 하려 하는데, 이것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만약 중단시킨다면, ‘작품’을 손상시키는 위험한 일을 범하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인간의 도리로 봤을 때, 자해하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셈인가? 예술가는 관객에게 관음주의자 역할을 맡길 셈이었던가? 혹은 관객이 행위자의 고통을 중단시키기 위해 직접 행동을 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실험을 한 것인가? 여기서 무엇이 옳은 판단인가? 아브라모비치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예술과 일상적 삶, 미학과 윤리적 규범 사이의 중간 상태에 빠지게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제1장 「수행성의 미학은 왜 필요한가」, 18쪽)

공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행위자와 관객이 특정 시간대에 특정 장소에 모여 함께 무언가를 해야 한다. 헤르만은 이것을 “모든 이를 위한 모든 이의 놀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통해 그는 행위자와 관객의 관계를 기본적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지금까지는 관객을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행위의 관찰자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 하지만 공연이란 관객이 행위자를 관찰 대상으로 파악하는 주체/객체 관계도 아니고, 행위자가 자신을 주체로 보고 관객을 객체로 여긴 채 의미의 교환 없이 관객을 대하는 것도 아니다. 행위자와 관객의 신체적 공동 현존이란 오히려 공동 주체의 관계다. [……] 다시 말하자면 공연은 행위자와 관객 사이에서 일어나고 그들에 의해 공동으로 창조된다는 것이다. (제2장 「개념 설명」, 63쪽)

「디오니소스 69」에는 셰크너가 ‘애무 신’이라고 부른 장면이 있다. 여기서 행위자인 퍼포먼스 예술가들은 관객 옆으로 가서 쪼그려 앉거나 누워서 관객을 쓰다듬기 시작한다. 이들은 노출이 심한 옷, 특히 여성들은 비키니 수영복을 입었다. 관객의 반응은 다양했다. 몇몇 관객, 특히 여성 관객은 애무의 부드러움을 가만히 소극적으로 즐겼다. 반대로 다른 관객들, 대체로 남성 관객들은 이 애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퍼포먼스 예술가가 고의적으로 피했던 신체 부위를 건드리게 했다. 관객은 예술가가 미리 제시한 규칙과 규정을 무시하고, 그 상황을 친밀함에 관한 ‘연극’이 아니라 실제 상황으로 받아들였다. [……]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행위자는 접촉을 통해 현실과 허구, 공공성과 친밀성 사이의 이분법적 관계를 흔들어 해체하고자 했으며, 이렇게 관객을 누구나 아는 영역으로 이끌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할 의도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관객은 이 접촉 행위를 오히려 이분법적으로 이해했다. (제3장 「행위자와 관객의 신체적 공동 현존」, 137~38쪽)

그들이 각각 어떻게 혹은 어디로 움직였는지, 매번 어디로 시선을 돌렸는지, 헤드폰을 꼈는지 안 꼈는지, 헤드폰을 통해 배우의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는지, 아니면 혼잡스러운 목소리들과 쇼핑몰 가게의 소음이 뒤섞이며 그 목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게 됐는지와 상관없이 극단에 속한 배우들과 통행자를 전혀 구분할 수 없게 되었으며, 쇼핑몰의 바쁜 움직임과 배우들의 행위가 계속 새로운 방식으로 축적되고 겹쳐져 매번 다른 공간성이 생성되었다. 이런 공간성 창출의 원리는 ‘오늘의 위생학’ 그룹이 고안한 크게 변형된 형태의 오디오투어에서도 응용되었다. (제4장 「물질성의 수행적 창출」, 252~53쪽)

음식이나 음료수에서 나는 냄새는 사람들이 숨을 들이쉴 때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고 내장에도 영향을 주어 강한 식욕이나 역겨움을 낳는다. 이처럼 냄새를 맡은 관객은 자신의 내적 과정을 의식하고, 자신이 살아 있는 유기체임을 깨닫게 된다. 의심할 여지 없이 냄새는 분위기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 이것은 또 일단 냄새가 퍼졌다 하면 결코 ‘다시 거두어들일 수 없다’는 사실과 연관된다. 저항력도 매우 강하다. 연기는 완전히 사라지더라도 냄새는 남아 관객을 괴롭힌다. 숯검정이 된 달걀이 무대 위에서 완전히 사라져도 그 냄새는 아직 그 공간에 남아 있다. [……] 냄새는 행위자와 관객의 통제를 벗어나서, 분위기의 근본적인 변화를 끈질기게 시도한다. (제4장 「물질성의 수행적 창출」, 262쪽)

내가 만약 행위자의 신체를 그 자체로 특별한 몸과 살로 지각하면, 가령 니치의 썩은 양고기 퍼포먼스에서 행위자와 관객에게 뿌렸던 피를 그 특유의 붉은색으로 보고, 거기서 이상한 달콤함을 맛보거나 내장 특유의 질김과 꿈틀거림을 발밑으로 느낀다면, 나는 이 모든 현상을 어떤 것 그 자체로 지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관건은 일반적 자극이 아니라, 어떤 것을 그 자체로 지각하느냐이다. 어떤 사물은 존재하는 그대로, 즉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그대로를 의미한다. [……] 자기 지시성 속에서 물질성, 기표, 기의는 하나가 된다. [……] 반복해서 말하자면, 사물의 물질성을 지각하는 주체는 그 물질성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현상적 존재를 수용하는 것이다. 어떤 것으로 지각된 대상이 의미하는 것은 지각된 어떤 것 그 자체다. (제5장 「의미의 창발」, 313쪽)

우리의 문화는 젊음, 날씬함, 탄탄한 근육에 대한 광적인 강박관념이 지배한다. 이에 절대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몸은 비정상으로 낙인찍히고, 공적 세계에서 제한을 받는다. 질병과 죽음은 우리 사회에서 금기이거나 매우 싫어하는 대상으로 여겨지고, 그러한 육체는 혐오, 구역질, 메스꺼움, 수치를 불러일으킨다. 소치에타스 라파엘로 산치오 그룹은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상과 다름을 미리 설명하지 않은 채 그러한 육체들을 무대 위에 올렸다. 그럼으로써 관객은 그러한 신체에 대한 시선에 ‘거의 보호막 없이’ 노출되었다. 우리 사회나 그에 속한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이러한 신체들에 부가하는 의미란 바로 그것을 지각하는 동안 육체적으로 표출되며 생성되는 감정과 다르지 않다. 이 감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문화적인, 그 문화의 구성원 각자에 의해 주어진 의미다. 이러한 의미가 지각을 규정하고,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제5장 「의미의 창발」, 337쪽)

퍼포먼스 예술가는 퍼포먼스에서 타자들에게 자신을 내맡기는 특수한 상황을 창출한다. 보이스가 사흘 동안 코요테 한 마리와 함께 지냈을 때, 아브라모비치가 다른 이의 폭력에 자신의 몸을 노출시키거나 뱀에 휘감겼을 때, 이 예술가들은 가능한 틀 안에서 공연 과정을 통제하고 조정하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예측하기 어렵거나 거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창출했다. 이러한 전개는 예술가에게만 달린 문제가 아니라 항상 다른 이에게, 대부분의 경우 관객에게, 그게 아니면 동물에게 달려 있는 문제였다. 그 말은 예술가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자에 의해 형성된 상황에 스스로를 내맡겼다는 것이다. 예술가는 공연 과정 중에 자신이 이행한 행위의 중요성을 관찰자인 관객이 인식하기를 요구했다. (제6장 「사건으로서의 공연」, 363쪽)

예술작품을 정치적 혹은 도덕적 선언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비록 처음 볼 때 전복과 혁명을 불러일으키거나, 살해, 강간, 절도를 찬양하거나, 신을 비방하고 나체를 보여준다 해도 예술은 신성모독이나 포르노그래피일 수 없다. 왜냐하면 예술작품은 무언가 아주 다른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은 전복과 혁명이 일어나고, 절도, 신성모독, 포르노그래피가 다반사인 현실과는 완전히 단절된다. 예술의 자율성은 예술과 현실의 근본적인 차이를 전제로 하며, 예술은 이러한 차이를 요구하고 또 주장한다. 예술에 대한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1960년대 이후의 퍼포먼스아트와 연극 공연에서는 맹렬하게 이의가 제기되었다. 예술작품은 보여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수용되지 않았다. (제6장 「사건으로서의 공연」, 363쪽)

수행성의 미학은 경계를 벗어나는 예술을 목적으로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18세기 말에 세워졌고, 그 후에도 고정불변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극복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던 경계선,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여겨졌던 경계선을 수행성의 미학은 넘어서고 이와 같은 경계의 개념을 다시 정의한다. 이제까지는 벽을 쌓고 분리하는 것, 원칙적인 구분이 예술을 규정하는 관점들로 중요시되었다면, 수행성의 미학은 넘어서기와 과도기의 측면을 강화한다. 경계는 서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는 문지방이 된다. 연결할 수 없는 대립점들의 자리에 점진적인 차이가 대신 들어선다. 수행성의 미학은 지라르의 희생제의 이론이 말하는 것처럼 무조건적으로 폭력의 발발을 이끄는 탈구분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융통성 없는 대립의 극복에 관한 것이고, 역동적인 차이로 이끄는 것이다. (제7장 「세계의 재마법화」, 449~50쪽)

목차

한국어판 서문

제1장 수행성의 미학은 왜 필요한가

제2장 개념 설명
1. 수행성
2. 공연

제3장 행위자와 관객의 신체적 공동 현존
1. 역할 바꾸기
2. 공동체
3. 접촉
4. ‘라이브니스’

제4장 물질성의 수행적 창출
1. 육체성
체현 | 현존 | 동물‒몸
2. 공간성
수행적 공간 | 분위기
3. 소리성
청각적 공간 | 목소리
4. 시간성
타임 브래킷 | 리듬

제5장 의미의 창발
1. 물질성, 기표, 기의
2. ‘현존’과 ‘재현’
3. 의미와 영향력
4. 공연을 이해할 수 있는가?

제6장 사건으로서의 공연
1. 자동 형성성과 창발성
2. 무너지는 대립성
3. 역치성과 변환

제7장 세계의 재마법화
1. ‘연출’
2. ‘미학적 경험’
3. 예술과 삶

참고문헌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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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기(개념)

작가 소개

에리카 피셔-리히테 지음

베를린 자유대학과 함부르크 대학에서 연극학, 슬라브문학, 독문학, 철학, 심리학 및 교육학을 전공했다. 1973년부터 프랑크푸르트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대학에서 독문학을 가르쳤고, 1986년에는 바이로이트 대학으로 옮겨 일반문예학을 가르쳤다. 1990년 새로 창립된 마인츠 대학의 연극학연구소 소장을 맡았고, 이후 1996년부터 베를린 자유대학 연극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베를린 자유대학 국제리서치센터 ‘인터위빙Interweaving 퍼포먼스 문화’의 대표로 있다.

저자는 베를린 자유대학의 박사학위과정인 ‘몸의 연출’과 ‘인터아트InterArt’ 콜렉을 이끌었으며, 희곡 텍스트 중심이던 연극 이론이 문화학 혹은 융합적 학문으로서의 연극학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자의 주요 연구 영역은 미학, 예술 이론, 유럽 연극사, 문화사 등으로, 이러한 넓은 학문적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30여 권의 저서와 300편 이상의 논문을 썼다. 대표작으로 『연극 기호학』 『유럽 드라마와 연극의 역사』 『지각의 길들』 『오늘의 고대 비극』 『연극학』 『비극의 인내』 등이 있다.

김정숙 옮김

독일 파더보른 대학에서 일반문예학, 미디어학, 현대독문학을 전공하고 베를린 자유대학 연극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문화내러티브 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해외연출가론—로버트 윌슨』 『퍼포먼스 연구와 연극』(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문화연구로서의 연극학과 수행성연구」 「베비의 <필록텟 프로젝트>에 나타난 수행적 사건성과 문화연구적 시각」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여러 희곡을 번역했고 드라마투르기로도 활동했으며, 「백항아리집 큰딸은 어디로 갔을까?」 「중림동 행복약방」 등 이론과 현장을 넘나드는 문화연구적 연출 작업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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